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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2시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사회당 14차 당대회가 열렸다. 한국 진보정당으로서는 가장 오래된 역사(12년)를 가진 사회당은 이번 당대회를 통해 당대표, 당헌개정, 중앙위원을 선출하였다.

본 대회가 시작하기 전에 많은 귀빈들이 참석하였다. 김정진 진보신당 부대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우위영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겸 대변인, 사회주의 노동자정당건설 공동실천위원회(사노위) 고민택 중앙집행위원 등이 참석하여 진보대연합을 통해 척박한 한국 사회 진보의 길을 함께 걸어가자는 축사를 하였다.

본 대회는 대표후보 선출과 당헌 개정 등이 있었는데, 무엇보다 대표 후보들의 유세가 인상이 깊었다. 안효상, 전경희 두 후보가 대표 후보에 출마하게 되었는데 두 후보 모두 진보진영의 새로운 연합이 필요하다며 사회당의 혁신을 주장하였다.

10월 31일 사회당 14차 당대회 안효상 대표 연설
 10월 31일 사회당 14차 당대회 안효상 대표 연설
ⓒ 사회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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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후보 선거 결과는 안효상 후보가 84.6%를 득표하고, 전경희 후보가 10.9%를 득표하여 안효상 후보가 대표가 되었다. 그리고 함께 진행된 당헌 개정안은 93.9%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안효상 대표는 '사우론의 군대와 결전을 앞두고 대열에 앞에 나선 아라곤'의 비유를 들어 "희망의 부재 시대에 우리가 희망이 될 수 있게 용기 있게 싸우자"라는 수락 연설을 하였다.

이명박 시대 사회당 중앙위원이 되다

사회당 14차 당대회를 통해 10월 31일부터 나는 사회당 중앙위원이 되었다. 처음 중앙위원이 되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말렸다.

부모님은 "너가 정치인이 되고 싶으면 한나라당이나 최소한 민주당에 들어가서 중요한 직책을 맡아야 되지 않겠느냐"면서 "지금까지 국회의원 의석 하나도 배출 못한 소규모 정당에서 주요 직책을 맡는다고 너가 하고 싶은 정치를 할 수 있겠느냐"라며 아들의 미래를 걱정하였다.

주변 친구들 또한 "이명박 시대에 진보정당이 잘 될 수 있는 길은 정말 없어 보이는데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이 못하는 걸 사회당이 할 수 있겠나?"며 "세상이 잘 못 돌아가고 있는 시대에 정면 승부를 보겠다는 너가 참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주변의 걱정대로 이명박 시대에 진보정당의 중앙위원이 되는 것은 계란에 바위 치기와 비슷한 행동이었다. 최근에 일어났던 KEC 노동자 분신 사건, 2009년 용산참사, 공무원노조/전교조 탄압, 좌파 세력 낙인, 불도저식 4대강 사업 추진 등 이명박 시대에는 정부, 그리고 여당의 입장과 달리하는 사람들을 모조리 낙인 찍고 법을 이용하여 벌금과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시대다. 한마디로 찍소리 하지 못하는 시대에 사회당의 중앙위원이 된 것이다.

갈 길이 멀어 보이는 진보대연합

이명박 정부의 문제뿐만 아니라 진보세력 간의 연합의 문제 또한 현실의 벽이 높았다. 지난 6월 2일 지방선거, 7월 28일 은평구 재보궐 선거를 통해 진보정당의 정치적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민주노동당은 6.2 지방선거에서 반MB 연합의 기치를 걸고 한나라당을 제외한 모든 야당과 연합하였다. 진보신당은 6.2 지방선거에서 두 가지 패로 갈리었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왔던 노회찬 전 대표는 선거를 완주하며 진보 정치의 독자 노선을 주장하였다. 하지만 심상정 후보는 경기도 도지사 선거에서 투표일 이틀 전에 사퇴하며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

결국 노회찬 후보는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되자 반MB 연합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비난을 받아야 했다. 심상정 후보 또한 진보신당 당내에서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7.28 은평구 재보궐 선거 사회당 금민 후보 선거 운동 사진. "진보 대안! 진짜 야당 금민" 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7.28 은평구 재보궐 선거 사회당 금민 후보 선거 운동 사진. "진보 대안! 진짜 야당 금민" 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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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 은평구 재보궐 선거에서도 민주노동당은 반MB 연합의 기치를 걸고 이상규 후보는 민주당 장상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며 중도 사퇴를 했다. 당시 사회당은 금민 전 대표가 출마하여 반MB연합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안연합을 호소하며 기본소득, 진보정치의 연합을 주장했다. 반MB연합의 문제점에 공감한 많은 진보정치세력과 지식인들은 금민 후보를 지지하며 재보궐 선거를 새로운 진보의 연합의 장을 열었다. 하지만 결과는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가 당선이 되고, 사회당의 금민 후보는 0.55%를 득표하며 참패하였다.

현실 정치 속에 진보정치의 위치가 이렇게 험난한 것을 7.28 재보궐 선거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사회당 중앙위원이 되어서 새로운 진보를 위한 연합을 위해 뭔가 해보겠다는 것은 뒤도 안 돌아보는 무식한 무법자와 다름 없는 것이다.

절망의 20대에게 희망은?

20대의 나이에 진보정당의 중앙위원이 된 나에게는 현 20대를 한국 사회의 정치, 문화, 경제 등의 주체로 설 수 있는 정치를 만들어야 하는 의무감이 있다. 하지만 현 20대의 현실에 비추어 보았을 때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한국 사회 구조 속에 더 이상 고용을 늘리는 시스템이 불가능한 것이 세월이 갈수록 증명되고 있다. 20대 청년들은 대학을 졸업하여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설령 일자리를 구한다고 하더라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 일자리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현실 속에 정규직 노동자가 되기 위해 20대는 치열한 스펙 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는다면 낙오자가 되어 30대가 되어도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슬픈 현실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80-90년대 대학생 청년들이 주체가 되어 사회, 정치, 문화의 흐름을 바꾼 것과 다르게 현재 20대는 사회 구조 속에 포섭되어 기성세대의 객체로 전락하였다. 이런 시대에 20대 청년을 주체화 하는 운동을 하기 위해 진보정당의 중앙위원이 되는 것은 한마디로 미친 짓이다.

"더 낫게 실패하기" 위해 실패하는 것

앞서 살펴본 얘기를 들어보면 "너는 왜 사회당의 중앙위원이 되려고 하나?"라는 질문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희망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현재의 척박한 한국사회에서 무슨 희망을 찾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 말이다. 이런 질문을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지젝의 말을 인용하여 "더 낫게 실패하기" 위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2012년 진보대연합의 문제에서 아름다운 연합이 형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아름다운 연합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민주노총 등 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진보정치세력의 연합을 통해 2012년 총선과 대선을 돌파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라져 가는 진보정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느 누군가의 실패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실패의 연속 속에 새로운 정치 행동과 세력이 형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 역할을 자임할 수 있는 직책이 사회당 중앙위원이다.

2009년 메이데이 서울 집회에서 "모두에게 기본 소득을"
 2009년 메이데이 서울 집회에서 "모두에게 기본 소득을"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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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대 중앙위원으로서 절망의 20대 문제에 대해서도 안효상 대표의 공약이던 '청년 기본소득제' 운동을 통해 20대를 한국 사회의 주체로 등장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기본소득은 국민 모두에게나 최소한의 소득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을 핵심 의제로 생각하는 이유는 현재 20대가 경제적 열악함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청년 기본소득제를 통해 경제적 조건이 뒷받침되고 더 이상 취직과 스펙 쌓기에 올인하지 않는 사회 구조가 형성된다면 이 사회에서 20대는 주체로 재등장할 것이다. 여기서 주체로 등장하여 무엇을 해야 하느냐에 대해 언급은 하지 않겠다. 중요한 것은 '주체로 어떻게 등장하느냐' 이지 '그 주체들이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것은 주체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즉 20대 청년들은 386세대와 같이 사회 투쟁에 전면으로 맞서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능동적으로 살 수 있는 주체가 되는 것, 이것이 청년 기본소득의 핵심 내용이다.

진보대연합, 청년기본소득제 등 사회당 중앙위원 임기 동안 다가올 실패에 졸지 않고 열심히 현실과 맞서보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사회당 중앙위원입니다.



태그:#사회당, #기본소득, #진보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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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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