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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1일 오후 6시 5분]

 1일 사퇴 의사를 밝힌 문경란(왼쪽) 인권위 상임위원과 유남영(오른쪽) 인권위 상임위원이 장향숙 상임위원(가운데)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1일 사퇴 의사를 밝힌 문경란(왼쪽) 인권위 상임위원과 유남영(오른쪽) 인권위 상임위원이 장향숙 상임위원(가운데)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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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란·유남영 상임위원을 떠나보내며 인권위원회 1층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1일 오후 인권위를 떠나는 두 위원을 마중하기 위해 50여 명의 직원들은 1시간 여 동안 자리를 지켰다.

오후 5시,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모습을 드러낸 두 위원을 보자마자 직원들은 코부터 붉어졌다. 문 위원과 유 위원은 엘리베이터 앞에서부터 길게 줄을 서 자신들을 기다린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배웅 자리에는 두 위원이 떠나고 혼자 남게 된 장향숙 상임위원도 함께했다. 장 위원은 "혼자 두고 가시니 매정하십니다, 저 새 되지 않도록 해주세요"라며 말을 건넸고 문 위원은 "마음이 무겁습니다, 잘 하실 거예요"라고 답했다.

손을 잡자마자 울음을 터트려버린 한 직원의 등을 두드리며 문 위원은 "센터가 고생하는 거 너무 잘 알아요,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라며 위로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들 역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좋은 분"이라며 위원들 칭찬하면서도 이름 밝히기 꺼려하는 직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을 잡아주고 빠르게 퇴장한 유 위원과 달리 문 위원은 밟히는 감정들이 많아 보였다. 한 직원을 향해서는 "너무 오랜만이다, 그동안 어디 있다가 나타났어요"라며 반겼다. 문 위원의 품에 안겨 말을 잇지 못하던 그 직원은 이후 "다른 위원보다도 굉장히 열정적으로 일하셨고, 편견 없이 인권에만 매진하신 위원"이라며 문 위원을 기억했다. "좋으신 분"이라고 문 위원을 칭찬하면서도 그 직원은 이름을 밝히지 못했다.

다른 직원들 역시 눈물을 흘리다가도 기자들이 다가서면 답을 피했다. "내 방에 오는 사무처 직원들이 뚝 끊긴 것이 인권위가 소통이 안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말한 유 위원의 말마따나 두 위원과의 친분을 외부로 드러내는 일이 직원들에겐 부담스러운 듯 보였다.

그런 직원들을 뒤로하고 문 위원은 마지막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

"인권위가 본래 소임을 잘 할 수 있도록 제자리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이 남아 발길이 무겁네요. 그러나 인권위에 있음으로 해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어 떠납니다. 제가 무엇을 하려고 해도 사무처 동료들만 어렵게 하다 보니, 자리만 지키기보다 인권위 상황을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떠날 것을 결심했습니다. 이렇게 떠나면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만, 인권위의 주인은 동료들입니다. 길게 보면 역할을 잘 할 수 있으니 주인 의식을 갖고 위원회를 지켜줬으면 좋겠습니다."

[1신: 1일 오후 3시 35분]

국가인권위원회의 유남영·문경란 상임위원이 1일 동반 사퇴 의사를 밝혔다. 임기를 두 달가량 남겨둔 유 위원(노무현 전 대통령 지명)과 내년 2월에 임기를 마치는 문 위원(한나라당 추천)이 사퇴라는 강수를 둔 것은 "인권위의 실상을 외부에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해 '식물 인권위'라는 비판에 직면한 인권위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결단이다.

유남영 위원은 1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현병철 위원장이 오고 난 후부터는 쭉 인내력 테스트를 받아왔다"며 "다뤄야 할 현안 문제를 다루지 않고 인권위의 운영이 인권적이지 못한 상황이 되풀이되어 왔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을 감내하던 두 위원이 사퇴를 결심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달 25일 인권위 전원위원회에 상정된 '인권위 운영규칙 개정안'이었다. 상임위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위원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은 다음 전원위 때 재상정하기로 결정된 상태다.

"상임위원들이 불편한 결정 못하도록 위원장에게 권한 주려는 것이 개정안"

 1일 사퇴 의사를 밝힌 유남영 인권위 상임위원.
 1일 사퇴 의사를 밝힌 유남영 인권위 상임위원.
ⓒ 인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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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위원은 "그동안 상임위의 결정 중에는 (현병철 위원장 편에 선) 비상임위원들을 불편하게 하는 정보통신심의 등의 결정들이 있었다"며 "(개정안은) 이러한 불편한 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위원장에게 권한을 더 주려는 것으로, 이 과정을 보면서 더 이상 근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유 위원은 "의제를 생산해서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드는 것이 인권위의 역할인데, 인권위가 아예 활동을 못하고 의제를 생산해 내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견딜 수 없었다"며 "다음 상임위원들에게 껍데기를 물려줘서 되겠냐는 마음에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권위가 무기력하게 된 이유에 대해 유 위원은 "야당추천 인사 2명을 빼면 나머지 9명을 집권세력이 임명하기에 권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성장과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인권 경시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유 위원은 "선거과정에서 국민들이 인권에 관심 있는 정부를 선택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렇다면, 임기 도중 사퇴라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인권위의 상황을 알리려 한 이유는 무엇일까.

"양천서 고문사건은 누구든지 고문 받을 수 있음을 알려준 거다. 민간인 사찰 역시 누구나 당할 수 있는 것이다. 이메일 감시도 남의 일이 아니다. 이런 인권 유린적인 상황들을 막고 사회적으로 의제화하는 것이 인권위의 역할이다. 인권위가 이런 일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국민에게 더 큰 피해가 갈 수 있다."

문 위원 "현 위원장의 모든 판단 기준은 권력기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느냐 여부"

 1일 사퇴 의사를 밝힌 문경란 인권위 상임위원.
 1일 사퇴 의사를 밝힌 문경란 인권위 상임위원.
ⓒ 인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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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파행에 대한  문 위원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문 위원은 1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그동안 업무에서 배제되었고, 보고도 안 올라와 위원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다"며 "월례회의를 해야 하는데 그것마저도 지난해 11월에 없어졌다, '회의를 너무 많이 해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월례회의를 폐지한 위원장의 논리였다"고 말했다.

문 위원은 "위원장이 합리적인 이유와 논리를 갖고 이야기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민주적 절차도 없이 독단적으로 사안을 밀어붙였으며 모든 판단의 기준은 권력기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느냐 여부였다"고 꼬집었다. 

문 위원은 이러한 인권위의 분위기에 사무처 직원들도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그는 "사무처 동료들이 안건에 대해 이것이 인권적인지 아닌지를 두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걸 올리면 상정이 될까, 위원장에 찍히지 않을까 우려하게 되었다"며 "인권위의 파행적 운영 때문에 자의로, 타의로 인권위를 떠난 분들이 너무도 많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나간 이들을 하나하나 손에 꼽던 문 위원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문 위원은 "전원위가 끝나면 많은 직원들이 말을 걸어왔다"며 "직원들도 답답하니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했는데 기록에 남을까봐 지난 주 목요일, 금요일 밤에 다 지웠다"고 말했다.

문 위원 "여당 추천 받은 내가 현 위원장 돕지 않아 수모도 많이 당해"

그는 "위원장은 여당 추천을 받아서 온 내가 당신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그렇게 하지 않았기에) 더 수모도 많이 당하고 미움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문 위원은 "인권은 보수, 진보로 나눠서는 안 된다"며 "공권력이 기본권을 침해할 때 돌보라고 만든 것이 인권위인데 정파적으로 판단하면 쓴 소리가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인권위가 바른 길을 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묻자 문 위원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문 위원은 "현병철 위원장 체제에서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듣고 싶은 말만 듣는 현 위원장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면 몰라도… 앞이 안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1일 문경란 인권위 상임위원과 유남영 인권위 상임위원이 동반 사퇴 의사를 밝혔다.
 1일 문경란 인권위 상임위원과 유남영 인권위 상임위원이 동반 사퇴 의사를 밝혔다.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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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위원의 사퇴로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추천한 보수 성향의 위원들이 새로운 상임위원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 민주당 추천으로 이제 막 인권위에 입성한 장향숙 상임위원은 두 위원의 동반사퇴에 대해 어떻게 볼까. 장 위원은 "외로울 것임을 각오하고 들어왔지만, 두 위원의 사퇴에 참담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장 위원은 "운영규칙 개정안은 상임위원들 보고 나가라고 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개정안에 대해 또다시 이야기가 나오면 그때는 나도 사퇴하겠다고 현 위원장에게 분명히 말했다"고 강조했다.

인권위의 후퇴를 주시하고 있던 시민사회단체도 두 위원의 사퇴에 맞춰 의견 표명을 했다. 새사회연대는 논평을 통해 "인권정책이 부재한 이명박 정부와 현병철 체제에서 국가인권위는 뼈만 남은 '좀비'가 되고 말았다"며 "'현병철'과 '김태훈' 그리고 '최윤희'(김태훈 위원과 최윤희 위원은 보수적인 입장을 밝혀 온 인권위 비상임위원들임)의 국가인권위원회는 더 이상 필요 없으며 당장 해체되어야 할 기구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국회는 우리나라의 인권 보장 체계를 다시 수립하기 위한 논의를 즉각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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