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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모델이 된 스파이 지난 7월 간첩 혐의로 미국에서 추방된 뒤에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 최고훈장을 받고 최근에는 남성잡지 <맥심>에 속옷 차림의 표지모델로 등장한 러시아의 미녀 스파이 채프먼.
▲ 표지모델이 된 스파이 지난 7월 간첩 혐의로 미국에서 추방된 뒤에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 최고훈장을 받고 최근에는 남성잡지 <맥심>에 속옷 차림의 표지모델로 등장한 러시아의 미녀 스파이 채프먼.
ⓒ MAX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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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동안 직업군인과 대북 특수공작원(암호명 흑금성)으로 일했던 박채서(56)씨가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돼 서울중앙지법(제28형사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흔히 '블랙'(흑색공작요원)으로 부르는 비밀공작원이 자국의 공개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사건이다. 흑색공작원들은 상대국에서 불법행위로 체포되어 재판을 받고 수감되거나 국가간 비밀협상에 의해 추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일은 미국-소련의 첩보전이 가장 활발했던 냉전 시대뿐만 아니라 최근까지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7월 미국에서 러시아로 추방된 미모의 여성 스파이 안나 채프먼(28)이 그런 경우다. 그녀는 간첩 혐의로 함께 추방된 다른 9명의 스파이들과 함께 크렘린 궁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 최고훈장을 받았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채프먼은 최연소로 러시아 최고훈장을 받은 인물로 기록됐다.

그러나 그녀는 최고훈장만으로는 성이 안 찬 모양이다. 채프먼은 최근 속옷차림으로 남성잡지 <MAXIM>의 표지를 장식했다. 그녀는 <MAXIM>(러시아판) 최신호에 표지모델로 등장해 검은 망사 속옷과 장갑, 가터벨트를 착용한 채 오른손에 권총을 든 '007 포즈'를 취했다. 내년 러시아 하원의원 선거 출마설까지 나도는 채프먼은 이달 초부터 러시아의 한 은행에서 자문역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두 사람의 사례를 나란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상대국(미국)에서 첩보활동 중 발각되어 추방되었으나 '국가 최고훈장'으로 예우받은 채프먼과, 상대국(북한) 최고위급 인사에까지 접근한 최고 첩보공작 활동을 하다가 그가 소속된 국가정보기관의 기밀누설로 신분이 탄로나 공작원을 그만 둔 이후 대북 비선(秘線)으로 활동하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박채서씨의 사례는 '천당'과 '지옥'만큼이나 대조적이다.

간첩 혐의로 자국의 법정에 선 '흑금성' 공작원

평양의 흑금성 공작원 안기부의 '흑금성' 공작원 시절에 비밀 방북한 박채서씨가 평양의 5.1경기장에서 안내원과 함께 찍은 사진.
▲ 평양의 흑금성 공작원 안기부의 '흑금성' 공작원 시절에 비밀 방북한 박채서씨가 평양의 5.1경기장에서 안내원과 함께 찍은 사진.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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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비밀공작은 국익을 위해 비합법적으로 수행하는 통치행위의 한 수단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국가 비밀공작의 최종 승인권자는 대개 국가정보기관장(국가정보원장)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대통령이 인가한다. 그러나 비밀공작은 대부분 국내법과 국제법상 불법행위를 수반하기 때문에 비밀공작이나 흑색공작원의 실체를 인정하는 국가는 지구상에 없다. 그래서 흑색공작원을 자국의 법정에 세우는 일 또한 거의 없는 것이다.

박씨는 육군 3사관학교를 졸업한 77년 소위로 임관해 국군 정보사 공작단 공작관(현역 소령)을 거쳐 국가안전기획부(국정원 전신)의 대북공작원으로 특별 채용되어 대북공작 사상 최고의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98년 3월 정권 교체기에 국정원 지도부가 '북풍 공작' 등 자신의 범죄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각색한 이른바 '이대성 파일'이라는 비밀공작 문건을 공개하는 바람에 흑색공작원 신분이 노출되어 국정원에서 '해고'되었다.

국가정보기관의 수뇌부가 기밀을 유출한, 첩보사에 유례없는 이 사건으로 인해 엄청난 비용을 들여 10년 넘게 지속된 국가공작망이 하루아침에 붕괴되었다. 북한의 대남 공작기관에 위장포섭돼 북한의 반탐 및 체제보위 기구인 '국가안전보위부'에 침투한 '이중공작원'이었던 박씨 또한 하루아침에 신분이 드러난 채 세상 밖으로 버려졌다.

그리고 그로부터 12년이 흐른 지난 6월 1일 새벽 6시, 그는 서울 염창동의 한 아파트 자택으로 들이닥친 국정원 대공수사국 요원 십수명에 의해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긴급 체포되었다. 이후 20일 동안의 국정원 조사와 30일 동안의 검찰 조사를 거쳐 그에게 적용된 죄명은 간첩, 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편의 제공 등으로 국가보안법 상의 거의 모든 죄명이 망라되었다.

그 자신이 육군 소령이자 국군 정보사 공작관 출신으로 그 누구보다도 국가관이 투철했고, 그래서 첩보공작 유형 중에서 가장 고난도에 속하는 'A급 이중공작원'이었던 그가 과연 북한에 포섭된 '간첩'일까? 아니면 국가정보기관이 '해고' 뒤에도 여전히 대북 비선(秘線)으로 활동한 그를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은 것일까?

북한에 포섭된 간첩인가, 정보기관의 '정치적 희생양'인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선 그동안 한국 언론에서 한 번도 다룬 적이 없는 '국가비밀공작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수 회에 걸친 탐사보도를 통해 그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 본다.

다음은 검찰이 공소장에 제기한 범죄사실의 요약이다.

1. 목적수행 간첩, 회합, 특수탈출

 가. 반국가단체 구성원 리호남으로부터 군사자료 탐지-수집 지령수수

피고인은 98년 6월경 안기부 대북공작원에서 해고되면서 대북공작 상대방이던 리호남(리철)과의 관계를 단절하겠다는 취지의 보안서약서를 안기부에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98년 8월 3일경 중국 베이징에 있는 캠핀스키 호텔에서 리호남에게 "서로 정리할 것도 있고 협의할 것도 있으니 만나자"는 취지의 팩스를 보내 98년 9월 5일경 베이징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리호남을 다시 만난 이후 리호남의 요구에 따라 ▲98년 12월 전남 여수 해안에서 격침된 북한 반잠수정 관련 자료 ▲남한 서해안 촬영 비디오테이프를 전달하고

2003년 3월경 중국으로 출국해 캠핀스키 호텔에서 당시 북한 작전부 소속 공작원이던 리호남을 만나 개성공업지구 내에 골프장을 포함한 리조트를 건설하는 문제점에 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리호남으로부터 사업대상 지역이 북한의 군사지역이라 군부의 협조가 필요한 바, 북한 군부를 상대로 사업추진을 설득할 수 있도록 북한 군부에 제공할 남한 군사정보나 자료를 구해달라는 지시를 받음으로써 반국가단체 구성원인 리호남으로부터 지령을 수수했다.

  나. <보병대대> 등 교범 10종을 탐지-수집 및 전달

피고인은 2003년 9월경 리호남의 지령에 따른 목적수행을 위해 리호남에게 전달할 군사자료를 입수할 목적으로 제3사관학교 2년 선배이며 당시 보병학교 전술학1처장으로 복무하던 김○○(58)에게 접근해 책상 위에 놓인 <보병대대> 교범을 달라고 요청해 건네받은 뒤에 10월경 중국으로 출국해 캠핀스키 호텔에서 리호남 및 북한 국방위 소속 김과장(50대 초반)을 만나 <보병대대> 교범을 전달하고 다음날 돌려받는 등으로 2005년 7월까지 교범 10종을 탐지-수집 및 전달했다.

 다. '작전계획 5027-4' 일부 내용 탐지-수집

피고인은 2005년 4월 중순경 리호남에게 전달할 군사자료를 입수할 목적으로 당시 6군단 참모장으로 근무하던 김○○ 장군의 경기 포천시 관사를 방문해 거실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김○○에게 북한의 급변사태시 중국의 작전계획에 관해 거론하면서 한반도 급변사태시 우리군의 대응계획에 관한 설명을 유도한 다음, 김○○으로부터 '작전계획 5027'이 있다는 답을 듣고는 '작전계획 5027'에 관해 질문했다.

김○○은 16절지를 가져와 그 위에 한반도 지형과 화살표 및 실선 등을 그리면서, 북한의 선제공격으로 휴전선이 붕괴되면 미군 증원부대가 도착해 한미연합군이 전열을 정비해 반격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북한 지역에서의 전력운용 통제방식과 최종적인 통제 지점, 한국군과 미군 담당지역, 공격로 등을 설명하고 피고인은 그 내용을 지득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반국가단체 구성원인 리호남의 지령에 따라 국가기밀을 탐지-수집했다.

2. 회합 및 편의제공

가. 리호남과의 회합 및 탈북연예인 관련 자료 제공

피고인은 2005년 1월경 중국 북경에서 리호남으로부터 남한에서 공연단을 조직해 연예활동을 하는 탈북 연예인 자료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사업을 함께 한 박○○에게 관련 자료를 부탁해 '금강산예술단'에 관한 언론보도와 인터넷자료, 공연 동영상 CD 등을 건네받아 이후 북경의 캠핀스키 호텔에서 리호남 및 북한 국방위원회 소속 김과장(50대 초반)에게 전달했다.

나. 리호남과의 회합 및 탈북자 운영 식당 관련 자료 제공

피고인은 2006년 7월 초순경 위의 박○○으로부터 리호남이 탈북자 연예인 김혜영이 서울 영등포에서 운영하는 식당에 관해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말과 함께, 김혜영이 운영하는 '한반도' 식당 홍보 팸플릿을 건네받아 이후 북경 캠핀스키 호텔에서 리호남을 만나 위 팸플릿을 전달했다.

다. 리호남과의 회합 및 이광수 신원자료 제공

피고인은 2008년 2월 19일 당시 27사단장으로 근무하던 김○○을 방문해 그날 안보강사로 초빙된 이광수(96년 북한 잠수함 강릉 침투사건 생포 간첩)를 피고인에게 소개하기 위해 마련한 27사단 복지회관 만찬 자리에 참석해 김○○이 이광수에게 "박 실장은 북한 보위부 사람이랑 북한 높은 사람을 많이 알고 있어 북한에 있는 자네 아들 소식을 알아봐줄 수 있다"며 피고인을 소개해 이광수와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이후 피고인은 이광수의 재북 주소, 재북 아들의 이름, 재북 처가주소 등을 확인한 후 3월 16일경 상경한 이광수를 만나 이광수가 근무처가 있는 경남 진해로 내려가 다음날 남한 침투경위, 임무, 약력 등을 상세히 작성한 A4용지 1장 분량의 신원자료를 받고, 진해 해군교육사령부 전경사진 2장과 이광수 인물사진 4장을 피고인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했다.

이어 피고인은 3월 19일경 중국으로 출국해 캠핀스키 호텔에서 리호남 및 국방위 김 과장을 만나 피고인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주고, 이광수 신원자료를 건네주면서 이광수의 근무처와 주거지를 설명했다.

라. 리호남과의 회합 및 국내 상세지도 제공

피고인은 2009년 11월 29일 중국으로 출국해 캠핀스키 호텔에서 리호남을 만나 서울 등 남한의 지도를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구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2010년 1월 9일경 국내로 입국해 서울 서초구 '한진지도'에서 강남구 등 8개구에 해당하는 서울지역 1/5,0000 축척의 지도 49장을 구매한 뒤에 1월 18일경 출국해 캠핀스키 호텔에서 리호남에게 건네주었다.

피고인은 2010년 2월 10일 다시 입국해 중고교 동창인 정○○에게 서울 강서구와 은평구를 중심으로 1/5,000 축척의 지도를 구입해 달라고 부탁해 1/5,000 축적지도 28장을 건네받아 2월 28일 출국해 캠핀스키 호텔에서 리호남에게 건네주었다.

3. 통신연락, 회합

가. 리호남으로부터 이메일 수신

피고인은 2009년 1월경 전화통화를 하면서 리호남으로부터 도자기를 판매할 곳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차원에서 도자기 사진을 보내줄테니 진품 여부를 감별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리호남이 공작활동자금을 마련하려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피고인 명의 이메일 계정으로 도자기 사진파일이 첨부된 이메일을 수신해 중국과 남북한의 골동품 거래상에게 보여줘 진품여부를 확인받았다.

나. 리호남과의 회합

피고인은 리호남이 북한 공작원으로 각종 대남 정보수집 등 공작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2004년 6월 하순경 위 캠핀스키 호텔에서 리호남을 만나 피고인이 구입한 <한국전쟁비사>(1~5권)을 전달하고 ▲2010년 3월 5일 북경 캠핀스키 호텔 인근의 '옌사백화점' 지하 서라벌식당 별실에서 리호남을 만나 저녁식사를 하면서 향후계획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2010년 3월 7일 캠핀스키 호텔 1층 뷔페식당에서 리호남을 만나 저녁식사를 하면서 향후계획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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