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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싸움 차를 위한 도로는 당나귀를 위한 도로이기도 하고, 소의 싸움판이기도 하다.
▲ 소싸움 차를 위한 도로는 당나귀를 위한 도로이기도 하고, 소의 싸움판이기도 하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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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에티오피아에서, 그때까지의 여정을 통틀어서, 가장 무례한 사람을 만나고 난 뒤로는 그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은 단 한 순간도 행복하지 않았다. 아디스 아바바에서 출발해, 소도 및 도르제, 아르바민치 투르미 진카까지 가는 동안 차 안에 앉아 있던 그 시간은 극과 극이었다. 창 밖을 보면 믿어지지 않는 그 완벽한 자연에 감탄했고, 얼굴을 돌리면 믿어지지 않는 그 무례한 얼굴과 언행에 스스로 나 자신을 진정시켜야 했다.

그리고는 총 12일 정도였던 우리의 일정에 대해 논의를 하기 위해 애초 우리와 계약했던 '골든'에게 전화를 했다.

"도저히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이 상태로는 여행을 계속할 수 없으니 일정을 이곳 빼고, 저곳 빼고 해서 일주일로 줄이자."

운전기사와는 골든이 통화를 해서 언쟁끝에 그렇게 하기로 일단락됐다. 그 운전기사도 모든 불평을 토로하는 크리스틴과 나를 미워해서 종국엔 우리에게 "너희들은 아무 말도 하지 말라"며 말 섞는 일을 피했다.

펠리칸들 덩치 큰 펠리칸들이 모여있는 모습은 장관이다.
▲ 펠리칸들 덩치 큰 펠리칸들이 모여있는 모습은 장관이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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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를 거쳐 우린 남부의 진카에 도착했다. 진카라는 곳은 우리가 다큐멘터리에서 보았을 법한 무르시 부족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진카는 그들이 사는 곳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아서 장이 열리거나 하면 입술에 커다란 접시를 끼운 그 부족을 만나 인사를 나눌 수도 있는 곳이었다. 그렇게 고대하고 있던 장소에서 일은 터졌다. 진카라는 곳에 가기위해 출발했던 투르미라는 동네에서부터 계속 운전기사는 터무니 없는 주장을 하고 있었다.

고기 잡는 청년들 괜찮은 결과에 함박웃음 지어보이는 청년.
▲ 고기 잡는 청년들 괜찮은 결과에 함박웃음 지어보이는 청년.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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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이 없다니까? 기름이 있어야 가지. 기름 살 돈이 없어."
"우리 일주일치 돈 모두 지불한 것 봤잖아요. 아니, 근데 기름이 왜 없어요? 기름 넣을 돈은 아저씨가 받았을 테고, 그건 우리한테 말 할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요? 골든이랑 얘기하세요."  
"난 받은 돈이 없어. 어쨌거나 일정을 계속 하고 싶으면 기름 넣을 돈을 주든가 아니면 내일 새벽 4시에 아디스로 출발한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고, 너무나 터무니 없는 얘기여서 더더욱 대응하기가 어려웠다. 곧바로 골든에게 전화를 했다. 에티오피아는 우리나라와 달라서 모든 곳에서 핸드폰이 터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하필 그때 골든과 통화가 안 되는 것이었다.

Nechisar national park의 얼룩말 너무나도 완벽한 패턴으로 눈을 사로잡는 얼룩말.
▲ Nechisar national park의 얼룩말 너무나도 완벽한 패턴으로 눈을 사로잡는 얼룩말.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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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사와는 언어적인 문제도 있었고, 상식적이지 않은 사람이었으므로 그를 컨트롤 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이미 지불은 다 한 상태였으므로 다시 돈을 환불 받기 어려운 것은 뻔한 일이었다.

즉시 회의를 했다. 문제는 운전사가 돈을 달라고 하는 것. 돈을 줄 것이냐, 말 것이냐, 준다 한 들, 아디스 아바바를 가면 그 돈을 골든에게 받을 수 있을 것이냐부터 시작해서 나중에 경찰서에 갈 것이냐, 말것이냐까지 상황이 점점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Nechisar national park national park라는 말은 붙어있지만, 인공적인 공간이라기보다는 이렇게 자연그대로 느낄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 Nechisar national park national park라는 말은 붙어있지만, 인공적인 공간이라기보다는 이렇게 자연그대로 느낄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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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떠나면 정말 너무 억울할 것만 같았다. 그때 골든에게 전화가 왔다.

"어쩌지. 이젠 나조차도 컨트롤이 안되는데… 아니, 도대체 선불금 받은 것은 어쩌고 돈이 없다는 거야. 미안한데 돈을 좀 주면 안 될까? 그 돈은 내가 아디스에 오면 줄게."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하냐고 소리치는 것은 도움이 되질 않는 상황이었다. 어차피 얼굴보고 얘기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고스란히 사건에 직면하고 있는 것은 우리였으니….

좋은 신붓감의 조건. 뭇매를 맞아도 참을 수 있는 인내력이 있는 여자.
▲ 좋은 신붓감의 조건. 뭇매를 맞아도 참을 수 있는 인내력이 있는 여자.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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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기사와 이야기를 시작했고, 결국 말이 안 통해 언성을 높이다 끝났지만, 일행 모두 "여기서 끝나더라도 돈은 줄 수 없다"는 결론에 동의했다. 이제는 크리스틴과 나뿐만 아니라 한국인 커플까지도 완전히 등을 돌린 것이다. 그러나, 정말 새벽 4시에 출발해서 우리를 여기다 두고 차만 가져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선 것은 사실이었다.

다음날, 동이 트려면 아직 먼 시간에 우리 넷은 차 앞에 모였다. 운전기사가 "너희 버리고 가겠다"고 호언장담 한 그 시각이 지날새라 부시시한 얼굴로 모였으나 운전기사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3시간이 지나서야 차 앞에 쭈그리고 앉아 간신히 속을 달래며 진정시키고 있는 우리 앞에 그가 나타났다.

액세서리 어느 곳이건, 액세서리로 본인을 치장하고자 하는 욕구는 비슷하다.
▲ 액세서리 어느 곳이건, 액세서리로 본인을 치장하고자 하는 욕구는 비슷하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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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일정은 12일, 그 이후 일주일로 조정. 아디스 아바바를 향해 어쩔 수 없이 차에 실려가는 그 즈음, 따져보니 우리의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한 것은 고작 3일이었다. 운전기사의 억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더 이상 머리 안 아프게 말을 섞지 않는 것이었다.

아디스 아바바는 하루 만에 갈 수 없는 곳이었으므로 '아르바민치'라는 중간 기착지까지 가야했다. 그곳으로 가는 차 안에선 다들 한 마디도 없었다. 하루하루가 운전기사와의 말다툼과 두통의 연속이었고, 모두들 말 하기도 지쳐있는 상황이었다. 다들 가끔 물만 마실 뿐, 아르바민치까지 가는 차 안은 조용했다.

진카부터 아르바민치까지 반나절만에 도착했다. 원래 묵었던 숙소에 도착해 모두 짐을 내리고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짐을 풀다가 그제야 나는 차 안에 두고 내린 MP3 가 생각났다. 차 안 조수석에 있을 것이 분명하여, 차로 향했다.

함머 부족 건강미 있는 함머 부족.
▲ 함머 부족 건강미 있는 함머 부족.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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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된 거지? 차 어딨어? 다른데 주차 한 건가?"

내 물음에 크리스틴이 대답했다.

"아까 우리 모두 짐 내린 다음에, 세차 한다고 가던데?"
"아, 그래?"

그때, 저쪽에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진 한국인 커플 중, 남자동생이 나타났다.

"누나, 그 자식 갔어요. 아… 진짜."
"무슨 말이야? 가다니, 어딜? 세차 하러?"
"그 자식, 세차 하러 간 거 아니에요. 우리 여기다 두고, 가버린 거예요!"
"무슨 얘기야 그게?"
"아까 마지막으로 제 짐 내리고 나서 차 몰고 나가길래 어디 가냐고 하니까, 가면서 창문 열고 하는 얘기가, 우리더러 알아서 아디스 가라고…."

그랬다. 그는 우리를 거기다 내려놓고 가버린 것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여행기는 지난 2009년 8월부터 2010년 1월까지 6개월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 외래어나 현지어의 경우, 소리나는 발음으로 기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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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담은 사진에세이 [same same but Different]의 저자 박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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