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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주말 나들이 인파로 꽉 막힌 고속도로를 3시간을 지나 탈출하여 두 주만에 다시 찾은 여주. 노랗게 익어가는 여주는 역시 가을에 어울리는 곳이다.

 

여주 남한강의 4대강 전 공사구간 수질모니터링을 일정상 급하게 진행해야 해서, 서둘러 움직였지만 공사현장 곳곳의 참상을 기록 하는 일은 더뎌졌다. 가는 곳마다 4대강 공사의 참상들이 나의 눈을 오래 도록 붙잡았기에...

 

남한강대교 아래의 강좌안의 습지는 아직 규모있게 공사는 들어가지 않은 상태이나 습지를 드나드는 제방길 입구를 공사차량 통제수가 지키고 있는 것을 보니 계속 진행 중이었다. 다리위에서 한눈에 보이는 가을의 남한강대교 습지는 아직 가을이 주는 생명의 여유을 가지고 있었지만 많이 우울해 보였다. 지난 여름 수질 모니터링을 하는 도중 내게 휴식처가 되어준 곳이다. 제방길을 들락거리는 굴착기 아래의 남한강대교 습지는 내게 빨리 구해달라고 소리치고 있는 듯했다.

 

며칠 전 공사중 멸종위기종 단양쑥부쟁이 파괴가 자행됐던 흥원창에 올랐다. 녹지였던 제방사면은 공사로 온통 헤집어져 있었고 보호펜스 안의 단양쑥부쟁이 군락지는 매운 위태해 보였다. 이 곳의 단양쑥부쟁이 서식지는 환경영향평가서상에 보고가 되어있지 않은 곳으로 4대강사업의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공사 시행자인 원주지방국토청이 단양쑥부쟁이 이식계획까지 제출한 곳이나 계획서 상에는 이식 후에 공사가 진행되기로 되어있었으나 이식지도 조성되지 않은 채 공사는 진행되었고 단양쑥부쟁이는 훼손 될 대로 된 상태이. 계획서상에는 선조치 후공사였으나 실제로는 선공사 후조치가 되어버린 것이다.

 

맞은편 삼합리습지쪽 준설공사가 크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곳에서도 지난 4월 보호펜스 밖에 단양쑥부쟁이가 다수 분포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되었던 곳이다. 비슷한 문제가 인접지역에서 또 다시 발생하는 것을 보면 공사관계자나 이곳 환경당국은 법의 준수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긴 공사관계자와 정부가 관련법을 제대로 준수하고 진행한다면 4대강 사업은 내년까지 도저히 완공될 수 없는 그런 사업이다.

 

구남한강교 위를 올르니 강 중간을 넘어 흙탕물을 내보내며 뻗어오는 가물막이가 보였다. 본격적으로 바위늪구비 맞은편의 강 좌안의 준설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중간에 길게 남아서 가물막이로 쓰인 바위늪구비 습지 가장자리 부분만이 한 때는 그 부분이 땅이었음을 알 게 해주었다.

 

강천보 현장은 상반기와 매우 달라져 있었다. 강천보와 맞은편 강우안의 암반쪽을 임시가교로 연결했으며 이호대교 밑에 가물막이를 둘러치고 한창 준설공사 중이었다. 가물막이 안의 물은 거의 빠진 상태로 어제, 10월 22일까지만해도 물을 빼면서 파닥거린 물고기들이 있었다고 한다. 차를 타고 공사현장 바로 위인 이호대교를 지나가는 동안에도 비린내가 풍겨 올 정도였다.

 

가물막이 안 거대한 웅덩이 한가운데 강본류로 물이 빠지기 전 물고기를 걸러내기위해 공사관계자가 쳐놓은 작은 그물이 걸려있었다. 그물망 구멍보다 큰 물고기들은 걸릴 수도 있겠으나 그 보다 작은 물고기들은 양수 펌프기 안에서 죽어 갔을 모를 일이다. 오탁방지막을 뚫고 흘러가는 흙탕물은 이호대교 아래를 갈색으로 물들이고 있었고 탁도는 기준치가 넘은 64 NTU가 나왔다. 남한강의 물고기들 서식처가 파괴되고 물이 오염되고 있다.

 

 

강우안쪽에 꽤 규모있게 준설공사가 진행되는 여주대교와 세종대교 사이의 모래밭을 지난 후 강 좌안쪽 길로 갔다. 백서리섬쪽에서는 섬과 강좌안 사이에 물을 차단하고 대대적으로 준설중이었다. 여태껏 남한강 공사에서의 가물막이 규모로는 제일 큰 규모였던 것 같다. 백색리섬에 달라 붙은 굴착기와 덤프트럭들은 흡사 땅 바닥에 떨어져 있는 사탕 한 알에 달려드는 수십 마리의 개미떼 같이 섬과 강바닥을 핧고 있었다.

 

그렇게 지난 겨울에 시작했던 4대강 남한강 구간의 공사는 봄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겨울로 가기 직전의 막바지 가을의 바람에 익어갔었던 예년의 여강(여주 남한강)은 온데간데없고 4대강 죽이기 공사로 인한 흙탕물로 노랗게 물들어 가는, 우리들의 탐욕과 무관심에 멍들어 가는 여강만이 있었다. 가을을 잃어버린 여강이었다.

덧붙이는 글 | 김종겸 시민기자는 생태지평 연구소 연구원입니다.


태그:#4대강사업, #대운하, #여주 남한강, #이명박, #단양쑥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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