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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단풍이 지천으로 물드는 계절이 다가온다. 선선한 기온으로 인하여 여행하기 좋아하는 이들의 발걸음은 여기저기 흔적을 남긴다. 그 발걸음은 지난 10월 16~17일간 전라도의 여러 시군으로 향했다. 토우체험과 떡차 체험, 녹차떡 체험, 화분 체험을 할 수 있는 전라도의 한옥마을로 떠난 발걸음. 행복투어를 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한옥마을=행복마을'이다. 살고 싶은 시골로 만들기 위해 한옥으로 짓고 붙여진 그 이름. 행복마을이다. 그 중에서도 체험프로그램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곳. 담양 무월달빛 행복마을, 구례 오미 은하수행복마을, 함평 상모(상모) 행복마을 등이다. 광주에서 가까워서 도로에서 소요되는 시간보다 체험하는 시간이 더 많은 곳이다.

이틀간 한옥마을로의 여행은 전남에 대해 더욱 친근감을 갖게 했다. 일정이 빠듯해서 영암의 구림마을은 들르지 못했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 나오는 한옥의 촬영지다. 윤희와 선준과의 러브스토리와 한옥과의 만남을 느껴보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행히 한옥건축박람회가 10월 26일부터 구림마을에서 개최된다. 스토리가 있는 행복마을로 발걸음을 옮겨 이 가을을 느껴보길 바란다.

[무월 달빛마을] 떡차 만들기 체험과 토우 체험 

점심이 한참 지난 시간에 무월달빛문학관에 도착했다. 대숲맑은 담양의 대나무도 죽숙무침이 되어 반찬으로 나왔다.
▲ 무월달빛문학관 점심이 한참 지난 시간에 무월달빛문학관에 도착했다. 대숲맑은 담양의 대나무도 죽숙무침이 되어 반찬으로 나왔다.
ⓒ 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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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이 한참 지난 시간에 무월달빛문학관에 도착했다. 마을 어르신들이 잘하시는 음식들을 한 가지씩 만들어 내놓으셨다는 뷔페. 대숲 맑은 담양의 대나무도 죽순무침이 되어 반찬으로 나왔다.

식후 식혜 한 잔. 단 것을 넣지 않았지만, 식혜의 향은 진했다. 주방에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시는 어머님들이 계셨다. 출근 도장을 매일 찍다시피하며 음식도 만들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신다고 하셨다.

무월정 앞에는 무월리의 이장이며 도예가인 송일근씨의 마을 자랑이 한창이다.

"행정구역상 무월리입니다. 서쪽 산이 꾀꼬리봉으로 불리고 토끼의 형상을 한 등성이 있습니다. 달이 차오르면 등성이 달을 만지는 듯합니다. 그래서 어루만질 무, 달 월. '달을 어루는 마을'이라 하여 무월리입니다."

무월정 안 그늘에는 접시와 사람 얼굴 형상을 한 토우가 굳어가면서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
▲ 무월정 무월정 안 그늘에는 접시와 사람 얼굴 형상을 한 토우가 굳어가면서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
ⓒ 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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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월정 안 그늘에는 접시와 사람 얼굴의 형상을 한 토우가 굳어가면서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 정자 옆에는 목탁소리가 들렸다고 전해지는 목탁바위가 있고, 그 옆에는 남자와 여자를 상징하는 돌탑이 있다. 정자 앞에는 나무 몸통을 타고 올라간 호수가 2m 정도 높이에 걸려 있다. 올 여름에도 어김없이 호수에서 나오는 시원한 물줄기가 아이들의 옷을 흠뻑 적셨다고 한다.

녹차잎과 연차를 섞은 냉차. 연꽃 향이 진하다. 진한 향에 반하여 서너잔을 마시고서야 부족함이 없었다.
▲ 연차 녹차잎과 연차를 섞은 냉차. 연꽃 향이 진하다. 진한 향에 반하여 서너잔을 마시고서야 부족함이 없었다.
ⓒ 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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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를 지나 마을 안쪽으로 더 들어갔다. '떡차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김승일 명차'가 나온다. 녹차잎과 연차를 섞은 냉차. 연꽃 향이 진하다. 진한 향에 반하여 서너 잔을 마시고서야 부족함이 없었다. 요즘 같은 환절기에 감기가 걸렸을 때 뜨겁게 마시면 많이 좋아진다는 '떡차'. 떡틀에 눌러 만들어내서 가지런히 놓으니 오븐에 구워낸 초코쿠키 같은 모양새다.

'송일근 토우전' 도예가 이장님의 토우 스케치가 눈길을 끈다.
▲ 이장님 스케치 '송일근 토우전' 도예가 이장님의 토우 스케치가 눈길을 끈다.
ⓒ 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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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이장님의 토우 스케치가 눈길을 끈다. '실험적일 수도 있고 실험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철학을 가진 이장님. 작업실에는 이장님의 작품이 넘쳐나고 있었다.

탁자 위에는 토우 체험을 위한 찰흙 덩어리가 놓여 있다. 초등학교 시절 빚었던 찰흙의 느낌보다는 좀 찰지다. 접시를 만들려다 뚜껑이 달린 간장종지를 만들어 보았다. 사과, 바나나, 딸기, 포도를 만들어 탁자 위에 놓으니 수확의 계절. 가을의 향기가 묻어나온다.

[구례 오미마을] 운조루 10대손 셋째 며느리가 소개하는 곡전재

"저는 경상도 며느리인데요. 우리 어머니께서 도저히 전라도에는 인물이 없다. 경남지사에게 공문을 띠웠데요. 제가 1만5000 대 1을 뚫고, 얘 셋을 낳는 조건에 왔습니다."
▲ 운조루 셋째 며느리 "저는 경상도 며느리인데요. 우리 어머니께서 도저히 전라도에는 인물이 없다. 경남지사에게 공문을 띠웠데요. 제가 1만5000 대 1을 뚫고, 얘 셋을 낳는 조건에 왔습니다."
ⓒ 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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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의 대표적인 명가인 구례 오미마을의 운조루에 도착했다. 대문에는 운조루를 지으신 분이 산을 넘어갈 때 채찍으로 잡았다는 호랑이 뼈가 양쪽에 걸려 있다. 그 분의 10대손인 셋째 며느리의 경상도 어투가 구수하다.

"예전에는 남자분들이 주로 생활하던 사랑채 끝에 있는 곳이 운조루입니다. '구름 속에 나는 새가 사는 집'이라 하여 운조루라 부릅니다. 우리마을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작은 동네라 '오미리(5mm)'입니다. '오미'는 들, 지리산의 산세, 섬진강의 물, 들에서 나는 소출, 운조루 10대손인 셋째 며느리가 아름답다. 그렇게 해서 오미리입니다. 저는 경상도 며느리인데요. 우리 어머니께서 도저히 전라도에는 인물이 없다. 경남지사에게 공문을 띄웠데요. 제가 1만5000 대 1을 뚫고, 애 셋을 낳는 조건에 왔습니다(웃음)."

운조루가 오래된 고택의 이미지라면, 곡전재는 고택과 현대식건물의 혼합한 듯한 느낌이다.
▲ 곡전재 운조루가 오래된 고택의 이미지라면, 곡전재는 고택과 현대식건물의 혼합한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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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한 경상도 어투를 뒤로하고 어둠이 내려앉은 마을길을 지나 3분 정도 내려가니 곡전재다. 운조루가 오래된 고택의 이미지라면, 곡전재는 고택과 현대식건물의 혼합 느낌이다.

작은 연못 옆에 감나무의 감이 두어 개 남아 있다. 그 옆에서 숯불에 익어가는 삼겹살과 '사철가' 판소리에 흠뻑 취해 밤은 깊어갔다.

시골이라 그런지 밤공기가 차갑다. 온기를 느끼고자 숯불 근처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잔불에 밤, 소시지, 쥐포, 오징어를 구웠다. 푸짐한 안주에 막걸리, 맥주, 산수유주, 복분자주를 마셨다. 복분자를 한 모금 마시고 탁자 위에 올려놨는데, 컵이 없다. 바닥으로 컵이 나뒹굴며 바지와 신발에 붉은 자국을 남겼다. 빈 잔을 그냥 놔둘 순 없었던지 누군가 다시 막걸리로 채워놓는다. 선선한 밤 공기에 취한 줄 몰랐더니만, 손은 이미 취해 있던 모양이다.

[함평 상모마을] 녹차떡 만들기

귀영재 마당 풍경. 사간언 벼슬을 지내다 부모의 3년 상을 치르기 위해 돌아왔다는 곳의 마당 풍경이다.(왼쪽), 마당 한쪽에는 아직 피지않은 국화꽃 봉오리 위에 풀무치가 새끼를 등에 업고 얌전히 앉아있다.
 귀영재 마당 풍경. 사간언 벼슬을 지내다 부모의 3년 상을 치르기 위해 돌아왔다는 곳의 마당 풍경이다.(왼쪽), 마당 한쪽에는 아직 피지않은 국화꽃 봉오리 위에 풀무치가 새끼를 등에 업고 얌전히 앉아있다.
ⓒ 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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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나 가뭄을 아직까지 탄 적이 없다는 함평 상모마을. 주민의 80% 이상이 파평 윤씨가 살고 있다고 한다. 아재와 아짐으로 거의 친적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고향이 너무 좋아 시집간 외인이지만, 상모에 살고 있다는 해설사의 이야기. 그 이야기를 책으로 발간해도 좋을 정도로 꺼리가 많았다.

처음 들른 곳이 귀영재다. 사간언 벼슬을 지내다 부모의 3년 상을 치르기 위해 돌아왔다는 곳이다.

보통 한옥은 소나무로 짓는데, 느티나무 교목나무를 100% 사용한 곳이다. 또한, 단청이나 리스를 칠하지 않았다. 화단에 있는 은행나무는 암수 쌍으로 열매가 하도 많이 열려서 해마다 가지가 찢어진다고 한다.

상모마을에는 주인에게 충성을 다한 노비 이야기, 정자 밑으로 물이 흘러 자연냉방시스템을 갖췄다는 정자 등 이야기가 끝이 없다.

돌담길을 걷다 보니 옷가지와 인형이 빨래줄에 걸려 있다. 인형을 보며 젊은 사람이 들어와 살 정도로 살고 싶은 마을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민박업을 하기도 하는 해설사 집에 들어서자 강아지가 주인 옆에서 떠날 줄 모른다. 마당 한쪽에는 아직 피지 않은 국화꽃 봉오리 위에 풀무치가 새끼를 등에 업고 얌전히 앉아있다.

상모에는 녹차케이크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4월에는 녹차를 채취해서, 녹차잎으로 케이크를 장식한다.

4월에는 녹차를 채취해서, 녹차잎으로 케이크를 장식한다. 녹차가루는 5월 중순에 중작을 해서 만들고, 요즘은 장식할 때 돈부를 사용한다(위). 상모마을에서 멀지않은  오두마을에 들러 국화꽃 화분을 만들기(아래).
 4월에는 녹차를 채취해서, 녹차잎으로 케이크를 장식한다. 녹차가루는 5월 중순에 중작을 해서 만들고, 요즘은 장식할 때 돈부를 사용한다(위). 상모마을에서 멀지않은 오두마을에 들러 국화꽃 화분을 만들기(아래).
ⓒ 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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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가루는 5월 중순에 중작을 해서 만들고, 요즘은 장식할 때 돈부를 사용한다.

"솥과 시루를 연결해서 붙여놓은 이게 쌀가루인데요. 예전에는 뜯어먹었는데, 밀가루보다 더 쌉니다. 이게 농촌의 현실입니다. 엄마들이 배워가셔서 의외로 떡 만드는 게 간단해서 집에서 해보는 계기가 되더라구요.

우리가 엄마가 돼서는 아이들에게 떡을 쪄주지 못했잖아요. 우리가 쪄주면 의미가 있죠. 아이들 손의 감각을 느끼게 해주고, 반죽해서 시루에 올리면 떡이 쪄지는 원리를 알 수 있어요." 

떡 케이크를 구경만 하고 먹을 수 없음에 아쉬워하자, 체험가족 중 한 명이 한 조각을 먹어보라고 권한다. 달지도 않고 녹차의 향이 은은하게 퍼지며 담백한 맛이 났다.

상모마을에서 멀지않은 오두마을에 들러 국화꽃 화분을 만들어 집으로 향했다. 거실 한쪽을 장식하고 있는 행복이 담겨있는 국화. 가을도 한꺼번에 담아온 듯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태그:#행복마을, #한옥마을, #구림마을, #한옥건축박람회, #국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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