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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 잡학사전>겉그림
 <우리말 잡학사전>겉그림
ⓒ 푸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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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감자탕을 처음 먹게 되었는지 확실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한동안 감자탕의 이름을 참 의아해 했던 것 같다. 아무리 봐도 살코기 솔솔 빼먹는 돼지 등뼈가 주인공인데, 감자는 그저 함께 먹기 좋고 풍성하게 먹을 수 있도록 넣는 곁들이 재료에 불과한 것 같은데, 왜 주인공을 살려 돼지뼈탕이라 하지 않고 감자탕이라고 하게 된 걸까?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계절 내내 감자를 쉽게 살 수 있지만, 내가 처음 감자탕을 만날 무렵인 1980년대만 해도 감자가 나지 않는 계절에는 감자가 제법 비쌌다. 때문에 감자가 비싸 돼지 뼈보다 귀해 보여도, 감자탕에 2~3개 남짓 귀하게 들어 있는 감자를 눈치껏 노려 가급 많이 먹고 싶어 할 만큼 감자를 좋아하면서도, 어떻게 감자탕이라 부르게 된 건지 어원이 궁금했었다.

지금이야 모르는 것이 있으면 인터넷 검색을 해보거나, 지식검색 혹은 블로그 같은 공간들을 통해 물어볼 수도 있지만, 그때는 인터넷도 없었으니 책이나 해박한 사람 덕분에 우연히 궁금함이 해결되기 전까지 꾹꾹 눌러 참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감자탕뿐이랴. 우리는 언제부터 엄마·아빠라 불렀으며 왜 하필 엄마·아빠라는 걸까? 신랑·각시·형·언니란 말은 언제부터 썼지? 서방·마누라, 개평, 사랑니, 샛바람, 소매치기, 골목대장, 넋두리, 잡동사니, 천둥벌거숭이, 북새통, 복덕방…. 이처럼 눈에 보이는 것들, 흔히 부르는 호칭 등 별별 것들이 궁금하기도 했으나 결국은 속 시원히 해결하지 못하고 그냥 누구나 당연히 그렇게 쓰니 나도 그렇게 말하면서, 글로 쓰면서 살아온 것 같다. 최근 몇 년 전 우리말 관련 다양한 책들이 봇물 터지듯 출간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우리말 잡학사전>(김상규, 푸른길 펴냄)은 우리들이 일상에서 쉽게 쓰는, 태어났을 때부터 이미 다른 사람들이 쓰고 있으니 나도 그렇게 당연하게 별 의심 없이 써왔던 흔한 말들의 어원과 그 말에 얽힌 소소한 것들을 다양하게 들려줌으로써 우리말에 대한 이해와 올바른 쓰임새를 돕는 책이다.

책속에서 만나는 감자탕의 어원은?

감자탕은 삼국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돼지를 많이 사육한 전라도 지역에서 유래되었고, 단백질, 칼슘, 비타민B1 등이 풍부한 영양식이라죠. 남성들에겐 스테미너 음식, 여성들에겐 저칼로리 다이어트 음식으로, 노인들에겐 원기회복 음식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을 볼 때, 우리 조상들의 지혜에 그저 탄복할 따름입니다.

원래 전라도 지역부터 시작되었다는 감자탕의 '감자'는 밭에서 나는 감자가 아니라네요. 돼지의 척추뼈를 이르는 다른 말인 '감자뼈'를 넣어 만든 탕이 감자탕이라는 것이랍니다. '감자, '돼지 척추뼈'라는 이야기네요. 감자탕에 들어가는 돼지뼈 사이의 노란 기름이 도는 고기들이 있죠. 쫄깃한 그 고기가 바로 감자라는 부위라는데요. 감자탕을 시켰는데 감자가 몇 개 없다고 투덜거리지 마시고, 뼈 사이 감자를, 그 쫄깃한 감자 고기를 많이 드세요.

감자탕의 감자가 돼지뼈속의 감자뼈라는 것이라는 것도, 근대 혹은 현대에나 해먹기 시작했을 것 같은 감자탕을 삼국시대부터 먹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솔깃하게 들린다.

여러 사람에게 읽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늘 말의 부족함을 느끼곤 한(했)다. 그리하여 우리말에 관한 책 몇 권을 사서 틈나는 대로 읽기도 하고, 누군가의 글을 읽으며 내가 모르고 있는 말을 만나게 되면 '나도 써먹어 봐야지' 라며, 그냥 스치거나 잊고 싶지 않아 메모해두건만 결국 예사로 잊고 말기 일쑤다.

우리말 '그림내, 볕뉘, 알짬, 살사리꽃' 친근하고 정겹네

<우리말 잡학사전>은 우리말에 스며있는 다양한 알 꺼리들을 알려주는 책이다. 우리들이 일상에서 알고 모르고 흔히 쓰는 감자탕, 개평, 바보, 엄마 등과 같은 단어들이나 '죽을 맛이다' '경을 치다'와 같은 표현들, 속담 등이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살려 쓰면 좋을 우리말도 어느 정도는 소개하고 있다.

-가위손: 그릇이나 냄비 따위에서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가장자리.
-그림내: 내가 그리워하는 사람. 정인(情人).사랑하는 사람.
-너나들이: 서로 너니 나니 하고 부르며 터놓고 지내는 사이. 편한 친구 사이.
-볕뉘: 햇볕을 은덕으로 여기며 고맙게 이르는 말.
-모꼬지: 놀이나 잔치로 여러 사람이 모임. 다른 형태의 말은 '목거지'
-귀잠: 아주 깊이 든 잠.
-살사리꽃: 코스모스를 일컫는 우리말.
-알짬: 여럿 가운데 가장 요긴한 말.
-애움길: 빙 둘러서 가는 길이나 우회로.
-온새미: 가르거나 쪼개지 않고, 전체의 생긴 그대로. 온통, 온전한 전체.

개인적으로 '그림내'와 '알짬' '볕뉘'에 정이 조금 더 간다. 잊지 말고 꼭 살려 쓰고 싶다. 여러 사람에게 읽힐 글을 쓰는 사람들이 글을 쓸 때마다 이처럼 살려 쓰면 좋을 우리말을 의도적으로 써준다면 그만큼 많이 알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코스모스는 원래 6월부터 10월까지 피는 꽃이라는데,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점점 갈수록 피는 시기가 빨라지는 것 같다. 조금만 눈여겨보면 4월부터 코스모스가 피어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여하간 코스모스는 가을에 만나는 것이 훨씬 정취 있는 것 같다. 코스모스보다 우리 고유어 살사리꽃이란 이름이 훨씬 더 살가운 것 같다. 살려쓰면 좋을 것 같다.

'도토리 키 재기'는 일본 속담?, '손 없는 날'의 진짜 손은 귀신?

어버이는 '업(父)'과 '엇(母)'의 합성어로 보기도 하고, '가시버시'에서 볼 수 있는 남자의 의미를 지니는 '버시'와 어머니의 '어'가 합쳐져서 만들어 졌다고 보기도 합니다. 그런 반면에 엄마, 아빠라는 어휘는 아기가 젖을 빨 때 숨을 쉬게 되면 자연스럽게 발음되는 단어라고 보기도 합니다. 젖을 빠는 행위를 흉내내보면 젖을 먹는 아기 입장에서 볼 때 젖을 주는 사람을 부르는 소리가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된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보는 이유는 이와 비슷한 다른 나라 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영어로는 '마미·파파', 중국어로는 '마마·빠바', 스페인어로 '마드레·빠드레', 러시아어로 '마마·빠빠', 프랑스어로는 '마멍·빠빠'…등 매우 닮았거든요. 심지어 닮은 정도가 아니라 우리말과 똑같이 발음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파키스탄 어인 우르드 어로 엄마·아빠를 아주 정확하게 엄마·아빠라고 부릅니다.-책속에서

태어나 제일 처음 내가 한 말이었을 엄마·아빠란 말도 어린 시절부터 참 궁금했었다. 다른 책에서도 몇 번 읽은 것 같은데 왜 기억나지 않을까? 여하간 이 책은 우리말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고 있어서 제법 많은 우리말에 얽힌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말이 파키스탄에 영향을 준건지, 파키스탄 말이 우리말에 영향을 준건지, 젖 빠는 행동에서 유래된 건지 확실히 밝힐 수는 없다고 한다. 어쨌든, 전혀 이웃하지 않는지라 문화나 풍습 등의 영향을 거의 주고받을 수 없는 두 나라가 같은 대상을 지칭하는 말이 똑같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또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까?

▲'형'이란 호칭은 고구려 벼슬 이름이었다? ▲'바보'는 밥만 먹고 하릴없는 사람? ▲'소매치기'의 유래는? ▲'건달'은 원래는 예술가? ▲'오지랖이 넓다'의 오지랖은 무엇? ▲복덕방'은 원래 일종의 뒤풀이장소였다? ▲'양치질'은 버드나무가지로 이를 청소하는 일? ▲'도토리 키 재기'는 일본 속담? ▲'한참'은 얼마나 지난 시간을 말할까? ▲'거덜 나다' '거들먹거리다'의 거덜은 사복시에서 말을 관리하는 사람 ▲'거시기·무시기·무시깽·뭐'는 어떻게 같고 다른가 ▲언제부터 된장·간장·고추장을 먹었을까?▲'옥바라지' '해산바라지'의 '바라지'와 '이바지'는 불교에서? ▲'꿩 대신 닭' '내 코가 석자' '호떡집에 불났다' 등에 얽힌 사연은? ▲'손 없는 날'의 진짜 '손'은 귀신?

덧붙이는 글 | 우리말 잡학사전|김상규(지은이)|푸른길|2010-10-09|값: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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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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