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쓰던 휴대전화를 던져 버리고 스마트폰으로 옮겨 탄 것이 지난 3월. 사실 핸드폰을 바꿀 일이 생기면 매번 공짜폰을 찾아 이미 유행이 지난 구형 단말기만 들고 다녔던 나로서는 사고 한 번 제대로 쳤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더 이상 시대에 뒤떨어질 수 없다는 묘한 강박관념이 나를 스마트폰의 세계로 이끌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큰 마음을 먹고 갈아치운 나의 스마트폰이 다시금 나를 뒤떨어진 세상으로 이끌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의 '아이폰'과 구글의 안드로이드OS를 기반으로 하는 '안드로이드폰'이 양대 산맥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스마트폰을 구입했던 3월만 해도 MS윈도 모바일을 기반으로 삼성전자가 만든 '옴니아' 시리즈와 아이폰이 한국 시장을 둘로 나누고 있었다.

물론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그때는 이미 MS윈도 모바일이 시장에서 한참 밀리고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내가 스마트폰으로 옮길 것을 결심하고 매장을 찾았을 때 피부로 직접 느꼈던 시장 상황이다. 당시에도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하는 갤럭시A가 있었음에도 갤럭시A는 매장 직원이나 나에게는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세계적으로 이미 MS윈도 모바일이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었음에도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옴니아2의 재고털이에 급급했던 삼성의 상술에 길들여진 매장 직원들이 연출해 낸 시장상황이 아니었나 싶다. 올해 3월 삼성전자는 옴니아2의 국내 판매량이 60만대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내가 옴니아2를 뽑고 불과 몇 달이 안 돼서 삼성전자는 갤럭시S를 출시했다.

그런데, 나를 이렇게 참지 못하게 하는 것은 내가 재고털이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사실 때문은 아니다. 이미 철 지난 구형 단말기에 길들여진 나인지라 제품 본연의 기능을 잘 활용만 할 수 있으면 그럭저럭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증강현실이니 뭐니 하는 스마트폰만이 누릴 수 있는 편의기능의 50%도 옴니아로는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앱스토어를 예로 들어보자.

SKT가 운영하는 티스토어 내의 삼성 앱스토어
▲ 삼성Apps SKT가 운영하는 티스토어 내의 삼성 앱스토어
ⓒ www.tworld.co.kr

관련사진보기


이렇게 로그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삼성앱스토어(Apps)라는 곳을 들어가 보면 등록된 애플리케이션의 수가 752개에 달한다. 반면, 나의 스마트폰 정보가 저장되어 있는 상태로 로그인을 해 보면, 293개의 애플리케이션만 등록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SKT가 운영하는 티스토어 내의 삼성 앱스토어
▲ 삼성Apps SKT가 운영하는 티스토어 내의 삼성 앱스토어
ⓒ www.tworld.co.kr

관련사진보기


이는 삼성앺스에 등록된 752개의 애플리케이션 가운데 안드로이드폰에서 사용이 가능한 것이 459, 윈도 모바일폰에서 사용 가능 한 것이 293개라는 얘기다. 또한 애플리케이션이 등록된 날짜를 보게 되면 최근에 등록된 것 대부분이 안드로이드폰용 애플리케이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마이크로소프트가 공식적으로 개설한 앱스토어 마켓 플레이스(Market Place)는 한국 사용자는 사용할 수 없다. 옴니아를 통해 마켓 플레이스에 접속하면 세계 다른 나라 사용자가 접속하는 것과는 다르게 한국 사용자만을 위해 별도로 구축되어 있는 곳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등록된 애플리케이션의 수는 고작 10개뿐이다. 외국에서 접속했을 경우 수십만 개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사실, 시장이론에 따라 앱개발자들이 사용자가 적은 MS윈도 모바일용으로는 더 이상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이럴 것을 뻔히 알면서도 쉬쉬하며 재고털이에 급급했던 삼성에는 일말의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공식 앱스토어를 한국 사용자는 이용할 수 없다는 현실에 대해서 삼성은 마이크로소프트측과 풀어야 할 책임이 분명히 있다.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모바일7을 출시하였고, 삼성전자는 누구보다 앞서 윈도 모바일7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폰을 시장에 내놓았다. 이는 더 이상 하위 버전의 OS를 기반으로 하는 옴니아에 대한 지원은 없다고 보아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스마트폰은 스마트폰이되 일반 핸드폰보다도 못한 애물단지로 전락한 옴니아2. 삼성전자에게 묻고 싶다. 정녕 옴니아2를 무책임하게 왕따를 시켜도 되는 것인지? 그리고 강력히 요구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일말의 책임을 느낀다면, 옴니아에서도 안드로인드OS를 기반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롬파일을 개발해 달라는 것이다.


태그:#스마트폰, #윈도우모바일, #삼성전자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