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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까토(이스트 아프리카 최대의 시장)를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 아디스 아바바 시내. 마르까토(이스트 아프리카 최대의 시장)를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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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한 나라의 수도(capital city)라 하면, 그 나라를 대변하는 발전상을 볼 수 있는 모던함과 정돈됨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 아바바에 대한 나의 기대는 보는 순간 바로 무너져 내렸다.

아디스 아바바에 도착한 그날이 하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어서 더더욱 도시는 깨끗하지 못해 보였고, 최근 몇 년간 급격하게 늘어난 자동차들로 거리는 혼잡했다. 더구나 아프리카의 공통점 중 하나인, 각 차량들이 내뿜는 매연으로 숨 쉬는 것이 상쾌하지 못했으며, 곳곳엔 오히려 지방에서보다 더 구걸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한 번의 사기를 당한 후 지방을 거쳐 입성한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 아바바는 나에게 있어 최고의 도시로 변모하게 된다.

내가 경험할 나라에 대한 많은 것들을 조사하진 못했지만, 기본적인 참고를 하던 것이 있었다. 바로 유네스코에서 지정된 세계문화유산! 그 나라에 어떤 세계문화유산이 있는지 조사를 하다 보니, 이것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것인지 찾게 되고, 그 나라의 상황이나 위치 등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난 나름대로 에티오피아에 가장 큰 기대를 갖게 되었다.

안에는 칸막이가 쳐져있고, 보온과 안전을 위해 사람과 가축이 안에서 함께 생활한다.
▲ 도르체 지역의 전통가옥 안에는 칸막이가 쳐져있고, 보온과 안전을 위해 사람과 가축이 안에서 함께 생활한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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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의 첫 호텔로 유명한 곳.
▲ 타이투 호텔 에티오피아의 첫 호텔로 유명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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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들로 붐비는 유명한 거리, 피아사에 있는 T호텔의 어두컴컴한 더블베드 방에 자리를 잡은 나는, 나와 비슷한 처지의 여행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크리스틴.

런던 출신의 애연가인 그녀는 고급 레스토랑 매니저가 직업이었으며 말라위와 모잠비크, 마다가스카르 등을 경험하고 에티오피아에 도착한 참이었다. 에티오피아 이후, 뉴질랜드로 떠날 그녀와 나는 곧 친해졌으며 한 방을 나눠쓰기 시작했다.

"오모벨리(Omo Valley)가 가고 싶어! 과연 나, 거기까지 갈 수 있을까?"
"어쨌건, 너나 나나 남부쪽으로 내려가서 진카까진 거쳐야 하는데… 그러지 말고, 사람을 더 모아서 쉐어(share)를 하면 어떨까?"

크리스틴이 의견을 냈다. 한 마디로 개인적으로 내려가긴 신경 쓰이고 불편하니, 운전사 딸린 사륜구동차를 임대하잔 얘기였다. 솔깃했다. 짐을 메고 힘든 길을 가는 것보단 훨씬 간편한 길이었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며칠 동안 호텔 게시판에 동행을 구한다는 모집문도 붙이고, 다른 투숙객에게 물어보기도 하며 진행했다.

어떻게 직물을 만들어 쓰는 지, 보여주고 있다.
▲ 실 잣는 소년 어떻게 직물을 만들어 쓰는 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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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이 좀 더 발전 시켰다. 에티오피아 여행 중 만난 스패니시(Spanish) 친구에게 가이드를 소개를 받았다며 그에게 가격까지 뽑아들고 왔다. 다른 곳보다 싼 가격에 우리의 의견은 확 기울었다.

물론 지금에서야 든 생각이지만 다른 곳보다 싸다면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허슬러(hustler, 사기꾼)가 아닌 가이드가 맞는지 라이센스라도 확인을 했어야 한다(에티오피아의 경우 현지 가이드는 정부로부터 받은 자격증이 있다).

물론, 된통 당하고 난 지금에서야 든 생각이지만….

전통 직물스카프와 각종 악세서리 팝니다.
▲ 팝니다. 전통 직물스카프와 각종 악세서리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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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즈음, 우린 한국인 학생 커플을 만났고 그들도 우리와 함께 뜻을 같이했다. 우여곡절 끝에 네 명이서 함께 떠나기로 합의를 보고, 12일 정도의 일정으로 일정을 짰다. 출발하는 날엔 총 일정 중, 일 주일치의 페이만을 했으므로 크리스틴과 나는 영수증엔 사실, 그닥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인 커플의 생각은 달랐다. 출발하는 차 안에서 영수증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영어가 모국어인 크리스틴과, 한국인 커플보다는 나이도 많고 영어가 그나마 조금 나은 내가, 영수증에 대한 주장을 하게 되었다.

그것이 사건의 심각성을 알게 된 초반의 일이었다.

도시를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이런 풍광은 그냥 예사인 에티오피아.
▲ 도시를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도시를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이런 풍광은 그냥 예사인 에티오피아.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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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불한 만큼 금액의 영수증은 받아야 할 것 같은데요?"
"뭐? 무슨 영수증을 말하는 거지? 아프리카엔 그런 것 없어."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 않는 그였지만 우리 말을 알아듣고 대답했다.

운전하는 그의 옆에 앉은 내가 영수증에 대한 언급을 몇 차례 했다. 보통 금액을 지불하고 나서는 얼마 지불했다고 그냥 써주면 된다고, 아프리카엔 영수증이 많이 안 쓰일지도 모르겠다는 나의 짐작이 바탕이 된 거라, 전혀 나의 목소리 톤이 높아진 것도 아니었다.

며칠 간 함께 했던 운전기사.
▲ 운전기사 며칠 간 함께 했던 운전기사.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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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운전하던 그가 앞에 있던 책을 나에게 집어던지며 소리쳤다.

"Why, are you talking about receipt again and again?!"
(너, 왜 영수증에 대해서 자꾸만 이야기 하는 건데?!)

정말 깜짝 놀랐다.

보통 웬만한 일로는 '쫄지 않는' 나인데 나에게 직접 책을 집어 던지니 깜짝 놀람과 동시에 전혀 예상 못한 그 무례함에 너무나 화가 났다.

'게다가 우린, 오늘 만난 사이가 아닌가?'

덧붙이는 글 | 이 여행기는 지난 2009년 8월부터 2010년 1월까지 6개월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 외래어나 현지어의 경우, 소리나는 발음으로 기재하였습니다.



태그:#에티오피아, #아디스 아바바, #투어, #아프리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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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담은 사진에세이 [same same but Different]의 저자 박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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