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는 6·2 지방선거 이후 새로운 정치에 대한 뜨거운 논의를 꾸준히 보도했다. 한국정치에 어떤 가치와 정책을 담을 것인가 여러 갈래 고민도 담았다. 한국정치의 대변신을 위한 토론과 논쟁의 제2부 '의제와 담론' 편을 시작한다. 이념적 스팩트럼을 통해 정당간 통합의 가능성을 타진해본다. 두번째 '생태민주주의, 녹색사회주의' 편이다. [편집자말]
서영표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
 서영표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자원의 고갈과 에너지 위기, 기후변화는 이미 현실이다. 과학과 기술에 대한 맹신은 과학이 예측할 수 없는, 또 통제할 수 없는 결과를 낳고 있다. 슈퍼박테리아, 광우병과 조류독감 등등 모두 녹색이 제기하는 문제다. 환경재난에 명확한 인식이 없다면, 과연 진보일까."

영국에서 적녹연구그룹(Red-Green Study Group)을 통해 '녹색과 여성의 관점으로 재구성된 사회주의'를 공부하고 돌아온 서영표(41)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 그는 2012년 권력교체기를 앞두고, 진보정치의 재구성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녹색과 여성의 가치'를 의제와 담론으로 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진보정치를 표방하면서 '녹색과 여성의 가치'를 생략했다면 그들의 진정성은 믿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제대로 된 진보정치를 할 요량이라면 녹색과 여성, 생태민주주의적 가치와 이념으로 무장하라는 얘기다.

서 교수는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동산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진보정당의 녹색정책에 대해 작정하고 날을 세웠다. 진보정당 당원 출신이지만 우회하는 법이 없었다. 제대로 된 진보정당이 서려면 비판에 무뎌져서는 안 된다는 듯이 보였다.

무엇보다 그는 "진보정치 안에서조차 초록과 생태민주주의 담론은 기존의 정치적 입장에 부가된 '부차적 문제'로 나열돼 있을 뿐"이라며 "녹색의 가치에 접근하는 진보정당의 방식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과 다를 게 없다"고 쏴붙였다.

또한 서 교수는 "진보적 입장에서 녹색을 바라보니까 조금 더 급진적으로 해석하고 있을 뿐 녹색가치에 대해서는 매우 실용적으로 접근한다"며 "4대강 반대 캠페인을 벌인다고 그게 진정한 녹색사회주의이자 생태민주주의일까"라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MB처럼 녹색분칠은 안했지만... 진보정당 역시 실용적 접근"

물론 이명박 정부처럼 진보정당들이 녹색분칠(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을 하고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환경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여전히 진보정당들이 실용적으로 접근하다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생태민주주의 이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정치라고 강조한 서 교수는 "진보정당들이 선거중심의 정치를 하다 보니 지역에 뿌리내리고 안착할 시간이 없다"며 "여의도에서 권력정치하지 말고 지역에서 시민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안착해야 안정적인 진보정당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당선돼 제도정치에 안착하는 게 급하다면서 늘 '선거 우선의 정치'만 벌이니, 진보정당운동 10년이 넘도록 활동가는 축나고 관계는 피폐해지며 지역에서 이렇다 할 성과조차 못 내는 현실 아니냐"고 개탄했다.

그는 "한국의 진보정당들은 대단히 엘리트주의적인 것 같다"며 "노동자 서민정당을 표방했지만 결국은 이념과 노선만을 우선시하는 소수 정치엘리트들이 당을 좌지우지 하고 결국 대중과 분리된 지루한 노선투쟁의 반복만 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차라리 지난 지방선거에서 (노회찬·심상정 후보가) 노원구청장이나 고양시장에 도전했다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상상해 본다"며 "생태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작지만 생활정치를 진보정당답게 해볼 기회가 오지 않았을까 싶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음 서영표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생태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생태민주주의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생태민주주의론의 핵심을 말하자면 정치주체를 국가에서 지역과 작은 공동체로 옮겨가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과 공동체를 중심으로 하는 직접민주주의 과정에 자연과 생태를 포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때때로 동등한 개인의 자율성에 기초한 아나키즘 공동체가 생태민주주의의 구체적 실현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생태민주주의를 조금 더 현실적으로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생태민주주의를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와 결합하려는 사람들이다. 독일의 사회학자 위르겐 하버마스에 따르면 공론장 안에서는 권력이 작동하지 않아야 하고, 모두가 동등한 입장에서 토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환경문제와 관련한 특정한 정책결정과정에 이같은 '숙의민주주의'적 절차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녹색 공론장(green public sphere)이라는 개념이 자주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나의 정치적 입장을 묻는다면 생태민주주의보다는 녹색사회주의에 가깝다. 영국에서 공부할 때 참여했던 적녹연구그룹(Red-Green Study Group)은 녹색과 여성의 관점에서 재구성된 사회주의를 제시했다. 이들 말고도 적녹연대를 표방하는 이론적, 정치적 네트워크들은 많다. 적녹의 핵심적 가치가 더 깊고 더 넓은 민주주의라고 한다면 녹색사회주의는 생태민주주의를 포괄하는 개념일 수 있다. 사회주의적 전통에 서 있으면서 녹색을 표방하는, 더 많은 민주주의로 민주주의를 확장하자는 개념인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녹색사회주의자라고 표방하는 사람들은 '신좌파'적 정체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녹색당 한국에선 왜 안 되나

- 생태민주주의를 담론으로 채택한 정당은 진보정당들이다. 그들의 활동을 평한다면.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에서 녹색과 생태를 표방하고 있다. 강령을 들여다보면, 언뜻 훌륭해 보인다. 녹색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녹색'은 기존 정치적 입장에 부가돼 있는 부차적인 문제로 나열돼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녹색의 가치에 접근하는 방식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등 보수정당들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진보적 입장에서 녹색을 바라보니까 조금 더 급진적으로 해석하고 있을 뿐 녹색가치에 대해서는 매우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녹색사회주의는 녹색운동과 여성운동이 제기한 새로운 가치와 실천을 통해 완전히 재구성된 어떤 것이어야 한다. 기후변화를 얘기하고, 4대강 반대 캠페인을 벌인다고, 그게 녹색사회주의일까? 이명박 정부처럼 그린워시(녹색분칠,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는 아니지만,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 녹색분칠을 한 이명박 정부와 진보정당의 환경정책을 비교한다면 어떤 차이가 있나.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은 생태와 녹색 의제를 받아들이려는 자세는 돼 있는 것 같다. 앞에서 언급한 강령의 예를 봐도 그렇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진보정당들이 녹색인 경우는 현 정부를 비판할 때뿐인 것 같다. 한국사회 미래발전전략, 주택, 보건의료, 교육, 교통, 도시계획 등 구체적 정책에 녹색의 가치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만족스럽지 않다."

- 진보정당들이 잘못하고 있는 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해 달라.
"먼저 일반적인 수준에서 말하면 한국의 진보정당들은 대단히 엘리트주의적인 것 같다. 노동자 서민정당을 표방했지만 결국은 이념과 노선만을 우선시하는 소수 정치엘리트들이 당을 좌지우지 한다. 이것이 불러온 결과는 실천을 통해 전략과 노선이 검증되는 것이 아니라 대중과 분리된 노선투쟁의 지루한 반복이다.

민주노동당의 분당이 그렇다. 이념과 이념이 부딪힐 때 합의와 타협은 어렵다. 누가 틀렸고 맞았는지를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구체적인 실천공간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 녹색의 가치와 지역정치의 중요성이 계속 강조됨에도 불구하고, 겉돌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녹색정치의 공간은 풀뿌리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녹색운동을 하는 분들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문제다. 계몽주의적이고 엘리트적이다. 그래서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사고를 갖고 있지만, 운동의 최종 종착지가 환경 관련 입법과정에서 민주당을 압박하는 압력단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대안화폐, 공동육아 등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운동과 녹색운동이 있다. 그것이 바로 나에게 녹색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을 갖게 하는 사회적 기반이다. 그러나 이러한 잠재된 힘을 실현시킬 정치적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이들과 동떨어져 있다."

- 녹색당 운동은 나름 뿌리가 깊다. 그러나 건설은 안 됐다. 그 이유가 어디 있다고 보나.
"진보정당이 성공하지 못하는 까닭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진보정당도 제대로 뿌리내리고 기반을 잡지 못하는 조건에서 녹색당이나 초록정치세력이 그 일을 해낸다는 것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한국에선 진보정당이든 초록정치세력이든 모두 중앙집중화돼 있다.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시민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여의도에서 '권력정치'를 하기 때문이다. 맥락은 다르지만 초록당도 아직은 언론과 담론 중심의 정치세력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서구 녹색당은 성공했는데 우리는 왜 실패할까.
"서구 녹색당이 성공한 이유는 이미 사회당, 공산당 등의 좌파정당이 강한 기반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좌파 정당들이 제도정치 안에서 일정 정도 성공을 거둔 상태, 하지만 체제에 저항하기보다는 체제를 유지하는 기제로 전락해 버린 상태에서 이를 비판하면서 등장한 것이 녹색당이다. 녹색이라는 새로운 정치이념이 기존의 좌파정당에 회의를 느낀 사람들을 통해, 그리고 풀뿌리운동(신사회운동)과의 결합으로 조직화된 것이다.

그러나 우린 진보정당들이 제도정치 안에서 의미 있는 세력이 된 바 없다. 민주화운동 이후 진보정당과 시민사회운동은 한정된 자원을 갖고 서로 경쟁하고 있는 형국이지 않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진보정당과 사회운동 사이에 반목이 없다면 더 큰 연대의 틀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민운동과 진보정당 운동이 만나는 곳이 구체적인 정치현장, 특히 지역정치여야만 이러한 연대가 가능할 것이다.

불행히도 시민운동 단체들조차 지역에 뿌리내린 정치운동이라고 보기는 대단히 어려운 상태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지역에서 자기 근거나 영역이 없는 상태에서 늘 이념과 이념이 부딪치는 상태로 지속되는 운동은 가망이 없다. 여기에 더해 자유주의적 정당(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놓고 작동하고 있는 원심력이 진보정당과 시민운동 사이의 연대를 더 어렵게 하는 것 같다."

2012년 권력교체기, 초록정치세력의 선택은?

- 2012년 권력교체기가 다가오고 있다. 초록정치세력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최악의 경우 진보정당이 영향력을 상실하고 의미 없는 세력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본다. 민주노동당은 계속해서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에 끌려가고 진보신당이 지금처럼 스타 정치인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대안으로 스스로를 정립하지 못한다면 그렇게 될 것이다.

지역정치를 통해 녹색과 여성의제를 실현하는 구체적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는 이러한 흐름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풀뿌리 운동을 통해서든, 진보정당을 통해서든, 그리고 시민운동을 통해서든 풀뿌리의 기초부터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에 거점을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진보신당에 대해서 첨언하자면 차라리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노원구청장이나 고양시장에 도전했다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상상해 본다. 개인적으로 선거 전부터 이런 얘기를 했었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셨다. 생태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작지만 생활정치를 진보정당답게 해볼 기회가 오지 않았을까 싶다."

- 진보정당조차 상층 중심 정치를 하는데 초록정치는 어떻게 네트워크를 확대할 수 있나.
"2012년이 된다고 해서 초록정치세력이 단일한 조직체를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목표치를 정할 순 있다. 이념정당 수준이라도 초록당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은 녹색을 통한 사회주의 전략을 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녹색에 대한 갈망은 있어 보인다. 최소한 이러한 진보정당들을 녹색의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압박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초록운동의 다양한 경험을 보여주고 녹색의 가치를 의제화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비록 초록당 또는 녹색당은 없지만 녹색강령을 준비하는 작업을 할 수도 있다." 

- 좀 근본적이지만, 생태민주주의가 진보정치의 이념이 돼야 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기존의 진보 패러다임은 반녹색이었다. 경제성장이라는 점에서는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던 자본주의 세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고 굴복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지극히 근대적이었다. 분배를 잘 하려면 좀 더 많은 물질적 풍요가 필요하니까.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인간 이성에 기초한 과학과 기술의 무한한 발전이었다.

그러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이건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자원의 고갈과 에너지 위기, 기후변화는 현실이다. 과학과 기술에 대한 맹신은 과학이 예측할 수 없는, 그리고 통제할 수 없는 결과들을 낳고 있다. 기후변화가 그렇고 슈퍼박테리아가 그렇고, 광우병과 조류독감이 그렇다. 이것이 녹색에서 제기하는 문제점들이다.

생태민주주의 또는 녹색사회주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생태적 한계와 과학의 예측할 수 없는 결과들이 불러온 환경적 재앙은 빈국과 부국 사이에,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과 부유한 사람들에게 다르게 경험된다는 것이다. 생태위기는 결국 자본주의의 과도한 생산과 낭비적 소비 때문에 초래된 것이지만 그러한 생산과 소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환경재난으로 고통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 인식이 없는 사회주의가 과연 진보일 수 있을까?"

장례식까지도 상품화 해버린 '대한민국표 신자유주의'

서영표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
 서영표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생산과 소비의 방식을 어떻게 바꾸는 것이 생태민주주의적인 것인가.
"녹색사회주의자들에게 필요한 것, 또는 녹색을 받아들인 진보정치세력이 해야 하는 것은 바로 '뭔가 다르게 살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생활협동조합, 대안화폐, 대안학교 등 다르게 살고 싶은 시도들이 중요하다.

녹색사회주의 전략의 핵심은 이러한 시도들을 어렵게 하는 독점적 시장의 힘과 관료적 국가의 개입을 최대한 막아내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정치 안에 깊숙이 개입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시에 이러한 풀뿌리 기반은 제도정치 안에서 녹색사회주의 세력이 완전히 체제 내화하는 것을 막아 줄 수 있는 버팀목이 될 것이다."

-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세계사적으로 신자유주의 노선이 급격히 퇴조하고 있고 있다. 한국은 어떻다고 판단하나. 신자유주의 이후 대세가 될 새로운 이념지형은 뭐라고 보나.
"금융위기 이후 현실 정책에서 신자유주의는 파탄 났다. 미국 같은 시장자유주의 국가에서 엄청난 공적 자금을 퍼부어 금융위기를 이겨내려 하지 않았나. 시장의 논리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이에 앞서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극단적 빈곤과 빈부격차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신자유주의가 현실성 없는 시장 유토피아였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데올로기적으로는 여전히 신자유주의가 강력히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일상의 삶까지 침투했다고 본다.

어느 사회나 공동체를 유지하는 게 결혼이나 장례식인데, 한국에선 장례식도 상품화되어 버렸다. 공동체적 유대로 해결됐던 것들이 모두 상품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일상에 스며든 신자유주의적 논리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국가시스템도 소비주의적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 대통령 스스로 CEO라고 생각하는 것도 모두 신자유주의적 발상이다. 이런 논리의 결정판은 정부는 서비스의 공급자고, 시민은 소비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시민'이라는 개념조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데올로기적으로는 신자유주의가 거의 뼛속까지 스며들고 있다. 물론 모든 것이 이 논리로 작동한다는 것은 아니다.

신자유주의 이후의 이념적 지형에 대해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주제로 들린다. 만일 지금까지 내가 언급했던 '지역에 근거한 녹색사회주의 운동'의 근거를 만들지 못하고 실패한다면, 신자유주의는 또 다른 자본주의 축적 전략과 그것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대체될 수 있을 것 같다. 경쟁과 시장논리를 전혀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생존의 책임을 공동체로 떠넘기는 '사회적 자본'의 논리를 생각해볼 수 있다."

- 초록정치세력은 집권을 염두에 두지 않은 정치세력, 운동세력으로 인식된다.
"그게 한계이고 문제라고 본다. 집권의 가능성을 보여줄 뭔가를 가져본 일이 없다. 녹색이라는 스펙트럼을 통해 진보정치의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소수자 압력단체나 여론환기집단으로 제한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진보 또는 좌파라고 하더라도 초록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생각이 강하다. 쉽게 말하면 스스로를 '지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 초록은 이념과 가치를 넘어서 생활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초록의 가치로 재해석되지 않은 주택, 의료, 교육, 교통, 도시계획, 농촌경제 등은 진보적일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지 않나. 사람들은 시장과 국가의 힘에 눌려 녹색의 가치를 내면화시키지 못하고 있지만 앞에서 말한 불연속적이고 우연적으로 드러나는 불만과 저항의 순간에 원하는 것은 초록가치가 실현된 사회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반대와 압력을 넘어선 구체적 운동을 해야 할 시기다."


태그:#생태민주주의, #서영표 성공회대 연구교수, #녹색사회주의, #녹색분칠, #초록정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