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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낮 광주 북구 연제동 영산강 살리기 사업 현장에서 덤프트럭 등 건설기계 기사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12일 낮 광주 북구 연제동 영산강 살리기 사업 현장에서 덤프트럭 등 건설기계 기사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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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낮 광주 북구 연제동 영산강 살리기 사업 현장. 다리 밑 공사현장에서 덤프트럭 등 건설기계 기사들이 한 쪽에 덤프트럭을 세워놓고 점심을 먹고 있었다. 이들은 흙과 돌 위에 갈치구이, 감자볶음 등의 반찬을 올려놓았다.

"왜 여기서 식사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덤프트럭 기사 박두진(가명·57)씨는 "시간은 없고, 주변 식당은 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4대강 현장은 다른 곳보다 일당이 적고 일은 많아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멀리 밥 먹으러 갈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금껏 "4대강 사업으로 34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면서 "질 좋은 일자리가 많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4대강 사업 현장의 덤프트럭 기사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김희준 건설노조 광주전남건설기계지부 사무국장의 말이다.

"4대강 사업 현장에서 덤프트럭 하루 운송 단가는 100만 원이 넘지만, 중간에서 건설업자들이 수십만 원을 가로채는 바람에 일당은 적어요. 일은 많이 시키고, 돈은 적게 그리고 늦게 주기 때문에 기사들은 더 힘듭니다. 반면, 건설업자들은 신났죠."

4대강 사업 덤프트럭 기사의 절규... "일은 더 시키고, 돈은 덜 주고"

12일 오후 광주지역의 영산강 살리기 사업 현장에서 한 덤프트럭 기사가 앞서 흙 운반 작업에 나선 덤프트럭을 쳐다보고 있다.
 12일 오후 광주지역의 영산강 살리기 사업 현장에서 한 덤프트럭 기사가 앞서 흙 운반 작업에 나선 덤프트럭을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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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조져요. 이렇게 일에 쫓기는 현장은 없어요."

영산강 살리기 6공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덤프트럭 기사 김현수(가명·40)씨의 말이다. 그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강바닥을 긁어 파낸 흙을 제방 위쪽으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1시간의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쉴 틈이 없다.

김씨는 "일처리가 조금만 늦어도 '나오지 말라'고 한다"며 "다른 현장에서는 오전과 오후 한 차례씩 새참 먹을 시간을 주는데, 여기선 꿈 같은 얘기"라고 말했다. 일을 많이 해도 돈이 더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당은 다른 곳에 비해 낮다.

- 4대강 사업의 임금 수준은 다른 현장과 비교해 어떤가요?
"(한숨을 내쉬며) 적죠. 이곳에서는 보통 36만 원 받아요. 다른 곳에서는 40만 원 넘게 주기도 합니다. 그마저도 임금이 제때 나오지 않아요. 9월 임금은 11월 15일에 준다고 합니다. 하루 일해 하루 먹고 사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생활하기 힘들죠. 일은 더 많이 시키고 돈은 제때 안 주고… 도대체 말이 됩니까?"

- 일당 36만 원이면 적지 않은 돈 같은데요?
"(웃으며) 덤프트럭 기사를 잘 모르니까 그런 말 하는 거예요. 한 달에 보통 보름을 일하니, 540만 원(36만 원×15일)을 번다고 합시다. 근데 나가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 아세요? 한 달에 유류비(240만 원), 타이어 교체비용(30만 원), 보험료(30만 원), 차량 수리비(50만 원), 차 할부금(100만 원)을 합쳐 450만 원이 나갑니다. 결국 손에 쥐는 돈은 90만 원입니다."

그는 "한 달 수입 대부분을 5000만 원의 대출 빚을 갚는 데 쓴다"며 "없는 돈으로 학교에 다니는 세 아이를 키우는 게 너무 힘들다, 술 한 잔 못 먹는 심정을 아느냐?"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이 없었다면 더 어렵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4대강 예산으로 다른 공사를 발주했으면 상황은 더 좋았을 것"이라며 "덤프트럭 기사라고 4대강 사업을 무조건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덤프트럭 1대당 73만 원 건설업자 주머니로... 4대강 현장 1년간 8413억 원

12일 오후에 찾은 영산강 살리기 6공구 승천보 건설 현장에서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12일 오후에 찾은 영산강 살리기 6공구 승천보 건설 현장에서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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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건설업자들이 배정된 돈을 빼먹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노조는 지난 3월 "4대강 사업 현장의 덤프트럭 운송 단가는 하루 평균 100만 원이 넘지만, 덤프트럭 기사가 실제로 받는 일당은 30만 원 대에 불과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자가 찾은 영산강 살리기 사업 현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영산강 살리기 6공구 설계·도급 내역서를 살펴보면, 현장 내에서 흙을 292m 운반하는 단가는 1㎥당 1791원으로 책정돼있다. 15톤 덤프트럭의 적재용량이 10㎥임을 감안하면, 1회 운반하는 데 드는 금액은 1만7910원이다.

사업 현장 내에서 15톤 덤프트럭이 1시간 동안 평균 7회, 9시간 동안 63회 흙을 운반하는 것을 감안하면, 덤프트럭 1대당 흙 운반 단가는 112만8330원에 달한다. 결국, 15톤 덤프트럭 기사들이 실제로 받는 일당 36만 원을 제외한 76만8330원을 건설업자들이 가져간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4대강 사업 현장에 투입되는 덤프트럭이 하루 평균 3000대(국토부 4대강 추진본부 자료)인 것을 감안하면, 매일 23억499만 원(76만8330원×3000대)에 달하는 돈이 덤프트럭 기사 대신 건설업자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1년으로 환산하면, 그 금액은 8413억2135만 원(23억499만 원×365일)에 달한다. 굴착기(포클레인), 불도저 등 다른 건설기계까지 포함하면, 건설기계 기사 대신 건설업자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 돈은 더욱 커진다.

한 덤프트럭 기사는 "원청 건설회사와 하도급회사들이 4대강 사업을 통해 덤프트럭 기사에게 일을 더 시키고 돈을 덜 주는 방식으로 '돈잔치'를 벌이는 동안, 덤프트럭 기사들은 밑바닥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찬구 건설노조 조직부장은 "4대강 사업 현장에서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업자에 의한 착취행위, 표준임대차계약서 미작성, 과적 강요 등 온갖 불법과 탈법이 판을 치고 있다"며 "4대강 사업이 일자리를 창출한다거나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것은 허구"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산강 뿐 아니라 한강, 낙동강, 금강 등 나머지 4대강 사업 현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재벌 건설사들은 4대강 사업에서 턴키 입찰 제도를 통해 설계금액의 90%를 넘는 금액으로 공사를 따낸다"면서 "하지만 하청기업은 재벌 건설사로부터 낮은 금액에 하청공사를 따내고, 건설 노동자는 더 적은 돈을 받는다"고 전했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 "턴키 제도라 세부 내역 관여하지 않는다"

한편, 영산강 살리기 사업을 발주한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의 한 관계자는 "영산강 살리기 6공구 현장은 턴키 제도(설계·시공 일괄수주 방식)로 입찰이 이뤄졌다"며 "발주처에서는 전체 공사금액이라는 큰 틀에서만 관여를 하지, 건설사가 세부적으로 어떤 금액에 어떻게 공사하는지에 대해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덤프트럭 단가와 일당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지적에 대해 "6공구 현장에서는 현재까지 큰 문제는 없었다"며 "관련 내용을 검토해 보겠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건설사가 단가에 비해 적은 돈을 덤프트럭 기사에 주고 나머지 돈으로 장난쳤다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건설사가 경쟁력 있는 부문에서는 당초 설계금액보다 더욱 싸게 공사를 하고, 그렇지 않은 부문에서는 더 비싼 금액으로 공사를 해서 공사 금액을 맞추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산강 살리기 6공구 원청 건설회사인 ㈜한양 현장사무소 관계자는 "일당 36만 원이 적정한 돈이 아니라면 덤프트럭 기사들이 이곳에 일하러 오겠느냐"면서 "회사가 흙 운반 부문에서 이익을 보더라도 다른 쪽에서는 손해를 볼 수 있다. 공사금액이 늘어나도 발주처에 금액을 올려달라고 말할 수 없는 회사도 어려운 상황이기는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태그:#4대강 사업, #덤프트럭 단가, #턴키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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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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