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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나일 폭포에 가기 위해 탄 일반 버스에서 몇 마리의 벌레를 발견한 이후, 내 신경은 온통 다시 벌레가 나타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서너 번 같은 벌레를 티셔츠, 팔뚝, 무릎 위의 가방에서 발견하고 버린 후, 왠지 감이 이상했다.

 

그 예감이 뇌리를 스침과 동시에, 나는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머리 위엔 짐을 올려놓는 선반이 있었고, 그 선반에 원래는 하얀색이었을 천 소재의 가방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때가 묻은, 거무튀튀한 색깔의 가방.

 

그 가방에서 족히 수십 마리는 될 '이'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 바로 아래는 내가 앉아있었고, 그래서 치워도 치워도, 자꾸 발견이 되었던 것이었다. 물론 이 사건 자체가 에티오피아에서도 노멀(Nomal)한 사건은 아니다.


소리 지른 나도 놀랐지만, 그것을 보고 주위에 있던 현지인들도 놀랐으며, 옆에 있던 친구도 놀라고 당황해 했던 것은 물론이다. 블루나일 폭포를 향해 가는 그 버스 자체가 도심이 아닌 컨트리 사이드(country side)로 가다 보니, 그 가방 주인이 오랫동안 씻지 않았는지 혹은 너무 빨지 않은 무엇을 지니고 있었는지 확인은 되지 않았다.

 

아무도 가방의 주인이라고 나서지 않았으니. 다만 너무 놀란 나를 배려해, 옆 좌석의 사람들이 자리를 양보해 주었음에 난 너무나 감사할 뿐이었다. 물로 그 이후로도, 입으론 말하고 있지만 눈은 주위를 훑는 행동이 바뀌진 않았지만 말이다.

 

이스트 아프리카에 위치한 폭포로서, 블루나일 폭포와 잠비아와 짐바브웨에 걸쳐 있는 빅토리아 폭포를 비교해보자면 이렇다. 인간이 한없이 미약해짐을 느끼는, 위용을 자랑하는 빅토리아 폭포. 특히나 우기에 가면, 그 물의 양과 떨어지는 힘에 의해 한 치 앞이 보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우기가 아닌 시기에 갔었어도 떨어지는 물살에 의한 물들로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었다.

 

그것에 비하면 바하르다르의 블루나일 폭포는 이스트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큰 폭포이긴 하지만, 빅토리아 폭포에 비하면 초록색 융단을 끼고 있는 아담하고 예쁜 폭포라 할 수 있겠다. 물론 물의 색깔이 갈색이라 상식을 좀 벗어나는 폭포이긴 하지만 말이다.

 

더구나 찾아가는 길 자체가 에티오피아의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에 보트를 타고 가는 길이나, 산등성이를 올라가는 길 자체가 수려하며 묘미가 있다. 현재는 2010년의 수력발전으로 인한 전력생산으로 폭포의 크기가 예전보단 줄어들었지만 아름다움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블루나일 폭포와 함께 외부인들에게 유명한 장소는 바다 같은 크기의, 하마도 살고 있는, 타나 호수의 모나스트리(Monastery, 수도원)들이다. 타나 호수는 에리트리아와 분리된 이후, 바다가 없는 에티오피아에서 바다 역할을 함은 물론, 나일강의 발원지 중 하나인 블루나일의 수원을 이루기도 한다. 3600㎢의 면적 안의 타나 호수에 서른 개가 넘는 섬이 있으며 스무 개 이상의 모나스트리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 곳은 오랜 세월 동안 공고히 해 온 이들의 신앙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현재는 유지 보수 차원에서 벽화를 새롭게 단장하고, 관광객들이 돌아 볼 수도 있는 여유로운 곳이지만, 이렇게 섬에 존재하게 된 데는 전통적인 에티오피아 정교회를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데서 오는 종교적 박해를 피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모습으로, 지금은 한 쪽 벽에 기대어 열심히 성경을 소리 내어 읽으며 공부하는 수사들의 모습은 수도원의 모습과 꽤 잘 어울리며 속세와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종교에 매진하는 정숙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덧붙이는 글 | 외래어나 지명의 경우, 현지에서 사용하는 발음으로 기재했습니다.
이 여행기는 지난 2009년 8월부터 2010년 1월까지의 6개월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태그:#바하르다르, #블루나일 폭포, #모나스트리, #에티오피아,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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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담은 사진에세이 [same same but Different]의 저자 박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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