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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가 점점 차가워지고 단풍이 짙어지는 가을이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라는 가사가 흘러나오면 달력을 보지 않아도 10월을 느낄 수 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지역축제가 여러 곳에서 개최된다. 광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추억의 7080 충장축제가 2010.10.5~10.10일까지 광주에서 열리고 있다.

동구 충장로, 금남로, 황금로, 예술의거리, 구시청사거리 일원이다. 축제 장소가 남편 사무실 근처라 퇴근길에 얘들과 함께 외식도 할 겸 축제현장을 찾았다. 신세대의 복고풍, 기성세대의 추억이 함께하는 문화축제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인파가 많이 몰렸다. 오랜만에 사람내음이 물씬 풍겨 예전의 번화가로서의 면모를 다시금 엿볼 수 있었다.

애호박 2인분, 쌈밥 2인분이요!

퇴근을 하고 평소보다 1시간 정도 늦은 저녁을 먹으러 구 동구청 근처의 식당을 찾았다. 평소에 자주 다녔다는 익숙한 맛집으로 안내한다며 남편이 앞서 걸어갔다. 평소에는 식당안에 있던 동그란 탁자가 골목길에 나와 있었다. 집나간 며느리도 들어오게 만든다는 전어를 안주로 술을 마시며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면서도 맥주와 옆에 놓인 안주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그 무리들을 지나니 더 좁은 골목길이 나왔다. 큰 길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골목이다. 옆에서 같이 걷던 8살짜리 딸아이가 "엄마, 구멍가게야?"하고 묻는다. ㄷ자형의 골목을 지나 찾아간 곳은 집을 식당으로 개조한 듯 보였다. 벽에 걸린 시계는 소쿠리안에서 똑딱똑딱 소리를 내며 8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탁자는 나무결을 살린 타원형에 가까운 탁자였다. 탁자 위에 있는 유리도 나무탁자를 닮았다.

벽에 걸린 시계는 소쿠리안에서 똑딱똑딱 소리를 내며 8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 소쿠리 시계 벽에 걸린 시계는 소쿠리안에서 똑딱똑딱 소리를 내며 8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 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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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애호박 2인분, 쌈밥 2인분이요."

비싸다는 쌈채소는 수북이 쌓여 나왔고, 찹쌀을 넣은 것처럼 쫄깃한 밥은 자꾸만 숟가락을 들게 만들었다. 조미료를 넣지 않은 듯 깔끔한 반찬이 입맛을 사로잡았다. 식사를 거의 마칠 무렵, 됐다고 그래도 비싼 '금치'를 한 접시 더 내오시는 사장님의 정에 몇 숟갈 더 먹었다. 후식으로는 쌀로 밥을 되직하게 지어 엿기름을 우린 물을 부어 삭힌 '단술'을 내오셨다. "엄마, 맛이 이상해." 아들과 딸은 한 숟갈 먹더니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덕분에 우리 부부는 단술을 두 그릇이나 먹었다.

탁자는 나무결을 살린 타원형에 가까운 탁자였다. 탁자위에 있는 유리도 나무탁자를 닮았다.
▲ “사장님, 애호박 2인분, 쌈밥 2인분이요.” 탁자는 나무결을 살린 타원형에 가까운 탁자였다. 탁자위에 있는 유리도 나무탁자를 닮았다.
ⓒ 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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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과 추억으로 물든 충장축제

문화전당 앞 특설무대에는 정읍시립국악단에서 흥부네 가족이 박을 타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 흥부가 기가막혀! 문화전당 앞 특설무대에는 정읍시립국악단에서 흥부네 가족이 박을 타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 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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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전당 앞 특설무대에는 정읍시립국악단에서 흥부네 가족이 박을 타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공연장 앞에 놓여있는 의자는 관객들로 꽉 차 있었다. 누더기 옷을 입은 흥부가 박에서 나온 쌀과 돈에 신나할 때 어르신들의 입가에는 웃음이 번졌다. 흥부네 공연이 끝나고 곱게 차려입은 공연단들의 멋진 무대가 이어졌다.

흥부네 공연이 끝나고 곱게 차려입은 공연단들의 멋진 무대가 이어졌다.
▲ 공연단들의 멋진 무대 흥부네 공연이 끝나고 곱게 차려입은 공연단들의 멋진 무대가 이어졌다.
ⓒ 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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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분 정도 관람을 한 후 자리를 옮겨 광주우체국 앞으로 향했다. 껌을 짝짝 씹으며 추는 신세대의 복고풍 춤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검정 모자에 검정 선글라스를 쓴 언니의 멋진 춤에 흥겨워하며 즐기고 있을 때쯤, 아들의 표정이 심상찮다. 길거리 포장마차에 있는 먹거리가 아들의 시선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던 것이다.

껌을 짝짝 씹으며 추는 신세대의 복고풍 춤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검정 모자에 검정 선글라스를 쓴 언니의 멋진 춤에 흥겨워하며 즐겼다.
▲ 신세대의 복고풍 춤 껌을 짝짝 씹으며 추는 신세대의 복고풍 춤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검정 모자에 검정 선글라스를 쓴 언니의 멋진 춤에 흥겨워하며 즐겼다.
ⓒ 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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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에 튀기고 양념을 바른 회오리 감자를 손에 쥐어주니 언제 그랬냐는 듯 행복한 표정이다. 거리에는 축제를 알리는 불빛들이 여기저기서 새어나왔다. "보고싶은 친구들아~ 모여라"를 외치고 있는 '추억의 동창회'가 열리는 금남로 공원으로 향했다. 각설이가 나와서 빼어난 입담으로 사람들을 쥐락펴락 하고 있었다. 구성진 음성으로 뽕짝을 불러 관객들의 주머니에 있는 돈이 저절로 나오게 만들기도 했다.

  "보고싶은 친구들아~ 모여라"를 외치고 있는 '추억의 동창회'가 열리는 금남로공원. 각설이가 나와서 빼어난 입담으로 사람들을 쥐락펴락 하고 있었다. 구성진 음성으로 뽕짝을 불러 관객들의 주머니에 있는 돈이 저절로 나오게 만들기도 했다.
▲ 추억의 동창회 "보고싶은 친구들아~ 모여라"를 외치고 있는 '추억의 동창회'가 열리는 금남로공원. 각설이가 나와서 빼어난 입담으로 사람들을 쥐락펴락 하고 있었다. 구성진 음성으로 뽕짝을 불러 관객들의 주머니에 있는 돈이 저절로 나오게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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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즐겁게 관람하는 사이 시간은 어느덧 10시 반이었다. 서둘러 집에 가더라도 11시. 학교 숙제는 못할 것이 뻔하다. 그렇지만, 각종 공연과 축제로 물드는 이 가을을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주말까지 축제기간이라는데, 한번 더 와서 다른 구경거리도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흥겨운 밤이었다.

풋풋했던 첫사랑을 충장로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 추억속으로 풋풋했던 첫사랑을 충장로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 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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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충장축제, #추억, #각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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