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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이 <경향신문> 절독을 선언하고 나섰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 6월 벌어진 <경향신문> 구독운동 (촛불들의 '경향·한겨레 구독운동', 들불처럼 번져)에 앞장섰던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이기에 충격적인 일이다.

 

이번 <경향신문> 절독 선언은 민주노동당 중앙당 차원에서 공감하고 울산시당이 그 선두에 섰는데, 지난 1일자 '민노당은 3대 세습을 인정하겠다는 것인가'란 제목의 <경향신문> 사설이 발단이 됐다. 

 

조승수 의원 이어 <경향신문> 마저...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북한의 3대 세습을 비난한 후 민주노동당 마저 비난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민주노동당은 '3대 세습을 공식화한 당 대표자회가 긴장 완화와 평화통일에 긍정적 영향으로 작용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며 "북한은 무조건 감싸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 그것이야말로 냉전적 사고의 잔재이고, 한국 진보세력이 그렇게 냉전시대에 갇혀 있는 한 냉전적 보수세력의 발호를 차단하는 것도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사설은 또 "진보는 동시대의 모순을 올바로 이해해야 하며, 항상 눈을 부릅 뜨고 시대의 최전선을 지켜야 한다, 북한의 3대 세습 때문에 한국 진보가 다시 몰락해서는 안된다"며 "민노당이 입장을 바꿔 진보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했다.

 

<경향신문>의 이같은 입장은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이 지난 9월 30일 울산 기자회견에서 북한권력세습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비난한 것을 넘어 사실상 북 3대 세습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입장을 바꿀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읽힌다.

 

이 때문에 조승수 의원의 비난 때는 내부적으로 발끈하면서도 공식적인 대응을 삼가하던 민주노동당이 이번에는 '절독'이라는 옐로카드를 들었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은 공문에서 "북한의 문제는 북한이 결정할 문제라고 보는 것이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민주노동당에게 북한의 3대세습을 비판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며 "또한 이를 비판하지 않는다고 하여 북한 추종세력, 종북의 딱지를 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임상우 대변인은 8일 "시당의 <경향신문> 절독 통지는 <경향신문>이 사설을 통해 북한문제를 비판하지 않는다고 하여 공당을 마치 북한 추종세력으로 규정한 것에 대한 강력한 입장표명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경향신문>이 공문을 7일 기사화한 것에 대해 "우리의 입장(공문)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없이 이를 기사화한 것은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은 8일자 기사로 공문을 공개했다.

 

"자신 잣대에 어긋나면 종북인가?"

 

 

울산민노당은 공문에서 "민주노동당은 9월 29일자 논평으로 '북한 후계구도와 관련하여 우리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하더라도 북한의 문제는 북한이 결정할 문제라고 보는 것이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라고 적시했다"고 밝혔다.

 

민노당은 이어 "하지만 <경향신문>은 이에 대하여 즉시 '민노당은 3대 세습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인가'라는 사설을 내면서 민주노동당에게 북한의 3대세습을 비판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며 "또한 이를 비판하지 않는다고 하여 북한 추종세력, 종북의 딱지를 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의 3대세습을 비판하지 않는다고 하여 '북한 추종세력'으로 단정짓고, 자신의 잣대로 상대방을 규정하고 그 잣대에 어긋난다고 하여 '종북'이니 '냉전잔재'니 딱지를 붙여 언론사의 공식 논평으로 게재한 <경향신문>에 대하여 우리 시당은 강력한 문제제기를 한다"며 "반드시 귀사의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은 공문을 보냄과 동시에 <경향신문> 구독을 끊었고, 당원의 뜻을 물어 절독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경향신문> 구독운동에 앞장섰던 울산지역 노동계 관계자는 "일일이 입장을 표해야 한다면 왜 대법원 판결까지 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문제에는 <경향신문>을 포함해 다들 입장 표현이 없는 것인가"라며 "그 나름의 입장 표현에 대해 자신 입장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민노당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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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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