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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 특수교사 3명.

지난 24일 교육과학기술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이 발표한 '2011학년도 중등교사 임용 후보자 모집정원'에 따르면 내년 서울에서는 특수교사 3명(중·고등 합산/ 초등 20명)이 충원된다고 한다. 서울 지역 특수교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500명이 줄어 들어 수험생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단다.

'복합장애1급'을 지닌 아이의 아빠로서 교육부 발표를 들으니 깊은 한숨만 나온다. 현재 장애학생들의 교육환경을 한 번이라도 조사해 보고 결정한 것인지 따져 묻고 싶다. 장애학생들은 지금도 특수교사가 부족해 교육환경이 척박한데 무조건 증원은 없다는 식의 발표에 한숨만 나온다. 최근 4~5년 동안은 서울 지역에서 특수교사를 채용하지 않아 더욱 그렇다(대신 기간제 교사를 활용해 왔다).

왜 이런 문제제기를 하는지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한다면 한달음에 달려갈 생각도 있다. 왜 장애학생들을 위해 특수교사를 증원해야 하는지 들어보고 꼭 답변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답변이 형식에 치우치는 게 아니라 장관의 이름으로 설명이 곁들여지면 좋겠다.

서울지역에서만 3명 충원... 장애인교육 어쩌라고

전국은 접어두고라도 서울만 가지고 이야기해 보자. 서울의 특수학교(급)수를 살펴보면 다음 표와 같다.

특수학교(학급)수와 교원수 현황
 특수학교(학급)수와 교원수 현황

현행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는 교사와 학생의 비율을 1:4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시행령 22조). 이 기준에 의한다면 위 통계에 따르면 통합교육을 하는 학교에서의 특수교사 수는 초등학교(+210명), 중학교(+116명), 고등학교(+190.5명)이 증원이 돼야 한다.

일반학교 일반학급에 입급된 장애학생 수 현황
 일반학교 일반학급에 입급된 장애학생 수 현황

(완전 통합하는 경우) 일반학교 일반학급의 장애학생을 포함하면 증원해야 할 교사 수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법적 기준으로 따진다면 일반 학교의 특수교사는 501.2명 증원돼야 하며 그만큼 학급수도 늘어나야 한다. 결국 통합교육을 하는 학교만 놓고 살펴봐도 1000여 명의 특수교사가 당장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반학교 일반학급의 장애학생들은 현재 교육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으며 그 피해는 심각하다. 부모들은 복지관이니 치료실이니 다니면서 온갖 방도를 동원해 조금이나마 소통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그런 노력을 학교가 뒷받침해주지 못하니 장애학생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게 적절한 표현이라 하겠다.

장애인교육은 특수학급이나 특수학교를 늘리려는 계획을 세워도 교사가 충원되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다. 교사 없는 학교와 학급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으니 두 말이 필요치 않는다.

통합교육을 하는 한 고등학교의 경우 특수학급 2학급에 학생 수가 40명을 넘나들고 있으며 이를 두 명의 교사가 담당하고 있다. 이는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수용'만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현상은 고등학교 과정 전반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특수학급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립학교가 대부분인 고등학교에서는 특수학급 설치에 심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이를 해소하고 개선해야 할 교육청에서는 사립학교는 교육청에서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를 들면서 방치하고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한 피해는 장애학생과 그 부모들이 고스란히 가지게 된다.

교육 받을 권리, 장애인에게 없나요

특수교육 문제는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하는 문제로도 볼 수 있다. 교육청이 특수학급 증설 의지를 보인다 해도 교과부가 교사 증원을 하지 않으면 교육청의 계획은 무산되고 만다. 교과부의 이번 발표는 교육소외계층의 교육권을 외면하는 처사로 몇 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요구와 주장을 일축하는 것으로 현행법(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어기는 행위로도 볼 수 있다.

'부모가 원하는 학교,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를 만들어 가겠다는 말은 결국 장애학생과 부모들에겐 공염불이었던 것이다. 모든 교육과정이 대학을 가기 위해 운영되면서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자리잡을 곳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는 헌법으로 보장하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31조)'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어떤 정책을 발표하려거든 최소한의 실태파악을 하고 어디에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정말 교과부 발표대로 학생 수가 줄어들어 교사 증원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지난 5년 동안 지속적으로 특수교사 증원을 요구해 온 장애학생 부모들과 관련단체의 주장을 감안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특수교사 증원을 요구하는 집회는 교과부 앞에서 매년 수차례 열렸으며 내용 전달도 수없이 해왔다. 그때마다 교과부는 교사 증원은 공무원 총정원제로 인한 문제로 권한이 교과부가 아닌 행안부에 있다는 이유를 들어 책임을 회피해 왔다.

만약 교과부 주장대로 학생 수 감소로 교사 인력이 부족하지 않다면 역으로 특수교사 정원을 늘릴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학생 수 감소로 인한 여유있는 일반교사 자리를 특수교사로 대체하는 방안도 가능하지 않을까.

또 장애인 교육을 위해 특수교사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한시적으로 '특수교사 충원을 위한 특별법'을 운영해 일정기간 동안 특수교사를 늘려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의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장애인교육 환경은 그만큼 열악하다. 교사 없는 학생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놓고 판단해야 할 일이지, 특정계층에게 특별한 대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이름도 못 쓰는 장애인 교육현실, 교과부는 답하라

성인 장애인 학력조사를 해 보면 초등학교 졸업도 못한 사람이 다수이며, 그들 대부분이 자신의 이름도 쓸 수 없다. 이 사실은 그만큼 장애인교육 환경이 제대로 조성되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해묵은 과제를 풀어간다는 인식을 가져야 할 일이지 '몰아주기'라 우길 일은 아니지 않을까.

이는 의지의 문제다. 교과부가 장애 학생들의 교육권이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고민과 노력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장애학생들이 소외 받고, 차별 받고,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말이나 모든 학생들이 행복하고 편안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은 어디로 갔는가?

지금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은 장애학생들에게 가장 시급한 특수학교(학급)와 특수교사의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다. 장애인교육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

특수교육은 어느 한 부분이 채워지지 않으면 순식간에 무너진다. 마치 도미노 게임을 연상하듯이 하나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연쇄작용을 일으킨다. 그만큼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말이다.

이주호 신임 교과부 장관의 결단에 따라 장애학생들의 기본권이 죽거나, 혹은 살아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장애인교육 현장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흙먼지 날리는 황무지다.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서 장애학생들은 오늘도 무의미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금처럼 어떤 것도 개선할 의지가 없다면 차라리 장애학생들은 교육받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태그:#특수교사, #특수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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