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WITH A CUP(위더컵) 캠페인은 편리와 풍요를 향해 과속 질주하는 우리를 돌아보며 삶의 속도를 한 박자 천천히 늦추기 위한 '여성환경연대 슬로 라이프 운동'의 일환으로 제안되었습니다. 자기 컵과 함께 하는 즐거운 불편을 통해 새로운 관계와 소통 그리고 느린 시간의 유쾌한 경험을 나누려 합니다. <편집자말>

"'환경'이라는 단어를 말할 때 사람한테 이로운 것, 사람한테 해로운 것, 주로 우리 입장에서 많이 이야기하잖아요. 이렇게 가다가 우리 다 죽는다고. 그런데 그보다 더 넓은 의미로 '생태적 감수성'이라는 말이 있어요. 살아있는 모든 걸 다 아름답게 보는, 내 시선이 아니라 자연의 시선에도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는 생태적 감수성이라는 말을 좋아해요."(이한철)

 

'즐겁고, 자연스럽게 내 컵으로 마셔요'라는 슬로건을 내건 '위더컵(With a cup)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가수 이한철과 배우 이영진을 인터뷰 한 후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는 바로 '생태적 감수성'이었다.

 

"우릴 에워 싼 모든 것 각자의 이유가 있어/ 빛나는 지구를 나눠 쓰는 하나일 뿐이라네(이한철, '모든 게 아름다워')"라고 노래하는 이한철과 길냥이들이 쉬고 갈 수 있도록 집 앞 마당과 사료를 내주는 이영진은 누구보다도 민감한 '생태적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15일 홍대의 한 카페에서 이영진을, 17일 명동의 한 호텔에서 이한철을 각각 인터뷰했다. "괜찮아, 잘 될 거야~(이한철, '슈퍼스타')"라며 밝은 노래를 부르던 이한철은 의외로 진지한 모습이었고, 영화 <여고괴담2>에서 서늘한 눈빛을 보여주었던 이영진은 환경과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눈을 반짝 반짝 빛내며 수다스러워(?)졌다.  

 

[인터뷰①-이영진] 스태프들이 종이컵에 자기 이름 쓰게 된 이유

 

모델 겸 배우 이영진(30)은 자신이 환경에 대해 생각하는 건 "제가 제 자신에 주는 면죄부"라고 말했다.

 

"4~5년 전에 집에서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모피코트를 만들려고 여우 가죽을 벗기는데 마취를 시키면 안 된다면서 살아있는 걸, 코를 잘라서 한 번에 (가죽을) 쫙 벗기는 거예요. 그걸 보고 너무 울었어요. 사람이 참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또 모피코트를 입고 촬영을 해야 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잖아요. 저는 광고를 해야 하는 사람인데, 마음속으로는 (사람들이) 이걸 사면 안 될 것 같고. 제가 너무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이후 이영진은 '내가 사람들에게 이렇게 광고를 하는 대신에 다른 부분에서는 환경을 생각해야 겠다'고 결심했단다. '자기 컵 쓰기' 역시 이영진이 '위더컵 캠페인'에 동참하기 이전부터 해오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하나 실천하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실천했으면"하는 생각에, 주변사람들에게도 '자기 컵 쓰기'를 권유하고 있다.

 

"이번에 영화 <호야> 촬영할 때, 감독님이나 촬영감독님들이 종이컵 쓰시는 거 보고 있다가 거기(종이컵)에다 (감독님들 각자의) 이름을 써놓았어요.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감독님들이 '내 컵 어딨어'라고 찾게 되는 거예요. 종이컵인데도. 현장 분위기를 그렇게 몰고 갔더니 다른 스태프들도 종이컵에 자기 이름을 적어서 하루종일 쓰더라고요. 나중에는 컵 사용하고 그냥 버리면 오히려 눈치를 보는 현상!(웃음)"

 

지난 1999년 영화 <여고괴담2>로 데뷔한 이영진은 "영화촬영 현장에 가게 되면 스태프들이 자기 컵보다는 일회용 컵을 많이 사용하는데 보통 종이컵 한 번 사용하고, 담뱃재 떨고 버리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의 작은 노력으로 영화촬영 현장이 바뀌는 걸 보고 "사람들이 (환경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실천하기 귀찮아서 안 했던 것 같다"며 "왠지 뿌듯했다"고 말했다.

 

"종이컵 대신 텀블러 들고 다니면 더 스타일리시 할 것"

 

지난 학기부터 백제예술대학 모델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이영진은 학생들에게도 '위더컵 캠페인'을 전파하고 있다.

 

"제가 커피를 되게 자주 마시는데 학교 앞에 커피 전문점이 있어요. 매번 종이컵에 또 종이를 씌워 주시는데 '너무 낭비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혹시 제 컵 가지고 오면 더 싸게 주시나요'라고 물었더니 500원을 깎아 주신대요. 그래서 학생들한테 '자기 컵 쓰고 500원 모아서 배고플 때 간식 사먹자'고 말했어요."

 

이영진은 "직장인들이 컵 놔두고 있다가 점심시간에 밥 먹으러 갈 때 그거 들고 가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다"며 "커피 전문점에서 자기 컵을 활용하면 할인해주는 제도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영진은 기다란 밀폐용기를 컵처럼 사용하고 있다. 물도 안 새고 들고 다니기도 편하단다.

 

그는 "요즘 여성분들 가방 되게 큰 거 들고 다니던데 컵 하나 넣고 다녀도 될 것 같다"고 추천했다. 또 "요즘 할리우드 파파라치 사진들 보면 스타들이 일회용 컵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많다"며 "일회용 컵 대신에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면 더 스타일리시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산다는 이영진은 분리수거에도 열심이다. 이영진의 집에는 6개의 분리수거 통이 있단다. 영화 촬영장에도 분리수거 통을 만들었다. 인터넷 쇼핑을 할 때도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비닐 봉투'가 아닌 '배송용 수거바구니'를 선택한다.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로 다닌다. 그야말로 '친환경적 삶'이다.

 

이영진은 요즘 길냥이들에게 관심이 많다. 새로 이사 간 집 앞 마당에 길냥이들이 찾아와 그가 마련해 놓은 사료를 먹고 쉬고 간단다. 그는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는 수명이 15년 정도인데 반해 길냥이들은 수명이 1~5년밖에 안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영진은 "길냥이들을 처음 봤을 때 쓰레기봉투를 다 헤집어놨기에 밥그릇을 놔뒀더니 쓰레기를 안 뒤지더라"며 "어우러져 사는 건데 그들을 조금만 배려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인터뷰②-이한철] 물 3대야로 스무 명이 설거지 했던 아프리카 여행

 

가수 이한철(39)은 '위더컵 캠페인'에 참여하게 되면서 '자기 컵 쓰기'를 시작했다. 그가 이 캠페인에 참여하게 된 건 도보여행가 김남희씨의 권유 때문이다.

 

"컵 들고 있는 사진 하나 찍고 '자기 컵 쓰기'를 하루하루 실천하면 되는 거니까" 흔쾌히 좋다고 했단다. 그리고는 팬에게 선물 받았지만, 그동안 잘 쓰지 않았던 텀블러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자기 컵 쓰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실제로 실천하는 건 생각하는 것보다 몇 배 이상 힘든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오늘은 (텀블러를) 들고 왔지만 어딘가 공연장을 갔을 때 마이크랑 기타랑 챙기다 보면 (텀블러를 가리키며) 얘는 못 챙기는 거예요. 그러다보면 무대에서 페트병에 든 물을 마시는 경우도 많아요."

 

이한철에게 '자기 컵 쓰기'는 '일회용 컵 안 쓰기' 그 이상의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 편으로는 '혼자만 유난떠는 거 아냐'라는 생각에 겸연쩍어지기도 하지만, '위더컵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그의 표현에 따르면 '생태적 감수성'이 높아졌다. 환경에 대해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하게 됐다는 것.  

 

"커피숍에 가서 '여기(텀블러에) 주세요'라고 하면 종업원이 반가워하며 받아드는데 이걸 또 세제로 씻는 거예요. 내용물의 성격이 달라지면 맛의 영향을 주니까. 그래도 환경을 생각해서 자기 컵 쓰기를 하는 건데… 그 이후로는 커피 마시는 컵과 물 마시는 컵을 따로 가지고 다녀요."

 

'세제' 이야기가 나오자, 지난 1월 가수 하림과 함께 떠났던 아프리카 트럭여행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아프리카 트럭여행 갔을 때였어요. 거긴 물이 부족하니까 설거지할 때 대야 3개를 놓고 물을 담아뒀어요. 첫 번째는 세제를 많이 푼 물에 설거지를 하고, 두 번째는 세제가 없는 물에 닦고 헹구고 세 번째 물로는 깨끗하게 헹구고. 그렇게 물 세 대야를 가지고 스무 명이 썼어요. 매 끼마다. 물론, 세 번째 대야까지 가도 기름기는 남아있어요. 그런데 그게 결정적으로 안 좋은 건 아니더라고요."

 

이한철은 "우리는 이 대기실 안에 모기 한 마리만 있어도 거슬리고 그러는데, 아프리카 여행할 땐 바퀴벌레가 있어도 나중에는 그냥 신경 안 쓰게 되더라"며 "불편한 건 눈앞에 있을 때 잠깐이고 다 적응하기 나름"이라며 밝게 웃었다.

 

"4대강 사업? 아이에게 살 만한 곳 물려주는 건 중요한 일"

 

그가 한 아프리카 여행은 이른바 '공정여행'. 20여일의 여행기간동안 이한철은 트럭을 개조한 버스를 타고 "말이 좀 안 되고, 더듬더듬거려도" 현지의 사람들을 만나고, 물건을 하나 사더라도 현지에 있는 사람들한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사고, 현지의 환경을 덜 오염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한철은 지난 7월 떠났던 트리니다드 토바고 여행에서 있었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거북이들이 산란을 하게 되면 바다로 가야 하는데 트리니다드 토바고가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갓 태어난 거북이가 불빛이 있는 쪽으로 가는 거예요. 옆에 도로가 있어서 치어 죽는 애들도 많고. 그래서 거북이들이 바다로 잘 되돌아갈 수 있도록 거기서 봉사하시는 분들을 도왔어요."

 

이한철은 이러한 경험을 '모든 게 아름다워'라는 곡에 담았다. 올해만 해도 1월에는 아프리카를, 2월에는 뉴질랜드, 5월에는 일본, 7월에는 트리니다드 토바고 그리고 지난달에는 태국을 여행했다는 이한철은 여행에서 느꼈던 '순간의 기억'들을 음악을 통해 공유하려 한다.

 

이한철은 '사회참여'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 용산참사 유가족 돕기 콘서트에 참여하는가 하면 지난 5월에는 전국 6개 도시를 돌며 '노무현 추모 콘서트' 무대에 서기도 했다. 또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위한 1인 시위를 벌였다. 요즘에는 성미산 문제와 콜트·콜텍 노동자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그에게 '물'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회문제인 4대강 사업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4대강 문제도 그렇고 다른 것(사회적 문제)도 그렇고 눈앞에 잠깐 거슬리는 모습이 다가 아니에요. 지나면 잊혀지는 게 아니라, 저는 아직 아기가 없지만 내 아이에게도 영향이 있는 거니까. (그 아이에게) 아름다운, 살 만한 곳을 물려주는 것도 지금의 사회를 이끌어가는 어른들한테 중요한 일인데 생각을 잘 해서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내 컵 찍어서 인증샷 올리면 선물이 '슝슝'

여성환경연대가 작은 일에서부터 환경을 지키기 위해 자기 컵을 사용하자는 '위더컵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자기 컵이나 자기 컵과 함께 찍은 사진과 사연을 엄지뉴스(#5505)로 올리면 추첨하여 선물을 드린답니다. 10월 30일까지입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태그:#위더컵 캠페인, #위더컵, #이한철, #이영진, #여성환경연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