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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과 경술국치 100년을 앞두고, 우리 근현대사에 가장 위대한 애국자 안중근 의사의 유적지인 러시아 크라스키노,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 포브라니치나야, 중국 쑤이펀허, 하얼빈, 지야이지스고(채가구), 장춘, 다롄, 뤼순 등지를 지난해 10월 26일부터 11월 3일까지 아흐레간 답사하였습니다. 귀국한 뒤 안중근 의사 순국날인 2010년 3월 26일에 맞춰 눈빛출판사에서 <영웅 안중근>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펴냈습니다.

2010년 경술국치 100년에 즈음하여 <영웅 안중근>의 생애를 다시 조명하는 게 매우 의미 있는 일로 여겨져, 이미 출판된 원고를 다소 손보아 재편집하고, 한정된 책의 지면 사정상 미처 넣지 못한 숱한 자료사진을 다양하게 넣어 2010년 11월 20일까지 43회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 기자말 

 단지동맹유지비
 단지동맹유지비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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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동맹유지비

 단지동맹유지비 어귀의 출입금지 경고 팻말
 단지동맹유지비 어귀의 출입금지 경고 팻말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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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답사할 곳은 '단지동맹유지' 비로 허영문씨는 거기로 가는 길섶에 서 있는 국경 출입 금지 푯말 앞에 잠깐 차를 세웠다.

푯말에는 이 일대는 외국인 출입이 제한된 국경지역으로, 이곳을 방문하려면 미리 러시아 주둔 군부대에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거기서 오백 미터쯤 더 달리자 남양 알로에 농장 건물이 나왔고, 그 앞에 단지동맹비가 서 있는데 러시아인 한 가족이 그 비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

 남양 알로에 농장 입구
 남양 알로에 농장 입구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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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씨는 여기 러시아 주민들은 낯선 사람을 보면 즉시 군부대에 신고를 잘 한다고 하면서 곧장 단지동맹비로 가지 않고 우리를 자기 농장으로 데려갔다. 남양 알로에 농장은 엄청 넓었는데, 마침 까마귀 떼가 온 들판을 가득 메웠다.

난생 처음 보는 신기한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 새 단지동맹유지 비 언저리를 서성거리던 러시아인들이 사라지자 우리 일행은 길 건너 단지동맹유지 비로 갔다. 불쑥 눈물이 핑 돌았다.

당당한 독립국으로 대한민국 여권을 가지고 와 내 조상 유적지를 찾는데도 이렇게도 복잡하고 마음을 조이면서 참배해야 하는데, 일백년 전 나라를 잃고 몰래 이 땅에 와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고초가 어떠하였을까?

나는 단지동맹유지 비 앞에서 깊이 고개 숙였다. 화강암 앞면에는 동판을 붙여 녹색바탕에 다음의 비문을 새겨두고 있었다.

단지동맹유지

1909년 2월 7일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결사동지 김기용, 백규삼, 황병길, 조응순, 강순기, 강창두, 정원주, 박봉석, 유치홍, 김백춘, 김천화 등 12인은 이곳 크라스키노(연추하리) 마을에서 조국의 독립과 동양의 평화를 위하여 단지동맹하다. 이들은 태극기를 펼쳐 놓고 각기 왼손 무명지를 잘라 생동하는 선혈로 대한독립이라 쓰고 대한국 만세를 삼창하다. 광복회와 고려학술문화재단은 2001년 10월 18일 러시아 정부의 협조를 얻어 이 비를 세우다.

 남양 알로에 농장의 까마귀떼
 남양 알로에 농장의 까마귀떼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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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동맹유지비가 이전한 사연

다시 처음 만났던 곳으로 돌아오는 길에 허씨는 크라스키노에서 훈춘으로, 연추마을로 가는 삼거리 지점에 차를 세웠다.

거기 길섶이 2000년 10월 단지동맹유지 비를 처음 세웠던 장소라고 했다.

안중근이 애초 단지를 한 곳은 1909년 2월 7일 연추 하리마을 김씨 성을 가진 여관이라고 하지만, 그곳은 오지로 교통이 불편하여 이곳에다가 세웠다고 하는데, 이는 훈춘으로 가는 관광객이나 답사단이 참배하기 좋게 함이었다.

 애초의 단지동맹유지비 터
 애초의 단지동맹유지비 터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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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비를 세운 뒤 마을 아이들이 단지동맹유지비에 돌을 던지는 등 마구 훼손하고, 비 옆이 냇가로 여름 장마철에는 물에 잠길 우려도 있었다.

더욱이 블라디보스토크 영사관에서는 이곳과 먼 거리로 직원이 자주 찾아와 관리도 할 수 없는 처지라, 그 대안으로 현재 위치인 남양 알로에 농장 앞으로 옮겼다고 한다.

이 일로 남양 알로에 농장 현지관리인 허영문 씨는 단지동맹유지비 참배객들을 맞이하는 수고를 덤으로 하고 있었다. 그를 만날 때 안내인 조씨에게 수고비를 드리라고 돈을 맡겼는데도 그곳을 떠난 뒤 확인하니까 드리지 않았다고 하여 귀국해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미안한 마음에 뒷골이 당긴다.

처음 허씨와 만났던 마을 슈퍼 앞 빈터로 돌아와 거기서 허씨와 작별인사를 하고 조씨의 차로 갈아 탄 뒤 갈 길이 바빴지만 연추마을을 망원렌즈로 담지 못한 게 영 마음에 걸렸다. 조씨에게 사정을 말한 다음 다시 뒷산에 올라가 핫산 기념탑에서 연추마을을 카메라에 여러 컷 담았지만 못내 가보지 못한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었다.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길. 오른쪽 표지판은 '비노그라지나야' 지명을 알리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길. 오른쪽 표지판은 '비노그라지나야' 지명을 알리고 있다.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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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의 선행

그때가 오후 4시 반이었는데 조씨는 블라디보스토크로 가자면 거기서 네댓 시간은 걸린다고 가속 페달을 계속 밟았다.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도로 양편이 억새나 갈대숲으로 우거진 황량한 벌판이었다. 조금 달리자 비노그라지나야 강이 나왔는데 그 왼편이 1863년 한인 13가구가 두만강을 건너 정착한 '지신허' 마을이라고 했다.

 폐허가 된 지신허 마을 옛 터로 그곳에도 출입통제 팻말이 있었다.
 폐허가 된 지신허 마을 옛 터로 그곳에도 출입통제 팻말이 있었다.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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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내려 바라보니까 마을 어귀에 조금 전에 본 국경지대 출입을 금지하는 팻말이 보여 멀리서 카메라에만 담고서 차에 올랐다. 어느 나라나 국경지대의 경비는 삼엄했다. 자기들의 영토를 지키고자 물샐 틈 없이 경계하는 그들을 나무랄 수 없는 일이다.

사실 우리나라도 그랬다. 나도 전방에서 소대장으로 군복무를 하면서 낯선 사람들의 출입을 차단하거나 그들을 검문치 않았던가.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전방뿐 아니라 전국방방곡곡에다가 거동수상한자를 신고하라는 전단을 도배하지 않았는가.

이 지신허 마을 어귀에 서태지가 한러 수교 120 돌을 맞아 그들 일행이 이곳을 방문하여 세운 '지신허 마을 옛터'라는 '한러친선우호기념비'가 세워져 있다고 하지만 보지 못하고 지나쳐서 아쉬웠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노래만 부르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장한 일을 하다니…. 문득 연예인이 된 제자 남궁연의 말이 떠올랐다.

"선생님, 요즘 세상을 움직이는 이는 딴다라들이에요."

그들은 세상에 유행만 퍼뜨리는 게 아니라 이웃 나라에 한류바람을 일으키는 등,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초겨울 연해주 벌판
 초겨울 연해주 벌판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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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행장(7)

이듬해 기유년(1909) 연추 방면으로 돌아와, 동지 12인과 같이 상의하기를

"우리들이 그동안 아무 일도 이루지 못했으니 남의 비웃음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오. 뿐만 아니라 만일 특별한 단체가 어떤 일이건 목적을 이루기가 어려울 것인즉, 오늘 우리들은 손가락을 끊어 맹서를 같이 하여 증거를 보인 다음에 마음과 몸을 하나로 묶어 나라를 위해 몸을 바쳐 반드시 그 목적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자 모두가 그대로 따르겠다고 하였다.

 대한의사안중근공혈서 엽서
 대한의사안중근공혈서 엽서
ⓒ 눈빛 <영웅 안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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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열 두 사람이 각각 왼손 약지를 끊어, 그 피로써 태극기 앞면에 글자 넉 자를 크게 쓰니 '대한독립(大韓獨立)'이었다. 쓰기를 마치고'대한독립만세'를 일제히 세 번 부른 다음, 하늘과 땅에 맹세하고 헤어졌다.

 - <안응칠 역사> 158~162쪽 요약정리


태그:#안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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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교사생활 후 원주에서 지내고 있다. 장편소설 <허형식 장군> <약속> <용서>, 역사다큐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사진집<지울수 없는 이미지> <한국전쟁 Ⅱ> <일제강점기> <개화기와 대한제국> <미군정 3년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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