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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지난 13일일부터 3박4일에 걸쳐 현지 취재를 하면서 ‘낙동강은 강이다-발로 쓴 4대강 사업 대재앙 보고서’ 특별 기획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이 기간동안 15개의 현장-기획 기사가 출고됐으며, 동영상 기사도 선보였습니다. 또 현장 상황은 실시간 트위터와 엄지뉴스 등을 통해 생중계 됐습니다. 그간 관심을 보여주신 많은 시민기자와 누리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편집자말]

낙동강씨,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금(17일) 부산 하굿둑 인근의 한 숙소에서 노트북을 켠 채 사진 한 장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지난여름 가족 여행지인 경남 통영 국립수산과학관에서 제 핸드폰에 담아왔던 당신의 항문 모습입니다. 지난 95년 9월 하굿둑에 막혀 배설물을 토해내지 못한 당신은 심한 남조류를 앓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배 속에 8개의 흉물스러운 시멘트 말뚝(보)이 박히면 이런 모습은 신물이 날 정도로 볼 수 있겠지요. 

 1995년 9월. 낙동강 하구에서 발생한 남조류 대번성.
 1995년 9월. 낙동강 하구에서 발생한 남조류 대번성.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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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좋지 않은 사람'들의 뗏목 토크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은 지난 13일 경북 예천군에 위치한 내성천 회룡포를 출발해 3박4일 동안 뗏목을 타고 당신의 불편한 배 속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강을 노래하는 가수와 강을 스케치하는 판화가, 강과 함께 살아왔던 농민들을 뗏목 위에 태우고 당신이 흘러온 노래와 함께 위문공연을 하려고 했습니다. 첫날 토크에 참여했던 손병휘 가수의 말을 빌리자면 '물이 그리 좋지 않은' 사람들이지만 뗏목을 띄워놓고 신명나게 놀아볼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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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습니다. 삼강주막에 뗏목을 띄우고 강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순간, 물이 차올라 절반의 사람들이 내려야 했고, 강가의 버드나무에 부딪치기도 했습니다. 이 와중에도 우리의 뗏목 토크는 계속됐습니다. 그런데 우리 일행이 토크를 마치고 내린 뒤에 그날 밤 늦게까지 운행하던 골재노동자들의 뗏목은 낙단교에 걸려있는 나뭇가지에 부딪쳐 좌초하고 말았습니다.

▲ 뗏목 토크쇼 '낙동강은 아직 살아있다' 사전토크
ⓒ 오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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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뗏목을 다시 제작해 띄웠지만, 우리는 그때부터 육로로 갈아탔습니다. 당신의 몸의 일부인 모래사장과 습지, 농지와 농민들을 만나면서 4대강 사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모습을 스케치했습니다. 당신의 배 속에 뗏목 내시경을 집어넣고 청진기를 들이대려는 계획은 전면 수정해야 했지만,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당신의 형상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구불구불한 창자를 곧게 펴는 작업

우선 굴착기와 불도저들은 구불구불했던 당신의 창자를 곧게 펴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희생양은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된 당신의 소화기관들. 당신의 작은창자에서 500만개의 융털 역할을 하면서 새들과 물고기들의 서식처를 제공했던 갈대와 부들, 버드나무들이 굴착기 삽에 실려 내팽개쳐지고 있었습니다. 당신을 정화했던 모래와 자갈들도 굉음을 내며 오가는 덤프트럭에 실려 나가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배 속에서 긁어내는 모래만도 4억4천만 톤에 이른답니다. 이는 너비 200m, 높이 6m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350km의 거리를 쌓아올릴 수 있는 엄청난 양이라는군요. 첫날 뗏목에서 내려 점심을 먹었던 상주의 얼굴, 수많은 사람들이 그 경관에 감탄하는 경천대의 금은모래톱도 당신의 창자를 펴는 작업을 위해 잘려나간답니다. 그렇게 되면 고속도로 등 상주 진입로 곳곳에 내걸린 대형 간판의 얼굴도 내려야 하겠지요.  

게다가 정부는 곳곳에 '보'라는 탈을 쓴 거대한 댐을 세우고 있습니다. 글로벌스탠더드를 그렇게 강조했던 정부가 '댐'의 세계 표준을 따르지 않고 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이겠죠. 하여튼 이렇게 시멘트 말뚝을 박고 물을 가둬두면 당신의 배 속이 편안해질 것이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갇힌 물은 맑아진다? MB 시대에는 초등학교 교과서까지 바꿔야할 판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 재임시절에 건설한 낙동강 하굿둑. 서두에서 제시한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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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콩팥은 안녕하십니까?

 경북 상주 낙동강 '오리섬'에서 대규모 준설작업과 정비작업이 진행중이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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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물질을 거르는 역할을 했던 당신의 콩팥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상주지역의 습지이자 하중도인 오리섬. 영화 <상도>를 찍었던 세트장이 인근에 위치해 있을 정도로 절경이지요. 그런데 지난 14일 찾아간 그곳은 흉물스럽게 변해있었습니다.

교통이 불편해서 사람들이 찾아올지도 의심스러운 그 곳에 거대한 체육시설을 만든답니다. 덤프트럭들이 들락거리면서 봉분처럼 곳곳에 흙을 쌓아두었더군요. 그 자리에 들어설 대형 축구장이 당신의 콩팥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당신은 수천 년 동안 쉼 없이 흐르면서 비옥한 옥토를 만들었습니다. 당신의 몸을 감싸는 피부라고 할 수 있지요. 이곳에서 농부들은 수많은 자식들을 길렀습니다. 그리고 그 후대들이 자라나 당신의 품속에 또다시 씨앗을 뿌리며 당신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의 배 속에서 퍼낸 모래가 농부들의 삶의 터전인 농지에 산처럼 쌓여가고, 가을걷이를 앞두고 고개를 숙였던 황금들녘에는 잡초만 무성합니다. 농지리모델링 사업을 한답시고 그대로 방치한 탓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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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사업을 벌이며 낙동강에서 준설한 모래와 자갈을 '농지 리모델링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농민들에게 보상비를 주고 확보한 논에 쌓고 있는 가운데, 14일 오전 경북 구미시 낙동강변에서 불도저와 트럭이 논에 준설토를 쏟아 붇고 있다.
 14일 오전 경북 구미시 낙동강변에서 불도저와 트럭이 논에 준설토를 쏟아 붇는 일명 '농지리모델링' 작업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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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다발 쥐어든 농부들은 농지를 떠났습니다. 어떤 사람은 끊임없는 회유와 협박에 못 이겨 당신의 몸을 떠났고, 전국의 굴착기들이 일시에 삽날을 번쩍 들고 자신에게 돌진해오는 무서운 형세에 눌려 포기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일부 농민들은 대대로 내려온 삶의 터전을 지키려고 버티고 있습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의 명분으로 홍수예방을 들었지만, 흉물스러운 시멘트 말뚝이 박히는 함안보와 합천보 주변 지역의 '어르신'들은 자신들의 농지가 물에 잠길 것을 우려해 머리띠를 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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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당신의 온몸을 리모델링하려고 곳곳에 빨간색 하얀색 깃발을 꽂았습니다. 당신의 뼈와 장기를 발라내고, 피부를 할퀴는 현장 곳곳에는 지역경제가 살아난다, 강물을 살린다는 거짓구호가 적힌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박창근 관동대 교수(경남도 낙동강사업 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는 "경남지역 낙동강 구간에서만 500만평의 농지가 없어지고(2년 휴경지 포함), 이에 따라 농촌 일자리 1만개가 사라졌다"고 우려합니다. 게다가 경남 지역에 등록된 전문-종합 건설업체 4128개 중 4대강 사업 낙동강 구간의 공사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업체는 그중 1%도 안되는 32개 업체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4대강 사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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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특임장관의 선견지명?

이번 여행길에 다람재를 올랐습니다. 3년 전 이맘때 이재오 특임장관과 함께 제 고물자전거를 타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한 번도 쉬지 않고 올랐던 곳이기도 해 감회가 새롭더군요. 그때 이 장관은 아무 것도 떠있지 않은 잔잔한 강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기자에게 이렇게 우스개를 했습니다.

"저기, 배가 보인다! 왜 강을 놀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한반도대운하를 염두에 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장관은 당시 헛것을 본 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다람재에 오르니, 굴착기와 덤프트럭들이 수려했던 경관들을 모두 파헤쳐 놨더군요. 박창근 교수는 "운하의 핵심은 물을 가둬두고 배가 다닐 수 있는 수심을 확보하는 것"이라면서 "경제성도 없고 무차별적으로 강을 파괴하는 4대강 사업은 운하를 파는 게 아니라면 해석이 안 되는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습니다. 당신의 실핏줄인 썩은 지천을 그대로 두고 아랫물을 맑게 할 수는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와 영혼을 잃은 학자들은 보를 건설해 물을 가둬두면 수량이 많아져서 오염된 물이 희석된다고 주장합니다. 상식적으로 황당한 말입니다. 대구 등 대형 공단에서 내려오는 유해물질과 지천으로 흘러드는 축산폐수, 생활폐수 등을 그대로 둔 채 보에 갇혀 썩어가는 물에 더 썩은 물을 흘려보낸다면 수질은 어떻게 될까요? 희석이 아니라 오염 농도가 짙어지겠지요.

영남의 젖줄인 당신은 인간에게 먹는 물을 제공하는 식수원입니다. 대구-부산-경남 시민 1000만 명이 당신의 몸에서 뽑아낸 물을 먹습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으로 물이 썩을 것을 우려한 사람들이 당신의 몸이 아닌 곳으로 취수원을 이전하거나, 좀 더 위쪽으로 취수원을 옮기려고 아등바등합니다.

그래서 대구 지역 취수원 이전지로 거론되는 구미시 도개면 곳곳에는 빨간색 플래카드가 걸렸습니다. "왜 우리들의 재산권을 제한하면서 이 지역에 대구 시민들의 빨대를 꽂냐"(이준경 생태보전시민모임 정책실장)는 겁니다. 이대로 간다면 분명 험한 꼴 보겠지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대구에 위치한 광역취수장이 구미로 이전할 예정인 가운데 14일 오후 경북 구미시 도개면에 광역취수장 이전을 반대하는 현수막과 깃발이 뒤덮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대구에 위치한 광역취수장이 구미로 이전할 예정인 가운데 14일 오후 경북 구미시 도개면에 광역취수장 이전을 반대하는 현수막과 깃발이 뒤덮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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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몸에도 당신처럼 강물이 흐릅니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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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씨, 당신의 몸처럼 저의 몸에도 강물이 흐릅니다. 제 입으로 들어온 음식물은 식도를 지나 위와 십이지장을 거치고 작은창자와 큰창자를 굽이굽이 지나 12시간~24시간 만에 항문에 도착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서너 뼘도 안 되는 거리지만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독성이 걸러지고 양분도 골고루 섭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가 내 몸의 장기들을 일렬로 세우겠다고 한다면 어찌될까요? 긴 창자를 제거한 뒤 파이프를 설치하고, 콘크리트 건물을 곳곳에 세운다면? 

4대강 사업은 당신의 몸속에 500m 폭의 거대한 고속도로를 내는 일입니다. 그건 강이 아니라 수로이거나 운하입니다. 그들은 당신의 물이 썩었고, 홍수가 난다는 말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썩은 것은 윗물(지천)이고, 홍수가 나는 곳 역시 윗물입니다. 

당신의 배 속 여행 첫 출발지였던 경북 예촌의 삼강주막에 들러 첫날 '뗏목 토크' 주인공들과 함께 '막걸리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데 흰색 티를 입은 한 농민이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잠시 등을 보인 그의 티셔츠에는 다음과 같은 안동 사투리가 적혀 있었습니다.

"강이 언제 죽었니껴?"

수조 원을 들여 강죽이기 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당신은 아직도 살아있습니다. 4대강 사업의 대상인 한강도 살아있고, 금강도 아직 살아있습니다. 그 강은 수 천년 동안 그러했듯이 계속 굽이쳐 흘러야 합니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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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 생명평화 미사장에 있는 나무 십자가의 나무 예수 밑에서 당신의 안녕을 기원하는 한 부부 가수를 만났습니다. <청계천8가>로 유명한 그룹 <천지인>의 맴버였던 엄보컬과 김선수. 누가 시킨 일도 아닌 데, 매주 월요일이 휴일인 그들은 이곳에 자주 나와서 자작곡인 '흘러라 강물아'라는 곡을 연주한다고 합니다. 그 때 한번 들었는데 은근히 중독성이 있더군요. 이번 여행길에 저절로 흥얼거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곡을 한번 들려드리겠습니다.

낙동강 씨, 안녕하셔야 합니다.

▲ 엄보컬 김선수의 '흘러라 강물아' 지난달 30일 경기도 양수리에서 열린 202번째 생명평화미사에서 '엄보컬 김선수'가 자작곡인 '흘러라 강물아'를 연주하고 있다.
ⓒ 오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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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바꾼 트위터 2500여명...'死강반대' 리본 달기 캠페인 확산
아 참, 당신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트위터 얼굴을 바꾸는 '死강반대' 리본 달기 캠페인도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지난 14일부터 시작해 1주일도 안된 시점에 2500여명이 동참했다는군요. 한번 구경하십시오.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한 '死강반대' 리본 달기 캠페인 'SOS 4 rivers'에 동참한 트위터 사용자들.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한 '死강반대' 리본 달기 캠페인 'SOS 4 rivers'에 동참한 트위터 사용자들. 9월 20일 현재 2560명이 동참했다.


* '낙동강은 강이다' 특별취재팀(트위터 해시태그 : #낙동강은강이다_)
취재
: 김병기 국장, 김경년 부장, 박순옥-최지용 기자
사진 : 권우성 팀장
동영상 : 박정호-오대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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