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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A CUP(위더컵) 캠페인은 편리와 풍요를 향해 과속 질주하는 우리를 돌아보며 삶의 속도를 한 박자 천천히 늦추기 위한 '여성환경연대 슬로 라이프 운동'의 일환으로 제안되었습니다. 자기 컵과 함께 하는 즐거운 불편을 통해 새로운 관계와 소통 그리고 느린 시간의 유쾌한 경험을 나누어 가려 합니다. [편집자말]
지난 2009년 자선다큐 프로그램 <LOVE>(tvN)와 관련하여 방문했던 캄보디아 뚠레샵 호수에서 지역 어린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조남룡의 모습.
 지난 2009년 자선다큐 프로그램 <LOVE>(tvN)와 관련하여 방문했던 캄보디아 뚠레샵 호수에서 지역 어린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조남룡의 모습.
ⓒ DAY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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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운동권이거나 진정성이 있어서라고 할 수는 없어요. 그저 이것도 삶을 배우는 한 과정인 것이니까요."

월드컵이 어떤 과정으로 태어나고 성장했는지 모르지만, 그리고 그런 것에는 관심도 없지만 '전 세계 축구계에 월드컵이 있다면 전 세계 환경운동계에는 위더컵(With a cup)이 있다'는 문장으로 이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즐겁고, 자연스럽게 내 컵으로 마셔요!'라는 슬로건을 내건 '위더컵 캠페인'은 슬로라이프 운동의 실천 프로그램을 모색하던 여성환경연대가 소셜벤처기업 우디, 월간 패션잡지 <마리끌레르> 그리고 내로라하는 사진작가 조남룡과 만나 잉태하고 키운 아름다운 생활환경운동이다.

사랑을 나누는 좋은 손과 마음, 조남룡

조남룡은 1950년대 후반 인천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그의 아버지는 켜두지 않아도 되는 불, 필요하지 않은 불을 손수 소등하셨다. 집안을 돌아다니시며 불을 하나하나 끄셨던 부친 곁에서 자랐기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어떤 이는 그를 두고 "밥 많이 시킨 뒤 남겨서 버리는 걸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는 밥 남겨서 버리는 것만큼은 아니겠지만 종이컵처럼 일회성 용기에 의존하는 생활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중앙대학교 사진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대기업 비서실과 잡지사에서 사진기자로 살다가 프리랜서로 독립한 것은 1990년대. 그렇게 몇 년을 살다가 어느 날 실험적인 건물을 지었다. 대부분의 사진작가들이 지하 스튜디오에서 작업할 때 땅을 빌려 건물을 올리고 스튜디오 이름을 '데이라이트(DAYLIGHT)'라고 지었다. 모르긴 몰라도 그는 한국 패션사진계에서 인공조명을 끄고 햇빛조명을 이용해 사진을 찍기 시작한 선구자 중 한 사람일 것이다.

"지금 나는 그냥 프리랜서 사진작가이고 특정하게 소속된 곳(직장)은 없어요. 주로 인물사진을 많이 찍어요. 잡지 일과 관련해서는 패션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패션사진도 인물사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풍경사진 같은 것도 찍지만 주된 것은 인물사진이에요."

일본에도 수출되었던 배우 원빈의 사진집 <원빈 영상 화보집>(랜덤하우스코리아, 2000년) 수록사진을 촬영하는 등 소설 <토지> 속 최 참판댁네 농사처럼 규모가 큰살림을 살았던 그는 당신 밑에서 일하고 공부하던 어시스턴트들에게 스튜디오를 분양한 뒤 다른 일을 시작했다.

친구들과 함께 프랑스의 인더스트리얼 빈티지나 스칸디나비안 빈티지를 수입·판매하는 회사 '라 매뉴팩처(La Manufacture)'를 세웠고, 자신도 회원으로 참여해 나무 작업을 하는 비영리 회원제 공방 '더 우드스튜디오'를 만들었다. 그리고 목수를 업으로 삼은 젊은 친구들의 나무 작업을 세상에 소개하는 오프라인 숍 '굿 핸드 굿 마인드(good hand good mind)'를 운영하게 되었다.

조남룡 + @ = 워더컵(With a cup)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조남룡. 다른 이들을 찍은 사진은 많지만 정작 "자기 사진은 별로 없다"고 한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조남룡. 다른 이들을 찍은 사진은 많지만 정작 "자기 사진은 별로 없다"고 한다.
ⓒ DAY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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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소개로 여성환경연대를 소개 받고 '위더컵 프로젝트'에 함께하게 됐죠. 기획에 참여하고 일을 진행하면서 어려운 일들도 있었지만 여러 곳에서 도와주어 잘 넘긴 것 같아요. 전부터 이런 기회(재능을 나누는 일)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가 운동권이라서 그런 게 아니고 진정성이 있어서라고 할 수도 없어요. 그냥 막연하게 이것도 삶을 배우는 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꽃피는 2010년 춘삼월, 소박하게 시작된 그들의 만남은 유쾌한 놀이와 나눔의 문화를 공유하는 관계를 생산하는 씨앗이 되었다.

세계적인 라이선스 패션월간지 <마리끌레르> 한국판에 두 차례의 패션화보를 게재하고, <슬로라이프>(디자인하우스)의 저자 쓰지 신이치, 홍익대 안상수 교수, 연세대 조한혜정 교수 등이 참여한 '컵이 있는 대화 모임'(2010년 6월), 10여 곳의 카페와 함께 텀블러로 음료를 테이크아웃할 수 있도록 했던 프로젝트 '움직이는 컵'(2010년 7월) 등이 이어졌다.

이 가운데 '위더컵 캠페인'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된 것은 조남룡이 스타 스물두 명과 그들의 컵을 촬영한 프로젝트였다.

여성환경연대가 캠페인에 동참할 스타 섭외로 고생하고 있을 때 홀연히 나타나 이들의 제안을 수락했던 모델 변정수, 지인들을 줄줄이 소개해준 여행작가 김남희, 서울에 잠시 머물다 지방선거 투표를 하기 위해 안동으로 이동하기 전 스튜디오에 들렀던 시골의사 박경철, 윈디시티의 김반장이 함께한 아이앤아이 장단의 촬영장은 스튜디오를 축제의 마당으로 변화시켰다.

배우 김남길
 배우 김남길
ⓒ 조남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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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변정수
 배우 변정수
ⓒ 조남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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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문세
 가수 이문세
ⓒ 조남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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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태란
 배우 이태란
ⓒ 조남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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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하던 중 자연스럽게 입맞춤을 했던 꿀초 장인 빈도림·이영희 부부나 조남룡과의 개인 화보집 촬영을 인연으로 하여 군 입대를 앞두고 귀한 시간을 내주었던 배우 김남길, 집에서 끓인 보리차를 물병에 담아와 수줍게 내밀었던 배우 이태란, 직접 도자기컵을 구워 사용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나난, 자신의 캐릭터가 담긴 컵을 가지고 왔던 만화가 김풍과 그림 그리는 건축가 오영욱(오기사), 친한 동료와의 소중한 순간이 담긴 사진을 활용해 만든 하나뿐인 텀블러를 자랑했던 이문세, 팬이 선물한 텀블러를 콘서트 때마다 사용한다는 가수 이한철…. 촬영장에 자기 컵을 들고 나타난 사람은 스물두 명이지만 얽힌 사연은 수만 가지였다.

"위더컵서 만난 사람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관계가 된 것 같아요"

사진작가 조남룡
 사진작가 조남룡
ⓒ DAY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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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떤 사진을 찍냐고요? 그냥 있는 그대로 찍어요.(웃음) 옷도 그렇고 컵도 그렇고 어떠한 꾸밈도 없을 때 제일 좋은 것 같더라고요. (특별히 세련되게 갖춰 입은 것은 아니어도)자기 스타일대로 입고 오니까 더 좋아요. 그리고 전에는 사진을 찍을 때 장치들을 많이 사용했다면 요즘엔 갈수록 그런 장치를 없애고 촬영하게 되더군요.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진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사(私)적인 사진을 찍으려고 해요."

이 대목에서 잠깐 덧붙이자면 그가 이야기하는 '사적인 사진'이란 사적인 영역을 존중하지 않는 그런 사진이 아니다. 5월의 바람처럼 편안하고 한여름의 계곡물처럼 상쾌한 느낌을 주는 사진,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사진이다. 이를테면 <김남길, 여행 그리고 기록>(더북컴퍼니, 2010년)에서 볼 수 있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거나 호텔 방에서 머무는 김남길의 모습 등과 같은 사진이 그런 것들이다. 카메라와 피사체의 경계가 사라지고, 찍는 사람도 사라지고 찍힌 사람도 사라져서 결국 한 컷의 사진으로만 남은 그런 경지의 사진….

"저는 사람의 관계를 되게 중시하는 편이고 그렇게 지속될 수 있는 사람관계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위더컵 캠페인'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는 그냥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관계가 된 것 같아요. 대개는 어떤 프로젝트를 마치면 일단 그걸로 끝이에요. 일시적으로 모였다가 다 흩어져서 각자 일을 하는데 '위더컵 캠페인' 사람들은 계속 보게 되네요.(웃음) 그게 저에게는 정말 기쁜 일이에요."

여러 가지 일을 하였으나 종래에는 사진가라는 이름으로만 남을 조남룡. 그가 촬영한 스물두 명의 스타와 컵 사진은 인터넷(http://photo.naver.com/galleryn/100)에서 볼 수 있다.

WITH A CUP 캠페인 활동
하나, 네이버 갤러리 N 조남룡 사진전(7.1~) : 자기 컵과 함께 하는 스타들을 http://photo.naver.com/galleryn/100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둘, 움직이는 컵(7.1~9.30) : WITH A CUP과 함께 하는 카페에 가시면 종이컵 대신 WITH A CUP 텀블러로 테이크아웃 하실 수 있습니다.
셋, 컵이 있는 테이블(연중) : 문화 리더들과 함께 하는 대화 모임, 자기 컵을 가지고 함께 모여 즐거운 불편과 느린 삶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넷, 내 컵입니다 '내 컵 찍어서 인증샷 올리면 선물이 슝슝' (9.15~10.30) : 컵과 함께 찍은 사진, 사연을 공식 블로그(http://blog.naver.com/withacup)와 엄지뉴스(#5505)로 올리면 추첨하여 선물을 드립니다.


태그:#여성환경연대, #조남룡, #위더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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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창립한 여성환경연대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녹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환경단체 입니다.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여성건강운동, 대안생활운동, 교육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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