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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인명사전>  학교장들이 친일파에 대한 역사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학교 도서관 비치를 거부하고 있다.
▲ <친일인명사전> 학교장들이 친일파에 대한 역사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학교 도서관 비치를 거부하고 있다.
ⓒ 민족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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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인명사전>, 학생들이 보게 할 수는 없다 ?

서울 강서구 ㄷ고 ㅈ교사는 한일병탄 100년을 맞아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의식을 지니는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4월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 구입을 신청하였다. 지금까지 ㅈ교사는 교사가 신청한 도서에 대해서 학교에서 특별히 거부를 하는 사례가 거의 없어서 당연히 도서관에 구입해 두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얼마 뒤 도서관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아무리 찾아봐도 친일인명사전을 찾을 수가 없어 확인해 보니 교장선생님이 친일인명사전의 내용을 문제 삼아 도서관에 배치할 수 없다고 했다는 것. 교장 선생님에게 어떻게 된 것인지 따져 물으니 "(친일파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고, 역사적 판단이 서로 달라 아직 분란의 소지가 있어서 학생들이 그런 책을 보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도저히 수긍이 가지 않아 공식적으로 문제를 삼고 다시 구입해 줄 것을 요구하자 교장은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에 안건으로 올려 학부모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답했다.

ㅈ교사는 학운위에서 수천 수만권에 이르는 도서관에 놓을 책을 심의한다는 것도 우습고, 책임을 면하기 위한 꼼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교장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얼마 뒤에 어떻게 했는지 학운위에서 '친일인명사전을 학교 도서관에 놓을 수 없다'고 결정했음을 교장에게 확인할 수 있었다. 도서관에 놓을 책을 학운위에서 거부한 초유의 사태였다.

이런 사례는 또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 ㅅ고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ㅇ교사도 올해 4월 한국근현대사 수업에 참고하기 위해 친일인명사전을 신청하였다. 이전에 도서구입을 신청했다 거부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얼마 뒤 수업을 위해 도서관에 들른 ㅅ교사. 그러나 그는 이 책을 찾을 수가 없었다.

사서 교사에게 물어보니 친일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는 이유로 교장 선생님이 구매목록에서 제외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신청한 지 10개월 만에 배치되기도

또 다른 사립학교인 종로구 ㅅ고는 천신만고 끝에 10개월 만에 친일인명사전을 도서관에 배치했다. 이 학교 역사 교사인 ㄱ씨는 작년 11월 수업 참고용으로 친일인명사전을 신청했는데 5개월이 지난 올해 4월까지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 사서교사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도서선정위원회의 구입 결의가 없어 살 수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위원회는 교장·교감·행정실장 등 6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예전에는 교사가 신청하면 그냥 구입해 주었고, 심지어는 신청을 독려하기까지 했는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ㄱ교사는 6월에 도서선정위에서 '친일인명사전 구입이 부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이 사태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부결 사유를 문서로 확인하여 정식으로 공론화하려고 학교에 도서선정위원회 회의록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그러자 며칠 후 학교에서 "여러 선생님들이 필요로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친일인명사전을 학교 도서관에 배치하기로 방침을 세웠다"고 전해 왔다. 이렇게 ㄱ교사는 이 책을 신청하고 거의 10개월 만에 친일인명사전을 받아보게 되었다.

이 학교들 외에도 많은 학교들, 특히 사립학교들에서 '우리 학교 설립자와 관련이 있다', '친일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 '학생들이 혼란스러워 할 수 있다' 등의 이유로 친일인명사전의 학교 도서관 배치를 거부하고 있다. 물론 종로구 중앙고의 노년환 교사와 같이 신청하자마자 아무 문제 없이 책이 학교 도서관에 배치된 사례도 있다.

교육청, 친일인명사전 배치 여부 파악

올해 4월 서울교육청(당시 이성희 교육감 권한대행)은 서울 소재 모든 학교에 친일인명사전의 도서관 배치 여부를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대표적인 반 전교조 보수인사로 알려진 당시 교육위원 이상진씨가 이를 문제 삼으며 현황 파악에 나선 것이다.

각 학교에서는 이 공문을 '친일사전을 학교 도서관에 배치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여 이 책의 구입을 주저하였다. 실제로 ㄷ고의 사서 교사는 친일인명사전 구입 여부를 묻는 교사에게 "교육청에서 공문이 왔다"며 "학교가 부담스러워한다"고 일러주기도 했다. 결국 이 학교 도서관에는 지금도 친일인명사전이 없다.

친일파가 설립했거나 친일과 관련된 사립학교가 일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와 관련되지 않은 사립학교들까지 친일사전의 도서관 비치를 거부하고 나오는 것은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

일본이 독도가 '일본 땅'이라며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2010년판 일본 방위백서를 10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내부에서는 힘들게 작업한 <친일인명사전>을 학교에 비치하는 것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그리고 교육계에서도 여전히 친일의 역사가 청산되지 않았다는 방증일 수도 있겠다.

"ISBN 부여받은 합법적인 책...구입 문제삼는 것 용납하기 어려워"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 인터뷰
일부 학교가 친일인명사전의 도서관 배치를 막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기 위하여 20여년의 작업 끝에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해 낸 민족문제연구소(위원장 김병상)의 방학진 사무국장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 학교들이 친일인명사전의 도서관 비치를 막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가?
"교육 현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 2010년인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나?
"전국적으로 한일강제병합 100년 행사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의 가진자들, 흔히 기득권들은 제대로 된 반성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본다. 아직 일제 잔재가 청산되지 못한 한국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며, 우리에게 여전히 친일문제의 해결이 민족적 과제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친일의 역사를 거론하는 것조차, 우리 학생들이 아는 것조차 싫어하는 우리 사회 기득권의 현실이다."

- 이 책의 내용을 이념적으로 문제삼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책은 이미 ISBN(국제표준도서번호 : International Standard Book Number)를 부여받아 시중에서도 합법적으로 팔리고 있는 책이다. 그런데도 일부 교장들이 이 책의 구입을 문제 삼는 것은 교육적, 역사적으로도 용납되기 어려우며 그들이 신봉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상도덕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현직 교수들과 학자들이 수십년에 걸친 노력을 거쳐 펴낸 것으로 친북적, 좌파니 하는 수식어를 갖다붙이는 것은 구시대적인 기득권의 반발이라고 본다. 혹시 사실관계나 내용에 문제가 있으면 얼마든지 이의를 제기하면 다시 검토할 수도 있는데 그런 것은 하지 않고 그냥 색깔론만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이 현실에 대해 한 말씀 해달라.
"이는 일종의 도서 검열인데 그 교장 선생님에게 이 책을 읽어 보기나 했는지 묻고 싶다. 이 책의 내용이나 성격에 관한 문제제기가 아니라 그냥 읽어보지도 않고 학생과 교사들로 하여금 이 책에 원천적으로 접근을 못하게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영화를 보지도 않고 영화평을 하면서 배우를 험담하고 영화관에 해코지를 하는 꼴이다. 이 또한 우리 사회의 후진성의 한 측면이다. 교육계에서만이라도 이런 일이 빨리 없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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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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