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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 금강둔치 잔디에 새겨놓은 정부의 4대강 사업을 꼬집는 미술작품. 잔디를 깎는 방법으로 뼈만 남은 물고기(가로 100m)를 그려 4대강 사업이 강 죽이기사업임을 표현했다.
 충남 공주 금강둔치 잔디에 새겨놓은 정부의 4대강 사업을 꼬집는 미술작품. 잔디를 깎는 방법으로 뼈만 남은 물고기(가로 100m)를 그려 4대강 사업이 강 죽이기사업임을 표현했다.
ⓒ 대전충남민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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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 금강사업팀 관계자들이 남아있는 잔디를 깎아내는 방법으로 물고기 작품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지웠다.
 공주시 금강사업팀 관계자들이 남아있는 잔디를 깎아내는 방법으로 물고기 작품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지웠다.
ⓒ 대전충남민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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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들이 충남 공주 금강둔치 잔디에 새겨놓은 정부의 4대강 사업을 꼬집는 미술작품이 설치 이틀 만에 공주시에 의해 훼손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에 대해 예술인들은 '명백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민족극운동협회 소속 전국 예술인 200여 명은 7월 28일부터 31일까지 4일 동안 충남 공주 금강변에 모여 금강둔치 잔디를 깎아 대형 그림을 그리고 '강굿'(江굿)을 개최했다. 금강의 대표적인 나루터였던 고마 나루터와 구드레 나루터가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될 위기에 처해지자 '강을 지키자'는 취지로 '생명의 강지키기 예술행동' 행사를 기획한 것.

'대형 잔디그림'의 경우 전국민족미술협의회 및 대전충남 민족미술협의회 소속 작가 20여 명이 참여했고, 설치미술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 최평곤씨가 총감독을 맡았다. 이들은 무더위 속에 공주 금강교아래 금강둔치 잔디에 가로100m, 세로 60m 크기의 뼈만 남은 대형 가시물고기 작품을 그렸다.

4대강 사업 비판 물고기 작품, 이틀 만에 훼손

물고기 잔디그림과 함께 설치된 설치작품
 물고기 잔디그림과 함께 설치된 설치작품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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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행사에 앞서 공주시에 '잔디를 깎는 방식으로 잔디 위에 물고기를 그려 넣겠다'고 협의해 구두합의를 얻어냈다. 

그림은 뼈만 남은 물고기 모양으로 정부의 '금강살리기 사업'이 '금강 죽이기'이자 '금강 물고기 죽이기'임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실제 지난 1월에는 금강살리기 공사현장인 충남 공주시 신관동 공주대교 및 골재채취 작업장에서 붕어·대형 잉어 등 물고기 수천 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바 있다.

당시 전문가들은 정부가 금강살리기 공사의 일환으로 대책 마련 없이 백제큰다리 보를 트면서 수심이 낮아졌고 한파로 얼음이 얼면서 물고기들이 산소가 부족해 떼죽음을 당한 것으로 추정했다. 금강변에서는 지난 3월에도 금강정비사업 추진 현장에서 물고기들이 웅덩이에 갇혀 폐사하는 등 물고기 떼죽음이 수시로 일어났다.

하지만 공주시는 작품을 새긴 후 하루 뒤인 지난 1일 행사 관계자에게 전화를 통해 일방적으로 그림을 지우겠다고 통보했다. 행사 관계자가 "훼손하지 말 것"을 요청했지만 며칠 뒤 현장을 방문하자 이미 작품은 물고기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훼손돼 있었다. 또 물고기 모양이 전시물도 철거된 상태였다.

공주시 재난관리과 금강사업팀의 김영종씨는 "작가에게는 연락하지 않고 행사 관계자에게만 연락하고 지난 2일경 남아있는 잔디를 깎아 물고기 그림을 알아볼 수 없게 지웠다"고 밝혔다. 그는 물고기 그림을 훼손한 이유에 대해 "사전에 물고기 그림을 새긴다고 해 구두허가 했더니 후에 가서 보니 그냥 물고기가 아닌 뼈다귀만 남아 있는 물고기 그림이었다"며 "한 마디로 뒤통수를 친 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듭 "이게 무슨 예술이냐"며 "예술이면 예술 같아야지 이건 예술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잔디가 자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급히 잘라낸 이유'를 묻자 "(금강살리기 사업을) '금강 죽이기'라고 일방적으로 표현한 것을 어떻게 가만히 두고 보냐"는 말로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이 작품훼손이 이유임을 분명히 했다.      

공주시 작품 훼손 관계자 "예술이면 예술 같아야지..." 작품 폄훼 발언

지난 1월 26일 충남 공주시 신관동 공주대교 및 골재채취 작업장에서 떼죽음을 당한 붕어·대형 잉어 등 물고기.
 지난 1월 26일 충남 공주시 신관동 공주대교 및 골재채취 작업장에서 떼죽음을 당한 붕어·대형 잉어 등 물고기.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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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최평곤 작가는 "사전에 한 마디 상의나 통보도 없이 작품을 훼손했다"며 "더 납득할 수 없는 점은 작품을 대하는 담당 공무원의 몰상식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최씨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작품을 폄훼, 훼손한 담당 공무원과 공주시에 응당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충남 민예총  관계자는 "공주시 공무원이 작품을 훼손하기 전에도 행사관계자에게 불쾌한 언사를 쏟아낸 것으로 전해들었다"며 "이는 결국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예술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묵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최평곤 작가는 그동안 6월 항쟁 기념조형물 '평화의 손'을 비롯해 평화누리 기획초대전 '시선'(임진각 평화누리), 경기도미술관 기획 초대전 '공간을 치다' 초대 출품, 동학예술제(공주 우금치), 2006 아시아의 지금전(중국 아라리오 베이징), 조국의 산하전(평택 대추리 현장전) 등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대표적인 조각설치작가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태그:#4대강 , #금강살리기, #금강둔치,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민족극운동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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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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