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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세의 장모님과 60세의 큰처형
 89세의 장모님과 60세의 큰처형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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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김천의 장모님을 방문했습니다. 밤길을 달려온 저희 부부를 한결 깊어진 주름의 어머님이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처형이 먼저 와 계셨습니다. 큰 처형은 일주일 전에 예순 살 생신을 지낸 분입니다.

서울에서 바로 오는 차표가 매진되어 대전에서 버스를 가라타고 오셨다 했습니다. 어머님께 특별한 날도 아닌 날, 600리를 달려온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처형이 답했습니다.

"제 생일에 엄마가 생각났습니다. 저를 낳느라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저를 기르느라 얼마나 속 썩었을까, 저를 공부시키느라 얼마나 애쓰셨을까, 저를 시집보내고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저의 주름을 보고 얼마나 슬펐을까 싶었습니다. 제가 육순 생일상을 받고 보니 이 상을 받아야할 분은 엄마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내려왔습니다."

다음날 아침, 어머님이 19살에 낳은 첫딸은 염색약으로 어머님의 흰머리를 검게 염색하고 계셨습니다. 장모님의 백발머리에 검은색 염색약을 묻힌 빗을 빗고 계시는 큰처형의 모습이 마치 89세의 어머님을 19세의 젊음으로 되돌리고 싶은 간절한 의식처럼 보였습니다.

저의 처는 큰딸에게 머리를 맡기고 계신 어머님께 쿠키를 잘게 잘라 입에 넣어드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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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kr과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어머니, #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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