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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y 유시민' 겉그림.
 'Why 유시민' 겉그림.
ⓒ 리얼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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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오랜만에 예전 방학숙제 독후감을 쓰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의무감이나 강압에 의해 쓰는 건 아니다. 그동안 자제해왔던 글쓰기 본능이 가끔 불쑥불쑥 한번씩 터져나온 느낌으로 쓴다고나 할까. 

사실 나는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책 속에 길이 있다지만 요즘은 인터넷 속에 길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나는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 다독형이라기보단 정독형이다. 학생 때도 사회과학 서적 중 엑기스만 주로 읽었다. 청년학생운동을 했던 터라, 필요한 책을 읽어야 했었는데, 입문서는 물론이고 정치학, 경제학, 정치경제학, 사회학, 철학 심지어 신학서적까지 읽어야 했었다. 따라서 모든  분야의 모든 책들을 읽는다는 것은 어려울뿐만 아니라 그럴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각 분야별로 몇 권씩만 정독하는 습관이 밴 탓이다.

그런데 요즘 하는 일이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책에 손이 가게 된다. 그러던 중  최근 얼숲(페이스북)을 시작한 서영석 전 데일리서프라이즈 대표와 온라인에서 만나 책 펴낸 얘기를 들었고, 저자증정판으로 한 권 선물 받았다. 그리고 밤을 새워 읽어내려갔다. <Why 유시민>(리얼텍스트) 이었다.

책에는 평소 지역구도를 중심으로 한국정치를 바라보는 서 대표의 관점이 아주 잘 녹아 있었다. 한마디로 정치분석에서의 실용과 실사구시의 대가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런 논지에는 독서광답게 잘 정리된 풍부한 자료가 뒷받침돼 있었다.

이 책의 결론은 딱 하나다. 유시민이 차기 대통령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지만, 야권이 박근혜를 비롯한 여권주자들 누구와도 한번 붙어볼 량이면 유시민의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예언이다.

구태함을 가지고 있어 의미 있는 <Why 유시민>

그런데 사실 이 결론은 상식이다. 현재 야권주자 중에 그나마 가장 높은 지지도를 기록하는 이가 유시민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결론을 설명하기 위한 여러 가지 기제를 덧붙였지만 누구나 다 아는 얘기를 잘 정리한 것 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가지는 힘은 따로 있는 듯했다. 나도 알고 다들 아는 얘기지만 지리멸렬을 거듭하고 있는 야권에 하나의 논쟁점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알다시피 최근의 개혁진보진영의 큰 흐름은 정책이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그 위력을 발휘한 정책이슈가 '친환경 무상급식'이었고, 지금은 '건강보험 하나로'라는 이슈로 정책의제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 흐름은 최근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라는 이름으로 그 몸체를 드러낸 역동적 복지국가론자들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실천적 이슈로 제기한 무상급식이 이제는 북유럽, 특히 스웨덴을 모델로 한 역동적 복지국가론이 나래를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물론 나는 이 역동적 복지국가론이 개혁진보진영의 또 하나의 트로이의 목마와 같이 위험한 흐름일 수 있다는 점을 이해영 한신대 교수와 이미 이야기 나눈 바 있다). 

물론 이 논의는 범개혁진보진영이라기보다는 자칭 진보진영의 한 흐름이다. 그리고 단기적으로는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재통합을 위한 수단적 의미가 강하긴 하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국 정치가 기존의 지리멸렬한 지역구도를 넘어 정책구도로 진입할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교두보였다는 점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이 흐름은 '시민회의'라는 구체적인 조직화의 단계로 들어가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서영석의 <Why 유시민>이란 책은 어찌보면 과거의제인 지역구도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태적이다. 한국 정치는 지역구도에서 정책구도로 이동해 가는 과정에서 여전히 과거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있다. 유시민을 분석한 틀은 노무현의 성공신화와 똑같은 호남당의 영남후보론의 연장선에 서있다. 그런 점에서 새로울 것이 별로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 책이 의미를 가지는 점도 바로 이 구태 속에 있다. 한국정치가 지역구도라는 구태 속에서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왜냐면 한국의 현실정치는 서영석 전 대표의 말대로 지역구도에서 성장한 기존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그 역사를 써가기 때문이다.

아무리 광야의 초인같은 이가 훗날 나타난다고 해도 그가 성공할 가능성보다는, 현재 정치권에서 단련되고 수련하고 있는 연습생이 화려한 조명발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시장 속에서 동물적 본능으로 상품을 평가하는 홍보전문 교수에게 서영석의 분석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도 역시 아직은 지역구도가 건재하다고 말했다.

바로 이 점에서 이 책은 가치있다. 지역구도가 잔존하고 있는 한국 정치 속에서 매우 현실적인 정치분석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한국 정치가 정책구도로 전환될 수 있고, 또 되어야 한다는 당위가 있지만, 적어도 아직은 노무현 자신이 스스로 구 시대의 막내라고 지칭했던 그 시대로부터 우리 모두가 자유롭지 못한 정치상황, 이것이 서영석의 분석틀이 아직은 유효한 까닭이다.

그리고 유시민 지지자들에게는 자신들이 왜 유시민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그 이유와 근거를 현실적 측면에서 소화하고 있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새로운 정책구도라고 하면서 이상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자칭 진보진영의 '역동적 복지국가론'의 유행보다는 차라리 정치현실에서부터 출발한 서영석의 '구태스런(?) 분석'이 더 실용적이고 쓸모가 있는 도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유시민보다 나은 인물이 없는 건 사실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와 유시민 전 장관이 3일 밤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한 각계 연석회의(시민사회단체·종교계·야당 등 참여)가 주최한 '4대강 사업 중단 범국민대회'에 촛불을 들고 참석해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와 유시민 전 장관이 지난 7월 3일 밤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한 각계 연석회의(시민사회단체·종교계·야당 등 참여)가 주최한 '4대강 사업 중단 범국민대회'에 촛불을 들고 참석해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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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서영석이 묘사하고자 했던 유시민의 사회자유주의에 대한 언급이 한국의 미래비전으로 타당한 것인가에 대해 저자 자신이 자신있게 소개하지 못한 점이다. 이 점은 사실 저자의 한계라기보다는 '대한민국 개조론' 등에서 이 개념을 주창한 유시민의 한계일 수도 있다.  원판이 부실하면 복사판도 부실할 수밖에.

선진통상국가론과 사회투자국가론이 유시민의 사회자유주의라고 하지만 이것은 사실 미,일 경제시스템과 북유럽 경제시스템을 짬뽕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미·일 경제체제인 통상국가론(현재 이 흐름은 자유무역주의로 나타나고 있고, 여기에 편승해야 한다는 관점이다)은 그나마 생명력을 갖고 있지만, 사회투자국가론은 유시민이 유럽에서 공부하던 때와 달리 지금은 훨씬 더 진화해 있다.

물론 사회투자국가는 최근 일각에서 유행하고 있는 '역동적 복지국가론'과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복지국가 자체가 진보적이라거나 사회자유주의인가에 대한 논의는 '박근혜의 복지'에서 볼수 있듯이 '아니올시다'이다.

결국 유시민의 사회자유주의는 북유럽 사민주의와 미·일의 자유주의를 기계적으로 결합했다는 인상을 주기에 큰 반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첨언하자면 유럽사민주주의조차도 요즘은 신자유주의적 경향인 '경쟁력'을 따라가고 있다. 10년 전부터 내가 강조해온, 성장과 생산에 대한 책임성이 담보되지 않은 진보는 이제 없다는 명제를 되새겨볼 일이다. 

이런 점에서 결국 유시민의 사회자유주의는 좀 더 구체화되고 명료해져야 한다. 그리고 곁가지이지만 정치테제는 최소한 학문적 용어를 피하는 것이 좋다. 요즘 진보적 자유주의니, 역동적 복지국가론(그냥 복지와 역동적 복지가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 그냥 말장난같은 느낌만 줄 뿐이다)이니 하는데 그걸 알아들을 유권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그보다는 차라리 자신만의 독특한 지식경영모델을 가진 문국현이 '사람중심 진짜경제'라는 슬로건을 내건 것과 같이 대중이 좀 더 알아듣기 쉬운 것이라야 한다.

나간 김에 한발 더 나가보자면, 지난 지방선거 때 야권 각 정당의 정당정책을 잠깐 비교해본 일이 있는데, 그중 내용이 가장  빈약한 정당이 바로 국민참여당이란 느낌을 받았다. 물론 급조된 정당이고, 정책과 관련된 인물을 배치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상황이 있었겠지만 그래도 가장 내용이 풍부할 것이라 기대한 나로서는 '의외의 일격'과 같은 충격을 받았다.

괜찮은 정치인을 보유한 정당의 정책노선이 이다지도 허술해도 되는지... 지난 번 <한겨레>가 '놈현, 관장사 그만두라'는 제목으로 혼쭐이 났고, 나 역시 그 천박한 표현에 씩씩 거린 바 있긴 하지만, 노무현의 적장자라는 유시민과 국민참여당이 다른 정당이나 시민단체들보다 국민을 향한 미래비전이 빈약하다면 이건 좀 아니지 않겠는가. 

아무튼 한국정치를 지역구도가 아니라 정책구도로 가져가야 한다는 진정한 진보주의자 노무현이 고민한 흔적을 나는 유시민과 범개혁진보세력이 함께 이뤄나갔으면 한다. 왜냐면 서영석의 지적대로 현재 범야권에서 유시민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가능성보다 더 나은 상품을 보여주는 인물이 없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시민이 과거테제인 지역구도가 아니라 그의 스승이라고 할수 있는 노무현이 염원한 대로, 그가 이루고자 했지만 시대의 족쇄에 걸려 이루지 못한, '새 시대의 맏형'으로서 한국정치에서 정책구도를 만들어내는 첫 번째 정치인이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서영석의 <Why 유시민>은 적어도 2012년까지는, 정치현실과 공학상으로 볼 때 상당히 유효한 저작이라고 본다. 아울러 이런 지적이 책에서 서영석이 말한, 좀 더 보완된 완성판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 보람이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김석수의 자유자재(http://blog.daum.net/kss60)에 동시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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