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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닭을 3시간이상 삶아 기름기를 완전히 제거한 후 살을 손으로 찢은 후 각종 야채와 견과류를 넣고 육수에 얼음을 띄워 시원하게 먹는 초계탕이다.
 토종닭을 3시간이상 삶아 기름기를 완전히 제거한 후 살을 손으로 찢은 후 각종 야채와 견과류를 넣고 육수에 얼음을 띄워 시원하게 먹는 초계탕이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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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더워! 이젠 정신도 육체도 한계에 달했다고, 삼복도 지났고 낼모레(면 처서인데 무슨 날씨가 밤낮으로 찌는 거야! 푹푹 찌는 날씨 지긋지긋한 더위에 인내심도 체력도 이제는 바닥이 났다고. 온몸이 오싹 하면서 더위가 한방에 날아갈 뭐 특별한 음식 없을까?

처서 무렵의 마지막 더위는 까마귀의 대가리가 타서 벗겨질 만큼 매우 심하다고 하더니 열기 때문에 내 머리가 벗겨질 지경이라고, 이젠 인내심의 한계점에 도달했다니깐. 더위가 부쩍 기승을 부리니 매사가 짜증만 나고 말이지."

차갑게 식힌 닭날개와 따끈한 메밀전.  열무와 얼갈이배추를 섞어 담은 물김치가 군침을 돌게 한다
 차갑게 식힌 닭날개와 따끈한 메밀전. 열무와 얼갈이배추를 섞어 담은 물김치가 군침을 돌게 한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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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계속되는 폭염 때문에 더위에 지친 남편과 아이들이 무력시위를 한다. 나 또한 덥기는 매한가지이거늘 날 더러 어쩌라는 건지 덩달아 나 역시 화끈화끈 달아오른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음식을 해 놓아도 더위에 지친 가족들은 입맛까지 잃었다며 아우성이다. 아침에 끓여 놓은 된장찌개는 한나절만 지나면 벌써 변했는지 쉰내가 풀풀 난다. 주부경력 25년도 더위 앞에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이럴 땐 주부로서 사표를 던지고 싶을 뿐이다.

뭔가 없을까? 고심하다 문뜩 머리를 스치는 게 있다. 몇 년 전 몹시 추웠던 겨울, '초계탕 전문점'이라는 간판을 보고 무작정 들어가 무슨 음식인지 궁금하여 먹어보았던 생각이 난다. 실내로 들어서는 순간 후끈한 실내 공기가 추위를 싹 가시게 했지만 자리를 잡고 앉는데 방바닥이 어찌나 뜨거운지 두꺼운 방석을 깔아야만 앉을 수가 있었다.

새콤한 열무김치가 입맛을 돋아준다
 새콤한 열무김치가 입맛을 돋아준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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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릿노릿 구운 따끈한 메밀전이 고소하고 부드럽다.
 노릿노릿 구운 따끈한 메밀전이 고소하고 부드럽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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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계탕을 어느정도 먹은 후 메밀국수를 넣어 국물과 함께 시원하게 먹는다.
 초계탕을 어느정도 먹은 후 메밀국수를 넣어 국물과 함께 시원하게 먹는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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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계탕이 어떤 음식인지 주인에게 물어봤더니 추운 겨울에 군불을 뜨겁게 지핀 다음 뜨거운 구들장 위에서 먹는 닭 요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초계탕을 먹으며 느꼈던 것이 초계탕은 여름에 먹으면 더위가 한방에 날아갈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푹 삶은 닭고기가 여름 보양식도 되고 얼음동동 띄운 야채와 갖은 양념이 더위를 가시게 해줄 것 같아 생각난 김에 먹어봐야지 마음먹고.

주말을 이용하여 가족들과 경기도 시흥시 물왕동 근처에 있는 초계탕집을 찾아 나섰다. 온가족이 더위를 피해 먹는 즐거움도 느낄 겸 피서를 즐기기로 하고 음식점에 도착하여 초계탕을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먼저 차갑게 식힌 닭날개와 따끈한 메밀전이 나온다. 곁들여 나오는 열무와 얼갈이배추를 섞어 담은 물김치가 군침을 돌게 한다. 새콤하면서 입안에 착착 감기는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초계탕 국물에 메밀국수를 넣고 비벼 먹는다.
 초계탕 국물에 메밀국수를 넣고 비벼 먹는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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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초계탕이 나온다. 닭고기 살과 각종야채와 견과류가 푸짐하게 들어간 얼음동동 띄운 초계탕을 보니 벌써 더위가 싹 가시는 것 같다. 정신없이 먹자 메밀국수가 나온다. 초계탕 건더기를 먹고 남은 국물에 메밀국수를 넣어 먹는데 국물과 메밀이 궁합이 잘 맞아 그 맛 또한 환상적이다.

식성에 따라 겨자와 식초를 넣어 먹어도 좋다. 새콤하면서 입맛이 당기는 시원한 열무김치는 한 사발 추가를 해도 친절한 주인은 미소를 잃지 않는다.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초계탕집 치고는 찾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평범한 가정집처럼 생긴 곳 입구에 작은 글씨로 '평양초계탕 막국수'라는 문구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고 나오는 길에 찾아오기 힘들었다고 말을 건네자 주인은 "간판이 협소하죠?"  요란하지 않아도 입소문을 통해 손님들이 찾아온다며 넌지시 자랑한다.

초계탕은? 식초 초자와 겨자(북한에서는 겨자를 계자라고 한다)를 가리키는 말로써 토종닭을 3시간이상 삶아 기름기를 완전히 제거한 후 살을 손으로 찢은 후 각종 야채와 견과류를 넣고 육수에 얼음을 띄워 시원하게 먹는 음식이다. 고려 때 즐겨 먹었던 궁중음식이며 이북에서 전수되어 즐기던 요리가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맛볼 수 있게 되었다. 

갖은 야채와 닭고기살이 어우러진 초계탕
 갖은 야채와 닭고기살이 어우러진 초계탕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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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콤달콤한 메밀국수가 일품이다.
 새콤달콤한 메밀국수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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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지쳐 입맛이 없다며 불평불만이 가득했던 가족들도 입맛 당기는 초계탕 한 그릇에 일주일은 너끈히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이때쯤이면 더위도 한 발짝 물러가지 않을까?


태그:#초계탕 , #메밀국수, #메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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