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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주민투표 지난 17일 강정마을 주민들이 마을 의례회관에서 해군기지와 관련하여 입장을 수정하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제안'에 대해 찬반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 강정마을 주민투표 지난 17일 강정마을 주민들이 마을 의례회관에서 해군기지와 관련하여 입장을 수정하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제안'에 대해 찬반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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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국방부와 대치해 오던 제주 강정마을회가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일종의 양보안을 결의해, 해군기지 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9일 강정마을회는 주민총회를 열고 제주도와 도의회에 제시할 새로운 제안(제주해군기지와 관련한 강정마을의 제안, 이하 '새로운 제안')의 채택 여부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강정마을의 새 제안, 후보지 재검토하고...

이날 총회에서 논의된 '새로운 제안'은 해군기지 절대 불가를 주장했던 기존의 입장에서 크게 변화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새로운 제안'은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에 강정마을을 제외하고 그동안 해군기지 후보 지역으로 거론돼 온 곳을 대상으로 입지타당성을 조사한 이후, 적합한 지역을 선정해 달라는 것. 실효성 있는 보상을 제시함은 물론이고 해당 마을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기 위한 정당한 절차를 밟아 후보지를 다시 물색해 달라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런 실효성 있는 보상과 정당한 절차를 밟았음에도 유치를 희망하는 마을이 없을 경우에는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사업을 그대로 진행하되, 그럴 경우 해군·제주도·의회·강정마을회 등이 공동으로 참여해 협의기구를 구성, 마을종합발전계획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새로운 제안에 따르면 제주도와 도의회가 자칫 다른 후보지를 물색에 실패할 경우 강정마을이 후보지로 확정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마을총회에서 주민들이 상호 격론을 주고받은 것도 이 '새로운 제안'이 자충수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9일 총회에 참여한 주민들은 난상토론 끝에 새로운 제안을 채택할 것인지 여부를 마을 주민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총회 결의에 따라 17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새로운 제안을 채택할 것인지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됐다.

이날 투표에는 주민 648명이 참여했는데, 개표 결과 찬성이 492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새로운 제안에 대한 반대는 144표, 무효는 12표에 불과했다. 

투표를 앞두고 강동균 강정마을회 회장은 각 가정으로 새로운 제안에 대한 안내문을 발송하면서, 찬성과 반대 여부를 떠나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호소했다. 마을 주민투표가 새로운 갈등을 낳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강경한 반대에서 전향적으로 변경한 이유

천막투쟁 강정마을 주민들이 해군기지 예정지 인근 도로변에 천막을 치고 군경당국과 대치하고 있다. 3년 넘게 해군기지 투쟁을 이어오면서 주민갈등은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고, 주민들의 삶도 피폐해졌다.
▲ 천막투쟁 강정마을 주민들이 해군기지 예정지 인근 도로변에 천막을 치고 군경당국과 대치하고 있다. 3년 넘게 해군기지 투쟁을 이어오면서 주민갈등은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고, 주민들의 삶도 피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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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여 동안 전국의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서 줄기차게 군사기지 반대투쟁을 이어온 강정마을 주민들이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강정마을 주민들이 지난 3년의 오랜 투쟁에도 불구하고 해군기지 사업에 대한 정부의 태도에 일체의 변화가 없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해군이 공사예정지라고 밝힌 지역 인근에 주민들이 천막을 치고 조를 나누어 교대로 보초를 서고 있는데, 군경당국과 주민들 사이에 몸싸움이 일어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를 여러 차례 맞았다.

지난해 김태환 제주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끝난 이후, 강정마을 해안에 해군기지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갈등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주민들과 군경당국 사이에 긴장만 갈수록 고조되는 것이 현실이다. 전시와 같은 생활이 3년 넘게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생활도 말할 나위 없이 피폐해진 것이 현실이다.

해군기지로 불거진 주민간의 갈등이 봉합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는 판단도 주민들의 입장을 변화시키는 데 한몫 했다. 해군기지 건설을 찬성하면서 유치에 앞장섰던 주민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주민들 사이에 갈등과 반목은 치유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다. 게다가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주민들도 오랜 투쟁에 지쳐 있는 처지라 해군기지 반대 투쟁에도 동력이 많이 빠져 있는 상태다. 해군기지로 인해 생긴 마을 공동체의 균열이 이리저리 커져만 가는 상황에서 공동체의 파멸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이 주민들로 하여금 부득불 노선을 완화 시키게 만들었다.

최근 새롭게 출범한 우근민 제주지사의 행보도 주민들의 심경을 변화시킨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막무가내 식으로 해군기지를 추진하던 김태환 식 도정과는 달리 우근민 지사는 선거에서 당선되자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오랜 투쟁으로 인해 지친 주민들을 위로하며 해군기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또, 도지사 취임식에 강정마을 주민들을 초청해 위로했으며 자신이 임명한 서귀포시 고창후 시장에게 주민과의 대화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따라서 강정마을회가 새로운 제안을 채택한 배경에는 우근민 도정으로 하여금 정부를 상대로 새롭게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혀 줘야 한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강정마을회가 제기한 '절대보전지역 해제 취소 소송'이 선고를 앞두고 있는 점도 주민들이 새로운 제안을 하게 된 원인이 됐다. 강정마을회는 제주도의회를 대상으로 '절대보전지역해제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난해 제주도의회가 제주도가 요구한 절대보전지역 해제 동의안을 졸속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절대보전지역 해제가 절차적으로 위법했다는 판단에서다.

강정마을해군기지 대책위 한 관계자는 "소송의 판결 결과에 따라 해군이 강정마을에 추진 중인 해군기지의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거나, 마을회가 해군기지를 수용해야만 하는 극단적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마을회나 해군당국이나 판결결과에 신경이 곤두서 있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의 말에서 판결이 이루어지기 이전에 소송을 지렛대 삼아 해군 당국의 입장변화를 유도해 보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한편, 지난 2002년부터 화순항이 해군기지 예정지로 처음 거론된 이래로 2006년까지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주도해 온 안덕면 해군기지 대책위원회가 강정마을 주민회가 제시한 새로운 제안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면서, 해군기지 문제는 지역 간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지역간 갈등으로 비화될 수도... 시험대에 오른 우근민 도정

강정마을 주민들이 주민투표를 실시하기 하루 전인 16일 안덕면 해군기지대책위는 성명서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발표했다.

안덕면 대책위는 "고난 속에서도 천혜의 마을을 지켜내고 고향의 긍정적 미래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깊은 존경을 표한다"고 위로하면서도, "해군기지 부지 재선정을 위한 입지타당성 조사지역을, 그동안 후보지역으로 거론된 곳으로 한정해 해당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아 달라고 요청한 제안은 극히 위험한 결정"이라고 우려했다.

주민투표로 새로운 제안을 채택한 강정마을 주민들은 19일 오전 제주도청을 방문해 우근민 지사에게 이를 전달했다. 강정마을 주민들로부터 새로운 제안을 전달받은 우근민 지사는 "그동안 마음고생 많이 했다"며 주민들을 위로하고 "새로운 제안서가 문제해결의 과정이 될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강정마을회가 새로운 입장을 전달함에 따라 공은 이제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간 해군기지에 관해서는 일체의 '정치 행위'가 실종됐던 제주도내에서 우근민 도정과 제주도의회가 정치력을 발휘해서 그간 해군기지 문제로 얽힌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을지 도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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