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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장으로서의 인식과 직무수행과 직결되는 문제로 연결시킬 필요까지는 없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5일 분명히 선을 그었다. 말 그대로다.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막말'과 직무수행을 연결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야당이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시민이 분노해도 일단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다.

 

청와대의 이런 태도, 전혀 새롭지 않다. 경찰청장이나 내정자가 구설수에 오를 때마다 청와대는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은 약 1년 6개월 전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과 무척 흡사하다.

 

어청수부터 조현오까지...국민은 버렸지만 청와대는 '두둔'

 

기억을 2009년 1월 말에서 2월 초로 돌려보자. 작년 1월 20일, 용산에서는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한 참사가 발생했다. 진압의 책임자는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이었고, 당시 그는 경찰청장 내정자였다.

 

이 사건으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김 내정자를 마지막까지 두둔했다. 이 대통령은 작년 1월 30일 SBS TV <원탁대화>에 직접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내정 철회를 할 때가 아니다. 무슨 일이 있다고 앞뒤를 가리지 않고 사퇴시키면 공직자들이 위기 때 가만히 있지 않겠나. 안일무사가 문제이지 경찰이 법을 집행할 때 원칙에 충실한 것이 문제인가. 중요한 것은 사건의 재발을 막는 것이다."

 

이어 2월 9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서는 "과거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책임자부터 물러나게 한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똑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했다"며 '김석기 경찰청장 지정 강행' 의지를 다시 한 번 내비쳤다. 당시 논란은 김 내정자가 자진 사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명박 정부 초대 경찰청장이나 다름없는 어청수 전 청장을 보자. 2008년 2월 11일에 취임한 어청수 청장은 촛불집회 과잉진압과 종교계 편향 논란으로 그 해 여름 내내 논란의 한 가운데 서 있었다. 야당과 시민사회, 특히 불교계가 앞장서 '어청수 OUT'을 외쳤다.

 

불교계는 경찰의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 승용차 검문검색 '결례'와 어 경찰청장 모습이 담긴 '경찰 복음화 금식대성회 광고지'에 큰 불만을 표시했다. 불교계는 '어청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오랫동안 정부에게 등을 돌렸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내에서도 어 청장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어청수는 과잉진압과 종교편향, 김석기는 용산참사

 

하지만 어 청장은 여야와 시민사회 그리고 불교계의 퇴진 압력에도 자리를 지켰다. 청와대가 뒤를 든든히 받쳐줬기 때문이다.

 

당시 청와대 쪽은 "어청수 경찰청장의 경질과 관련해 거론되고 있는 바가 전혀 없으며 오해가 불식되면 경질론도 가라앉을 것"이라며 "(사건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것이고 터널의 입구가 있으면 출구가 있는 것이다"고 어 청장 경질 불가를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도 직접 나서 "어 청장이 잘 못한 것 없다"며 "조계종 총무원장에 대한 검문이 결례인 것은 맞지만, 직무에 충실했던 것"이라며 못 박았다. '큰형님'의 이 발언으로 여당 내에서 어 청장 퇴진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결국 어 청장은 2009년 1월 29일 퇴임식이 열린 날까지 장수(?)했다. 그리고 어 청장은 퇴임식에서 작심한 듯 여러 '막말'을 쏟아냈다.

 

그는 촛불집회에 대해 "과격한 불법시위, 점거 농성 등으로 법질서가 유린되고 고귀한 인명이 손실되는 불행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경찰이 한마음 한 뜻으로 정성과 역량을 모으자"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석기 후임 내정자에 대해 "경찰 조직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생각한다"며 "그래서 떠나는 마음이 훨씬 편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날은 용사참사가 벌어진 지 채 열흘이 되지 않은 날이었다.

 

강희락은 성매매 발언과 고문, 조현오는 '장르' 가리지 않는 막말

 

후임 강희락 청장은 "성매매, 재수 없으면 걸린다"는 말로 유명하다. 그는 2009년 3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 행정관 성 접대 의혹 사건' 수사 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성매매 문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해 기자들에게 조언이라도 구하고 싶다, 여기서도 노총각 기자들 조심해야지 재수 없으면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도 공보관 하면서 접대 많이 했다"며 "공보관 끝나고 미국 연수 준비하면서 기자들이 세게 한 번 사라고 해서 기자들 데리고 2차를 갔는데, 모텔에서 기자들에게 열쇠를 나눠주면서 '내가 참, 이 나이에 이런 거 하게 생겼나' 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 덧붙였다.

 

강 청장은 양천경찰서 고문사건과 '강북경찰서 항명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달 초 자리에서 물러났다. 강 청장은 물러나기 직전 자신의 고향인 경북 성주를 방문하며 교통신호를 조작해 약 10㎞ 11개의 사거리를 지나는 동안 신호에 단 한 번도 걸리지 않는 '진기록'를 세우기도 했다.

 

어청수·김석기·강희락·조현오... 늘 국민은 비토했다

 

그리고 그의 후임 조현오 내정자는 지금 전직 대통령과 천안함 유족, 촛불 집회 등 대상을 가리지 않는 막말로 여론의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어청수(경남 진주)·김석기(경북 영일)·강희락(경북 성주)·조현오(부산). 이명박 정부에서 경찰청장을 했거나, 내정자던 이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모두 영남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 때 취임한 어 전 청장을 제외한 3인은 모두 이 대통령의 고향 후배거나 고려대를 졸업했다. 이들은 모두 막말·과잉진압·고문·성매매 발언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때문에 여론의 강한 사퇴 압력을 받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공통점은 국민들이 "이 사람은 안 된다"고 할 때마다 청와대가 앞장서 이들을 두둔했다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조현오 내정자는 지금 '오기'를 부리고 있다.


태그:#조현오, #어청수, #강희락, #김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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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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