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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올라가도 되요?"
"그래 올라가도 되긴 되는데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안 그러면 정자나무 신령님이 떨어뜨릴 거야."
"이야~ 올라 가도 된데."
"야~ 올라가자---."

이건 아파트 놀이터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니다. 농촌마을, 그것도 내가 사는 마을에서 한번씩 들리는 소리이다. 농촌마을에 아파트 놀이터 같은 비싼 놀이시설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그보다 더 재미있고 근사한 곳이 있다.

그곳으로 한번 출발해보자. 그곳이 어디냐 하면 경남 의령군 칠곡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주는 정자나무가 계시는 곳이다.

우리마을 500년 넘은 느티나무
▲ 멀리서 본 정자나무 우리마을 500년 넘은 느티나무
ⓒ 서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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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이었나 보다. 부산에 사는 아내의 후배가족들이 우리집으로 놀러왔었다. 우리는 갓 딴 오디와 산딸기 같은 간단한 먹거리를 챙겨서 정자나무로 놀러갔었다. 일단 내 트럭 뒤에 사람들을 왕창 태우고 느티나무를 향해서 출발한다.

우리집에서 마을 정자나무까지 떠나는 모습
▲ 놀러온 가족들 우리집에서 마을 정자나무까지 떠나는 모습
ⓒ 서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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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나무의 종류 ,나이, 높이가 나와있다
▲ 표지석 정자나무의 종류 ,나이, 높이가 나와있다
ⓒ 서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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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석에는 500살이 넘은 나무의 나이와 종류에 대해 적혀있다.  

왼쪽 아래 처진 가지위의 어린아이 모습
▲ 가까이서본 느티나무 왼쪽 아래 처진 가지위의 어린아이 모습
ⓒ 서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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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느티나무 몸통 사진인데 사진의 왼쪽 아래 부분을 보면 가지 하나가 땅에 처진 게
보이고 그 처진 가지 위에 어린아이가 서있는 모습이 보일 것이다(빨간색 선으로 대충 네모친 부분 안).

가지에서 부터 출발해서 정자나무 몸체로 다가 갈수 있다.
▲ 정자나무 가지 가지에서 부터 출발해서 정자나무 몸체로 다가 갈수 있다.
ⓒ 서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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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처진 가지가 아이들 놀이터의 출발선이 된다. 이 출발선으로 느티나무의 몸통으로 들어가는 비밀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아이와 어른들이 느티나무위를 올라가고 있다
▲ 나무오르기 아이와 어른들이 느티나무위를 올라가고 있다
ⓒ 서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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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를 타고 올라가 몸체에 다다른 모습
▲ 느티나무 몸체 가지를 타고 올라가 몸체에 다다른 모습
ⓒ 서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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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이 넘도록 이 지역의 상징과도 같았던 의령 칠곡의 느티나무. 모두들 도시로 떠나버려 텅텅 빈 집들만 넘쳐나는 농촌에 이 나무는 여전히 마을을 지키고 서 있다. 이제는 마을 주민들도 마을회관에 모일 뿐 이 나무를 잘 찾지 않는 신세가 되었지만, 우리 가족들에겐 쉼터로, 손님들에겐 놀이터로 여전히 그 음덕을 베풀고 있다.

몇일전 태풍이 지나간 뒤 딸아이와 함께 다시 찾은 정자나무
▲ 태풍뒤의 느티나무 몇일전 태풍이 지나간 뒤 딸아이와 함께 다시 찾은 정자나무
ⓒ 서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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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별다른 피해는 없는지 정자나무를 찾아가 보았다. 다행히 나무는 가지하나 상한 것 없이 여전히 그 자리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변함없이 그 자리 지키며 서 있을 나무는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기다리며 살고 있을까? 혹시 아이들의 이런 소리를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나무 위에 올라가도 되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자나무, #느티나무, #놀이터, #도시, #농촌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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