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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든 감독이자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대표로 있는 임순례 감독.
 임순례 감독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앞 한 애견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 중 "대중에 기반을 둔 직업 종사자들이 자기 의견을 강하게 표현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현실"이라며 "사회적 성숙도와도 연계가 돼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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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여성 연예인이 '나는 모피를 입지 않는다'거나 '동물실험을 한 화장품은 쓰지 않는다' 혹은 '개고기 먹는 남자와는 데이트하지 않겠다' 이러면, '와 정말 생명친화적인 연예인이야!' 이게 아니라 '소는 왜 먹니?', '가죽 옷은 왜 입어?', '지난번에 영화 보니까 모피 입고 나오던데?' 이런 비본질적인 태클이 많이 들어옵니다."

섭외가 참 쉽지 않다. 수십 명의 전화번호를 눌러야 겨우 한 명 연락이 된다. 수락은? 거의 없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펼쳤던 배우, 코미디언, 가수들이 프로모션 기간이 아니면 나서지 않는다. 왜 그럴까 고민했는데, 그 답을 임순례 감독이 주었다.

임순례(51) 감독은 지난 11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대중에 기반을 둔 직업 종사자들이 자기 의견을 강하게 표현하기 굉장히 어려운 현실"이라며 "사회적 성숙도와도 연계가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라파에서는 배우나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들이 정치적, 사회적 발언을 자유롭게 하고 대중도 (그들의) 연예활동과 별개로 인정해주는데 우리는 무조건 공격하기 때문에 저어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한국사회가 좀 더 유연해지고 성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당신들은 치고 나가야 되는 것 아니야, 안 그래?"라고 하기엔 "해당 연예인이 짊어져야 할 십자가는 엄청난 것"이라고 전했다.

대중연예인이 자신의 기대와 달리 발언해도 그 자체로 수용해야 하는데 한국의 대중은 비본질적 문제에 태클을 거는 경우가 많다는 게다. 지지층이 불안한 연예인들은 그런 대중의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신경을 많이 쓰는 건 당연지사라는 것이다.

영화감독 임순례식 삶의 자세

수상 경력 및 대표작
- 수상 경력
1994 제1회 서울단편영화제 대상 및 젊은 비평가상 (우중산책)
1996 부산국제영화제 평론가선정 넷팩상
2001 제21회 영화평론가협회상 감독상
2002 제38회 백상예술대상 작품상
2008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시상식
      올해의 여성 영화인상
2008 제29회 청룡영화상 최우수 작품상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2008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박남옥 영화상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 대표작품
2011 동물과 함께 사는 세상
2010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2009 날아라 펭귄
2007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2005 남자니까 아시잖아요?
2004 이공
2003 여섯 개의 시선
2003 미소
2003 이십세법
2001 아름다운 생존-여성 영화인들이 말하는 영화
2001 와이키키 브라더스
1996 세 친구
1994 우중산책
1994 세상 밖으로
양평에서 유기견 세 마리와 함께 살고 있는 임순례 감독을 서울 홍대 앞 한 애견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개 짖는 소리와 음악소리가 절묘하게 섞여 어수선한 가운데 동물권과 동물복지, 개 식용 반대에 대한 분명한 자기 철학과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오는 11월 개봉 예정인 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을 소개했으며, 8년째 하고 있는 채식 이야기와 티벳 불교에서 얻은 생명존중사상에 대해 설파했다.

2008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400만 관객을 동원한 감독치고는 너무나 수수한 옷차림. 생각보다 체구도 작았다.

아주 오래전부터 함께 자란 옆집 언니를 만난 것처럼 인터뷰는 편안하게 진행됐다. 우렁찬 개 짖는 소리 속에서도 그의 말이 명료하게 잘 들렸던 것은 아무래도 생명과 세상을 대하는 '임순례식 삶의 자세' 때문이었으리라.

달라이 라마 법회에 참석해 "모든 깨달음이나 지혜는 실천으로 완성된다"는 법문을 듣고 즉각 동물보호단체 KARA(카라)의 대표직을 수락한 그는 초복엔 개 식용 반대 시위, 말복엔 처참하게 죽은 개를 위한 위령제를 올렸다. 프리티벳 활동도 적극적으로 벌였다.

"개고기든 푸아그라든 돌고래든 반달곰이든 그 어떤 동물이든 인간의 미각이나 시각적인 호사, 건강을 위해 너무 잔인하게 잡아먹는 것은 철폐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 임 감독, 그의 삶과 철학, 영화 이야기를 들어보자.

"동물학대, 개인적으론 벌금상한선 높였으면..."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든 감독이자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대표로 있는 임순례 감독.
 임순례 감독이 인터뷰하는 동안 곁에 다가온 그레이트 피레니즈가 임 감독의 뺨에 코를 대며 친근감을 표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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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든 감독이자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대표로 있는 임순례 감독.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든 감독이자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대표로 있는 임순례 감독.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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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부터 개를 좋아하셨나요?
"제 고향은 인천 변두리인데, 산업화되기 전이라 그때만해도 농촌풍경이 살아 있던 시골이었어요. 주로 마당이 있는 시골집에서 한두 마리씩 기르는 정도였는데, 그때부터 개를 좋아했어요. 지금 이 애견카페에서 개들과 놀고 있는 젊은 친구들은 아마 어릴 때부터 집에서 강아지를 기르던 사람들일 거예요. 동물에 대한 감수성 지수가 있는 거죠."

- 동물 중에선 개를 가장 좋아하시나요?
"솔직히 뱀과 쥐까지 좋아한다고는 못하겠어요. 그러나 동물사랑에 우선순위는 없어요. 개는 사람과 교감할 수 있는 표현을 많이 하니까 좋고, 또 고양이, 소나 말, 다 좋아요."

- 농림수산식품부는 11일 동물을 학대한 사람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상습적으로 동물을 학대하면 형량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동물학대에 대해 징역형이 없었어요. 개인적 의견으로는 벌금상한선도 좀 더 높였으면 좋겠지만, 이런 정도로 접근하면서 점점 더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봐요. 동물학대에 대해 징역형이 신설됐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외국의 동물보호법을 보면, 동물을 학대할 경우에 해당 동물을 즉각 압수할 수 있고, 동물 학대를 저지른 사람은 향후 몇 년간 동물을 키울 수 없도록 아주 세부적인 조항까지 마련돼 있어요. 우리의 경우엔 벌금 500만 원이 상한선으로 돼 있긴 하지만 불과 몇 달 전까지 만해도 동물을 아무리 처참하게 죽이거나 학대해도 20만 원 정도가 상한선이었어요.

판사들의 인식이, 그냥 뭐 순간적으로 술 먹고 우발적으로 그런 것이니까, 기껏해야 20만 원, 이랬던 거죠. 그러나 올해 들어 '고양이 은비 사건' 때문에 국민적 분노가 생기면서 처음으로 이 가해자에게 벌금 500만 원 처분이 내려진 거예요. 은비 사건 이후 농림부가 누리꾼 여론을 반영해 동물보호법을 개정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스스럼없이 덥석 누렁이를 만진 배우 공효진

- 신작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에선 소랑 영화를 찍으셨던데.
"두 달간 소랑 생활을 하다 보니 소도 너무 사랑스럽더라고요.(웃음) 그 소 이름이 '먹보'인데, 이 먹보가 스태프들 곁을 지나가면 처음에는 800kg이나 되는 소가 쓱 지나가니까 소리 지르고 무서워했는데, 한두 달 같이 영화를 찍으니까 스태프들의 변화가 생기더라고요. 아침에 촬영장에 오면 제일 먼저 '먹보'부터 찾고, 만지고, 맛있는 풀 있으면 먹보에게 뽑아다 주고, 그랬어요. 영화 촬영 다 끝내고 스태프끼리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먹보 얘기가 제일 많이 나왔습니다. 하하.

솔직히 스태프들은 소 하면, 먹는 것으로만 생각했죠. 생명이 있는 대상으로 생각하지 못하다가 먹보랑 함께 영화를 찍으면서 먹보도 생각과 감성, 의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 뒤로는 먹보가 단순 먹을거리의 대상이 아니라는 걸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그걸 보면서 한 번 더 느낀 게 사람들이 동물과 함께 생활할 기회가 없어서 사람들이 동물을 무서워하고 곁에 있으면 힘들어하는 거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만일 불가피하게 어떤 동물을 일정한 시간 동안 키워야 한다면, 동물과 더 친해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에 출연하는 공효진씨도 동물애호가인가요?
"공효진씨가 푸들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보통 개를 좋아한다고 해도 자기가 키우는 개만 좋아하지 다른 개들은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번 작품 중에 시골 누렁이와 연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공효진씨가 누렁이에게 다가가 스스럼없이 만져서 깜짝 놀랐어요.

목욕을 한 번도 안 한 개라서 한번 만지면 냄새가 엄청 나는데도 스스럼없이 잘 대했어요. 이번 촬영은 주로 시골에서 이뤄졌는데 공효진씨가 애완견 대하듯 누렁이에게 말도 붙이고 쓰다듬고, 편견이 없었어요. 그래서 아! 이 친구, 동물을 엄청 좋아하는구나 싶었지요. 먹보와도 굉장히 빨리 친해졌어요."

- 먹보는 소인데... 개런티는 어떻게 됩니까?
"먹보는 저희 영화에서 제3의 주인공에 해당돼요. 그에 합당한 돈을 받았습니다. 두 달간 돌봐야 하기 때문에 매니저가 따로 붙었고, 그 매니저 페이까지 합쳐서 저희 영화 예산 안에서는 랭킹 3위에 걸맞은 돈이 나갔습니다. 먹보 주인이 워낙 먹보 먹는 걸 신경 쓰세요. 먹보는 주로 친환경 농산물을 먹어요. 사과도 친환경 사과만. 먹보 사과 먹을 때 스태프들이 지나가면서 농담으로 '소만도 못한 놈'이라고 자책하고 그랬어요. 하하."

- 동물 보호 옴니버스영화 <동물과 함께 사는 세상>도 제작 총지휘를 맡으셨지요.
"총 4편을 찍고 있는데, 송일곤 감독이 <마법사들> 편집을 마쳤고, 박흥식 감독이 <인어공주>를 편집 중이고, 오점균 감독이 <경축! 우리사랑>을 8월말 9월초 촬영 예정이고, 저는 10월쯤 생각하고 있어요. 아마 전체적인 완성은 12월 정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각각 20분짜리 영화고요. 제작비는 농림수산식품부가 댑니다."

"더 이상 '돌고래 쇼' 보지 못하겠단 생각 들어"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든 감독이자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대표로 있는 임순례 감독.
 임순례 감독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앞 한 애견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시베리안 허스키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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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생순> 히트 이후 동물영화에 주력하시는 듯한데, 동물 보호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의식 때문인가요, 아니면 동물을 사랑해 동물영화를 찍게 되는 건가요?
"동물복지와 동물권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낯선 주제예요. 사람도 먹고살기 힘든데 무슨 동물까지 신경 써야 하느냐 고개를 갸웃하시는 분들이 많지요. 그래서 개 식용 반대 같은 캠페인을 위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날아라 펭귄>이란 인권영화를 만들어보니까, 영화를 통한 사회적 메시지 전달이 굉장히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축산장려가 주 업무이긴 하지만 역설적으로 동물복지에 대한 주무부처이기도 한 농림부에서 대시민 홍보를 기획하고 있던 차에 <동물과 함께 하는 세상>을 찍게 된 거예요. 또 우리가 먹는 고기가 너무 처참한 상황에서 길러지면 소비자도 반길 소식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작년에 일본영화 <더 코브-슬픈 돌고래의 진실>을 봤어요. 이 영화는 일본 돌고래산업의 비인도적 측면을 다룬 다큐멘터리인데, 우리나라의 개고기 산업처럼 일본 우파들도 돌고래 산업에 대해 문제제기하면 전통산업 운운하면서 외국의 간섭이라고 주장해요.

이 영화는 일본 우익들의 반대로 상영 금지 압박을 받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어요. 어쨌든 저는 그 영화를 보고 더 이상 '돌고래 쇼'는 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하나 영화가 가진 기능으로, 동물과 관련된 첨예한 문제들을 다루는 게 길에서 핸드마이크로 '개고기를 먹지 맙시다!' 악을 쓰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거죠."

- 동물과 함께 만드는 영화에서 강압적 수단을 쓰지 않고 촬영을 진행하려면 굉장히 힘들 것 같은데, 작업에 어려움은 없나요?
"일반적으로 영화 찍기 가장 힘든 대상은 어린아이와 동물이에요. 어린아이들은 집중하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같이 영화하기 어렵고, 동물은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기 때문에 찍기 어렵죠. 동물과 어린아이가 같이 나오는 영화인 <마음이1>(박은형, 오달균 감독) 같은 영화는 아마도….

동물도 자기를 존중해주는 걸 알면 상호존중을 해주죠. 진심으로 호의를 베풀면서 잘 대하면 생각하는 것보다 동물과 촬영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강압적으로 도구를 써서 움직이게 한다거나 동물이 싫어하는 방식으로 찍는 것은 일회용 방법은 될 수 있지만 그 다음에는 컨트롤하기 힘들어요. 동물과도 신뢰를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잘 대하면 동물도 최소한의 '직업윤리'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어요."

- 동물보호단체 KARA의 대표를 맡으신 건 동물보호운동에 적극 나선다는 메시지죠?
"제가 7년 만에 <우생순>을 찍으려던 즈음에 KARA(Korea Animal Rights Advocates) 분들께서 대표를 맡아달라고 요청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영화도 찍어야 하고, 또 회장을 맡아서 할 만한 자신도 없고 해서 고사를 했어요. 영화 찍고 나서 생각해보자면서 일단 영화를 핑계로 피했는데, 정확히 2년 뒤 영화가 끝난 다음에 다시 찾아오셨어요. 그때 약간의 생각의 변화가 있어서 맡게 됐어요."

티벳 사람들이 '파리 끈끈이'에 놀란 까닭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든 감독이자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대표로 있는 임순례 감독.
 임순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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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에 어떤 변화가 생긴 거예요?
"음…. 우리나라 불교신자들을 보면 불자라서 고기를 일반 사람들보다 덜 먹는다거나, 다른 종교를 가진 분들과 달리 동물에 대한 존중이 특별하다거나 그런 게 없잖아요. 그런데 티벳 다람살라에서 본 티벳 불교 신자들이 동물을 대하는 자세는 우리랑 굉장히 달랐어요.

다람살라는 홍대 앞 정도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시가지예요. 그 번잡한 상가와 음식점, 기념품점 앞에 개들이 있는데 이게 다 유기견이었어요. 한국의 유기견들은 핍박을 하도 당해서 동물구조단체들이 구조하기도 어려운데, 이 개들은 그야말로 대자로 딱 뻗어서 편안하게 있더라고요.

우리 같으면 상점 앞에 개가 누워 있으면 난리가 날 텐데, 그들은 그냥 뭐 개를 막거나 뭐라고 하는 경우가 없었어요. 달라이 라마 법회에도 개들이 참여하고. 우리 같으면 사람도 많아 복잡해죽겠는데 개까지 왔다 갔다 하면 그 개를 그냥 놔두겠어요? 그런데 그들은 사원에 가든, 가게든, 동물과 공존하고 있었어요.

모든 불교가 전생과 윤회를 강조하지만 그 가운데 티벳 불교가 제일 센 것 같아요. 하찮은 미물, 그것이 파리든 모기든 전생에 언젠가는 너의 어머니였다, 뭐 이런 생각을 갖고 있지요. 그러니까 생명체에 대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것이지요. 심지어 티벳 사람들은 봄에 쟁기질을 할 때도 혹시 쟁기 날에 미물들이 잘려죽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 3일간 불경을 읽으면서 미리 알려준다는 거예요.

티벳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제일 놀란 게 '파리 끈끈이', '모기 잡는 전깃불' 이런 거래요. 나의 어머니와 똑같은 무게감을 갖는 존재들인데 어떻게 끈끈이를 붙이고 전깃불로 모기를 잡느냐는 것이지요. 저 역시 티벳에 가서 참 많이 배웠어요.

사실 동물보호단체 대표를 맡는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결정이에요. 그러나 그때 달라이 라마 법회를 듣는데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모든 깨달음이나 지혜는 실천으로 완성된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걸 생각해도 실천하지 않으면 지혜의 완성이 아니라는 취지의 말씀이셨는데 상당히 많이 와 닿았어요. 그래서 제가 돌아오자마자 티벳 무장진압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캠페인 조직하고, '프리 티벳' 운동에 앞장섰던 것이지요. 하하."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연간 개고기 소비량은 최대 250만 마리로 추정되고, 2008년  CBS 설문조사 때는 응답자 700명 가운데 53%가 개고기의 합법화에 찬성했습니다. 브리지트 바르도가 굉장히 유명한 동물보호운동가지만 한국에선 처참하게 욕을 먹었습니다. 개고기 먹는 것도 문화라는 것이지요.
"브리지트 바르도가 유명한 운동가인데 개 식용 문제에 대해선 굉장히 마이너스 영향을 주었죠.(웃음) 그때 김홍신 의원이 주동이 돼서 너희는 달팽이 안 먹느냐, 푸아그라 안 먹느냐 이러면서 논쟁이 이상하게 됐는데 사실 개 식용이 우리의 전통문화가 아니라는 말이 있어요.

기마민족, 유목민족은 개를 안 먹는다는 것이지요. 기마민족에게 개는 항상 같이 이동하는 동반자였기 때문이지요. 또 개고기 먹지 말자고 하는 저 같은 사람은 프랑스 사람들이 프아그라를 먹는 것도 문제제기 할 수 있다고 봐요. 거위의 간을 키우기 위해 굉장히 잔인한 방법을 동원하잖아요. 또 '먹는 개'가 자라는 환경은 처참해요. 짜게 먹으면 살이 더 잘 찌기 때문에 물도 잘 안 준다는 겁니다. 인간이 라면을 많이 먹으면 살 찌는 것과 같은 원리인가?(웃음) 그래서 맵고 자극적인 것을 많이 먹고 살아요.

우리는 흔히 '먹는 개'와 '기르는 개'는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기르는 개 가운데서도 분양될 몇 마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개장수에게 팔려가 개소주로 또는 개고기로 변하게 됩니다. 또 우리가 예전처럼 먹을 게 없어서 집에서 기르던 개를 잡아먹어야 하는 정도는 아니지 않나요? 지금은 영양과잉의 시대니까. 어찌됐든 개고기든 푸아그라든 돌고래든 반달곰이든 그 어떤 동물이든 인간의 미각이나 시각적인 호사, 건강을 위해 너무 잔인하게 잡아먹는 것은 철폐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임순례의 연관검색어는 '보신탕'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든 감독이자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대표로 있는 임순례 감독.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든 감독이자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대표로 있는 임순례 감독.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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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락토 오보 채식주의자(달걀과 유제품은 먹음)로 알려지셨습니다.
"2003년부터 채식을 했으니까 8년 정도 한 셈이네요. 가까운 친구 하나가 개를 잃어버렸는데 제보가 왔어요. 수소문해서 가보니까 서울 경동시장 개소주 골목이었던 거예요. 개시장 안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누렁이만 있는 게 아니라 온갖 종류의 애완견까지 다 있었지요. 애완견은 안 먹는다, 먹는 개는 따로 있다, 그게 아닌 현장을 만난 거지요.

이 친구가 그때 충격을 받아서 고기를 끊었다고 얘기를 했어요. 그 시점에 나도 생각을 했어요. 미국에서라면 내가 키우던 개가 입양되거나 혹은 보호소에서 안락사되거나 둘 중 하나인데 한국적 현실에서는 개장수를 통해 누군가의 음식이 될 수 있는 거죠. 내가 이렇게 사랑하는 개도 누군가의 음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1차 결심이 됐어요.

또 동물을 키우다보면 다른 동물에 대한 애정도 무한히 생기게 되거든요. 생명의 소중함은 다 똑같은 것이니까. 소나 닭, 돼지 다 마찬가지인 거죠. 그래서 채식을 하자 이렇게 된 거예요. 동물보호단체에서 일하는 분들을 보면 채식하자고 주장하지 않아도 거의 채식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 저도 실험적으로 며칠 했었지만, 인간의 욕망을 절제하기란 정말 힘들던데.
"인간은 육식에 길들여졌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채식하라고 권하는 게 쉬운 것은 아니에요. 채식, 실행이 쉽지는 않지요.(웃음)"

- 이명박 정부 이후 연예인의 사회적 발언이 급격히 줄었어요.
"음… 한국 대중이 이중적 측면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연예인이, 기대하는 것과 다르게 얘기해도 그대로 수용해야 하는데, 굉장히 비판을 많이 해요. 특히나 연예인들은 지지층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지요.

만일 여성 연예인이 '나는 모피를 입지 않는다'거나 '동물실험을 한 화장품은 쓰지 않는다' 혹은 '개고기 먹는 남자와는 데이트하지 않겠다', 이러면 '와 정말 생명친화적인 연예인이야!' 이렇게 평가받는 게 아니라 '소는 왜 먹니?', '가죽 옷은 왜 입어?', '지난번 어떤 영화를 보니까 모피 입고 나오던데?' 이렇게 비본질적인 태클이 많이 들어온다는 거죠.

그러다보니 대중에 기반을 둔 직업 종사자들이 자기 의견을 강하게 표현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거죠. 사회적 성숙도와도 연계돼 있다고 봐요. 구라파에서는 배우나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들이 충분히 정치적, 사회적 발언을 자유롭게 하고 이건 연예활동과 별개로 인정해주는데 우리는 무조건적인 공격이 많다보니까 저어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솔직히 부담스러운 거죠. 그래서 저는 한국사회가 좀 더 유연해지고 성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그분들에게 '당신 이렇게 치고 나가라!' 하기에는 해당 연예인에게는 엄청난 십자가를 지워주는 것 같아요. 저도 연예인이 아니지만 임순례를 치면 연관검색어로 보신탕이 떠요. 하하."

"심상정 개인의 영달을 위해 해당행위 한 건가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든 감독이자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대표로 있는 임순례 감독.
 임순례 감독.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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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문제 좀 여쭐게요.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에 관한 책에도 참여하셨던데.
"저는 사실 진보신당 당원이 아니에요. 홍보대사도 아니고. 다만 심상정이라는 정치인의 노선과 정책, 여러 선택이 너무 좋아서, 음… '심빠'죠. 당원도 아니고 정치에 깊은 관심이 없어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일반 유권자로서 말하자면 김문수 지사의 당선을 막아야겠다는 대의에 의한, 본인이 모든 걸 책임지고 가겠다는 것 아니었나요? 진보신당 당원의 입장에서 보자면 아쉬운 결정이지만 일반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대의를 생각하는 그릇이 큰 사람이구나 생각했어요."

- 진보신당 서울시당이 내린 '당권정지 1년'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쎄 심상정 전 대표가 개인적 영달을 위해 해당행위를 한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 소셜테이너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인위적인 것 같아요. (오마이뉴스가) 사회성이 강한 매체이긴 하지만 그래도 직업은 기자이신 거잖아요. 그러면서 다른 활동도 하실 테고. 마찬가지로 연예인들도 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고, 저처럼 NGO단체 후원도 할 수 있다고 봐요.

사회의 좀 더 나은 환경을 위해 희생하는 게 아니고, 그냥 개를 좋아하고 동물의 열악한 환경에 가슴 아파하기 때문에 하는 거예요. 나말고도 수십 만의 동물운동에 기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냥 전 영화감독이라 노출될 뿐이지요. 소셜테이너 이러면 뭔가 우리 사회를 위해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여서….

얼마 전 숀 펜 기사를 봤어요. 아이티 가서 구조 활동한. 안젤리나 졸리도 그렇고. 이 사람들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훨씬 기부금도 많이 모이고 활동의 영향력도 크지요. 미국 사회가 존경심을 갖고 그들을 바라보고 비난하거나 부정적인 사람들은 소수입니다. 우리도 영향력 있는 분들을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게 (그들의 활동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Delete를 콱 누르면 어쩌죠?"
[후기] '개 반, 사람 반' 애견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사진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차원에서 애견카페 어때요?"

사진기자 유성호씨가 의견을 구했다. 본디 '개 공포증'이 있지만 '카페인데 뭘 몇 마리 있겠어?' 아주 쉽게 생각했다. 그저 관람용으로 몇 마리 갖다 놓았으려니 했는데, 현장은 '개 반, 사람 반'이었다. 말 그대로 '개판'이었다. 늘 사람중심적으로 사고하는 내가 애견카페를 '견' 중심적으로 사고할 턱이 없었던 게다. 솔직히 낭패였다.

갖은 핑계를 대고 다른 카페로 옮겨가서 얘기를 하고 사진만 여기서 찍어? 촌각이었지만 정말 많은 생각이 내 생각 주머니 안에서 치고받고 공방전을 치렀다.

그 사이 그레이트 피레니즈, 푸들, 비글, 말티즈, 각종 믹스견 등등 머리털 나고 처음 보는 개들은 계속 왈왈 짖어대고, 툭 하면 탁자 위로 기어오르거나 아이스카페라테를 혀로 핥았다. 노트북에서 잠깐 손을 떼면 어느새 후딱 뛰어들어 자판을 밟고 지나가기를 수차례. 급기야 임순례 감독이 걱정하고 나섰다.

"Delete를 콱 누르면 어쩌죠?"  

그러나 처음 마주한 임순례 감독 앞에서 내색할 순 없었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연신 흘렀지만, 그냥 웃을 수밖에. 그는 동물보호운동가 아닌가. 그러나 진짜 커다란 개 두 마리가 앞뒤로 나를 포위해 들어올 때는 악! 소리와 함께 '감독님의 손'을 잡고야 말았다. 처음 잡은 '감독님의 손'은 아주 따뜻했고 작았다. 피아니스트의 손처럼 임 감독 역시 예술가의 손 그 자체였다.

개털과 개 냄새, 지금도 난다. 그러나 역지사지하면 개들도 낯선 인간의 냄새로 힘겨웠을지 모른다. 유기견 세 마리를 키우는 임 감독에게는 개들이 달려들어 임 감독의 턱과 입주위, 얼굴을 혀로 핥았지만 내겐 그렇지 않았다.

그들도 아는 게다. 나는 그들이 별로라는 것을. 하물며 개도 싫고 좋고가 분명한데, 왜 나는 싫어도 싫다고 말 못하고 사는 걸까. 개만도 못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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