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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 상근자 3명이 7월 22일 오전 경기도 여주 4대강 사업 한강 제3공구 이포대교 옆 이포보에 올라가 4대강 사업 중단 점거농성을 벌이며 '국민의 소리를 들으라'라고 적힌 대형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상근자 3명이 7월 22일 오전 경기도 여주 4대강 사업 한강 제3공구 이포대교 옆 이포보에 올라가 4대강 사업 중단 점거농성을 벌이며 '국민의 소리를 들으라'라고 적힌 대형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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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오마이뉴스> 기자야? 그럼 우리 주민들 의견도 좀 보도해줘야 하는 거 아냐?"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9일 오후였다. 경기도 여주군 이포보 건설현장 주변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지역 농민들이 나와 있었다. 대부분 쉰을 훌쩍 넘긴 그들에게 신분을 밝히자 하소연이 쏟아졌다.

"우리 주민들이 무슨 깡패집단이 아니잖아요."
"우리는 좋아서 여기 나와서 집회하는 줄 알아요?"
"저쪽이 농성을 하면 그것에 반대하는 사람들 견해도 존중해줘야죠."

주민들 바로 맞은편 2차선 도로 너머 대신장승공원에는 이포보 고공 농성 지원 상황실이 있다. 한 환경운동가가 공원으로 들어가며 주민들을 보고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한 주민도 손을 들어 답례를 한다.

"쟤는 인사 참 잘해! 사실 우리가 서로 원수도 아니잖아요. 얼굴 붉힐 일도 없어. 그런데 일이 이렇게 꼬여서 서로 흥분도 하고 그랬는데... 우리도 진짜 답답하고 억울해. 우리가 먼저 4대강 사업 하자고 했나? 그게 아니잖아. 여기 농성이 잘 풀리면 환경운동가들 몸보신이라도 시켜줘야지, 저게 무슨 고생이야?"

"토지 보상? 4대강 사업 찬성하는 건 홍수 예방 때문"

농민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좀 들어달라고 했다. 한 농민은 "인터넷에 들어가 기사 댓글을 보면 울분이 터져 나라도 댓글을 달고 싸우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농민은 "반론이라는 게 있다며? 그거 한 번 실어줘!"라고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한진열(51) 여주군 천서1리 이장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됐다. 

한 이장은 천서리에서 나고 자라 농민이 됐다. 1년 정도 서울에서 산 게 외지 생활의 전부다. 어린 시절 남한강은 그의 거대한 수영장이었다. 그런 이력을 지닌 한 이장은 4대강 사업에 적극 찬성한다. 이포보 공사 현장에도 거의 매일 나와 4대강 사업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다. 직접 마이크를 잡고 "외지인은 떠나라!"고 선창을 하기도 했다.

한 이장은 "여기서 살아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와서 '여주에 홍수가 나느냐'고 물을 때마다 속이 터진다"며 "서울 사람들의 생각을 무조건 우리에게 강요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이포보 등 몇 개의 보가 건설되고 강바닥을 준설하면 분명히 홍수 예방이 된다"며 "강 주변이 정비돼 관광객이 늘어나면 여주 경제가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래는 한 이장과 10일 저녁 여주 이포보 견설현장 주변에서 나눈 일문일답이다.

한진열(51) 여주군 천서1리 이장.
 한진열(51) 여주군 천서1리 이장.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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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4대강 사업에 찬성하나. 토지 보상 때문인가?
"자기 땅으로 보상받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다. 주민들은 토지 보상보다 홍수 예방에 대한 기대가 크다."

- 4대강 사업이 완료된다고 홍수 예방이 될까? 여주에 큰 물난리가 있었나.
"외지인들이 와서 '여주에 무슨 홍수냐'고 물을 때가 가장 답답하다. 여기 상황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2006년 여름 여주대교가 범람할 위기였다. 그 공포가 얼마나 큰지 아나. 그리고 1972년에도 엄청난 물난리가 났다.

2006년 홍수 당시, 충주댐은 충청도 사람 살린다고 수문을 열었고, 팔당댐은 서울 사람들 살린다고 수문을 닫았다. 그 사이에 있는 우리 여주 사람들만 공포에 떨었다. 속된말로 샌드위치 속에 갇힌 것이다. 우리가 무슨 죈가. 강바닥을 준설하면 홍수 예방이 가능하다고 본다."

- 그럼 경제 이야기를 해보자. 4대강 사업으로 여주 경제가 발전한다는 근거는 뭔가.
"4대강 사업비 중 1조 원 넘는 돈이 여주에 투입된다고 들었다. 역사상 그렇게 큰돈이 여주에 들어온 적이 없다. 여주는 그동안 상수원 보호지역이라 공장이 들어서지 못했다. 주변 광주, 남양주, 이천 등이 모두 시로 승격했지만 여주는 여전히 군으로 남아 있다. 낙후한 지역을 발전시켜 보자는 게 왜 잘못인가. 이포보 주변에 공원이 만들어지고 자전거 도로가 놓이면 서울에서 관광객이 많이 올 것으로 믿는다. 나는 주민들에게 '강 주변에서 핫도그 장사를 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포보가 댐이라면 우리 주민들이 먼저 반대운동 했을 것"

- 이포보 규모가 무척 크다. 환경운동가들은 '보'가 아닌 '댐'이라고 주장한다.
"(이포보를 가리키며) 저게 댐이라고?(웃음) 만약 이포보가 댐이면 환경운동가들보다 우리가 먼저 반대운동을 한다. 이포댐이 맞다면 여주군 대부분 지역이 수몰된다. 고향이 물에 잠기는데 누가 좋아하겠나. 저건 댐이 아니라 보다."

- 외지인들에 대한 불만이 큰 것 같다.
"여기 살아보지도 않은 사람들, 농사도 지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주장해서 그렇다. 역지사지해보자. 그래야 서로 이해할 수 있지 않나. 여기 주민들 모두 조용히 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고공 농성이 시작되면서 동네가 시끄러워졌다. 우리라고 이 더운 날 좋아서 이러는 줄 아나.

사실 4대강 사업은 굉장히 정치적인 문제 아닌가. 농성을 하려면 청와대 앞이나 국회에 가서 하라.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을 왜 주민들과 환경운동가들의 싸움으로 만드나. 그리고 법무부장관을 지낸 천정배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와서 농성자들을 지지 격려하는데, 우린 이해할 수가 없다. 어떻게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불법 행위자들을 격려하나."

- 여주군청과도 긴밀한 협조가 있는 것 같다.
"관권개입 이야기 나올까봐 접촉 자체를 안 하고 있다. 시골 정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자꾸 '무슨 돈으로 현수막 제작했냐' 등을 물으며 관권개입을 의심하는데, 각 마을마다 운영비가 있다. 그 돈으로 활동비를 충당하고 있다."



"주민들 입장도 생각해 달라... 농성자들 몸보신 시켜 주겠다"

- 4대강 사업을 하면 수질이 나빠지고 환경이 파괴돼 주민들 삶이 더 열악해질 것이란 의견도 많다.
"강 주변에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 주장이다. 물론 주변 습지나 숲은 파괴되겠지만, 대체 습지를 만든다고 하지 않나. 그리고 남한강으로 유입되는 소하천을 잘 정비하면 수질은 좋아질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식물이나 동물도 중요하지만, 우선 사람이 살아야 하지 않나."

- 여기 농성하는 사람들과 몇 번 충돌이 있었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폭행자로 몰리는 건 억울하다.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이 폭행당했다고 하는데, 우리 중에도 맞은 주민이 있다. 오해와 흥분 때문에 생긴 일이다. 서로 미워하고 싸울 일은 아니다.

어쨌든 우리는 농성자들이 빨리 무사히 내려오길 바란다. 몸도 상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해 힘들 것이다. 여기 상황실 지키는 환경운동가들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음식을 제대로 챙겨 먹을 수가 있나. 사실 옆에서 보면 안타깝다. 가족들에게 가지도 못하는 것 아닌가. 우린 집이 바로 옆에 있으니 그나마 낫다."

-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
"이장들도 매일 집회하는 게 힘들어 11일부터 마을별로 돌아가면서 하기로 했다. 그리고 14일에는 다시 대규모 찬성 집회를 이곳 이포보 건설현장에서 열 계획이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고공 농성자들이 빨리 내려왔으면 한다. 농성 끝나면 우리 주민들이 술 한잔 사겠다고 환경운동가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내가 양계장을 하는데, 닭 몇 마리 잡아 고공 농성하신 분들 몸보신 좀 시켜주겠다."


태그:#이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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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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