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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새내기' 양문석 상임위원의 거침없는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양 위원은 최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신정 정치'를 비판한 데 이어 손병두 KBS 이사장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총대' 멘 양문석 "손병두 이사장, 방통위 권위 훼손"

 

양 위원은 9일 새벽 자신의 블로그 '양문석의 미신타파'(http://yms7227.mediaus.co.kr/)에 올린 글에서 "손병두는 KBS 이사장직을 그만두라"며 공개적으로 사퇴를 압박했다.

 

손병두 이사장은 지난달 31일 전경련 제주 하계포럼에서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는 게 가슴 아프다는 장관은 어느 나라 장관이냐"며 최시중 방통위원장을 직접 비판해 파문을 일으켰다.

 

최 위원장이 지난달 28일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우회 조찬 강연에서 "최근 삼성전자가 2분기 첫 5조 원 이익을 달성했다는 보도를 보며 한편으로 가슴 아팠다"면서 "이를 더불어 함께하고 있다고 느낀 사람은 얼마나 될까 생각했다"고 한 발언을 대기업 비판으로 해석한 것이다.

 

전경련 부회장 출신으로 대기업을 옹호한 발언이었지만 KBS 이사 임명권자인 방통위원장을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끌었다.

 

파문이 확산되자 손 이사장은 지난 2일 전경련을 통해 "최 위원장의 강연을 전한 일부 언론 보도만 보고 발언한 것"이라며 "최 위원장이 '대기업은 큰 이익을 내고 있는데 어려운 서민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고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방통위에서도 손 이사장 발언 보도 직후 최 위원장 발언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며 연설 전문을 뒤늦게 공개했을 뿐 공식적인 대응은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이 지난달 19일 민주당 몫으로 방통위 상임위원 직무를 시작한 양문석 위원이었다.

 

"자리 고수해 KBS 수신료 현실화 등 방해하지 말라" 공개 경고

 

양 위원은 지난 4일 새벽 역시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최시중의 발언 손병두의 반응'이란 제목의 글에서 "최시중 위원장이 빌미를 준 것도 부적절했지만, 이를 악의적으로 해석하고 언론플레이를 펼치는 손병두 이사장의 행태는 닳고 닳은 정상배를 보는 듯해 불쾌하다"며 자신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이때만 해도 양 위원은 "KBS가 공정성 시비에 휘말려 수신료 현실화가 그렇잖아도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신료 현실화의 맨 앞 줄에서 국민들을 설득해야 할 KBS 이사장이 아직까지 삼성맨처럼, 전경련 간부인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 될 일"이라면서 "차라리 KBS 이사장직을 그만두고 전경련 회장으로 가서 하면 딱히 이런 글이 필요 없을 터"라며 간접적으로 사퇴를 압박했다.

 

하지만 9일 올린 글에서 양 위원은 "다른 곳에서 이뤄지는 비판이면 감수할 수 있겠으나, 지상파 이사회 쪽에서 이어지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권위 훼손 행태는 그동안 방송통신위원회가 자초한 것 이상의 지나친 훼손행위"라면서 "사실상 상임위원으로 그 책임을 물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서 KBS 이사회 손병두 이사장은 일절 반응이 없다, 방송통신위원회 자체가 손병두 KBS 이사장 눈에는 '무시해도 좋을 만한 곳'으로 읽히는 모양"이라면 방통위 권위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또 "재벌의 마당쇠 노릇을 하는 손병두 KBS 이사장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냥 그 자리에 두는 것이 시청자들에게 죄 짓는 짓이고,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의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압박 수위를 한 단계 높였다.

 

양 위원은 마지막으로 "KBS와 KBS 수신료 현실화, KBS 지배구조 개선 등 정치적 독립을 위한 각종 제도적 개선과 보완 등 산더미만큼 쌓여 있는 현안을 위해, 그 자리를 고수함으로써 방해하지 말고, KBS 이사장직을 떠나시는 것이 KBS와 KBS를 사랑하는 시청자를 위한 마지막 할 일"라며 직접적으로 사퇴를 압박했다. 손 이사장의 거취가 자칫 수신료 인상 등 방통위 심의를 앞둔 KBS 현안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였다.

 

 

"방통위는 '신정정치' 치하"... 최시중 '일방통행' 견제도

 

한편 양 위원은 언론을 통해 현 방통위 체제를 '신정(神政)정치'라고 비판하는 등 최시중 위원장 견제도 잊지 않았다.

 

<이데일리> <한겨레> 보도 등에 따르면 양 위원은 지난 4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방통위가 있는) KT 광화문 사옥 전체가 최시중 위원장 신정정치 치하"라면서 "최 위원장에 대한 건전한 견제가 없어 방통위가 일방통행식으로 정책을 추진한다"고 지적했다. 또 "만약 논의 과정에서 (여당 추천 위원들이) 수적 우위로 밀어붙이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번 양 위원의 '손병두 때리기' 역시 KBS 이사 임명권자인 최 위원장의 책임을 묻는 행위로도 볼 여지가 있다. 최 위원장은 MBC 방문진 이사장이 <신동아> '큰집 조인트' 발언으로 낙마하며 이미 임명권자 권위에 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그간 다른 상임위원들은 외부 발언을 아껴왔다. 반면 양 위원은 자신의 블로그와 언론을 통해 거침없는 발언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양 위원의 행보에 벌써부터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태그:#양문석, #최시중, #방통위, #손병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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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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