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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최종원 의원.
 최종원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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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장관, 만나면 일단 한 대 맞아야겠다."
"유 장관에게서 권력을 쥔 완장 찬 사람의 호기가 보인다."
"개인의 울분도 있지만 정말로 같이 지냈던 동료로서 애석함은 말도 못한다."

배우 최종원, 아니 국회의원 최종원이 연일 터뜨리는 말이다. 최 의원의 칼끝은 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겨누고 있다. 그가 유 장관에 대해 한마디 하면 바로 언론이 보도한다. 최근 최고의 뉴스메이커 중 한 명이 바로 최 의원이다.

최 의원의 여러 인터뷰를 보면, 그가 유 장관을 공격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최 의원이 4일 YTN 라디오 <최수호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잠시 보자.

"문화 예술의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 새로운 비전을 뭔가 만들고 제시하고 해야 될 주무장관이 어떤 이념적인 잣대로 좌파, 우파를 나누기 시작하고, 그냥 남의 목 자르고, 자기 패거리를 집어넣고 하는 그런 형태들이 굉장히 잔혹하다."

최 의원은 강원도 태백·영월·평창·정선 재보궐 선거운동 기간에 자신의 두 가지 감정을 선명히 내세웠다. 그것은 이광재 강원도지사에 대한 애정과 유인촌 장관에 대한 분노였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이광재를 지켜내자", "나는 100억씩 쌓아두고 사는 모 장관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잔뜩 벼른 최종원 "유 장관, 일단 한 대 맞아야겠다"

최 의원과 유 장관이 서로 불화하는 배경에는 정치적 견해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 최 의원은 2002년 대선 때 '후보' 노무현을 도왔다. 대선 이후에도 노무현 정부 인사들과 가깝게 지냈다. 그에 반해 유 장관은 대표적인 '친MB 인사'다. 그리고 유 장관은 이명박 정권 출범 뒤 '문화계 좌파인사 적출'에 앞장섰다.

또 여기에 최 의원이 유독 유 장관에게 비판적인 배경에는 '개인적 상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우 최종원은 지난 2005년부터 강원도 정선 폐광촌을 활용한 '예술인촌' 건립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는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 있는 폐광 '삼척탄좌'를 활용해 예술인 전용 창작실, 공연장, 박물관 등을 갖춘 '고한 예술인촌'을 만들려고 했다.

이곳에 지역구를 둔 이광재 의원도 힘을 보탰고, 2008년 1월에는 문화부에서 '예술인촌 건립'으로 사업 승인도 떨어졌다. 하지만, 이 모든 계획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바뀌었다.

특히 유인촌 장관이 직접 작년 2월 강원도 정선 삼척탄좌를 다녀간 뒤, 고향 탄광촌에 예술인촌을 만들겠다는 배우 최종원의 꿈은 힘을 잃었다.

정선군청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 장관은 삼척탄좌를 둘러본 뒤 "현장 분위기를 잘 살리라"는 당부와 함께 "왜 타지 예술인들을 위한 공간을 폐광촌에 만드나", "예술인촌은 수익성이 없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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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최종원이 계획한 '고한 예술인촌' 사업은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정선군과 문광부는 "수익성이 없다"는 근거를 들었다. 그래서 '웰빙 스파'와 숙박시설, 와인바 등이 들어서는 '광산 테마 파크'로 사업이 변경됐다.

이에 대해 배우 최종원은 작년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문화예술인들이 몇 년 동안 준비하고 지역주민들도 동의한 사업을 문화부가 단 몇 개월 만에 협의도 없이 변경할 수 있느냐"며 "이는 결국 김대중-노무현 정부 인사들과 가깝게 지냈던 나에 대한 치졸한 보복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최씨는 "치졸한 보복"의 당사자로 유 장관을 지목했다. "완장 찬" 유 장관의 "이념적 잣대"에 당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문광부는 이런 최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당시 문광부는 "문화 사업은 원래 타당성 조사를 통해 사업의 내용이 조금씩 바뀌곤 한다"며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보는 것이야말로 정치적이다, 정선군에서도 수익성이 없다고 건의했기 때문에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종원이 공들인 폐광 예술인촌 사업, 유인촌 장관 '행차' 후 흐지부지

어쨌든 연극계 선후배 최종원과 유인촌은 정치적으로 다른 길을 걸었고, 저 멀리 강원도 폐광촌에서 한 번 크게 충돌한 셈이다. 그리고 최종원은 지금 폐광촌이 많은 고향 주민들의 선택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유인촌은 여전히 문광부 수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회의원이 된 최종원은 "유 장관과 꼭 마주치기 바란다"며 잔뜩 벼르고 있다. 최 의원은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유 장관이 곧 있을 개각에서 물러날 것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많다는 점에서다. 유 장관이 정말 물러나게 되면 최 의원의 '소망'은 또다시 이뤄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배우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최종원과 유인촌. 정치적으로 다른 길을 갔고, 폐광촌에서 한 차례 충돌했던 두 인물은 막다른 골목이 아닌 화해의 다리에서 만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유 장관은 그동안 자신이 뿌린 '씨앗'을, 최 의원은 자신의 비판이 개인적 감정에 따른 것이 아닌지 각각 성찰해봐야 화해가 가능할 텐데... 이 역시 참 어려워 보인다.


태그:#최종원, #유인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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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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