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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후 한 블로거가 인터넷 메신저 프로그램 '네이트온' 새로운 버전에 이용자 컴퓨터의 고유 주소(MAC 주소)를 추출할 수 있는 기능이 남아 있다고 지적해 누리꾼들 사이에 파문이 일었다. 앞서 네이트에서 개인정보수집 항목에 사용자 컴퓨터의 고유 주소인 'MAC 주소'와 '컴퓨터 이름'을 추가하려다 누리꾼 반발에 밀려 철회한 뒤였기 때문이다.

 

"MAC 정보 수집 안 한다더니 추출 기능 살아 있어"

 

발단은 지난 21일 메신저 서비스 업체 네이트(SK커뮤니케이션즈)의 '개인정보취급방침 개정 공고'에서부터 시작됐다. 네이트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서비스를 위해 수집하는 개인정보 항목에 'MAC 주소'와 '컴퓨터 이름'을 추가하는 안을 28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며, 이용자가 이에 대한 동의를 철회하려면 사이트를 탈퇴하라고 알렸다. 

 

 

'MAC 주소'는 컴퓨터의 고유 주소로, 통신할 때 각각의 컴퓨터를 식별해주는 역할을 담당하며 서비스 업체가 접속자 위치와 상세 정보를 더 수월하게 알 수 있게 해준다.

 

개인정보수집 강화와 네이트의 일방통행식 공지에 반발한 누리꾼들이 27일 대거 탈퇴 움직임과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자, 같은 날 네이트는 컴퓨터 고유 주소(이하 MAC주소) 수집을 철회한다는 공지를 다시 냈다. 그러면서 "MAC 주소와 컴퓨터 이름 수집을 통해 고객들의 메신저 피싱(사기) 피해를 최소화하려 했지만 이에 대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부족을 인정해 우선 방침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알렸다.(관련기사: "이제 싸이월드 사찰?"... 도토리 사던 누리꾼 뿔났다 )

 

네이트의 정보수집 강화 문제는 여기서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29일 한 누리꾼이 '네이트, MAC 정보 수집 안 한다더니 추출 기능 살아 있어'라는 제목으로 새로운 버전의 네이트온에 컴퓨터 고유 주소를 추출하는 기능이 담겨 있다는 분석 글을 게재하자 이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네이트 "MAC 주소 수집은 오해... 자동 로그인 위한 단순 추출"

 

온라인의 들썩거림을 감지한 네이트는 다시 공지를 올려 "일부 사이트를 통해 'SK컴즈(네이트 운영회사)에서 개인정보취급방침 철회 후에도 네이트온 패치를 통해 MAC 주소를 수집한다'는 글이 게재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오해가 없길 바란다"며 "네이트온 자동 로그인 기능을 사용하면 사용자 PC의 MAC 정보를 암호화해 동일 PC 여부를 확인하는데, 이 과정에서 암호화된 MAC 정보가 다른 곳으로 전송되지 않으니 (주소를 수집한다는)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네이트온의 MAC 주소 추출 기능은 비밀정보 암호화를 위해서 이전부터 사용하던 것일 뿐 새로 추가된 것은 아니며, 네이트나 싸이월드는 물론 다른 곳에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기 때문에 'MAC 주소 수집'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네이트 홍보팀 관계자는 2일 "27일부로 MAC 주소 수집 기능이 없는 네이트온 패치를 올렸고, 로그인 시 자동으로 이 버전이 설치된다"고 부연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누리꾼들은 네이트가 개정안을 철회한다 해도 MAC 정보 추출 기능은 여전히 살아있으므로 SK컴즈가 마음만 먹으면 정보 수집이 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선 MAC 주소 수집 일반화... 포털 수집 시도는 처음

 

시스템 컨설팅 업계 프리랜서인 최영록 컨설턴트는 "만일 대형 사이트가 컴퓨터 고유 주소를 수집하게 되면 해커가 누적된 개인정보를 활용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네이트 홍보팀 관계자는 "해킹될 것을 가정한 문제 제기에는 할 말이 없다"면서 "은행 사이트 등에서도 해킹 위험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보안팀을 꾸려가며 수집한 정보를 이용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이용자가 개인정보 공개에 있어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하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며 "이미 금융권, 은행권에서 MAC 주소 수집을 해왔지만, 포털사이트에서의 수집 시도는 네이트가 처음이라 이용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활동가는 "해킹이나 메신저 피싱 피해 방지 때문에 컴퓨터 고유주소를 수집한다지만 (정보 수집을 허용하면서까지) 보안 서비스를 이용할지 말지에 대한 이용자 선택권이 침해당하게 된다"면서 "(이번 네이트의 정보수집 강화 문제도) 이용약관에 미리부터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내용을 심어두거나 일방적 약관 변경을 통해 조건이 싫으면 탈퇴하란 식으로 나왔던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네이트 홍보팀 관계자는 "(회원에게 탈퇴를 공지한 이유는) 약관 변경 시 변경된 약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는 명시가 들어가는 게 법적 절차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김혜림 기자는 오마이뉴스 12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네이트, #개인정보취급방침, #MAC 주소, #SK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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