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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희극계의 거목이 또 하나 사라졌다.

'원맨쇼의 달인'으로 추앙 받던 코미디언 백남봉(본명 박두식)씨가 29일 오전 8시 40분 폐암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임종을 맞이하였다(향년 71세). 고 백남봉씨는 2009년 4월 늑막염 수술 도중 폐암 진단을 받고 투병해 오다가 최근 병세가 악화돼 삼성서울병원(일원동)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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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진안에서 1939년에 출생한 고 백남봉씨는 1969년 TBC 라디오 '장기자랑'으로 방송에 데뷔했다. 6·25 때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전국의 장터를 떠돌며 지내면서 익혔던 전국팔도 사투리로 진행하는 '원맨쇼'로 대중들의 인기를 받았다. 그리고 남보원과 '후라이보이' 곽규석과 콤비를 이룬 성대모사로 1970∼198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2000년도에는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대통령 상을 받기도 했다.

백남봉씨는 폐암이 복부까지로 전이되어 장기 손상에 의한 면역력 저하와 폐렴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국민들을 버리고 머나먼 길을 한 마디 유언도 없이 훌쩍 떠나 버렸다. 지난 2월 23일 폐렴으로 투병하던 원로 코미디언 배삼룡씨가 세상을 뜬 지 불과 5개월 만에 또 이어진 비보다.

고 백남봉 빈소에서 만난 희극인들

백남봉 장례식장 영정
 백남봉 장례식장 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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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가 차려져 있는 삼성서울병원(일원동) 장례식장 3호실에서 만난 코미디언 손철씨는 "많은 분야의 연예인들 중에서 유독 희극인들만이 사망 원인이 폐암이나 간암이 많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말했다.

아직까지도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로 국민들의 가슴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코미디계의 황제 이주일씨도 2002년 8월 27일 흡연으로 인한 폐암으로 유명을 달리하였고, '비실이' 배삼룡씨도 지나친 흡연으로 인한 흡인성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이어 30년간 애연가임을 자처하며 하루에 4갑의 담배를 피우던 백남봉씨도 폐암으로 우리들 곁을 떠났다.

이에 백남봉씨를 문상 온 개그맨 김지호씨는 "우리들(희극인)은 다른 연예 분야보다 순간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매주 무대에 올라 라이브로 수많은 방청객을 반드시 웃겨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시청률뿐만 아니라 방송 녹화 당시의 방청객의 반응까지 살펴야하기 때문에 심리 부담감이 높다고. 이런 부담감을 극복하려고 희극인들이 흡연에 몸과 마음을 의지하게 된다고 김지호씨는 말했다.

"개그는 개그로 보고 웃고 넘어가 주십시오"

많은 사람들이 희극인(코미디언, 개그맨)들의 연기에 웃으면서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어버리고 생활의 활력소를 찾지만 반대로 희극인(코미디언, 개그맨)들은 극도의 스트레스가 쌓이는 아이러니한 모순을 갖는다. 물론 "개그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기 때문에 전혀 부담감이 없고 모든 준비과정과 공연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송준호씨의 말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심적인 부담감은 모두 털어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희극인들은 유난히 회식자리가 많다. 하지만 회식자리는 단순히 방송에 대한 스트레스를 푸는 장소가 아닌, 다음 방송을 위한 아이디어 회의 자리이며 충전자리이기도 하다. 그 결과 원치 않게 술을 마신다.

코미디언협회장 엄용수씨는 "우리가 방송이나 공연에 나설 때 '저 자식 틀리는 것 없나' 하고 감시하거나 '말실수 하거나 우리들 심리를 건드리는 것 없나'하고 찾아내려고 하지마시고 그저 코미디로 개그로 보고 웃고 넘어가 주십시오. 바라는 것은 오직 이것뿐입니다"고 하였다. 정말 의미가 깊은 말이자 가슴에 피멍이 든 희극인들의 절규다.

개그맨 이봉원씨도 옆에서 "정말 코너 하나를 만들기 위해 1주일을 잠 못 자며 고생한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즐겁게 웃어준다면 그것으로 우리는 행복하다"고 하였다. 이런 소박한 바람을 가지고 열심히 자신의 직분을 다하는 우리 희극인들이 실망 속에 모두 떠나버려 삭막한 대한민국이 되어버리기 전에 더욱 따스한 격려와 관심으로 보듬어 안아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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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백남봉, #배삼룡, #개그맨, #코미디언, #흡연폐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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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특집부 편집부장을 비롯하여 지방일간신문사와 주간신문사 그리고 전문신문사(서울일보, 의정부신문, 에서 편집국장을 했었고 기자로도 활동 하였으나 지방지와 전문지라는 한계가 있어 정말 좋은 소식인데도 전국에 있는 구독자분들에게 알리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항상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기회에 전국적으로 이름난 오마이 뉴스의 시민기자가 되어 활발히 활동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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