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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포보 농성장과 30여m 떨어진 곳에 두 대의 서치라이트가 설치 됐다.
 이포보 농성장과 30여m 떨어진 곳에 두 대의 서치라이트가 설치 됐다.
ⓒ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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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신 : 28일 오후 10시 10분]

농성장 감시용 서치라이트 바로 옆 교각에 두 대 설치... "불 꺼라" 야간진압 우려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환경운동가 세 명이 이포보에 오른 지 7일째인 28일. 오후 8시 어김없이 농성장과 상황실에서는 촛불집회가 진행됐다. 그러나 무지막지한 인공조명이 촛불의 은은한 불빛을 통째로 삼켜버렸다. 이포보 시공사 측에서 농성중인 교각에서 30여m 떨어진 보 상단 구조물 위에 서치라이트 두 대를 설치한 것.

해가 지면 상황실에서 전혀 보이지 않았던 농성 교각이 훤히 드러났다. 서치라이트가 농성장을 대낮 같이 훤히 비추자 세 명의 활동가는 확성기를 꺼내 즉각 항의했다. 거리가 멀어 정확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농성자들은 "불을 꺼라"라며 공사 인부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에 대해 박창재 상황실장은 "조명을 저렇게 설치했다는 것은 야간에라도 진압을 하려는 행위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저 강한 조명을 받으면 눈도 부시고 잠도 자기 어려워 농성자들의 스트레스가 상당 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이어 "밤 새 농성자들에게 저런 불빛을 비춘다는 것은 비인간적인 처사"라며 "즉시 철거하지 않으면 나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경찰에 의하면 시공사 측은 조명 설치에 대해 "밤사이 몰래 물품을 반입하는 것을 감시하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지자 방문 계속돼... 29일 대규모 집회 개최

시공사 측에서 설치한 서치라이트가 농성장을 비추자 농성자들이 확성기를 들고 나와 항의하고 있다. 농성자들의 움직임이 모두 보일 정도로 밝다.
 시공사 측에서 설치한 서치라이트가 농성장을 비추자 농성자들이 확성기를 들고 나와 항의하고 있다. 농성자들의 움직임이 모두 보일 정도로 밝다.
ⓒ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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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치라이트 소동으로 촛불 집회의 시작이 약간 어수선했지만 서울민족미술인협회와 팔당 유기농업지역 농민 등 30여 명이 참가해 어느 정도 규모 있게 진행됐다.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세 명의 활동가들도 오후 8시가 되자 모두 보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온종일 세 명의 건강을 걱정했던 집회 참가자들은 일단 안심한 듯 보였다. 이들은 각자의 촛불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며 농성자들을 응원했다.

이포보 농성장에는 이날 하루 동안도 많은 지지자들이 방문했다. 당진 어린이 생태학교와 과천 무지개 학교에서 찾아온 어린이들부터, 이천YMCA 도보답사단과 대학생 4대강 답사단 등 청소년과 대학생들, 그리고 진보신당 답사단 '흐르는 물처럼' 서울민미협, 팔당농민들과 같은 어른들까지 200여 명의 지지자가 다녀갔다.

이렇게 끊이지 않는 지지방문의 흐름을 몰아 '4대강사업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는 29일 공사현장 인근에서 300여 명의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

오후 2시 농성상황실이 차려진 '장승공원'에서 열리는 '4대강 공사 중단, 대안 기구 마련 촉구 현장집회'에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등 야당 대표들과 사회각계인사가 대거 참가할 예정이다. 이들은 상황실에서 집회를 연 후 '4대강 공사 중단', '국민과 대화 기구 구성', '국회 검증위 구성, 농성자들의 안전보장' 등을 요구하며 공사현장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28일 오후, 경기경찰청 소속 헬기가 이포보 고공농성장 주변을 정찰하고 있다.
 28일 오후, 경기경찰청 소속 헬기가 이포보 고공농성장 주변을 정찰하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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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포보 위에서 농성중인 염형철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이 보낸 보 아래 사진. 염 처장은 경찰과 소방관이 늘어난 것으로 보아 진압작전이 곧 펼져질 것으로 우려했다.
 이포보 위에서 농성중인 염형철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이 보낸 보 아래 사진. 염 처장은 경찰과 소방관이 늘어난 것으로 보아 진압작전이 곧 펼져질 것으로 우려했다.
ⓒ 염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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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28일 오후 5시 45분]

이포보 농성장 의료진 방문... 농성자들 건강 양호 

28일 오후 이인동 안성의료생협 원장이 공사장 인부들과 이포보 고공농성장에 올라가 2~3분간 농성자들의 증상을 들은 뒤 의약품을 전달하고 내려왔다. 이 원장은 "농성자들이 아직은 괜찮아 보였다"고 전했다. 이 원장이 전달한 의약품은 중이염을 앓고 있는 염형철 사무처장이 복용할 약품들이다.

진료를 마치고 내려온 이 원장은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염 처장의 상태가 괜찮아 보였지만 중이염 염증이 퍼지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약을 먹어야 한다고 전했다"며 "다른 사람들은 어제 잠시 탈진했지만 지금은 상태가 양호해 보였다"고 말했다.

의약품과 함께 준비해간 우비와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작은 발전기는 공사현장 관계자들의 제지로 전달하지 못했다. 물품전달을 막은 공사현장 관계자는 "농성장에 걸려있는 현수막을 내리면 다른 물품들도 올려 보내주겠다고 협상했지만 농성자들이 거부했다"고 말했다.

의약품은 고공농성장과 불과 5m도 안되는 거리의 보 상판 위에서 잠자리채 같은 막대기에 담겨 전달됐다. 박창재 상황실장은 "전달되지 못한 물품들은 내일(29일) 오후 2시 집회에 참석하는 의원들을 통해 다시 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밤새 연락이 안됐던 농성자들은 오후 들어 박평수 집행위원장의 휴대전화로 연결이 됐지만 이마저도 4시 30분경 전원이 꺼져 연락이 끊긴 상태다. 이로 인해 현재 농성자들과 연결할 수 있는 통신 수단은 전혀 없다.

공사장 인부들과 이포보 고공농성장 부근 상판에 오른 의료진이 농성자들에게 의약품을 전달하려고 하고 있다.
 공사장 인부들과 이포보 고공농성장 부근 상판에 오른 의료진이 농성자들에게 의약품을 전달하려고 하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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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 : 28일 오전 4시 40분]

환경운동가들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하기 위해 7일째 고공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경기도 여주군 이포보 현장에서 경찰의 강제 진압 움직임이 포착됐다. 28일 오후 3시경 환경운동연합 이포보 상황실은 경찰이 곧 고공농성장을 진압할 것으로 보고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앞서 이날 오후 2시 30분경 경찰 소속 헬리콥터 1대가 점거농성장 주변을 돌며 정황을 살피자, 경찰이 진압하기 위한 준비태세에 들어갔다는 예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보 아래 공사현장에서 경찰들과 119구조대원 등 10여명이 보트를 준비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고, 상황실은 이를 진압에 대비한 안전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창재 상황실장은 "(경찰이) 오늘 진압할 가능성이 높다"며 "용산참사 때처럼 진압의 1단계 조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활동가들도 "경찰 고위 간부가 (현장에) 나온 것 같다"고 전달해 진압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박 실장은 또 "만약 경찰이 진압에 들어간다면 상황실에 있는 사람들은 공사장으로 들어가 진압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상황실 입구에는 경기경찰청 소속 경찰관들이 4~5명 배치돼 정황을 살피고 있다.

의료진, 이포보 농성장 방문

한편 이날 오후 4시 30분경에는 이포보 고공농성 활동가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파견된 안성의료생협 의료진이 이포보 현장을 방문했다.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평소 중이염을 앓고 있다가 농성 후 병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져 건강 상태가 우려되고 있다. 같이 농성중인 장동빈 사무국장과 박평수 집행위원장은 27일 무더위에 탈진하기도 했으나 현재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동 안성의료생협 가정의학과 원장은 "농성자들이 더위와 스트레스로 힘들어 할까 걱정"이라며 "농성장 안으로 직접 들어갈 수는 없기 때문에 가까운 곳까지 올라가서 염형철 처장의 중이염 증상은 어떤지 충분히 들어보고 약품을 올려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활동가들에 대한 약품 지원에 대해서는 "아직은 (활동가들의 건강상태가) 그 정도의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가까이 가서 활동가들의 상태가 어떤지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날 농성 중인 활동가들을 격려하기 위해 안성에서 이포보로 오던 중 상황실로부터 문진을 의뢰 받았다.

이날 오전 중 모습이 보이지 않던 3명의 농성자들은 오후가 되자 상판 위로 모습을 나타냈다. 까맣게 탄 얼굴에는 턱수염이 덥수룩했고,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염 처장은 머리에 보라색 수건을 두르고 의자에 앉아 책을 읽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안미소 기자는 12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4대강, #이명박, #이포보,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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