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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활동가들이 4대강 사업 보 건설 현장에서 고공농성에 들어간 지 1주일이 됐다. 지난 22일 새벽, 경기도 이포보 위에 오른 세 명의 활동가와 경남 함안보 공사현장 타워크레인에 오른 두 명의 활동가들은 쏟아지는 장대비와 내리쬐는 햇볕을 그대로 맞으며 1주일을 버텼다.

이들은 법정홍수기에 4대강 공사를 중단할 것과 정부, 국회 차원의 협의 기구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아무 대답이 없다. 정부의 침묵은 곧 농성 장기화를 의미한다. 밖에서 농성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농성이 장기화 될 가능성에 대해 "원하지 않으나 염두에 두고 있다"며 "정부가 대화의지를 보인다면 농성을 풀 수 있겠지만 아직까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마지막까지 점거농성은 하고 싶지 않았다"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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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농성자들의 건강 상태다. 이포보에 오른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중이염 증세로 몸져누웠고, 함안보의 최수영 부산환경연합 사무처장은 고열에 시달리며 설사를 했다. 다른 사람들도 극도의 피로감에 탈진증세를 보이는 등 농성자들의 건강상태가 악화되고 있어 농성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 내려올 수 없다"는 이들의 의지는 확고하다. 농성자들은 그동안 수차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런 의지를 표명해왔다.

김종남 사무총장은 그동안 환경단체가 평화적인 방식으로 펼쳐왔던 4대강 사업 반대 활동과 성격이 다른 '점거농성'을 벌인 것에 대해 "정부가 스스로 중단하지 않으니 밖에서라도 중단하게 할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절박한 심경을 토로했다.

김 총장은 "지금은 법정홍수기간으로 4대강 공사에서 드러난 제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했다"면서도 "그러나 활동가들의 희생과 후유증이 클 점거농성은 마지막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또 "이제 곧 국회에서 2011년 국가예산을 다룬다"며 "4대강 사업 전반을 검토하고 문제를 확인해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서울과 경기도 여주를 오가며 정신없는 일정을 보내고 있는 김종남 사무총장 인터뷰는 27~28일 이틀간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진행됐다. 다음은 김 사무총장과 나눈 일문일답.

"4대강 사업이 진전될수록 홍수 피해는 커질 수 있다"

- 농성자들의 건강상태는 어떤가.
"6일째 들어서면서 체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점거농성) 지원상황실에 있는 사람들도 지치는데, 뜨겁고 좁은 보 상판 위, 크레인 조종석은 얼마나 견디기 힘들겠나? 최수영 처장은 고열에 설사도 했다고 하고, 박평수 위원장과 염형철 처장은 중이염에 더위까지 먹어서 기운이 빠져 있다."

- 고공농성 7일째다.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가?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반응은 없다. 견딜 만큼 견뎌보라는 태도로 보이는데, 문제해결의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4대강 사업 추진본부 부단장이 왔었지만 사업을 해야 하는 이유만 늘어놓다 돌아갔고, 문제의 핵심인 청와대는 아직까지 무반응이다. 여주지역 찬성단체 회원에 의한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 폭행과 지원상황실 침탈 사건이 사회문제화된 후 경찰에서 정보수집도 하고 요구사항도 확인하고 있으나, 5명의 활동가가 교각과 크레인 위에 올라가며 한 요구에 대해서는 전혀 대응이 없는 상태다."

- 이번 고공농성을 보면 환경운동연합으로서는 '비장의 카드'를 꺼낸 것 같은데 정부는 무신경으로 일관하고 있는 듯하다. 농성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는가?
"원하지 않으나 염두에 두고 있다. 정부가 문제해결을 위해 어떤 반응이나 대화의지를 보인다면 농성을 풀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아직까진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 그동안 평화적으로 진행됐던 4대강 사업 반대활동과 다르게 어느 정도 물리력을 동원한 투쟁에 들어갔다. 고공농성을 택한 이유는?
"지금까지 4대강 사업을 중단시킬 효과적인 방법을 계속 찾아왔다. 사업입안 단계에선 법적·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며 사업계획자체를 무효화하고자 했고, 착공 단계에선 4대강 유역 곳곳에서 착공저지를 위한 집회와 시위도 했다. 4대강 사업 예산편성을 막기 위해 국회투쟁도 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통하지 않았다. 정부가 스스로 중단하지 않으니 밖에서라도 중단하게 할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마침 지금은 법정홍수기간으로 4대강 공사에서 드러난 제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했다. 4대강 사업이 진전될수록 홍수피해는 커질 수 있다는 것이 낙동강에서 확인되지 않았나? 그러나 활동가들의 희생과 후유증이 클 점거농성은 마지막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

- 수위 높은 투쟁이 실패할 경우 내부에서 무력감이 생길 수 있다. 농성을 통해서도 환경연합의 세 가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대처할 계획인가?
"우리의 요구는 환경운동연합만의 요구가 아니다. 시민사회와 국민들의 뜻이다. 4대강 사업을 중단하라는 것은 6.2지방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이다. 환경단체의 부분적 의사라고 대통령과 정부가 생각해서 무시한다면 크나큰 오판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신념이 대통령에게 있듯이 우리 국민들은 4대강 사업을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한 믿음이 굳건하다. 그 믿음으로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한 농성을 시작했고 대통령이 응답할 것으로 믿는다.

4대강 사업 중단 및 국민대화기구와 국회 검증기구 구성 요구는 새삼스런 게 아니어서 대통령이 결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일주일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해 일주일 분량의 식수와 식량만 준비해서 갔다.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위에 있는 5명의 활동가가 내려올 수 없고, 길고 힘든 과정을 환경운동연합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견뎌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이런 상황으로 몰아가지 않으리라 믿는다."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왼쪽)이 이포보 농성장 상황실에서 현장 지휘를 하고 있다.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왼쪽)이 이포보 농성장 상황실에서 현장 지휘를 하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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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시작의 전제는 공사 중단"

- 정부가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면 농성을 풀 수 있다고 밝혔는데 협상의 선은 어느 정도인가?
"법정홍수기간 동안 4대강 사업구간 공사 중단, 대안 마련을 위한 국민대화기구 구성, 국회 검증특위 구성, 이 세 가지 요구가 다 받아들여져야 보 위의 점거농성을 풀 수 있다. 농성이 진행되는 이 순간에도 이포보 공사는 이전과 다르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 수면 아래 공사만 홍수기라서 안 할 뿐, 공도교 가설 공사나 제방 사면 공사는 계속된다. 다른 보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정부와 대화의 시작은 공사 중단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30도가 넘는 타는 더위와 비바람에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있는 활동가들을 생각할 때, 이 모든 것을 다룰 정부-시민사회 간 대화기구가 마련되고 여야가 국회에서 실질적 논의를 시작한다면 농성을 풀 수도 있을 것이다."

- 여주군민들의 여론은 4대강 사업 찬성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일부가 반대한다고 하지만 그 수는 적은 것으로 보인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여주 지역의 여론은 객관적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여주군민들의 4대강 사업 지지도가 높다 하지만 제대로 된 여론조사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 더구나 찬성단체는 군수를 비롯한 지역사회의 지원을 받고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데 비해 반대단체의 문제의식이나 정보는 제대로 전달될 기회가 없어 균형 잡힌 여론이 형성되지 않았다.

또한 반대집단에 대한 물리적 위협과 폭행 등 경찰과 건설사의 비호를 받는 찬성단체 회원들의 전방위적 대응이 두려워 주민들의 민심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본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용기를 내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외치는 여주군민들이 생겼고, 공개집회를 할 정도로 여주군민들의 문제의식이 깊어졌으니, 여주지역사회의 민주화, 생태주의에 대한 관심이 더 넓어지리라 생각한다."

- 여주군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4대강 사업에 대하여 균형 잡힌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4대강 사업 찬성 논리가 있는 반면 반대 논리도 이유가 있다. 합리적으로 토론하고 대화하면서 시각차를 좁혀갔으면 한다. 또한 '외지인들이 와서 여주 발전을 저해하니, 나가라'고 하는데, 불필요한 다리와 보 건설사업으로 국가재정을 낭비하는 대신 정작 여주에 남기는 이익은 크지 않다. 일자리 창출도 고작 백여 명 수준 아닌가?

주민공동체와 팔당 상수원, 하천경관을 파괴하지 말고 여주지역 특성과 자연경관을 살리는 방안을 같이 찾아봤으면 한다. 비이성적인 태도와 물리력으로 반대단체나 주민들을 위협하고 폭력적 상황을 연출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 시간이 지나면 곧바로 2011년 예산을 국회에서 다룬다. 4대강 사업 전반을 검토하고 문제를 확인해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지금이다. 대통령이 하루빨리 결단할 수 있도록, 그래서 보와 크레인 위에 올라간 환경활동가들이 생명의 위협 없이 무사히 내려올 수 있도록 굳건한 지지와 연대를 바란다."

28일 오후, 경기경찰청 소속 헬기가 이포보 고공농성장 주변을 정찰하고 있다.
 28일 오후, 경기경찰청 소속 헬기가 이포보 고공농성장 주변을 정찰하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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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환경단체 '지구의 벗'도 4대강 사업 반대... 홈페이지 통해 사업의 위험성 지적
세계 3대 환경단체 중 하나인 '지구의 벗(Friends of earth)'이 지난 26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포보와 함안보에서 고공농성이 벌어지고 있는 한국의 4대강 사업에 대해 알렸다. 또 이명박 정부를 향해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사회적 기구를 조성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지구의 벗'은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지난 22일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남한강 이포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톱기사로 전하고 활동가들을 지지하고 나섰다. 남한강 이포보 고공농성장의 'SOS 4rivers' 현수막 사진과 함께 활동가들의 인터뷰도 실었다.

4대강 사업에 대해 "한국 정부는 4대강 사업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하나, 습지를 보호하는 데 위협이 되며 자유로운 강의 흐름을 막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습지는 홍수 예방과 용수 공급, 수질 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습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또 "홍수 예방을 위해 강에 보와 댐을 건설하는 것은 역효과를 낸다"고 비판하며 습지 복원과 주변 구조물 제거를 4대강 사업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여론을 인식하고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대안을 논의할 기구를 조성할 것", 그리고 "시민단체 및 지역사회와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지구의 벗'은 그린피스, 세계자연보호기금과 함께 세계 3대 환경단체로 꼽히는 영향력 있는 단체다. '지구의 벗' 니모 배시 의장은 지난 3월 함안보 4대강 사업 현장을 둘러보고 "평화와 파괴가 공존하는 현장"이라며 "4대강 사업은 결코 녹색성장이 될 수 없다"고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한 바 있다.

앞서 지난 3월 세계적인 미국 과학 잡지 <사이언스>도 4대강 사업에 대한 논란을 대서특필했다. 또한 일본 람사르 네트워크가 지난 7월 초 한국의 4대강 사업이 람사르 협약과 생물다양성협약을 위반한다며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등 4대강 사업은 국제적인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3대 환경단체 가운데 하나인 '지구의 벗' 홈페이지에 소개된 4대강 고공농성.
 세계 3대 환경단체 가운데 하나인 '지구의 벗' 홈페이지에 소개된 4대강 고공농성.
ⓒ '지구의 벗'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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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4대강, #4대강 고공농성, #이포보,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지구의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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