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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지난 7일부터 '정치철학 강의'을 진행하고 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지난 7일부터 '정치철학 강의'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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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24쇄 발행) 저자인 최장집(67) 고려대 명예교수가 요즘 달라졌다.

'한국 민주주의론'의 권위자인 최 교수는 요즘 플라톤에서 막스 베버에 이르는 서양정치철학에 푹 빠져 있다. 특히 지난 7일부터 후마니타스 출판사(서울 마포구 합정역 근처)에 "공부하면서 말하고, 토론"하는 강의실을 열고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정치철학 강의'에 나서고 있다. 학교를 떠나기 전 '민주주의 시민강좌'를 열었던 것과는 또 다른 지적 여정이다.

최 교수는 12개의 강의에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마키아벨리, 홉스, 로크, 루소, 흄, 스미스, 몽테스키외, 매디슨과 연방주의자들, 토크빌, 베버 등 12명의 서양정치철학자들을 다룬다.

이렇게 정치철학을 집중해서 다루는 이유와 관련, 최 교수는 자신의 강의계획서에서 "한국 사회의 현실과 정치상황이 철학에 관심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24일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는 "한국사회에 만연돼 있는 정치에 대한 오해를 교정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과도한 유토피아의 낭만적 정서가 퍼져 있어요. 실현 불가능한 기대치를 정해놓고 그에 미달했다고 정치를 폄하하곤 하지요. 그러곤 정치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려고 합니다. 정치를 배제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은 결과에 무책임한 것입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죠. 정치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길을 찾는 행위입니다."

최 교수가 정치철학 강의에서 아리스토텔레스, 마키아벨리, 몽테스키외, 토크빌, 베버 등을 비중있게 배치한 것도 '지금은 이상의 정치보다는 현실의 정치가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에도 운동과 이상의 정치가 지속되어야 하나?"

정치를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길을 찾는 행위"로 규정하는 최 교수는 특히 16세기 이탈리아의 정치이론가이자 역사학자인 니콜로 마키아벨리에 주목한다. <군주론>의 저자인 그를 기점으로 정치철학이 근대와 전근대로 나뉜다는 것이 학계의 평가다.

최 교수는 "사악함과 부도덕·무도덕의 정치를 마키아벨리와 연결짓는 게 일반적인데 그게 아니다"라며 "마키아벨리에 대한 오해를 푸는 것이 오늘 한국 정치의 문제를 푸는 데 요긴하다"고 말했다.

"마키아벨리는 정치학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정치현실을 초월한 이상적 윤리규범이나 신앙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마키아벨리를 최초의 근대적 정치철학자라고 부릅니다. 그것은 왜 그럴까요. 권력과 폭력, 그리고 악의 문제를 현실적 차원에서 생각한 최초의 인물이라고 본 겁니다."

최 교수는 "마키아벨리는 권력, 폭력, 악과 같은 것들을 정치의 영역에서 배제돼야 하는 것으로 보지 않았다"며 "폭력과 악을 정치를 실천하는 하나의 조건으로 간주했다"고 강조했다. 그의 강의계획서에도 이런 메모가 적혀 있다.

'[마키아벨리] 폭력과 악을 정치의 중심에 놓기: 도덕으로서 폭력과 악을 극복할 수 있는가? 그럴 수 없다면 어떻게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는가? 또 이를 극복할 방법은 무엇인가? 폭력과 악에 정면으로 대응한 최초의 정치철학자 마키아벨리.'

 최근 '개정 2판'(24쇄)를 찍은 최장집 교수의 저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최근 '개정 2판'(24쇄)를 찍은 최장집 교수의 저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 후마니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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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최 교수는 "애초에 현실을 초월한 유토피아를 설정해놓고 그리로 몰고 가는 것은 혁명이지 정치가 아니다"라며 "플라톤은 정치와 윤리가 혼합돼 구분되지 않는데 마르크스는 플라톤 계보"라고 지적했다.

"마르크스 이론의 치명적 결함은 정치의 역할이 없다는 점이지요. 맑시즘이 현실 속에서 작동을 못하고 실패한 이유는 거기에 있어요. 정치는 없이, 이상과 규범만 강요됐기 때문에 권력의 문제를 잘 다룰 수 없었지요. 그런 이상과 당위의 논리는 우리에게 넘쳐요. 오늘 한국 사회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그런 규범이 아니라 좋은 정치를 이끌 실력이라고 봐요."

최 교수는 "지금 한국 정치에 절실히 요청되는 것은 마르크스가 아니라 마키아벨리"라며 거듭 "마키아벨리에 대한 오해부터 푸는 것이 한국사회에서 정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최 교수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고민해야 할 오늘에도 여전히 운동과 이상의 정치가 지속되어도 좋은가"라고 스스로 물은 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상의 정치가 아니라 '현실의 정치'"라고 스스로 답했다.

최 교수는 "우리는 대통령이 되는 순간 정치를 안 하는데 정치의 가치를 잘 이해하는 정치인이 결국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치적 실천을 개척하는 지혜라고 할까요. 이젠 현실정치의 얽히고설킨 것을 푸는 실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지혜나 정치적 실력은 선악의 이분법에선 나오지 않아요. 리얼한 정치의 본질과 역할을 직시해야 합니다. 한국 정치의 수준을 높이는 일은 정치와 철학에 대한 바른 이해에서 출발합니다. 폭력과 악을 배척만 할 것이 아니라 정치의 중심에 놓고 정면으로 대화해야 합니다. '저항의 정치학'만으로는 이제 안 됩니다. '정치와 통치의 기술'에 눈을 떠야 합니다."

최 교수의 정치철학 강의는 그동안 주력해온 '한국 민주주의론', 특히 '민주화 이후의 한국 민주주의'를 향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마키아벨리 등 12명의 정치철학자는 그의 문제의식을 더욱 심화시키기 위해 등장시킨 '주연배우'인 셈이다.  

"복지이슈가 선거에 영향을 끼친 것은 의미 있지만..."

한편 최 교수는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6․2) 지방선거는 힘의 균형을 제도 안에서 이룬 결과"라며 "한국 유권자의 투표 패턴이 최소한 민주주의의 규범을 중요한 가치로 수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하지만) 지방선거 결과는 야당을 긍정적으로 본 게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며 "야당에 대한 적극적 지지가 아니라 소극적 지지"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무상급식 등) 복지이슈가 선거에 영향을 끼친 것은 의미 있는 변화이자 발전일 수 있다"며 "하지만 전체 복지의 측면에서 하나의 단편적 이슈였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또한 최 교수는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많이 당선된 것과 관련, "이번 선거를 통해 보수의 독점체제가 진보와 경쟁체제로 들어간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하지만 교육의 내용을 너무 과격하게 바꾸려고 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충고했다.

"해결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을 제대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최 교수의 주장이다.

특히 최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된 '정부-지자체의 재정문제'와 관련, "그동안 누굴 뽑고 임명하는 데만 관심이 높았는데 그들이 국가예산을 어떻게 쓰는지를 정밀하게 감시해야 한다"며 "세종시, 4대강, 천안함 문제 등을 모두 세금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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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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