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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산인들 흰 구름 없으랴
그대 가는 곳 흰 구름 따르리
길이 따르리
그대 초산에 들어가면,
구름도 상수도 건너 따라가리
상수가에 석송으로 옷 지어 입고
구름 속에 누우면 좋으리 어서 가 보게.
<구름 있는 이별>-'이백'


여름 구름
 여름 구름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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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기장군 용소마을에서 장안사 계곡까지 산벗들과 산행을 했습니다. 7월 초순부터 내린 잦은 비에 7월의 첫 산행이었습니다. 비에 씻긴 산빛은 더욱 푸르고 푸른 하늘은 손을 넣으면 파란 잉크물이 들듯 푸르렀습니다.

목측 너머 수평선에도 크고 작은 구름들이 연신 피어나고 사라졌습니다. 문득 법정스님의 <영혼의 모음> 속에 '생야일편부운기(生也一片浮雲起) 사야일편부운멸(死也一片浮雲滅)'이라는 글귀 하나 떠올랐습니다. 이 글귀를 풀이하면 삶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나는 것이요, 죽음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지는 것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여름 하늘은 구름이 짓는 궁전 같았습니다. 구름들의 모양들도 너무 다양하였습니다. 거무스럼한 염소 떼 같은 구름 모양, 양떼 같은 구름 모양, 한없이 게으른 뱀들이 기어가는 모양, 한가로운 소들이 걸어가는 모양 등 그 형상을 다 그려낼 수 없었습니다.

그 푸른 하늘 속을 떠다니는 구름을 바라보니, 중국의 이백 시처럼 둥둥 떠다니는 저 뭉게구름 속에 누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하는데, 산벗 하나 이심전심 "저 뭉게구름 속에 누웠으면 딱 좋겠다..." 하고 외치는 게 아닙니까. 사람의 마음은 원처럼 하나라는 말이 깨달음처럼 다가왔습니다.

용소 계곡
 용소 계곡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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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처럼 아름다운 집이 있는 풍경
 그림처럼 아름다운 집이 있는 풍경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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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군 용소마을은 웰빙 마을로 알려진 곳. 정말 용소 계곡을 따라 걷는 길에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전원주택들이 많았습니다. 계곡으로 깊이 걸어 올라갈수록 인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한가롭고 조용한 피서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좋은 장소였습니다.

산벗들은 시원한 물속에 발을 담그고 탁족을 즐기며 푸른 하늘의 피어나는 뭉게구름을 쳐다보면 망중한에 잠겨 세속에서 가지고 온 온갖 시름을 내려 놓았습니다. 이곳이 마치 무릉도원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일행들은 가지고 온 도시락과 막걸리 등 바윗돌에 신문지를 깔아 놓고 식탁을 차렸습니다. 밥맛과 막걸리 맛, 그리고 커피맛은 꿀맛이었습니다.

계곡
 계곡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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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 시원한 여름 계곡
 물소리 시원한 여름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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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닿을 듯 푸른 하늘과 바다
 손 닿을 듯 푸른 하늘과 바다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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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옛날 중국 주나라 때, 구름을 보고 길흉을 점치는 '보장'이라는 사람이 있었다고 합니다. 푸른 빛이 감도는 구름이 많이 피어나면 벌레가 많이 생기고, 흰빛이 많이 띄면 상(喪)이 있으며, 붉은 때는 전쟁이 일어나고 검은 빛은 수해. 누른 빛이 띄면 풍년으로 점쳤다고 합니다.

용소 마을을 지나 삼각산 중턱에서 내려다 보는 구름은 누런 빛이 많이 보이는 구름이었습니다. 손 닿을 듯 가까이 동해 위에 둥둥 떠다니는 구름밭을 바라보며 일행은 장안사 계곡으로 발길을 재촉하였습니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바다와 산과 들
 그림처럼 아름다운 바다와 산과 들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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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동쪽 하늘 저녁은 서쪽 하늘
피어나는 구름 그 빛과 그 모양이
꽃이란 꽃이라 한들 그와 같이 고우리

그 구름 나도 되어 허공에 뜨고 싶다
바람을 타고 동으로 가다 서으로 가다
아무런 자취가 없이 스러져도 좋으리.
<가람문선>-'이병기'

여름 풍경
 여름 풍경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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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풍경
 여름 풍경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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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사 계곡은 기장군 8경에 해당할 만큼 물이 좋은 곳입니다. 이 계곡에는 조래고동, 비단 개구리, 가재, 피라미 등이 삽니다. 또 운이 좋으면 산토끼, 다람쥐, 너구리, 꿩, 노루도 만날 수 있는 깊은 산골짜기 입니다.

장안사 계곡이 있는 불광산 왼쪽은 산행보다 물놀이가 좋은 계곡. 불광산은 숲이 울창하고 활엽수림이라 등산길 대부분이 나무 터널로 시원한 나무 그늘을 산책하는 기분입니다. 특히 가족 단위로 즐기는 사람이 많이 찾습니다.

그러나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여름 숲은 시원한 물소리만 왁자했습니다. 계곡이 좋기로 유명한 장안사 계곡 풍경을 사진을 찍으려 하는데, 내 낡은 디지털 카메라 작동이 그만 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나는 사진 찍는 업을 잠시 내려 놓고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그었습니다. 정말 무더위를 식히는 데 이보다 좋은 계곡은 없는 듯합니다.

시원한 여름 계곡
 시원한 여름 계곡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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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장안사 계곡 대중교통, 기장군 동부리 기장시장에서 9번 마을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기장시장 교통편은 해운대에서 39, 180, 181, 1003번을 타야하고, 동래 쪽에서는 183, 반송에선 188번을 타야 한다. 기장시장 앞에서 일해교통 9번 마을버스를 타고 장안사 입구 상장 안마을 슈퍼 앞에서 하차한다.(용소마을은 장안사 못미쳐 동부산관광호텔 부근 용소마을에서 하차하여야한다) 버스 시간표는, 오전 6시45분, 7시10분, 8시20분, 9시15분, 10시5분 11시. 소요시간은 약 20분 걸리며, 차비는 1000원. 장안사에서 나오는 교통시간표는, 오후 2시30분, 3시40분, 4시30분, 5시30분, 6시15분, 7시10분, 8시10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를 따라서 송정해수욕장 입구~기장체육관~울산 온양~장안사에 도착하면 된다.



태그:#용소 계곡, #장안사 계곡, #여름, #구름,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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