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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하자'는 시민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민이 어떤 질병에 걸려도 병원비를 걱정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는 뜻이다. 이들은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에 손을 벌리기에 앞서 국민 스스로 보험료 부담을 조금 더 늘리자고 제안하고있다. 지금보다 건강보험료를 1인당 월평균 1만1000원 올려서 모든 사람이 필요한 혜택을 받을수 있도록 한다는 것. <오마이뉴스>는 국민들의 자발적인 의료복지혁명을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심도있게 고민해본다. 마지막으로 이상이 제주대 교수(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의 글이다. [편집자말]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준비위원회가 지난 6월 9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준비위원회가 지난 6월 9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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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가 7월 17일(토요일) 오후 4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공식 출범한다. 무더운 여름이고 토요일 오후이지만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운동의 의의와 중요성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와 성원을 믿고 한여름의 옥외 출범식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목표는 분명하다. 현재 우리 국민들이 납부하고 있는 건강보험료, 기업 등 사용자 부담 건강보험료, 정부의 국고지원 등 국민건강보험 재정 부담 3주체 모두에서 지금보다 34%를 더 부담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2010년 기준으로 36.2조 원인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48.6조 원으로 늘어난다. 이 돈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첫째, 상급병실, 고가의 진단과 치료, 선택진료 등 그동안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던 '비급여' 항목을 국민건강보험 급여로 끌어들일 수 있다. 둘째, 입원 중심 병원진료비의 90% 이상을 보장할 수 있다. 셋째, 개인별 연간 총 진료비가 100만 원을 넘지 않도록 '본인부담금 100만 원 상한제'를 실시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네 가계의 의료비 불안이 사라지고, 주요 질병에 대한 사실상의 무상의료가 실현되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은 시민사회의 투쟁을 통해 성취한 국민적 성과물

우리나라는 지난 30여 년 동안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비약적이고도 급속한 발전을 이루어냈다. 우리 국민의 저력과 우리 사회의 역동성은 놀랄 만한 것이며, 이는 실제로 세계적인 관심사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국들 중에 우리나라만큼 압축적으로 발전한 나라가 어디 있던가? 특히, 의료보장제도와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국민건강보험은 세계가 놀랄 만큼 우수한 제도적 틀을 갖추었고, 실제로도 국제적 성과평가의 결과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5위의 높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 법정의료보험이 실시된 것은 1977년이었다. 500인 이상을 상시 고용하는 대기업의 직원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직장의료보험이 시작되었다. 이후 적용범위가 단계적으로 확대되어 1985년경에는 전체 인구의 약 43%를 법정의료보험으로 포괄하였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의 국민들은 의료보험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1987년 민주항쟁 이후인 1998년과 1999년에 각각 농어촌지역 의료보험과 도시지역 의료보험이 실시됨으로써 우리나라는 12년 만에 전국민의료보험 시대를 열게 되었다.

그러나 규모와 능력이 각기 다양한 수백 개의 의료보험조합으로 난립한 당시의 조합주의 의료보험체계는 의료보험의 보장성,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관리운영의 효율성 등에서 구조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진보개혁진영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노동, 농민, 정당 등이 힘을 모아가며 지난하게 의료보험 통합운동을 전개하였다. 1990년대 10년은 의료보험 통합운동의 역사였다. 그리고 1998년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짐으로써 두 단계의 통합과정을 거쳐 2000년 7월에는 현행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창설되었다.

그 후 10년이 지났다. 조합주의 의료보험은 보장성 수준(발생하는 전체 의료비 중 의료보험이 부담하는 비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하였으나 2007년에는 64.6%까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참여정부 기간 동안 이루어진 암 등 중대 질병에 대한 보장성 확충 정책은 매우 성공적이었고, 지금도 국민적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도 보장성 확충 공약을 지키기 못하였다. 이명박 정부 들어 보장성 수준은 62.2%로 떨어졌고, 현재 건강보험은 재정위기에 빠져있다. 보장성과 재정 모두에서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우리의 비전은 국민건강보험 의료체계의 공공성 강화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 의료체계는 생각보다 훨씬 더 '시장'화되어 있다. 정부와 공공의 책임보다는 자본과 시장의 이윤극대화 원리가 근저에 깔려있고, 훨씬 더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의료체계를 의료제공(병원)체계와 의료재정체계로 나누어 각각을 살펴보자.

먼저, 우리나라의 의료제공체계는 대단히 시장적·경쟁적이며, 따라서 개별 의료기관 차원의 생산성은 대단히 높으나 사회 전체적으로는 매우 낭비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병원의 93%가 민간병원(전체 병상의 90%가 민간병상)이며, 비영리 민간병원들조차 유럽의 그것과는 달리 수익극대화의 원칙이 관철된다. 돈 벌이가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는 뜻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급성기 병상의 수가 2007년 인구 1,000명당 7.1병상으로 OECD 회원국 평균 3.8병상에 비해 3.3병상이나 더 많다. 이는 일본(8.2병상) 다음으로 많은 것이다. MRI, CT, 다빈치(로봇수술) 등 고가의료장비는 인구 대비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게다가 최근 수년 동안 대학병원의 병상이 급속히 늘어나는 바람에 중소병원들은 도산 지경에 놓여있으며, 의료전달체계는 혼란에 빠져있다. 의료기관의 대형화, 고급화, 수도권집중화 현상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데, 이를 의료공급체계의 시장화 또는 영리화로 정의할 수 있겠다.

다음으로 의료재정체계를 살펴보자. 국민의료비 중 공공재정의 비율은 53% 수준으로 유럽 주요 선진국의 80-85%에 비해 30%포인트나 낮다. 오히려 미국의 45%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미국과 달리 '시장주의 의료민영화 체제'로 분류되지 않는 것은 전체 국민을 포괄하고 있는 '보편적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체 인구의 14%인 노인을 위한 공적의료보험(메디케어)과 14%의 빈자를 위한 의료보호제도(메디케이드) 이외에는 모두가 의료문제를 시장에서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10%도 안 되는 공공병원에, 53%라는 낮은 공공재정 비율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25% 공공병원과 45% 공공재정 비율과 비교했을 때 공공성의 수준에서 별 차이가 없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결과의 차이가 나타난다.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전체 국민을 포괄하는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민간 주도의 의료공급체계를 효과적으로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있는 데 비해, 미국은 민간의료보험이 의료체계를 시장적 방식으로 주도하고 있어 정부의 정책적 개입과 통제가 먹혀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시장실패, 영화 <식코>의 비극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의 비전은 무엇인가? 그것은 국민건강보험 의료체계의 공공성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전체병상의 10%에 불과한 공공병상을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영리법인 병원 도입을 저지하면서 공공병상의 비율을 조금씩 늘려나가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하지만 의료재정에 대한 우리의 비전은 확고하게 공적 재정(국민건강보험)의 압도적 우위를 통해 실손 민간의료보험이 발붙일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병원비를 사실상 완전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의 단기 또는 중기목표는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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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운동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이 시민운동이 주장하는 바는 아주 명료하다. 현재 우리 국민들이 내고 있는 국민건강보험료를 지금보다 더 내고, 충분한 혜택을 받자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의 현재 보험료율은 소득의 5.33%인데, 이는 일본의 8.2%나 유럽 주요 선진국의 12% 이상에 비해 너무 작다. '저 보험료-저 혜택' 구조다. 그래서 현재 내고 있는 건강보험료(국민 1인당 평균 3만 3천원)에서 34%를 인상(국민 1인당 평균 1만 1천원 인상)한 건강보험료를 내자는 것이다.

직장가입자가 건강보험료 1만1000원을 더 내면, 법적으로 사용자도 1만1000원을 더 내야하고, 이 둘을 합한 금액인 2만2000원의 20%인 4400원을 정부가 국고지원을 통해 더 내야한다. 직장근로자는 1만1000원을 더 내는 것이지만, 국민건강보험 재정은 2만6400원이 더 늘어난다. 국민건강보험의 전체 가입자 중 사용자 부담 보험료가 없는 지역가입자가 40%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우리 국민이 추가적으로 납부한 보험료의 1.9배를 건강보험 급여로 돌려받는 것이다. 이는 민간의료보험의 최대 0.8배 급여에 비춰보면 매우 큰 혜택이다.

결국, 국민건강보험료를 더 내는 것이 민간의료보험에 별도로 가입하는 것보다 훨씬 더 경제적이다. 게다가 국민건강보험은 가계의 소득수준에 따라 월 보험료 부담액도 다르다(월 소득이 천만 원인 직장인은 매월 보험료로 약 26만5천 원을 내지만, 월 소득이 백만 원인 직장인은 2만6천5백 원을 냄). 여기에 사용자와 국가의 부담분도 더해지는 데, 이렇게 조성된 재정은 온 국민의 필요에 따라 사용되므로 전국적 수준에서 사회연대가 구현된다. 실손 민간의료보험은 이 모든 점에서 열등함에도 사실상 국민건강보험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그렇다고,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을 원망할 수도 없다. 이들은 국가 수준에서 제도적으로 방비되지 않는 의료비 불안에 대해 개인적 차원의 대비책을 마련한 것일 뿐이다. 이러한 민간의료보험 가입은 사실상 이중의 부담으로 서민과 중산층 가계에는 큰 짐이다. 유럽 선진국들처럼 정부가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서민가계의 이중부담 해소가 가처분 소득의 증대로 이어져 서민경제의 선순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우리가 민간의료보험료로 내는 돈(가입자 당 약 10만원)의 일부를 국민건강보험으로 돌리면 해결될 일이다.

지금은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운동이 최선의 전략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운동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호응하며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 희망적이다. 그런데 일부에서 우리의 시민운동에 대해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모든 목소리에 세심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논리적으로 타당한 비판이나 우려에 대해서는 심사숙고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어떤 분이 "우리 국민들은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의 취지에 따라 건강보험료를 더 냈는데, 기업이나 정부는 돈을 더 내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어온 적이 있었다. 필자는 다음과 같이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우리 법률 상, 직장가입자가 건강보험료를 100원 더 내면 기업도 100을 더 내야 하고 정부도 40원을 더 내야하므로, 국민만 돈을 더 내는 것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국민들이 건강보험료를 더 내겠다는 데 대해 정부가 나서서 말리지도 못하겠고, 수용하자니 정부와 기업의 부담이 크게 늘어남과 동시에 실손 민간의료보험이 위축·소멸될 것이므로 정부와 경영계는 속으로 죽을 맛이겠지요."

또 일부 논객들은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운동을 통해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늘어난다고 해서 그것이 곧 보장성의 강화로 이어지겠느냐"고 우려한다. 필자는 이에 대해 확실히 보장성이 강화된다고 본다. 의료보험 통합 이전의 보장성 수준은 50% 이하였으나 10년 만인 2007년에는 64.6% 수준까지 높아졌다. 참여정부 시기 동안 국민의료비의 증가폭보다 건강보험료의 인상폭이 더 컸기 때문에 보장성 수준이 꾸준히 높아졌던 것이다. 그 덕분에 암 등 중증질환과 희귀난치성 질환 등의 보장성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낭비적 지출구조를 문제로 지적하는 데는 필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필자도 참여정부 시절 건강보험연구원장을 지내면서 현행 행위별수가제 등 과잉진료를 조장하는 낭비적 제도를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심지어는 기획재정부나 경영계도 이에 대해서는 입장이 같다. 그럼에도 의료계의 완강한 반대와 정부와 정치권의 의료계 눈치 보기 때문에 전혀 진전이 없었던 것이다. 약값을 인하하는 문제도 마찬가지의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 별 진전이 없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11%에 이른 지금, 우리는 국민의료비의 폭증을 경험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나 일본만 해도 전년 대비 국민의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과 엇비슷한 3% 이내에서 통제되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매년 평균 11%의 폭증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7%인 우리나라의 국민의료비는 5년 뒤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을 넘어서고, 10년 뒤에는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그 이유로는 노인인구 증가와 의료욕구의 증대와 같은 구조적 요인 못지않게 행위별수가제나 실손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등의 제도적·정책적 요인을 중요하게 꼽을 수 있다.

그런데 행위별수가제 같은 낭비적 지출 구조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국민건강보험 재정 확충을 통한 보장성 강화 운동을 반대해서는 안 된다. 낭비적 지출구조는 그것대로 고쳐나가면 된다. 이것은 주치의제도 등 의료전달체계의 강화 기획과 함께 우리 시민운동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현행 행위별수가제 하에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크게 높아지면, 의료공급자(의사와 병원)와 환자 모두 비용의식이 없어져(도덕적 해이) 불필요한 의료이용과 과잉진료가 만연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병원 현실을 한 번 둘러보자!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러한 현상은 이미 극에 달해 있다. 이보다 더 심해질 수 있을까 싶다. 중요한 병에 걸려 대형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 있다. 환자 본인이 직접 내는 진료비는 거의 없다. 병원도 의사도 값비싼 진단과 로봇수술을 권한다. 민간의료보험이 값비싼 항목까지 모두 보장해주므로 최대 수익을 창출하려는 병원의 노력만 집요할 뿐, 이미 비용의식은 없어진 지 오래다. 이것이 행위별수가제와 민간의료보험이 어우러진 우리나라 병원의료의 자화상이다.

행위별수가제라는 낭비적 지출구조가 존재하는 현재의 악조건 하에서라도, 우리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민간의료보험이 행위별수가제가 협주하여 국민의료비를 급증시키는 현재의 구조에 파열구를 내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료비 불안으로 값비싼 민간의료보험에 마지못해 가입하는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활성화된 실손 민간의료보험이 국민건강보험을 위축시키는 과정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조속히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획기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그래서 실손 민간의료보험을 몰아내고 국민건강보험이 공적 의료재정 기전으로서의 역할을 전면적으로 수행한다면, 행위별수가제 등 낭비적 지출 구조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민간의료보험이 의료비 지불의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지금보다는 국민의료비를 훨씬 더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현재 행위별수가제와 실손 민간의료보험이라는 두개의 낭비적 지출구조와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는 바, 이 둘의 협주를 끝장내고 민간의료보험을 몰아낼 위력적인 전략으로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운동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운동이 확충하고자 하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영역은 입원 중심의 병원서비스다. 동네의원 진료는 대상이 아니다. 질병으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에게는 90% 이상의 보장성을 제공함으로써, 상급병실과 고가진단 등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와 '환자 당 연간 100만 원 진료비 상한제'를 함께 적용하여 사실상의 무상의료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행위별수가제 하에서도 병원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심사 평가를 강화하고, 임상진료지침과 퇴원명령제를 적용하면 도덕적 해이에 따른 불필요한 의료이용과 과잉진료는 얼마든지 방지할 수 있다.

보편적 의료복지 통해 역동적 복지국가로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확충을 위한 추가적 재원을 기업과 정부가 전부 부담하도록 하면 왜 안 되는가?" 필자는 진보진영 일부에서 제기하는 이 문제의식에 대해 동의한다. 또, 보험료를 부자들이 누진적으로 더 많이 내도록 하자는 진보적 방향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찬성이다. 낭비적 약가제도와 행위별수가제를 고치고, 주치의제도를 도입하고,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는 개혁과제에 대해서도 뜻을 같이 하며, 이를 우리 시대의 중차대한 과제로 인식한다. 이는 우리 모두가 함께 달성해야 할 공통의 과제다.

지금까지 의료민영화 반대 투쟁을 간단없이 진행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는 저지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은 나날이 위축되고 있고, 실손 민간의료보험은 매년 급속하게(최근 5년 사이에 3배 이상) 시장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이미 대형병원 환자의 대부분은 민간의료보험을 이용하고 있고, 엄청난 규모의 과잉의료가 국민의료비의 폭발적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미 대형병원의 입원진료에서는 의료제공의 키를 실손 민간의료보험이 더 많이 쥐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구조적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는 실손 민간의료보험을 격퇴할 마땅한 수단은 있는가?

단 하나밖에 없다.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운동을 통해 국민건강보험의 재정규모를 급진적으로 확충하는 것, 이를 통해 보장성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임으로써 실손 민간의료보험이 말붙일 공간을 아예 없애버리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우리는 신속하게 의료재정의 공공성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림으로써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확충을 통한 서민가계의 의료비 불안 해소와 더불어 급증하는 국민의료비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이중의 정책효과를 얻도록 해야 한다.

이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주류세력의 반대를 돌파할 엄청난 규모의 국민적 에너지가 모여야 한다. 그래서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운동은 기존의 사회운동단체들이 연합하는 방식이 아닌, '풀뿌리 시민운동' 방식을 선택하였다. 궁극적으로는 보통의 시민들이 이 운동의 중심 주체가 되도록 할 것이다.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유권, 정치권에 이어 사회권의 보장을 요구하도록 하는, 그래서 '깨어있는' 시민들의 거대한 힘이 네트워크 형태로 연결되고 모여지는 그런 시민운동을 설정하고 있다. 지난 6.2지방선거의 과정에서 드러난 '보편적 복지'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보편적 의료보장으로 보다 구체화하게 되면, 우리 사회는 그만큼 역동적 복지국가로 성큼 다가서게 되는 것이다. 


태그:#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의료체게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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