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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무선인터넷 시장을 정리하는 종합 완결판을 내놨다."

 

14일 정만원 SK텔레콤 대표의 말처럼 '1위 사업자'의 반격은 매서웠다. 최근 KT와 LG유플러스(옛 LG텔레콤)에서 가족 단위 유무선 결합 요금제와 와이파이(무선랜)존 확대 전략을 경쟁적으로 발표하면서 SK텔레콤의 대응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린 상황이었다.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모바일 인터넷전화로 승부수

 

이날 오전 서울 을지로 T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K텔레콤은 예상보다 공격적인 카드를 꺼냈다. 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업계 최초로 '무제한 무선데이터' 서비스와 m-VoIP(모바일 인터넷전화)를 도입하고, 이동전화 회선 수에 따라 집 전화나 초고속인터넷, IPTV 등 유선 상품을 끼워주는 '가족형 결합상품'을 선보인 것이다.

 

이날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등장한 정만원 사장은 "SK텔레콤이 음성 위주 시장을 선도했으나 스마트폰 확산과 개방된 에코시스템 등장 이후 유무선 통신서비스의 일대 혁신을 추구하려고 과감한 선제 정책을 취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초당 과금제를 가장 먼저 도입하는 등 음성 시장에서 우세를 보였지만 와이파이 AP(무선공유기) 등 무선인터넷 인프라에서 경쟁사에 뒤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SK텔레콤으로선 이를 뒤집는 카드가 필요했던 셈이다.

 

월 5만5천 원 이상 요금제 가입자만 혜택

 

이 가운데 가장 파급력이 큰 건 역시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 '올인원55'(월 5만5천 원) 이상 요금제(올인원 65, 80, 95)와 넘버원 요금제(월 11만 원) 가입자들은 지금까지 3G 무선데이터를 월 700MB(올인원55)~2GB(올인원95)까지만 쓸 수 있었지만 오는 8월부터는 별도 가입 절차 없이 무제한으로 쓸 수 있다.

 

또 스마트폰을 모뎀으로 활용해 노트북과 PC로 무선인터넷에 접속(테더링 서비스)할 수도 있고 아이패드나 태블릿PC, 넷북 같은 다른 디지털 기기(OPMD 서비스)로도 추가 부담 없이 무선데이터에 접속할 수 있다.    

 

또 지금까지 이통사에서 수익성 악화 때문에 3G 데이터망에서 사용을 제한해왔던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도 허용했다. 요금제에 따라 200MB(올인원55)에서 최대 700MB(올인원95/넘버원)까지 이용할 수 있는데, 200MB면 1000분(약 16시간) 정도 통화할 수 있는 분량이다. 지금까지는 스카이프 같은 범용 모바일 인터넷전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와이파이 상에서만 통화가 가능했지만 앞으로 3G 데이터망을 이용해서도 가입자 간에 통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배준동 SKT 마케팅부문장은 "m-VoIP는 300분 무료 음성 통화가 포함된 올인원55 이상에 한정적으로 제공해 음성 통화를 완전 대체하는 게 아닌 보완재로 자리매김하게 했다"면서 "단기적으로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플러스 효과가 있고 관련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ICT(정보통신기술) 산업 발달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정만원 사장은 "현재 네트워크(3G)에서 m-VoIP를 범용으로 쓰긴 어렵다"면서 "LTE(4세대 네트워크) 진화에 따라 앞으로 쓸 수밖에 없는 m-VoIP를 선제적으로 열자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월 4만5천 원 아래는 1~2만 원 더 내고 갈아타라?

 

문제는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 도입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할 경우 망에 부하가 걸려 음성 통화 품질까지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SK텔레콤에서도 망 부하 발생 시 요금제에 따라 1일 최대 데이터 사용량을 70~200MB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면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VOD/MOD(주문형 비디오/음악) 다운로드 및 스트리밍 등 일부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과다 사용자인 기업 사용자나 헤비 유저를 적절히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SK텔레콤 스마트폰 가입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월 68MB 정도인 반면 상위 1%는 그 10배에 가까운 평균 638MB 정도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장용 SKT 네트워크부문장은 "작년 9월 대비 6월 기준 전체 데이터 트래픽이 172% 증가했고 상위 1%가 54%까지 점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무제한 서비스 도입 시 상위 1% 내지 헤비유저의 사용량 증가가 문제인데 60% 이상은 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와 모바일 인터넷전화 대상자가 월 5만5천 원 이상 요금을 내는 일부 가입자에 한정된 것도 문제다. 130만 명 정도인 전체 올인원 요금제 가입자 가운데 올인원55 이상은 40% 정도이고 절반 이상이 각각 월 4만 5천 원, 3만 5천 원씩 내는 올인원45와 35 요금제에 가입한 상황이다.   

 

배준동 SKT 마케팅부문장은 "4만5천 원에도 700MB 데이터를 쓸 수 있고 초과하는 건 와이파이를 이용하거나 이것도 부족하면 (요금제를) 높이면 될 것"이라면서 "전체 고객에게 혜택을 주면 좋겠지만 수익성과 추가 투자를 감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선 상품' 끼워주기로 KT-LG유플러스 견제

 

이동전화 회선 수에 따라 유선 상품을 사실상 무료로 끼워주는 '가족형 결합상품'은 유무선 결합 상품인 LG유플러스 '온국민은 요'와 KT '올레 퉁' 요금제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SK텔레콤은 이미 지난 2008년 4월 가족끼리 이동전화 상품 결합 시 합산 연수에 따라 기본료 10~50%를 할인해주고 가족 간 무료통화 혜택을 주는 '온가족 할인제'를 도입했다.

 

가족 회선수가 많은 사용자들에게 온가족 할인제 대신 유선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2회선이면 집전화가 200분까지 무료 제공되고, 3회선이면 초고속인터넷, 4회선이면 집전화와 초고속인터넷, 5회선이면 여기에 더해 IPTV(기본료 1만 원)까지 무료로 제공된다.     

 

방송통신위원회 요금제 인가 절차를 남겨둔 상황에서 '끼워 팔기' 논란도 예상된다. 이에 배준동 부문장은 "결합 시 전체 할인 요금이 30% 이내이고 깎아주는 주력상품이 지배적 사업영역이 아니어서 문제될 게 없다"면서 "SK텔레콤은 무선이 강하니까 유선(상품)을 부가서비스로 가는 거고 KT는 유선이 강하니까 유선에 무선 결합하고, 각 사업자 특성에 맞게 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와이파이 활용해 무선 트래픽 분산시키는 게 과제"

 

이밖에 이날 예정보다 5개월 앞당겨 전국에 2만7000개 와이파이 존을 구축했다고 밝힌 KT에 맞서 애초 목표보다 5천 개 늘린 1만 5천 개소의 'T 와이파이존'을 연말까지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가운데 5천 곳은 버스, 지하철 등 이동성을 감안한 '존' 개념으로 구축하기로 했다. 

 

또 LG유플러스가 지난 1일, 2012년 7월 국내 최초로 수도권에 4세대 네트워크인 LTE(롱 텀 에볼루션) 서비스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SK텔레콤은 이보다 빠른 2011년 서울지역에 먼저 상용화를 시작해 마찬가지로 2012년 수도권과 전국 6개 광역시, 2013년 전국망을 구축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2009년 말 데이터 사용량이 처음으로 음성 사용량을 넘어섰고 향후 4년 내 무선 트래픽이 40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파수 한계 때문에 무선만으로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힘들다. 와이파이로 3G, 4G 트래픽을 분산시키는 게 과제이고 그걸 잘 해내는 사업자가 고객에게 이득을 줄 것이다."

 

이날 정만원 사장의 발언은 앞으로 무선데이터 시장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지난해 초당 과금제 도입으로 '1위 사업자'의 위력을 과시했던 SK텔레콤이 무선데이터 시장에서도 반격에 성공할지, 앞으로 경쟁사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태그:#SK텔레콤, #정만원, #무선데이터, #와이파이, #데이터 무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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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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