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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전북교육감.
 김승환 전북교육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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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와 일제고사(국가 학업성취도평가).

두 난제를 밀어붙이기 위해 교과부가 내세운 것은 '법과 원칙'이다. 하지만 법을 강조하는 '더 센 교육감'이 생겼다. 바로 '진보교육감'으로 분류되고 있는 김승환 전북교육감(57)이다.

그는 87년 전북대 법학대학 교수로 임용된 이래 교육개혁과 교육자치를 위한 시민연대 집행위원, 전주 인권영화제 조직위원장과 KBS 전주방송총국 '시사 전북, 열린 토론' 진행자를 맡는 등 지역 사회에서 교육 사회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김 교육감은 취임식 당일인 지난 1일 '교원평가 시행에 관한 교육규칙'을 폐지하기 위해 입법 예고를 단행했다. 교과부의 교원평가를 없애는 대신 학생 수업평가 위주의 교육평가를 새로 만들기 위해서다. 이어 5일에는 일선 초중고에 "일제고사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을 위해 대체학습프로그램을 실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정작 교과부의 교원평가 강행은 명백한 위법이고, 전북교육청의 일제고사 대체프로그램 제공은 위법이 아니다."

임기 시작부터 교과부와 정면 출동 양상을 빚고 있는 김 교육감은 9일 "교과부가 법적 공격을 하는데 나도 방어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고려대 법학박사) 출신인 그는 지난해 12월까지 한국헌법학회 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법학 통으로 인정받고 있다.

김 교육감과 전북교육청은 최근 교과부로부터 경고성 공문을 잇달아 받았다. 지난 6일 하루에만 '학업성취도평가 미 참여 학생에 대한 관리 안내'와 '2010년 학업성취도평가 성실이행 촉구'란 공문을 받았다. 같은 날 '교원평가 교육규칙 폐지 입법 예고'에 대해서도 교과부로부터 "법적 조치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경고 공문을 받았다. 같은 날 저녁에는 이주호 교과부차관이 김 교육감을 물밑 방문해 교과부의 강경 방침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 1일 취임한 이래 일주일 새 벌어진 교과부의 경고 폭탄에 시달려야했던 김 교육감. 그의 심경과 계획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 9일 저녁 긴급 인터뷰를 벌였다. 이날 인터뷰는 안병만 교과부장관과 16개 시도교육감의 첫 간담회가 끝난 직후인 오후 9시 30분부터 서울 여의도에 마련된 김 교육감의 숙소에서 진행했다.

"학생들은 이번 일제고사 응시 않겠다고 말할 권리 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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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만 교과부장관과 첫 간담회를 가졌다. 소감부터 말해 달라.
"장관께서 인사말을 통해 일제고사와 교원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자유로운 토론은 어려웠다. 4개의 원탁테이블로 나뉘어 있다 보니 더 그랬다. 그냥 식사하고 인사하는 상견례 자리로 끝나 아쉬웠다."

-오는 13, 14일 예정된 일제고사 문제부터 묻겠다. 교과부는 전북교육청의 '대체프로그램' 제공에 대해 '평가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평가에 응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9조4항 위반이라면서 경고를 하고 나섰다.
"초중등교육법 9조 1항(교과부장관은 학교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측정하기 위한 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을 교과부는 일제고사를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표집평가(표본만 평가하는 방식) 실시의 법적 근거일 뿐이다. 전수평가(전체를 일제히 평가하는 방식)의 근거는 아니다. 학생들은 정규시험에 응시할 의무가 있지만 그 밖의 시험에 응시할 의무는 없다. 교과부의 이번 일제고사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응시하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래서 시험보지 않는 학생을 위해 대체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것인가?
"교육청에서는 일제고사에 응시하지 않은 학생을 돌볼 의무가 있다. 그들에게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교육적인 배려다. 또한 이렇게 하는 것이 교육감의 책무다. 교과부가 시험 안 본 학생들을 결석이나 결과로 처리하라고 하는데 학생에게 불이익 처분을 해서는 안 된다."

-초중등교육법 9조4항은 교육감의 '평가 거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우리 교육청이 일제고사를 거부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전북교육청은 국가수준 일제고사를 볼 것이다. 따라서 9조 4항 위반이 아니다. 다만 시험을 보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 대체프로그램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일제고사 거부하는 것 아닌데…, 9조 4항 위반? "

-지난해 초 전북 임실교육청이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들통 나 시끄러웠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교육감이라 감회가 더 새로울 것 같다.
"일제고사가 초래할 수 있는 추악한 모습을 보여준 사례다. 일제고사가 계속 되는 한 임실의 사례는 언제든지 표출될 수 있다. 학교 성적까지 공개되는 올해는 일부 학교장들이 오로지 점수를 높이기 위해 학생들을 무차별 점수 따기 경쟁으로 몰아넣고 있다. 비교육적인 방법으로 문제풀이도 반복하고 있다. 이것이 정규교과과정 진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일제고사가 교육파행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일제고사 끝나고 봐라. 전국적으로 또 다른 큰 부작용이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일제고사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전북도에서 보는 도 단위 일제고사는 폐지할 것이다. 당장 올해 9월, 12월 초중고 시험은 없앨 것이다. 내년 3월에 예정된 일제고사(시도교육청연합 교과학습 진단평가)도 폐지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필요하면 표집평가는 할 것이다. 다만 지역 여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일제고사 형태가 아닌 학교별로 평가를 내실 있게 진행하는 것이다."

-내년에 고2로 올라가는 김 교육감의 자녀가 일제고사를 봐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아내가 우리 아이 일제고사 거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을 하기도 했다.(웃음) 일제고사에 대해서는 아이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겨야 하는 것이다. 아빠가 봐라, 보지 말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법률 근거 없는 교원평가, 국회 입법권 침해한 것"

김승환 전북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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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와 마찰을 빚고 있는 교원평가 얘기로 넘어가자. 왜 교과부의 교원평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인가?

"교원평가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 국회 입법권을 침해한 위법 상태다. 법률로 해결해야 할 것을 교과부장관이 시도교육감으로 하여금 교육규칙을 만들도록 한 것이다. 이런 것을 아는 법학자인 내가 수수방관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전북교육청에서 만든 교원평가 시행에 관한 교육규칙을 폐지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교원평가 시행에서 위법요소가 제거된다면 어쩔 것인가?
"교원평가는 교육에 도움이 되는 평가가 되어야 한다. 교사전문성을 높여 학생이 수업에 만족하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타율적, 강제적 평가에서는 교육활동에 저해요소로 작용한다. 핀란드나 유럽식으로 교사를 자율적 평가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렇지만 교과부는 전북지역 학부모의 82%가 교원평가를 찬성하고 있다면서 김 교육감을 비판하고 있다.
"여론조사 설계를 잘 살펴야 한다. 교원평가를 해야 한다는데 누가 반대하겠나. 문제는 어떤 평가가 되어야 하는가이다. 나는 10년 전 전북대에서 총학생회 부탁으로 강의평가를 제일 먼저 한 교수였다. 교원평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활동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교육평가를 해보자는 것이다. 강제평가는 성공할 수 없다. 자율적인 평가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학부모로서 올해 고1 자녀에 대한 교원평가에 참여했나.
"일주일 전에 아내가 학부모 만족도 조사서를 갖고 고심을 하는 모습을 봤다. 잘 알지도 못하는 교사들의 수업방법에 대해 5단계 평가를 할 수가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알지 못하면 거짓으로 하지 말고 그냥 놔두라고 했다. 교육감과 교육감 아내도 참여할 수 없는 방식이 바로 지금의 교원평가 방법이다."

"교육감 아내도 '교사의 수업방법' 몰라서 평가 할 수 없다고 한다"

-교과부가 김 교육감의 교원평가 규칙 폐지 움직임과 일제고사 대응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냈는데.
"법적 조치가 가능하겠냐? 교과부가 나를 법적으로 공격하면 나도 법적으로 방어하겠다. 방어에서 그치지 않고 법적 공격을 하겠다. 나는 최소한 법의 원칙에 대해서는 제대로 해석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위법을 저지르는 곳은 오히려 교과부다. 법이 없는데도 교원평가를 강행하고, 일제고사는 입법자가 규정해놓은 의미를 왜곡하면서 진행하려고 한다. 대체프로그램 제공은 위법도 아니고 불법도 아니다."

-2008년부터 교과부가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교육청과 학교에 자율권을 주었다고 말하고 있다.
"교육감의 권한인 교육규칙 폐지 입법 예고에 대해 직권남용이라고 하는 게 무슨 자율화냐. 일제고사도 학교자율화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그들은 자율이라는 신호등을 켜면서 통제라는 정반대 길로 달리는 것이다. 말은 자율이고 행동은 통제하고…. 교과부는 지방 교육자치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동을 당장 멈춰야 한다."

-취임 일주일 새에 교과부와 충돌하면서 힘들지는 않나.
"힘든 것은 없다. 원래 느긋한 편이니까. 법률가로서 법적으로 판단하고 해왔는데, 법적으로 재단해볼 때 곤경에 몰릴 일은 없을 것이다. 법리 논쟁은 언제든 자신이 있다.(웃음)"

-MB정부식 특권교육을 없애겠다고 공약했다. 어떤 일을 해나갈 것인가.
"정부가 자율형사립고를 세우고 있는데, 서울지역 그 중에서 강남형 자율형사립고 말고는 나머지 지역은 들러리다. 지방교육의 균형발전을 깨는 것이 바로 이 자율형사립고 정책이다. 이것은 특권교육의 표상이다. 전북에도 자율형사립고가 두 곳이 지정됐는데 학생우선선발권에 대해 재검토할 것이다. 이것은 교육감의 권한이고 학생정원조정위에서 부여하게 되는데 학생을 우선 선발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다. 반발은 감수하려고 한다."

"교과부, 자율이란 신호등을 켜면서 통제라는 길로 달려"

김승환 전북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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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선출보직제를 시범 실시한다고 했다.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지금은 교장선출보직제를 확대하는 것보다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확대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교장선출보직제도 시범 실시할 것이다. 교사가 승진 때문에 아이들 교육을 소홀히 하는 폐단은 없애야 한다."

-일부 보수언론이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학생을 정치도구화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우리나라 학생 인권 수준을 국제 수준으로 접근시키기 위한 것이 정치도구화라니….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집회 결사 의사표현의 자유 다 인정하고 있다. 왜 유독 대한민국 학생들에게만 족쇄를 채우려는지 모를 일이다. 성장기에 자신이 갖고 있는 자율가치를 충분히 체험한 사람만이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도 다른 사람의 자율가치도 인정하게 된다. 학생을 정치 도구화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너무 표피적이고 의도적인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신문의 주장이야말로 정치적인 것이다."

-전북교육현안이 도시-농촌 학교 간 격차 문제라고 들었다.
"전북 지역 학교들은 교육 여건이 좋지 않다. 농산어촌교육이 너무 황폐화되어 있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립형 기숙학교를 추진해왔지만 군 단위에서 이런 학교가 하나 생기면 나머지 학교 죽는 것이다. 농산어촌교육특별법을 다른 시도교육감과 연대해서 제정하는 운동을 펼치려고 한다. 농산어촌 학생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 작은 학교를 없앨 게 아니라 작고 아름다운 학교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태그:#김승환, #전북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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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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