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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모토 히로타케 교토대학교 명예교수가 10일 오전 합천보 공사 현장을 찾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마모토 히로타케 교토대학교 명예교수가 10일 오전 합천보 공사 현장을 찾아 소감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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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의 토목공학 전문가로 알려진 이마모토 히로타케 교토대학교 명예교수가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일대 보 공사 현장을 둘러본 뒤 "운하를 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마모토 교수는 9일부터 사흘 동안 낙동강 4대강 사업지를 조사할 예정이다. 한국습지NGO네트워크(KWNN)와 일본람사르네트워크(Ramnet Japan)는 '2차 4대강 한일시민조사단'을 꾸려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1일까지 남한강과 낙동강 상류, 금강 지역을 답사했고, 4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 낙동강을 찾은 것이다.

일본 측에서는 람사르네트워크 호리 료이치(변호사)·하나와 신이치 공동대표, 아사노 마사토미(변호사) 사무국장, 오쿠보 노리코 오사카대 교수, 고토 토미카즈 변호사 등 15명이 참여했고, 한국 측에서는 한국습지NGO네트워크 김덕성·이인식 공동대표, 박중록 운영위원장, 고이지선·윤선경 운영위원, 김경철 사무국장, 이원영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조사단은 9일부터 상주 상주보·경천대, 구미 해평습지, 대구 강정보·달성보, 경남 합천보·함안보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10일 오전 조사단은 경남 합천군 청덕면 삼학리 소재 낙동강 20공구 합천보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마모토 교수는 수첩에 합천보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가면서 기록하기도 했다. 그를 비롯한 일본 환경단체는 우리나라의 새만금 간척지와 비슷한 '아리아께 해안'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소송을 벌여 승소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마모토 교수와 나눈 이야기다.

"4대강 공사, 너무 빨리 진행돼 충격적이다"

이마모토 히로타케(今本博鍵) 교토대학교 명예교수.
 이마모토 히로타케(今本博鍵) 교토대학교 명예교수.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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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사업 공사 현장을 본 소감은?
"공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놀랍다. 4개월여 만에 이렇게 공사를 많이 진척시킬 줄 몰랐다. 사전에 환경성 검토 등을 제대로 했는지도 의문이고, 공사가 너무 빨리 진행되고 있어 충격이다."

- 홍수 때 문제는 없나.
"고정보의 구조물을 보니 홍수 때 물 흐름에 장애물이 될 것이다. 제방쪽 둔치에 모래들이 많이 쌓여 있는데, 홍수가 나면 하류로 흘러갈 것이다. 많은 물이 흙을 파서 내려간다."

- 합천보는 높이 9m, 길이 593m의 규모다. 일본이나 외국에도 강을 가로 질러 합천보와 같은 구조물을 세우나.
"일본은 강에 구조물을 설치하더라도 작다. 저 정도 크기는 아니다. 일본은 높이가 1~2m 정도고, 농업용수나 치수를 위한 목적이다. 4대강사업과 같은 큰 규모의 보는 일본에는 없다. 낙동강에 큰 규모의 보를 만들고 있는데, 정말 어떤 목적으로 만들고 있는지 의문이다."

- 한반도에 운하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정부가 4대강사업을 하면서 운하를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면 현재 구조물들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고속도로 정비가 잘 돼 있다. 반도 국가에서 운하를 만드는 게 과연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유럽은 관광 목적으로 운하를 만드는데, 아시아에서는 문화가 다르다."

- 정부에서는 아니라고 하지만, 환경단체에서는 낙동강의 각종 보가 운하를 위한 것이라 보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낙동강의 치수가 목적이라면 저런 공사는 전혀 이해가 안 된다. 운하를 위한 의도로 보인다. 지금 4대강사업은 하천공학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운하 계획이 아니고는 다른 목적을 생각해 볼 수 없다."

- 정부는 4대강정비사업을 벌이면서 라인강이나 일본 요도가와강의 하천 복원개발을 성공사례로 들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요도가와강에 보를 만든 게 아니다. 일본은 1960년대 하천을 준설해서 둔치에 운동장이나 야구장을 만들었다. 1964년 동경올림픽을 앞두고 이루어진 것이다. 요도가와강이 준설을 해서 많이 좋아진 측면은 있다. 한국 정부가 4대강사업을 하면서 라인강이나 요도가와강의 사례를 성공적이라 들고 있는데, 부분적으로 짜깁기한 것이다."

- 2008년 10월 람사르당사국총회를 연 한국에서 4대강사업을 벌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2008년 한국에서 람사르당사국총회를 열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습지를 보호하겠다고 전 세계에 약속했다. 세계인들에게 그런 약속을 했는데, 지금 와서 습지가 파괴되는 현장을 보니 충격이다."

- 구미 해평습지의 현장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해평습지는 일본에서 월동하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두루미류의 중간기착지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역이다. 대구 화원지역의 경우 1990년대 까지만 해도 두루미가 오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해평습지도 걱정이다."

"여러 나라 하천 봤지만, 이런 막무가내 공사는 처음"

이인식 한국습지NGO네트워크 공동대표가 10일 합천보 공사 현장에서 한국과 일본 습지 전문가들한테 설명하고 있다.
 이인식 한국습지NGO네트워크 공동대표가 10일 합천보 공사 현장에서 한국과 일본 습지 전문가들한테 설명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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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측 조사단의 대표를 맡은 호리 료이치 공동대표도 4대강사업으로 습지가 파괴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4대강사업 현장을 본 소감을 묻자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세계적으로 강을 이렇게 파괴하는 사례는 없다. 지금까지 여러 나라의 하천을 보아 왔지만, 이렇게 막무가내로 하는 공사는 처음이다. 낙동강 상류부터 하류까지, 그것도 짧은 시간에 공사가 진행되는 것을 보니 충격이다."

일본람사르네트워크 호리 료이치 공동대표.
 일본람사르네트워크 호리 료이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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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 공동대표는 특히 한국의 습지는 일본과도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일본의 습지는 관계가 있다. 두 나라 습지는 철새들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일본은 한국의 습지를 다른 나라의 습지라 생각하지 않는다."

또 그는 한국과 일본 NGO단체들이 4대강사업을 막아내는데 공동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4대강정비사업을 막는데 일본 NGO도 서로 협조해서 나갈 것이다. 2008년 한국에서 람사르총회가 열렸는데, 당시만 해도 한국의 하천 파괴를 생각해 보지 못했다. 어느 나라의 NGO단체든 자기 나라의 습지 파괴뿐만 아니라 세계의 습지 보전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한국의 4대강사업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전세계 NGO단체들은 4대강사업에 대해 충격을 갖고 있다."

호리 공동대표는 "람사르협약은 습지 보전을 위해 유기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면서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NGO단체들이 4대강사업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한국정부에 중지를 요구하는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인식 공동대표는 "새만금사업 때 한국과 일본의 습지 관련 학자들은 서로 교류해 왔다, 일본은 해얀 갯벌 매립이 우리보다 앞서 벌어졌고, 보전 활동도 오래되었다"면서 "한국과 일본은 람사르당사국총회를 모두 연 나라로서, 서로 경험을 공유하자는 차원에서 두 차례에 걸쳐 조사를 벌였다"고 말했다.

합천보 공사 현장으로 고정보의 구조물이 세워지고 있다.
 합천보 공사 현장으로 고정보의 구조물이 세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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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합천보, #이마모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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