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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체설 논란 끝에 다시 마이크를 잡은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 김미화씨는 24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방송 하면서 며칠간 많이 울었다"고 그간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 김미화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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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김미화, 차라리 정치를 해라"? 하긴, 자기들이 개그를 하고 있으니…. (진중권 트위터)"

이 시대 논객은 쉼이 없습니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어제 8일 늦은 밤에도 곤경에 처한 김미화씨를 지원하기에 바빴습니다. 진중권씨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습니다. 그는 "KBS의 한 홍보 모주간 왈, (책을 말하다)프로그램 폐지는 정상적인 개편 과정이었다? 무슨 정상적 개편을 다음 주에 뵙겠다고 해놓고, 시청자 뒤통수치는 식으로 한다는 얘긴지. 고소 들어오는 대로 이 분, 명예훼손과 무고로 맞고소할 생각입니다"라며 KBS의 안일한 태도에 단호함을 보였습니다. 

덧붙여 그는 "쓸데없이 말꼬리 잡는 모양인데, 그날 녹화 현장에서는 프로그램이 폐지된다는 얘기 없었습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멘트는 없었습니다"라며 "각본이나 마련하라고 했더니, 고작 그겁니까? KBS 프로그램의 질이 많이 떨어졌어요"라고 KBS를 맹비난하기도 했지요.

또 어제 오전에는 배우 문성근씨 또한 김미화씨를 거들고 나섰습니다. 그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KBS 노조에서 '문성근, 아침마당 출연 취소된 적 있다'했던데, 사실임다. PD, 작가와 1시간 넘게 사전미팅까지 했는데 취소되어 의아했는데 윗선개입이 있었나 보네요"라며, 어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엄경철 본부장의 "무형의 블랙리스트가 있지 않나"라는 발언을 확인해 줬습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의 첫 확인 이후 KBS의 블랙 리스트에 대한 심증을 갖게 하는 동조발언들이 연이어 나온 셈인데요. 아마도 조대현 KBS 부사장을 비롯해 간부들을 제외하고는 이에 대해 공감하는 국민들이 많을 겁니다. 이미 윤도현, 김제동씨 등 KBS의 연예인 하차 논란은 지속되어 왔으니까요.

고소 운운하는 KBS, 장단 맞춘 보수언론

 7일 오후 KBS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김미화씨 발언에 대한 KBS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대현 KBS 부사장이 입장문을 읽고 있다.
 7일 오후 KBS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김미화씨 발언에 대한 KBS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대현 KBS 부사장이 입장문을 읽고 있다.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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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문제를 키운 것은 KBS입니다. 김미화씨가 트위터에 글을 올린 6일, KBS는 <뉴스9>에서 KBS 입장을 충실히 반영한 보도를 내보낸 것으로도 모자라, 이튿날 조대현 부사장이 '보도자료 낭독' 기자회견을 열었죠. 사실이 아니면 아니라고 확인하고 해명하면 될 것을, 이명박 정부와 똑닮은 고소 운운하면서 말이지요.

그리고 6일 이후 홍보실 명의로 낸 보도자료만 무려 6건입니다. 이 중에서는 김미화씨 고소 외에도 "사실과 다른 내용을 주장한 진중권씨와 유창선씨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 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면서 또다른 협박을 하고 나섰죠. 진중권씨가 발끈하고 나선 이유이기도 합니다.

KBS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진중권씨에 대해서는 2009년 1월 1일 프로그램이 '노후화'된 <TV 책을 말하다> 최종회 때 종영을 알리는 자막과 영상을 방영했고, 또 KBS 1라디오에서 하차된 유창선씨에 관해서는 아이템, 출연자 중복, 프로그램 공정성에 따른 출연진 교체였다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이어 도둑이 제발 저렸는지, 잠자코 있는 전 심야토론 진행자 정관용씨에 대해서도 '제작비 절감', '내부 진행자 발굴 차원'이라는, 김제동씨 하차 때 들려왔던 철지난 변명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중계식 보도로 일관하고 있는 보수언론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연예 매체야 속보 속성상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한다 해도, 기존 언론들이 KBS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실어주는 것은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KBS 홍보실이 심의실 명의로 "<다큐멘터리 3일>에서 김미화씨 내레이션의 호흡과 발음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면서 띄어 읽기의 정확성이 떨어지고 부자연스러웠다"는 이례적인 해명 보도자료를 낸 것이 이해가 갈 정도지요.

<조선일보>는 8일자 'KBS-김미화 '블랙리스트' 논란, 법정서 眞僞 가려라'라는 사설을 통해, 김미화씨가 현 정부를 종종 비판해 왔다고 단정 짓더군요. 또 개그맨 심현섭씨는 과거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 캠프에 있었다는 이유로 KBS에서 영구추방됐다며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지 말라고 KBS와 현정부에 조언하고 있고요. 네, 국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김제동씨 사건이 있으니 무조건적으로 KBS 편을 들 수는 없었나 봅니다.

<중앙일보>는 한술 더 떠 7일자에 "한마디가 일파만파 … 트위터는 '사이버 대자보'"라는 기사를 냈습니다. 블랙리스트 사건의 진실공방을 묻는 척하며 김미화씨가 사적인 글을 올린 트위터의 한 측면인 소셜미디어 기능 자체를 부정하고 있더군요. 트위터를 정치·사회 이슈와 결부된 '사이버 대자보'로 규정하고서는, 국민대 이창현(신문방송학과) 교수의 말을 빌려 "트위터는 사실상 매스미디어"라고 경계하면서요.

물론 이들 신문에서 KBS 엄경철 본부장의 발언은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 김미화씨 발언을 천안함 유언비어에 빗댄 고흥길 정책위원장의 발언은 여지없이 실렸더군요.

한나라당 지지 퇴출 연예인, 진짜 있습니까

그런데 종종 '피해자'로 거론되는 심현섭씨는 정말 참여정부의 입김으로 KBS에서 영구추방 당한 걸까요? 심현섭씨는 지난 2007년 한 케이블 방송 토크쇼에 출연, 당시 대우도 좋지 않고 편한 생활에 익숙하던 차에 주저 없이 <개그콘서트>를 관둔 후 SBS로 이적했다고 확인한 바 있습니다. 오히려 그는 이후 2004년 KBS의 <폭소클럽>에 출연, 대선 후보 지지 문제로 설전을 벌인 바 있는 가수 윤도현씨를 비하하는 개그를 선보인 전례도 있다지요.

오히려 몇몇 연예인을 '정치적'으로 만드는 것은 현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KBS 운영진입니다. 심심하면 참여정부를 들먹이며 한나라당 캠프를 도운 연예인들이 핍박 받았다고 주장하는 보수언론도 마찬가지지요.

저는 가수 김흥국씨가 참여정부 시절 KBS 출연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축구' 대표 연예인인 그는 정몽준 의원의 후광을 등에 업고 18대 총선에서 출마설이 나돌지 않았었나요? 아, 그러고 보니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덕화씨는 가장 관선적인 영화제라는 충무로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았었지요. 아차차, 너무나도 명백해서인지 유인촌 문화부장관을 잊을 뻔했네요.

이효리·엠씨몽도 나오는데... 왜 김미화는 안 되나

 정규 1회에 이효리가 출연해 논란을 낳은 <하하몽쇼>의 한 장면.
 정규 1회에 이효리가 출연해 논란을 낳은 <하하몽쇼>의 한 장면.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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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다른 얘기로 블랙 리스트든 화이트 리스트든 만약 무형의 것이 존재한다면, 그 기준이라도 속시원히 공개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음주운전이나 병역기피, 표절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은 안 나왔으면 하는데도 계속 얼굴이 내비치더군요.

최근에는 표절과 관련된 사기 논란으로 앨범 활동을 접은 이효리씨는 예능프로그램 <야행성> 출연분이 버젓이 방영됐습니다. 병역 기피 논란이 일었던 MC몽씨 또한 <1박 2일> 제작진이 신뢰를 보냈고요. 지난 4일에는 이 두 분이 나란히 <하하몽쇼>에 출연해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웃지 못할 일이 있었죠.

물론 이효리씨와 MC몽씨는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측면도 있고, 아직 논란 중인 사안이기에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계속 티브이에 얼굴을 내미는데 자신들은 별 다른 이유없이 퇴출 당하니, 그 답답한 마음이 이해는 갑니다. 블랙 리스트고 화이트 리스트고를 떠나 중요한 것은 출연자를 하차시키는 KBS 고위층의 기준과 잣대겠지요.

연예인라고 무조건 한나라당만 지지해야 한답니까? 그도 아니면, 대통령과의 대화에 나와 "영부인이 실제로 요리를 잘 하느냐"거나 "대통령님도 내복을 입는다던데 나처럼 추워서 입는 건 아니냐"는 앵무새 같은 질문만 던져야 하는 건가요? 연예인은 자기편 아니면 '딴따라'라는 무시무시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 KBS나 이 정권 수뇌부에 존재하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소셜 엔터테이너', 즉 현실참여 연예인이라는 거창하고, 또 관점에 따라 듣기 거북할 수 있는 용어는 끌어오지도 않겠습니다. 또, 숀 펜 같은 골수 민주당 지지자가 당당하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미국 연예계의 예를 들기도 이젠 지겨울 것 같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화씨 911>의 마이클 무어처럼 자국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영화를 만들면 바로 쇠고랑을 찰지도 모를 일이겠지요.

제가 들고 싶은 것은 이러한 진보적인 외국 폴리테이너들의 예가 아닙니다. 오히려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자이면서도 반전영화와 비폭력영화를 만드는 거장으로 변모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상징하는 '상식'을 보고 싶은 겁니다. 대중문화든 예술인이든 작품 활동과는 별개로 자신의 신념에 따라 자유로운 발언과 행동을 할 수 있는 사회 말이지요.

순악질 여사를 찰리 채플린처럼 떠나게 하지 말라

 히틀러를 모델로 독재정치가 인간에게 끼치는 폐해를 풍자한 찰리 채플린의 영화 <위대한 독재자>의 한 장면.
 히틀러를 모델로 독재정치가 인간에게 끼치는 폐해를 풍자한 찰리 채플린의 영화 <위대한 독재자>의 한 장면.

맞습니다. 그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보고 싶은 겁니다. 부지불식간에 이유도 모르고 고향과도 같은 KBS에서 자기 밥줄이 끊긴다면, 그 얼마나 황당한 일이겠습니까. 물론 그 이유야 이번 블랙 리스트 사태로 더더욱 명백해지고 있지만 말입니다. 21세기에 애먼 사람 '좌파'로 낙인찍어 몰아내는 것을 보면 어이없게도 '매카시즘'을 떠올릴 수밖에 없단 말입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다. 나는 어떤 정당이나 정치 단체에 가입한 일도 없다. 나는 여러분들이 알고 있듯이 평화주의자이다."

네, 매카시즘의 광풍에 희생되어 무려 20년 동안이나 미국에서 추방 당했던 찰리 채플린의 말입니다. 이 위대한 희극배우를 고향에서 떠나게 한 것이 한 극우 국회의원의 이념 광풍이자 훗날 명백한 '헛짓거리'로 밝혔진 매카시즘이었다는 것조차 '오해'라고 우기실런지요. 그러고 싶으신 분들이 있다면 찰리 채플린의 걸작 <독재자>를 '강추'하는 바입니다.

지방 선거 날 트위터에 "지금이라도 투표하는 사람 복 받을 것이고"라며 국민의 의무를 다하자고 독려한 것이 그리도 무섭습니까? 연예인이 촛불 집회 등에 몇 번 참여한 것이 그리도 고깝던가요?

"제가 이만큼 오래 활동할 수 있는 것도 봉사하는 모습을 통해 김미화가 하는 한마디는 진실일 것 같다는 한 자락 믿음을 대중의 마음 저변에 깔았기 때문 아닐까요?(<씨네21> 제655호, '김혜리가 만난 사람' 중에서)"라며 여러 단체에 홍보대사로 나서 좋은 일에 앞장선 것이 그리 잘못한 일입니까?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25년 넘도록 방송활동을 하고 있는 김미화씨는 오히려 KBS와 원만한 합의를 보고 싶다고 밝혔다고 하더군요. 리스트가 있다면 밝히고, 암묵적 동의나 윗선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면 당장 겁박을 푸십시오. 그리고 힘든 시절 '순악질 여사'로 온 국민에게 웃음을 주고, 여전히 가치 있는 방송인, 코미디언으로 남으려는 김미화씨의 의혹과 울분과 상처를 당연히 해소해 줘야 할 겁니다. 만약 찰리 채플린처럼 이 개념찬 방송인을 이념으로 낙인찍어 사지로 내몬다면, 이제 국민들이 가만 보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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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