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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규 <오마이뉴스> 해외통신원·펜실베니아 주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주최 '2010 세계시민기자포럼 - 심층보도와 모바일 저널리즘'에서 '기술과 사회, 그리고 시민 저널리즘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강인규 <오마이뉴스> 해외통신원·펜실베니아 주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주최 '2010 세계시민기자포럼 - 심층보도와 모바일 저널리즘'에서 '기술과 사회, 그리고 시민 저널리즘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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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규 <오마이뉴스> 해외통신원(언론학 박사)]

'기술, 사회, 시민 저널리즘의 미래'


안녕하세요. 저는 강인규라고 합니다. 오늘 말씀드릴 주제는 '기술, 사회, 시민 저널리즘의 미래'입니다. 오늘 발표에서는 모바일 저널리즘이란 무엇인지 살펴보고 새로운 뉴미디어를 만드는 기술과 사회는 어떤 관계인지, 시민 저널리즘과 전문가 저널리즘의 차이, 그리고 시민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여러분이 모바일하면 휴대폰을 떠올릴 것입니다. 모바일이란 것은 '움직일 수 있는'이라는 뜻입니다. 움직이면 모두 모바일이라고 할 수 있지요. 모바일에는 움직이는 기술 이외에도 공동체의 의미가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는 모바일 기술이 매우 발달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카메라, 워드 프로세서, 전화기, 캠코더, 동영상 편집기, 송신장치 등 이동 취재와 보도를 위한 다양한 장비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기술의 보편화되어 가격도 점점 낮아졌고 사용이 간편해지고 있습니다. 또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도 희미해지고 있지요.

그림을 보실까요. 맨 왼쪽은 마이클 무어의 영화 <로저 앤 미>입니다. 미국 의료보험제도를 다룬 <식코>로도 유명한 이 사람은 자기 집을 팔아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영화 감독이죠. 가운데는 영화 <슈퍼사이즈미> 포스터입니다. 대기업에 저항하는 내용의 영화죠. 역시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고요. 마지막은 요즘 우리나라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쥐코' 화면입니다. 세 가지 중 앞의 두 가지와 세 번째는 좀 성격이 다릅니다. 앞의 두 개는 성공해서 이후 영화로 개봉되었지만 세 번째는 온라인에서만 사람들에게 보여졌습니다.

세 가지 영상에서 알 수 있듯 디지털 형식의 특성은 손쉬운 변환, 재생산, 배급에 있습니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캡처'한 영상을 편집한 뒤, 거기에 시디 음악을 '리핑'해서 배경음악 추가해 영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스크랩' 해 둔 링크로 동영상을 내려받은 후 자막을 '입힐'수도 있지요.

그리고 요즘은 이런 기술들이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통합되는 형세입니다. 이번에 나온 아이폰 4는 고해상도(HD)사진과 동영상을 찍은 후 휴대폰으로 편집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과거 고가의 장비가 필요했던 작업들을 5천원 정도 하는 앱 하나만 다운받으면 핸드폰에서 할 수 있습니다. 또 음성검색과 자료의 무선 송수신이 가능합니다. 음성인식이 된다는 것은 운전하면서 말로 기사를 쓸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이전에 기자들이 사용했던 전문 장비들이 휴대폰으로 통합되는 것이죠.

통상 모바일 저널리즘은 기자가 아닌 사람을 말합니다. 언론사에서도 뉴스국이 아니라 어떤 지역 공동체에 소속된 사람을 의미하지요. 아까 주제 발표를 한 셰리 핑크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죠.

"저는 모바일 기술이나 심층보도에 관한 전문가는 아닙니다."

이 사람은 의사입니다. 그녀가 퓰리처상을 수상한 기사도 의사로서 재난지역의 의료진을 인터뷰한 것입니다. 기자가 아니라 의사로서의 전문성과 정체성에 기대서 썼던 기사죠.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얘기는 그래서 이 부분에서도 의미가 있는 말인 것 같습니다.


<오마이뉴스>의 성공 후 세계적으로 시민참여 저널리즘에 대한 기대가 일면서 많은 시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어요. 일본과 미국에서 시도됐던 <오마이뉴스>의 모델이 실패했습니다.


시민 저널리즘을 기본으로 했던 <오마이뉴스 재팬>은 지난 2008년 폐쇄됐고, <잔잔>은 2009년 휴간됐죠. 기술의 수준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일본에서의 실패는 사회적 분위기가 맞지 않은 탓이 큽니다. 일본은 주요 일간지에도 수시로 익명 보도가 실리고 독자들도 논평이 배제된 객관 뉴스에 익숙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실명이 보도되는 길이가 긴 <오마이뉴스>의 분석기사들을 보고 "이게 기사야?"라는 반응을 보였죠.

미국같은 경우는 <오마이뉴스>를 본따 만든 <베이오스피어(Bayosphere)>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죠. 미국은 저널리즘을 전문가의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정서가 강합니다 그래서 시민 저널리즘은 곧 아마추어 저널리즘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기자인 몰리 새퍼(Morley Safer)는 "시민 저널리즘을 믿느니 시민 외과수술을 믿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민 저널리즘을 기반으로 성공하고 있는 사례들도 있습니다. 블로그 기반 정치전문 미디어인 <허핑턴 포스트>는 성공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한국의 경우 고속 인터넷이 보급되서 <오마이뉴스>가 나왔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른 나라들에서 시민저널리즘이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가 사회적인 요인이었던 것처럼 한국 역시 그런 구조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강인규 <오마이뉴스> 해외통신원·펜실베니아 주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주최 '2010 세계시민기자포럼 - 심층보도와 모바일 저널리즘'에서 '기술과 사회, 그리고 시민 저널리즘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강인규 <오마이뉴스> 해외통신원·펜실베니아 주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주최 '2010 세계시민기자포럼 - 심층보도와 모바일 저널리즘'에서 '기술과 사회, 그리고 시민 저널리즘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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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주류매체(특히 신문)에 대한 불신이 많습니다. 2008년 조사를 보면 전체 국민 중 신문을 가장 신뢰하는 매체로 꼽는 사람은 16%에 불과합니다. 신문의 신뢰성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에 뒤지는 양상을 보여왔습니다.

일본과 비교해보면 이런 추세는 더욱 명확해집니다. 한국 독자들은 인터넷-방송-신문의 순으로 높은 매체 만족도를 보이는데 일본은 신문-방송-인터넷의 순입니다. 2004년 월드 인터넷 프로젝트 조사결과에 따르면 '인터넷의 정보 믿을 수 있다'고 답하는 사람 비율은 일본이 25.3%에 불과한 반면, 한국은 69.7%가 긍정적으로 답변했습니다.

통상 저널리즘이라고 하면 기사 작성과 촬영, 편집과 보도를 통틀어 얘기합니다. 그런데 최근 신기술로 저널리즘이 위기에 처했다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분석입니다. 저널리즘은 사실 항상 기술과 더불어 진화해 왔습니다. 15세기에 본격적인 활자 인쇄가 시작됐고 19세기 초반에는 사진이 보급됐습니다. 라디오는 20세기 초반에, 텔레비전은 20세기 중반에 등장했습니다. 그때마다 사회는 크게 변화했습니다. 기술이 저널리즘의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해온 것이죠.

19세기에 증기 동력을 이용한 인쇄기가 개발되어 고속 인쇄가 가능해졌습니다. 1827년에 이 기술로 시간당 2500페이지 인쇄가 가능해졌습니다. 1분에 40쪽짜리 신문 1부를 찍는 셈입니다. 이 기술로 오늘날 신문을 낸다며 수백 만 부씩 찍는 주류 언론들이 신문을 낼 수 있을까요. 백 만부 찍는 데 700일이 걸리겠죠. 워싱턴 포스트는 워싱턴 일대의 지역지이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도 팔립니다. 그런데 워싱턴에서 찍어서 샌프란시스코로 운송하면 신문을 팔 수 있을까요. 그날 그날의 신문 내용을 통신으로 전송해서 워싱턴과 샌프란시스코에서 동시에 인쇄해야겠죠. 종이신문 조차도 오늘날에는 이렇게 통신기술의 발달에 크게 기대고 있습니다.

매체의 수용자인 독자들도 진화했습니다. 우선 문자해독능력이 신장됐습니다. 프랑스의 예를들면 18세기 중반까지는 국민의 70%가 글을 읽지 못했습니다. 19세기 중반까지도 거의 50%의 국민이 글을 읽지 못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공교육의 확대로 문맹률이 많이 줄어든 상태입니다.


신문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저는 사진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20세기 초의 뉴욕타임즈에는 사진이 한 장도 없었다. 18세기 미국 초기 신문도 마찬가지. 글자만 빽빽했습니다. 컬러사진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TV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2백만 부의 부수를 자랑하는 USA 투데이는 컬러사진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시작한 최초의 '대중적 신문'입니다. 컬러 사진을 TV에서 따온 것처럼 보도도 TV의 앵커를 흉내낸 것 처럼 짧게 바꿨습니다. 신문 판매대도 TV를 연상시킵니다. TV를 흉내낸 USA 투데이의 이런 전략은 성공을 거뒀죠.


지금도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저널리즘과 인터넷은 뗄 수 없는 관계가 될 것입니다. 기존 매체들은 인터넷을 가리키며 "인터넷은 루머의 진원지", "트위터는 선동의 도구"라고 비판하는데 이는 인터넷을 통해 언론들의 게이트키핑 능력이 위협당한다는 증거입니다. 기존 매체들의 저항이 많긴 하지만 그들도 위키피디아, 트위터, 플리커, 유투브, 구글/빙 등 뉴 미디어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인터넷과 시민 참여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협업은 이미 자연스러운 추세입니다. '하루의 삶(life in a Day)'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한 영화 감독이 전 세계 누리꾼들에게 "유투브에 여러분들의 하루를 올리면 그걸로 영화를 만들겠다"라고 제안하고 실제로 누리꾼들에게 영상을 받아 만든 영화입니다.

이처럼 협업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입니다. 어떤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이겠죠.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는 해당 지역에 대한 '시민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누리꾼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지는 위키피디아는 살아있는 백과사전으로 유명합니다. 최근 아카데미상 작품상과 각본상을 캐서린 비글로라는 여성 감독이 받았는데요. 위키피디아에 '아카데미상 작품상 후보자'로 표기되던 그녀의 약력은 그녀가 수상자로 호명되어서 단상으로 걸어가는 사이 '수상자'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전 세계 누리꾼들은 자기 지역에서 구글맵스의 지도 오류수정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결론을 말하면 모든 시민은 기자입니다. 그리고 모든 시민은 전문가입니다. 그런데 모든 전문가가 효과적으로 소통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미래의 저널리즘은 이들의 소통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취사 선택하는 능력과 선택한 정보를 쉽고 효율적이게 가공하고 전달하는 기술이 필요할 것입니다. <오마이뉴스>의 오마이스쿨은 그런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기술의 진보도 확실합니다. 휴대폰 프로젝터나 안경없는 3D, 음성·뇌파를 이용한 모바일 입력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사진은 아마존에 가면 살 수 있는 게임기인데 머리에 쓰고 공을 보고 집중하면 공이 움직입니다. 원래 장애인용 기술이었는데 이제는 게임으로도 상용화된 것입니다. 휴렛팩커드에서 나온 스캐너는 문자를 스캔하면 그걸 음성을 바꿔줍니다. 아이폰 어플리케이션 중 하나인 '사운드 하운드'는 음악을 들려주면 바로 제목을 찾아주지요.

이러한 기술들은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그러나 바람직한 방향의 변화를 위해서는 참여가 필요합니다. 더 쉽고 더 재미있고 더 값싸고 더 많은 자유를 제공하는 미디어/기업들이 성공할 것입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주최 '2010 세계시민기자포럼 - 심층보도와 모바일 저널리즘'에서 '6.2 지방선거와 미디어 지형의 변화'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주최 '2010 세계시민기자포럼 - 심층보도와 모바일 저널리즘'에서 '6.2 지방선거와 미디어 지형의 변화'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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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
6.2. 지방선거와 미디어지형의 변화 - 실핏줄언론이 친MB 언론연합을 이겼다


지방선거 결과가 여러분이 기대한 대로 나왔나요, 아니면 기대하지 않은 대로 나왔나요. 밤을 새며 선거결과를 지켜본 분들이 많을텐데요. 지금 그 얘기를 하겠습니다.


제 의견으로는 6.2 지방선거는 MB정권 2년에 대한 중간평가입니다. 민주주의 위기, 이대로 좋은지, 양극화 심화, 남북긴장 이대로 좋은지, 4대강과 세종시에 대한 평가도 있었겠지요. 제가 목격한 것은 그동안 한국 사회를 주도해왔던 언론들이 이상한 방향으로 지방선거를 이끌었다는 겁니다.

그들이 사용했던 첫 번째는 천안함 사건이었습니다. 유권자들의 의식을 흐릿하게 하는거죠. 두 번째는 여론조사를 했는데 민심과 유리된 여론조사였어요. 그 자료를 신뢰하면서 밑바닥 인심을 취재하지 않은 것입니다.

5월 24일은 공식선거 시작일이었습니다. 그러나 KBS 9시뉴스에서는 1번부터 27번까지가 천안함 관련 소식이었습니다. 28번 째가 되어서야 지방선거 소식이 등장했지요. 이날 나왔던 천안함 관련 27개 꼭지가 과연 꼭 이날 몰아서 보도할만큼 가치가 있는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MBC는 22번째, SBS는 24번째가 되어서야 지방선거 소식이 보도됐습니다. 이게 우리 방송언론의 모습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종이신문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았고 공중파 3사 중에서 그나마 낫다고 하는 MBC도 선거 보도를 헤드라인에 거의 배치하지 않았습니다.

여론조사도 상당히 빗나갔습니다. 선거 전 득표율 예상입니다. 50대 32. 어떤 느낌이 드세요? 저는 이 정도면 '선거가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봅니다. 그런데 현장을 취재한 <오마이뉴스> 기자는 여론조사 결과와는 달리 한명숙 선거 유세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고 했습니다. 우리 내부에서도 그 기자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숫자로 된 자료의 힘이겠지요.

제가 우리나라 언론을 '친 MB언론'과 '진보언론'으로 나눠 봤습니다. 대한민국 언론기관의 양적 역학구도는 8:2 입니다. 친 MB언론이 8, 진보언론이 2입니다.
친MB언론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와 보수적 종합일간지, 장악된 방송(<KBS>, <SBS>)과 새로 장악된 <MBC>, 그리고 눈치보는 포털로 구성됩니다. 진보언론은 <경향신문>, <한겨레 신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미디어오늘>, <민중의 소리> 정도입니다.

하지만 진보언론에는 '실핏줄 언론'이 있었습니다. '실핏줄 언론'은 1인 혹은 10인 이하의 적은 인원이 조직 운영 비용의 부담없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미디어 혹은 모임을 저 혼자 부르는 말입니다.

이들이 가진 특성, 기존 언론기관과의 차이는 생존비용 마련에 정력을 허비하지 않고, 인원이 적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며, 창의적이고 기동성이 뛰어나며 광고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고 연대가 용이하다는 것입니다. 기존 언론기관들은 뭘 같이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마이뉴스>와 <한겨레>가 연대하려면 굉장히 시간과 품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실핏줄 언론은 민심의 어뢰가 될 수 있습니다. 가장 빨리 가장 적나라하게 민심을 전하며, 특정하기 힘든 형태로 매우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누군가 대응하려고 해도 대응할 수가 없습니다. 택시를 타 보면 택시기사들은 저마다 아주 적나라한 방법으로 민심을 전하지요.

택시기사 뿐만이 아닙니다. 시민기자, 1인블로거, 트위터, 사이월드, 페이스북, 동호회, 학회, 1인시위, 강연(도올 명진 이준구)등도 실핏줄 언론의 다양한 형태입니다. 도올이 2년간의 침묵을 깨고 봉은사에 가서 강연을 했는데 이는 중요한 미디어 행위입니다. 명진스님의 법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선거 4일전에 블로그에 '왜 나는 4대강을 반대할 수밖에 없는가'라고 쓴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실핏줄 언론입니다.

실핏줄 언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정치 9단 DJ의 말에서 그것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투표하라.",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해라."

이걸 노무현 대통령 버전으로 바꾸면 "깨어 있는 시민이 되라". "부족한 그대로 동지가 됩시다", "권력은 위임하되 그들이 지배하려 하면 대항해라" 정도가 되겠지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주최 '2010 세계시민기자포럼 - 심층보도와 모바일 저널리즘' 종합토론에서 트위터로 들어온 네티즌의 의견을 소개하고 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주최 '2010 세계시민기자포럼 - 심층보도와 모바일 저널리즘' 종합토론에서 트위터로 들어온 네티즌의 의견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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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사례를 들어볼까요. 한국에는 사실 수 많은 셰리핑크가 있습니다. 최병성 목사. 이분은 목사님이신데 지금은 목회를 그만두시고 4대강의 진실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이분이 지금까지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39건 썼는데 그 중 35건이 좋은 기사 원고료를 받았다. <30만마리 다슬기 다 어디로? 청계천 신화 고발합니다> 기사는 32만 여 명이 읽었다.

최병성 목사는 "청계천이 4대강의 미래다"라고 얘기하면서 청계천을 취재했습니다. 기사를 보면 이 분의 기사는 보통 심층취재가 아닙니다. 사진을 보세요. 청계천에 있는 물고기는 다 상처난 물고기들. 땅이 이모양이니 물고기들이 살 수가 없는 것이죠.

청계천에 이어서는 한강입니다. <여의도 앞 한강 1시간만 걸어보십시오 MB가 아름답다던 한강엔 물고기만 둥둥> 기사도 심층취재입니다. 이분은 발로 뛰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한강변 쓰레기통 안을 뒤져보니 죽은 물고기가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때 한강변에 콘트리트 보를 만들었다고 하죠. 83년만 해도 그런 게 없었다고 해요. 지금 4대강에 콘트리트 보를 만드는 게 4대강 사업입니다. 최병성 목사는 취재만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취재를 바탕으로 강연도 합니다. 이분이야말로 심층취재를 전문으로 하는 전형적인 실핏줄 언론입니다.

유창선 박사는 또 다른 사례입니다. 그는 MB정권들어 공중파 방송에서 퇴출당했습니다. 그래서 블로그와 아프리카 티비의 개인방송을 통해 시사평론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데 매일 1만명이 그의 방송을 본다고 합니다. 캠코더 하나를 들고 현장 다니면서 생중계도 하는데 공중파가 회피한 뉴스들 다룰 때 누리꾼들의 호응이 크다고 하더군요.

김제동의 5분 연설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제동씨는 노무현 추모제에서 모인 사람들을 향해 '투표하라'는 내용의 연설을 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실린 그의 동영상을 30만명이, 이와 관련된 기사 2개를 본 사람이 각각 50만 명이 넘습니다.

지방선거 내용을 한 번 살펴볼까요? 오세훈 시장에게 '강남 시장'이라고 하면 억울해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50대 이상만의 시장'이라고 하면 그도 고개를 끄덕일 겁니다. 뉴미디어를 주로 이용하는 20~40대 사이의 투표 경향을 보니 오세훈은 50대 이상만의 시장입니다. 20~40대에서는 오세훈 시장은 완벽히 졌습니다. 유시민은 20~40대의 경기도 지사이고, 부산 20~40대에게 시장은 김정길입니다. 20~40대만 분석해보면 한나라당은 경상북도와 대구에서만 이겼습니다. 

30대는 왜 이렇게 투표했을까요. 어떤 곳은 한나라당과 야당 후보의 차이가 2배, 어떤곳은 거의 3배가 넘는 차이가 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뉴미디어 때문에? 아니면 직장 불안이나 보육문제 때문일까?

민심의 바닥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핏줄 언론에 대해서 보수 성향의 사람들은 '저질이다', '두렵다', '잠재워라' 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정운찬 총리는 지난 5월 25일 서울 원목고에서 열린 특강에서 "인터넷의 보급이 한국의 문화수준을 상당히 떨어뜨리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2002년에 우리는 '인터넷과 누리꾼이 세상을 바꾸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2007년은 어땠습니까. 동아일보는 대선 이후 기사에서 '넷심은 없었다'고 썼습니다. 그런데 2010년에는 다시 인터넷이, 트위터가 정치를 바꿨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왜 이럴까요?

인터넷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뉴미디어는 사람이 신명이 날 때 활성화됩니다. 사람은 언제 신명이 날까요. 의지와 열정이 있을 때죠. 목표가 뚜렷하고 실현가능성이 있을 때 신명이난다.

미디어는 계속 진화할 것입니다. 새로운 미디어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것이다. 새로 나온 미디어를 어떻게 빨리 이용할 것인가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지금 뒤쳐졌더라도 그 뉴미디어가 참여 민주주의의 기쁨을 준다면 당신도 그 열차에 자연스레 타게 될 것입니다.

핵심은 신명입니다. 아무리 뉴미디어가 진화한다 하더라도 그 이용자가 다가올 새 세상을 가꾸어가는 유쾌한 놀이로서의 희망만들기, 즉 신명이 없다면 그것은 당신을 소외시킬 것이고, 당신은 '뉴미디어 난개발업자'의 포로가 될 것입니다.



태그:#뉴미디어, #세계시민기자포럼, #오연호, #강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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