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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새로운 정규 1집 [Solar]를 발표한 '태양'.
 2010년 새로운 정규 1집 [Solar]를 발표한 '태양'.
ⓒ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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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서태지와 아이들'의 양현석이 만든 연예 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의 음악에 대해 크게 기대를 품은 적이 있었다. 아마도 국내 R&B전문 레이블인 '엠보트(M-Boat)'가 YG와 제휴를 맺었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 그 시작이었던 것 같다.

이러한 YG와 엠보트의 결합과 그로 인해 생겨난 사운드의 진보는 당시 이들을 통해 발매되던 음반들과 가수들을 통해 확인 가능했다. 지금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빅마마나 거미, 휘성처럼 당시 댄스튠 일색의 가요 주류와는 구분되는 괜찮은 흑인음악이 당시 이들을 통해 쏟아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사 뮤지션들의 과도한 끼워 팔기 피처링 등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하지만 이는 후에 YG의 옳은 선택이었음을 '태양'이 증명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엠보트와 YG의 결합은 단순히 힙합 크루의 색채가 짙었던 당시 YG의 사운드를 단박에 '흑인음악' 전문 레이블로 각인하게 해주었던 꽤 결정적인 한방이었다.

JYP의 새로운 걸 그룹 '미쓰에이(miss A)'.
 JYP의 새로운 걸 그룹 '미쓰에이(miss A)'.
ⓒ JYP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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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다른 이야기긴 하지만 이런 그들의 행보를 멀찍이서 보고 있노라면 YG의 진정한 라이벌 기획사는 국내에서 모타운 사운드를 재연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 'JYP엔터테인먼트'라는 생각이 더욱 짙게 든다.

YG의 휘성과 세븐이 처음 등장했을 때 굳이 JYP의 히든카드인 '비'와 라이벌 구도가 생긴 것은 그래서 우연이 아니며, YG의 '빅뱅'과 JYP의 '2PM'이 라이벌 구도를 가졌던 것 역시 괜히 일어난 일이 아니다. YG와 JYP 그리고 당사자인 가수들은 이런 라이벌 구도가 신경 쓰일지도 모르겠지만 팬의 입장에서 본다면 꽤 즐거운 구경거리가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이들이 최근 비슷한 시기에 정말 다른 음반을 각각 발매했다. 이 두 음반은 사실 표현하려고 하는 음악적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에 굳이 붙여놓고 싶진 않지만, 이 두 음반의 등장이 지금 가요계의 가장 뜨거운 핫이슈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떼어놓고 말하기도 좀 어렵다. 그 첫 번째 음반은 바로 JYP의 새로운 걸 그룹 '미쓰에이(miss A)'의 데뷔 싱글 음반 <배드 벗 굿(Bad But Good)>, 또 하나는 YG 빅뱅 '태양'의 정규 1집 음반 <솔라(Solar)>다. 

JYP의 '여가수 만들기'의 정점, <미쓰에이(miss A)>

'miss A'의 싱글 [Bad But Good]
 'miss A'의 싱글 [Bad But Good]
ⓒ JYP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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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에이는 그 등장부터 대중들의 이목을 완전히 장악했다.

그들의 첫 싱글의 타이틀곡인 '배드 걸 굿 걸(Bad Girl Good Girl)'은 이미 여러 음원차트에서 말 그대로 등장하자마자 각종 1위를 휩쓸다시피 하고 있으며, 그와 더불어 미쓰에이 멤버 개인의 인기와 관심 역시 연일 상종가다. 이제 더 이상 걸 그룹이 국내 가요계에서 발붙일 곳은 없지 않는가 생각했던 나의 무지함이 처절하게 무너지는 순간이다.

페이, 지아, 수지, 민 총 4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에서 두 명의 멤버가 중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이 새로운 걸 그룹은 JYP가 예전부터 추구하던 '만들어 가는 여가수' 프로젝트 그 연장선상에 있는 그룹이다. 그간 JYP가 여자가수 내면에 가지고 있는 색채를 이끌어내어 표현하는 데 상당한 능력을 발휘했던 전력을 생각하면, 이들 그룹 이름 뒤에 붙어 있는 'A'라는 글자는 결코 그냥 붙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그들의 내면적 매력이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에까지 고스란히 묻어나는가 하는 점인데, 그 점에 대해서는 JYP는 대중들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 시키지 못하고 있는 쪽에 가깝다.

미쓰에이, 원더걸스를 비롯해서 남자 아이돌인 2PM, 2AM은 분명 각자 고유한 이미지를 지닌 그룹이긴 하지만, 그들이 부르는 노래나 안무 일체는 작곡가 박진영이 만들어내는 사운드, 심지어는 감정까지도 그 틀에 묶여있다는 지적이다. 아닌 말로 미쓰에이의 이번 싱글에 담긴 4곡을 모두 원더걸스가 먼저 불러 발표했다 해도 대중들은 아마 별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며 그 나머지도 마찬가지다.

결국 언젠가부터 박진영이 창조해내는 가수들의 면면은 그들의 음악적 특이점으로 구분하기 보다는 그들이 뿜어내는 그 '이미지'에 집중되어 있음을 이번 미쓰에이도 증명한다. 사실 이래서는 과거 JYP가 나타내고자 했던 블루스나 소울의 감성이 더 이상 JYP엔터테인먼트 로고가 찍힌 CD로도 보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마저 든다. 그리고 그것은 2AM이 어느 순간 무대에서 자신들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 단계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일련의 비판도 충분이 이해가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JYP는 대중의 감성을 그 누구보다 제대로 읽을 줄 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미쓰에이를 통해 또 한번 증명됐다. 요즘과 같이 아이돌 과잉의 시대에 또 다른 거물급 아이돌을 그 짧은 시간에 성공시켰다는 것 자체가 JYP가 지닌 상업적 영민함이 그야말로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는 것에 방증이다. 그리고 누가 뭐래도 지금 상황에서 음악이야 어쨌건, 미쓰에이가 이후로도 굉장한 성공을 이끌 것이라는 것에 누가 태클을 걸 수 있을까.

YG는 이제 '잘 하는'음악을 한다! '빅뱅'의 <태양>

태양의 정규 1집 [Solar]
 태양의 정규 1집 [Solar]
ⓒ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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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석에서 '네가 생각하는 최고의 아이돌은 누구냐?'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때마다 여자 아이돌은 시시각각 바뀌지만, 남자 아이돌에 대해서만큼은 꽤나 단호하게 말한다. '예전엔 동방신기, 지금은 빅뱅'이라고 말이다.

빅뱅이 가지는 가장 큰 강점은 누군가 말했듯 이들이 부를 수 있는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이다. 그들이 대단한 점은 일렉트로닉, R&B, 힙합, 가요, 심지어 트로트까지 소화 가능한 유닛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빅뱅의 리더인 권지용의 표절 혹은 사운드 레퍼런스나 공연장에서의 19금 퍼포먼스와 같은 부작용이 툭툭 튀어나오기도 했지만, 그들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변치 않는다.

그리고 '할 수 있다'는 차원을 넘어 '잘 한다'의 범주까지 완전히 진입한 음반이 바로 이번에 새로 발매된 태양 '동영배'의 정규 1집 <솔라(Solar)>다.

이전에 테디(Teddy)가 만든 '나만 바라봐'가 담겨있는 그의 첫 번째 미니앨범에서 확인했듯, 그는 국내에서 미국의 주류 R&B를 가장 스타일리쉬하게 소화하는 가수임에 분명하다. 과거 휘성의 2집 <이츠 리얼(It's Real>을 비롯해서 세븐, 렉시 음반에서 끼워 팔기식 피처링을 하던 소년이 이만큼 자랐다는 사실은 확실히 대견스럽다.

이번 음반에 전체적인 구성은 역시나 R&B의 그것이다. 좀 더 세밀하게 말하자면 새롭게 시장을 재편하고 있는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의 약간은 거친 사운드나 디안젤로(D`Angelo)의 네오소울 보다는, 그가 누누이 우상이라 밝혔던 오마리온(Omarion) 그리고 한국인이 특히나 좋아하는 니요(Ne-Yo)의 향이 좀 더 묻어나오는 음반이다.

특히 과거 '나만 바라봐'에서 함께 들리던 가요의 느낌이 이번 음반에선 더욱 세련되게 배합되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여기에서는 <솔라(Solar)>가 미국 본토에 더 가까워졌다는 표현보다는, 그가 표현하는 음악의 그 스타일 자체가 더 탄탄해졌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

물론 <솔라(Solar)>안에 주류적 스타일이라 하기엔 약간은 애매한 곡도 없지 않아 있지만 전체적인 구성으로 보자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무엇보다 올해 국내에서 발매된 R&B음반 가운데 단연 최고의 평가를 받기에도 손색이 없는 음반이 바로 태양의 <솔라(Solar)>다. 2009년 제 6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아이돌 스타로는 유일하게 최우수 알앤비&소울 부분에 2관왕을 차지한 게 결코 우연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YG는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며 확장해 나가고 있음을 이번 태양의 음반으로 어느 정도 증명해 보였다. 흑인음악이라는 거대한 틀을 YG가 꽤 다양한 방법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것은 음악팬으로서 상당히 반가운 일이다. 특히나 제대로 된 어반, 네오소울 혹은 라이언 레슬리(Ryan Leslie)와 같은 사운드를 애초에 기대했던 JYP가, 원더걸스, 미쓰에이를 앞세워 레트로나 트렌디 그리고 상업적인 시장 확장에 더 집중하고 있는 요즘과 같은 시기에는 더욱 더 말이다. 

이 두 거대 기획사는 앞으로 또 어떠한 음악을 들려주고 또 보여줄 것인가. 결과야 어찌되었든 그것은 우리가 국내음악에 좀 더 집중하게 되는 이유다.


태그:#음반의 재발견, #태양, #미쓰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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