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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실이 입주해 있는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중앙청사 별관 앞에서 참여연대 소속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정부여당의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7일 오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실이 입주해 있는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중앙청사 별관 앞에서 참여연대 소속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정부여당의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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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가의 저승사자'.

지난 2008년 7월 드러나지 않은 상부의 지시로 조직된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부르는 별칭이다. '관가의 암행어사'라고도 불린다.

조직이 구성된 지 2년 됐지만, '저승사자'들의 실체는 아직 정확히 밝혀진 게 없다. 민간인 김종익씨의 불법 사찰로 이름이 드러난 이인규(2급)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진경락(4급) 서기관, 김충곤(별정직 5급) 점검1팀장, 원충연(5급) 사무관 등이 밝혀진 명단의 전부다.

불법 민간인 사찰로 나라가 들끓고 있는데도, 국가의 녹을 받아먹는 공무원들이 "개인정보 보호"나 "점검 업무의 공정한 수행"(총리실 답변) 등을 이유로 명단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총리실 9명 뿐, 수사기관 등 파견 33명, 지옥의 외인부대?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실이 입주해 있는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중앙청사 별관.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실이 입주해 있는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중앙청사 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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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조직 윤곽도 대략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 불법민간인사찰 진상규명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신건(전 국정원장) 의원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공직윤리지원관실은 1관1과7팀 42명(정원 44명)으로 구성돼 있다. 한 해 예산은 약 10억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총리실 직원은 9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33명은 정부 내 타부처에서 파견 형식으로 지원받은 인력이다. 저승사자라는 별칭을 인용한다면, 말 그대로 '지옥의 외인부대'인 셈이다.

명단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원받은 인력의 구성을 보면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어떻게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를 수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신 의원이 공개한 자료(2010년 6월 현재)에 따르면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총리실 9명 외에 행안부 2명, 국방부 1명, 농림부 1명, 환경부 2명, 노동부 2명, 국토부 1명, 교육부 1명, 지식경제부 1명, 검찰 1명, 경찰 11명, 해경 1명, 공정위 1명, 국세청 3명, 금감원 2명, 관세청 1명, 중기청 1명, 서울시 1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파견인력 중 경찰(11명)이 가장 많고 전체의 1/4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현직 경찰만 포함된다. 불법 민간인 사찰을 주도한 김충곤 팀장의 경우, 총경으로 경찰복을 벗은 뒤 총리실에 특채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핵심 인력은 경찰이라고 부를 만하다.

이 외에도 검찰과 해경,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등 수사나 조사 업무를 담당한 요원들이 주를 이룬다. YS시절 '사직동팀'을 능가하는 통합수사 조직으로 봐도 손색이 없다.       

직급별로는 2급 1명, 3급 1명, 4급 7명, 5급 17명, 6급 8명, 7급 5명, 기능직 1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5급 이상 사무관들이 전체의 절반 이상(26명) 된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 영역은 한계가 없었다. 총리실이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해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공직자 비위와 관련된 사안(경남기관장 골프모임 조사) 등을 자체 조사했지만, '임진강 인명사고 조사'나 '4대강 살리기사업 실태 점검'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도 손을 댔다. 야당이 "정권보위를 위한 별동대형 비선 조직"(조영택 민주당 의원)으로 의심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저승사자의 두 얼굴, '외통부 양주 100병 사건'과 '조홍희 사건'

5일 오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실이 입주해 있는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중앙청사 별관 입구에서 한 직원이 청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날 국무총리실은 '민간인 사찰' 의혹을 받고 있는 이인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을 비롯한 관련 직원 3명을 직위 해제하고 해당 사건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5일 오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실이 입주해 있는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중앙청사 별관 입구에서 한 직원이 청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날 국무총리실은 '민간인 사찰' 의혹을 받고 있는 이인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을 비롯한 관련 직원 3명을 직위 해제하고 해당 사건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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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방식도 문제가 많았다고 한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출범 이후 공직자 비위를 조사하면서 법 절차를 무시하고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을 선호했다. 퇴근 시간 이후 정부중앙부처 사무실을 불시에 기습해 사무실과 서랍을 뒤지는 일도 있었다.

지난 2008년 12월에 벌어진 '외교통상부 양주 100병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대통령 해외순방 중 당직 점검을 한다"는 이유로 잠금장치가 된 사무실을 열고 들어가 책상 서랍과 사물함을 뒤져 양주 100여 병을 찾아냈다. 이 사건은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하지만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이런 행태는 다음 해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로부터 집중 추궁을 받았다. 권한도 없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암행감찰과 압수수색을 한 것은 헌법과 법률에도 어긋난다는 취지였다.

그와 반대 방향으로 권한을 남용한 경우도 있었다. 민주당은 지난해 6월 '국세청 조홍희 국장(현 서울지방국세청장) 사건'을 이인규 전 지원관이 권한을 이용해 공직자 비리 사건을 덮어 준 대표적 사례로 꼽고 있다.

당시 조 국장은 고급 룸살롱에서, 대기업 법인카드를 평펑 쓰고 다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암행감찰을 받았다. 이 전 지원관도 국정감사에서 "7팀에서 암행감찰을 했다"고 조 국장의 비위 사실을 시인했다.

하지만 조 국장은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 전 지원관이 조용히 사무실로 불러 "조심하라"고 구두 경고를 준 게 전부였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당시 "청와대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에) 8번이나 전화를 했다, 막강한 청와대 모 비서관도 직접 전화를 했다"며 권력에 의한 은폐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 전 지원관의 '버티기'로 사건은 유야무야 끝났다.

이에 대해 조홍희 청장 측은 "단지 그런 소문이 나돌아 당시 국세청 자체 감찰까지 받아 모두 소명이 된 사안"이라고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정운찬 "조직 쇄신 작업에 착수"... 존속 결정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자윤리지원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총리접견실에서 민주당 '영포게이트' 진상조사특위 조영택 의원이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해 질책하자 정운찬 총리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자윤리지원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총리접견실에서 민주당 '영포게이트' 진상조사특위 조영택 의원이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해 질책하자 정운찬 총리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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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사회에서는 이런 행태가 언젠가는 큰 사고를 불러올 것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다고 한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파견됐던 한 검찰 직원이 사석에서 "불법 행위 때문에 언젠가는 큰 사고가 터질 것"이라고 토로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번에 터져 나온 불법 민간인 사찰 사건도 같은 맥락이며,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보통의 시각이다.

이처럼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밖으로는 권한을 남용해 불법 민간인 사찰을 진행하고, 안으로는 청와대의 눈치를 보며 권력자의 비호를 받는 공직자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폐지론'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총리실은 폐지보다 변화에 방점을 찍고 있어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운찬 총리는 7일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민간인 사찰에 책임과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말하면서도 "조직 쇄신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폐지나 해체보다는 존속시키면서 바꾸겠다는 것이다.

반면 야당은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6일 총리실을 항의방문한 데 이어 7일부터는 청와대, 경찰청, 검찰 등을 연이어 방문해 관련자료 제출과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할 예정이다.


태그:#공직윤리지원관실, #총리실, #불법 민간인 사찰, #이인규, #정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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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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