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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 와이프, 내 사랑, 삐순이, 할멈, 집사람, 왕비마마, 여두목….

호칭은 저마다 다르지만 이 단어들은 휴대전화에 사랑하는 이의 번호를 저장한 '애칭' 가운데 일부다. 새로운 전화번호를 휴대전화에 저장할 때 대부분 이름 석 자와 함께 번호를 저장하지만, 감히(?) 사랑하는 사람의 번호까지 이름만으로 저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간 큰 남자다.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의 번호라면 다양한 애칭은 물론 이모티콘까지 동원하여 저장하는 센스를 발휘하고 있으리라. 휴대전화는 내가 혼자가 아님을 끊임없이 확인시켜주는 마법의 물건임이 틀림없다. 벨소리가 울리며 액정에 뜨는 '♥자기♥'라는 애칭 하나만으로 온몸에 전율을 느끼지 않는가.

당신의 휴대전화 저장목록 '1번'에 저장된 사람은?

애인과 헤어지면 예전엔 사진과 편지를 가장 먼저 찢었다지만, 지금은 휴대전화 1번 단축키 번호부터 삭제한다. 이용자에 따라 0번으로 저장하는 경우도 있으나, 보통 1이 갖는 의미로 볼 때 '1번'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하거나 중요한 사람의 전화번호일 것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내 휴대전화 최근 통화목록
 내 휴대전화 최근 통화목록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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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여기서 나의 휴대전화 저장목록을 공개한다.

-1번 '여두목전화왔다'

결혼 13년차 아내는 예쁘고(?) 상냥한 성격으로, 학창시절 때부터 인기도 많고 따르는 친구들도 많은 편이다. 그런 아내의 친구들은 나에게 "상냥하고 예쁜 마누라 둔걸 감사하게 생각하라"는 말을 내뱉는다.

집에만 돌아오면 조폭으로 변신하는 그녀의 실체를 아는지 모르는지…. 남의 속도 모르고 거침없이 쏘아대는 그들이 더 얄밉다. 하지만, '조폭'보다 더 무서울지라도, 늦으면 밥을 안 줄지라도, 몸무게가 50kg가 넘을지라도 뭐니 뭐니 해도 내 아내가 최고다.

-2번 '두목큰아들'

초등학교 5학년인 큰 아들은 내 휴대전화에 저장된 아내의 애칭을 항상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틈만 나면 저장목록 1번 애칭을 '♥내사랑♥'으로 슬며시 바꿔놓지만, 다시 '여두목전화왔다'로 바꾸는 내 의지 앞에서는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언제나 왕자처럼 군림하려는 짜증대장 큰아들은 역시 엄마를 닮은 것이 분명하다. 저장 애칭은 물어볼 필요가 없다. 당연히 '두목큰아들'이다. 여두목과 큰아들이 합세하여 공격해도, 나에겐 믿음의 아군인 '이쁜아들'이 있어 그나마 위안이다.

-3번 '이쁜아들'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은 사실 휴대전화가 필요 없다. 그래도 위급할 때 사용하라고 사준 휴대전화는 역시 십중팔구는 받지 않는다. 휴대전화에 별 관심이 없고, 오로지 온라인 축구게임에 혈안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쁜아들'은 정확히 오후 7시가 되면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아빠! 7시인데 왜 안 와요?"로 시작되는 전화는, 혹시 모임이나 회사일로 늦게 되는 날이라면 단단히 각오를 해야 한다. 30분 간격으로 전화에 불이 나기 때문이다. 그런 이쁜아들의 횡포를 아내는 별로 막지 않는다. 은근히 대리민족을 하며 즐기기 때문이다. 아빠가 귀가할 때까지 절대 잠자리에 들지 않는 이쁜아들이 있어 그래도 귀가가 즐겁다.  

-0번 '사랑사랑내사랑'

아내를 '여두목'이라 칭하고 아들을 '두목큰아들'이라고 칭하는 간 큰 아빠가 귀가하는 집의 단축번호는 0번이고 '사랑사랑내사랑'이다. 

Q. 당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는 전화번호 중 1번에 저장되어 있는 번호는 누구의 것입니까? (총참여자수:2026명)
▲ 설문조사 결과 Q. 당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는 전화번호 중 1번에 저장되어 있는 번호는 누구의 것입니까? (총참여자수:2026명)
ⓒ www.phpscho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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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애칭저장 백배활용법

여중생들이 내 휴대전화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저장하면서 남긴 애칭. 역시 아이들답다.
 여중생들이 내 휴대전화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저장하면서 남긴 애칭. 역시 아이들답다.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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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의 단축번호를 쓰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1번에 저장된 번호는 알려진 통계처럼 우리집, 애인(아내), 친구, 부모님의 순이다. 휴대전화 창을 열고 메뉴의 전화번호 저장목록을 한번 들여다 보라. 저장된 애칭을 보며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떠올리니 살며시 미소가 지어지지 않는가? 아마도 휴대전화 저장목록의 10번 이내에 드는 사람이라면 세상에서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이리라.

당신은 사랑하는 가족의 애칭을 뭐라고 저장해 두었는가. 또 저장번호 1번은 누구인가?
혹시 아직도 전화번호 저장메뉴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휴대전화 번호저장 메뉴도 잘만 활용하면 열배, 백배 효과를 볼 수 있다.

휴대전화 애칭저장 팁을 소개한다.

1. 얄미운 사람은 절대 번호를 저장하지 않는다.
조금 야속할 수도 있겠지만, 평소 얄미운 사람이라면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않고 매번 걸려올 때마다 아주(?) 낯설게 받아준다. 상대방도 필요할 때만 전화하는 주제(?)에 혹시라도 '왜 번호저장을 해놓지 않았냐'고 서운해 한다면 '피차일반'이라고 대응해 준다.

2. 저장닉네임으로 보복하기
얄미운 정도(?)가 지나쳐 무심코 걸려오는 것조차 끔찍한 사람의 번호라면 저장 닉네임을 '왕재수' '무시하자' '계속걸어봐' '안받아' '받지마' 등으로 입력해놓으면 대리만족을 느낄 수도 있다.

3. 특별한 사람이라면, 들키고 싶지 않다면
혹시라도 통화내용을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상대가 있는가? 그런 사람일수록 독특한 애칭은 더욱 의심을 살 수 있으므로 철수, 영자등 흔한 이름으로 저장하고 대신 뒤에 숫자나 이모티콘을 붙여 저장한다.(꼭, 미혼자만 사용하기를 바란다)

4. 긴급전화 번호 '112'를 '1번'에 저장하라

한 통신사의 휴대전화번호 저장서비스 화면
 한 통신사의 휴대전화번호 저장서비스 화면
ⓒ SK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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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란 무릇 가장 중요한 정보를 빨리 전해야 한다면, 요즘 여성과 어린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는 위험상황이 아닐까? 혹 모르는 응급상황을 위한 대비로 단축번호 1번에 112를 저장해두자.

정말 급한 상황이라면 세자리 숫자 누르는것도 힘들 수 있다.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처했을 때에 버튼 '1번'을 그냥 꾸욱 길게 한 번 누르면 된다. 휴대전화 단축번호에 '112'를 저장해 두면 신속한 신고와 위치추적은 물론 통화만으로도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당장 저장하자.

5. 전화번호 백업서비스를 활용하자.

요즘 휴대전화의 전화번호 주소록은 '자산'이다. 휴대전화 침수, 피손, 교체 등을 대비하여 각 통신사마다 전화번호를 백업해 주는 무료 서비스가 있다.(통신3사 모두 제공) 아직 모르고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주소록자동저장서비스, 케이티는 쇼메모리 서비스, 엘지텔레콤은 이지아이 서비스 등을 통해 휴대전화에 저장되는 내용을 자동으로 저장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번 신청만으로 가능하며, 인터넷상에서도 저장된 번호를 확인할 수 있다.
(문의 휴대전화에서 국번없이 114)


태그:#휴대전화, #1번, #번호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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