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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아이폰4
 애플 아이폰4
ⓒ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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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 등 5개국에 출시된 애플 아이폰4가 하루 만에 100만 대 판매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그러나 정작 다음 달 아이폰4 국내 출시를 앞둔 KT 표정이 마냥 즐거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국내 아이폰 출시 7개월 만에 신제품이 나오면서 기존 가입자들의 '갈아타기' 욕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KT, 아이폰4 출시 앞두고 '고의 분실' 차단 나서

KT에서 "보상 판매 계획은 없다"고 밝힌 가운데 아이폰 '쇼폰케어' 가입자들의 고의 분실 가능성도 골칫거리다. 아이폰4 출시를 앞두고 '아이폰 10만 분실설' 등이 확산되자 KT에서도 보험 악용 차단에 적극 나섰다. 

KT는 지난 2월 매달 2000~3000원 정도의 보험료만 내면 휴대폰 분실·파손 시 보상해주는 '쇼폰케어'를 선보였다. 분실 시 최대 70만 원까지 보상되고 차액과 자기 부담금만 내면 고급 기종으로 바꿀 수도 있었다. 하지만 KT는 지난 4월부터 '동종/동급 휴대폰'으로 보상 기준을 뒤늦게 바꿨다. 아이폰4로 갈아타려는 고의 분실을 원천 봉쇄하려는 조치지만 소급 적용을 받지 않는 2, 3월 가입자들이 적지 않다.  

이에 KT는 지난 21일부터 휴대폰 분실 보상을 받으려면 경찰서에서 도난/분실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쇼폰케어 보상 관련 운영안' 공지를 통해 "분실 휴대폰에 대한 보험사 모니터링이 시행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지난 4월 실제로 일부 보험 악용 고객에 대해 형사 고발이 진행되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의 분실은 일종의 '보험 사기'에 해당되기 때문에 실제로 광범위하게 실현되긴 쉽지 않다. KT에서도 이미 분실 단말기 잠금 장치, 위치 찾기 서비스 등 다양한 방지책을 마련해 뒀기 때문이다.

오히려 강화된 보상 규정 때문에 실제 도난/분실 피해자들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되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다. 이 때문에 KT나 보험사에서도 "고객의 양심을 믿는다"면서 단말기 분실 보상 건수나 손해율 등 구체적인 언급은 꺼리고 있다. 

'쇼폰케어'를 맡은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25일 "(단말기 보험 손해율은) 크게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예측할 만한 비교 사례가 없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예방책을)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보상 확인 과정일 뿐"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KT 홈페이지에 팝업창으로 띄운 쇼폰케어 보상 관련 운영안
 KT 홈페이지에 팝업창으로 띄운 쇼폰케어 보상 관련 운영안
ⓒ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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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기종 보상' 허용이 '고의 분실' 자초?

최근 KT뿐 아니라 SK텔레콤, 통합LG텔레콤 등에서도 손해보험사와 제휴해 단말기 보험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출고가가 100만 원에 육박하는 고가 스마트폰들이 계속 쏟아지는 데다 대부분 2년 약정에 묶여 분실 시 위약금이나 기기 변경 부담이 커 가입자도 점차 늘고 있다.

지금까지 이통사나 보험사 입장에서 단말기 보험은 그리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건당 보상 액수도 최대 70만 원에 불과하고 손해율(수입 보험료 대비 지급 보험금 비율) 자체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통사에서도 보험료 수익 자체보다는 분실 위험 때문에 고가폰 구입을 망설이는 고객 유인에 주로 활용해 왔다. 실제 KT는 쇼폰케어 도입 당시 3개월 무료 이벤트를 진행했고 특정 스마트폰 구입자에겐 아예 월 2500원짜리 보험을 24개월 무료 지원하고 있다. 고액의 정액요금제 약정 유지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통사로서도 손해 볼 게 없다는 얘기다. 

단말기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걸 감안하면 '동종/동급'으로만 보상을 제한할 경우 가입자가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아이폰3Gs 16GB 모델을 81만 원(출고가 기준)에 구입하고 최대 보상액이 70만 원인 월 3000원짜리 '쇼폰케어-고가형'에 가입했을 경우를 따져보자. 현재 3Gs 가격이 13만 원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상위 기종인 32GB 모델(81만원)로 바꾸면 되면 최대 보상액 70만 원을 모두 지원받지만, 같은 16GB 모델(68만  원)로 바꾸면 그 차액(-2만 원)만큼 손해다.

최신 휴대폰도 출시 몇 달 만에 값이 반토막 나거나 '공짜폰'으로 전락하는 국내 현실에서 다른 단말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애초 KT나 보험사에서 상위 기종 보상을 허용한 것도 큰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마땅한 보상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7월 아이폰4 출시가 확정되면서 결국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아이폰 개통 행사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아이폰 개통 행사
ⓒ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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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아이폰4 보상 판매 '불가'-약정 승계는 고민 중?

애플은 2007년 6월 아이폰 2G 첫 발표 이후 2008년 3G, 2009년 3Gs 등 1년 주기로 신제품을 선보였다. 신제품 출시와 더불어 기존 모델은 가격을 낮추거나 단종시키는 전략을 썼다. 올해도 아이폰4를 발표하면서 기존 3G 모델은 단종시키고 3Gs 가격은 100달러(한국은 13만2천 원)씩 낮췄다. 미국에선 아이폰4 출시와 함께 3Gs 16GB, 32GB 모델 역시 단종됐고 대신 3Gs 8GB 모델을 새로 선보였다.    

치열한 보조금 경쟁 속에 하루가 멀다 하고 휴대폰 가격이 떨어지는 국내 시장에선 비현실적인 정책이지만 아이폰은 통했다. 다만 아이폰 국내 도입이 반년(3Gs)에서 1년 반(3G) 정도 늦었던 게 결과적으로 아이폰4 출시를 앞두고 KT에 부담이 되고 있다.

외국과 달리 고작 반년 만에 구 모델로 전락한 기존 아이폰 가입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 것이다. KT 역시 판매 기간이 짧아 미국 AT&T나 일본 소프트뱅크처럼 기존 고객을 위한 보상 판매나 약정 승계 제도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 AT&T는 5월 7일부터 아이폰3Gs 가격 인하 발표일인 6월 7일 사이에 3Gs를 구입한 사람들에게 그 차액인 100달러를 보상해주거나 차액을 추가 지불하면 아이폰4로 교환해주는 보상 판매 계획을 발표했다. 또 아이폰 3G 사용자 가운데 약정기간이 6개월 미만인 가입자들은 약정 승계를 해주기로 했다. 

반면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지난 17일 KT 'MVNO 사업설명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아이폰 판매 기간이 1년도 되지 않은 KT와 해외 사업자들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아이폰 보상 판매 계획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다만 "원칙에 따라 고객 부담을 줄이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혀 다른 대책 마련 여지를 남겼다.

 3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KT 합병 1주년 기자간담회는 트위터를 통해 생중계됐다.
 지난 5월 3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KT 합병 1주년 기자간담회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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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보상 판매, 한국은 왜 안 돼?

KT로서도 아이폰 보상 판매 계획을 쉽사리 밝힐 수 없는 처지다. 국내에 아직 전례가 없는 데다 자칫 다른 휴대폰 가입자들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AT&T와 같은 약정 승계는 KT에서도 이미 실행하고 있다. 다만 국내 아이폰 사용자들은 가입 기간이 최대 7개월밖에 안 돼 대상이 아닐 뿐이다. 실제 KT는 지난 9일 홈페이지에 아이폰 3Gs 가격 인하 공지에서 "기존 아이폰 사용 고객을 위한 할부잔액 승계 프로그램 등도 계획 중에 있다"는 문구를 넣었다고 급히 삭제해 누리꾼들의 온갖 해석을 낳았다. 

KT는 2년 약정기간 가운데 6개월을 남겨놓았을 경우 약정 승계 형태로 기기 변경을 미리 허용해주는 '기기변경 사전예약'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위약금이나 잔여 할부금을 이월해주는 대신 기기 변경 후 약정 기간은 최대 30개월로 늘어나게 된다. 아이폰 가입자에게도 동일한 할부 승계 방식을 적용할 경우 약정기간은 41개월(24+17) 이상 늘어나게 된다. 어차피 기존 단말기 할부금은 내야 하기 때문에 이른바 '노예 계약' 기간만 연장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아이폰 보상 판매에 대해선 누리꾼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구입한 지 몇 개월도 안 된 고가 휴대폰을 바꾸려는 모습이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새 모델 출시 전 한 달 이내 구매자에 대한 AT&T의 보상 정책은 우리도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최신 휴대폰 출시 한 달 만에 가격이 반토막 나고, 두 달 만에 상위 기종이 비슷한 가격에 나오는 게 당연시되는 우리 현실에서 더 그렇다.   

결국 아이폰 고의 분실 같은 '도덕적 해이'를 막으려면, '형사 처벌 경고' 같은 '채찍'보다는 소비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 정상적인 유통 구조와 그에 걸맞은 적절한 보상 정책 같은 '당근'이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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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인권 분야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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