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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거행된 '6·25전쟁 60주년 행사'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21개 참전국과 참전용사 대표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25일 오전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거행된 '6·25전쟁 60주년 행사'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21개 참전국과 참전용사 대표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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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이 되는 해다. 그래서 그런지 6월은 마음도 생각도 더 덥고 무겁다.

천안함 사건은 참 묘한 시기에 터졌다. 일부러 선거 때를 맞춘 것은 아니겠지만 선거에 이용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에 터져 당선이 다급한 정상배들에게는 절호의 소재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누가 당선되어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식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이제 국민의 외면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선거를 뜨겁게 달군 '전쟁'이라는 화두가 선거와 함께 철 지난 구호처럼 되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없다고 믿지만, 나는 한반도에서의 전쟁발발이 한낱 허구라고는 생각지 않는 사람이다.

전쟁은 아무도 모르는 일. 1950년 6월 25일 이전에 한국전쟁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과연 몇이나 있었겠는가. 하지만 전쟁은 일어났고 전 국가의 기간산업은 초토화되었으며 전 국토는 피바다가 되었다.

그런데 왜 지금 많은 사람들이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는 것일까. 첫째는 세계 막강 미군이 우리 곁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우리 국력이 북한을 압도하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난다 해도 우리가 이긴다는 확신이 있을 수 있다. 게다가 우리 국방관계자는 만에 하나 적이 침공하면 그 자리가 적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으니 그 소리를 듣는 국민들로서는 마음이 든든할 수도 있겠다.

70대 민초는 호언과 호기가 두렵다

하지만 한국전 당시를 살펴보자. 전쟁 직전까지 신성모 국방장관은 전쟁이 일어나면 '아침은 개성에서, 점심은 평양에서 그리고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으며 끝난다'고 호언장담했다. 게다가 이승만 대통령은 국민을 동원해 연일 시가행진하며 북진통일을 외치게 하였고.

그렇지만 막상 북한이 쳐들어오자 서울은 사흘 만에 함락되었고 이 대통령은 '우리가 이기니 동요하지 마라'는 대국민 담화를 남기고 남행길에 올랐으며 당시 유일한 남행길인 한강철교를 폭파하여 국민의 피난길마저 봉쇄했다. 국방장관을 비롯한 국군수뇌부의 허장성세가 대비 없는 전쟁을 불러왔으며 전 국토는 초토화되었고 수많은 국민이 목숨과 재산을 잃었는데도 아무도 그 책임을 진 사람은 없었다.

싸움 잘한다는 자랑만 일삼으면서도 국가방위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국방장관, 그가 정작 해임된 것은 전쟁 1년 후 전쟁 중에 동원된 국민방위군의 식대와 보급품을 착복하여 수 많은 방위군이 한겨울 들판에서 얼어 죽게 한 사건과 거창양민학살사건이 터지고 그 주모자가 국군 장교들이었음이 밝혀진 이후였다. 이것이 전쟁이 터진 국가정권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지도자를 국부로 모시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으니 국가가 거꾸로 가는 느낌이 든다.

대부분의 전쟁은 '오만'과 '오기'와 '오판'에 의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전쟁은 속성상 '확전모드'여서 작은 것이 불길을 키우게 된다.

우리의 학창시절에 있던 에피소드 하나가 생각난다. 수업시간 중에 장난치는 친구 둘을 불러내 서로 따귀를 때리도록 하는 선생이 있었다. 처음에는 슬슬 때리다가도 상대방이 조금 세게 때렸다고 느끼면 '나도 좀 세게' 하다가 마침내는 격투가 되었다.

그런데 적이 50발을 응사했으므로 우리는 5천발 이상을 발사하여 타격을 주었다는 '전과'와 '전술'을 자랑하니 나 같은 소심한 국민은 소름이 끼치는 것이다. 우리 한반도는 지금 면적과 인구대비 세계 최대의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는 화약고이고 핵무기까지 존재하는 분쟁지역이다. 그러하니 전쟁의 속성상 이런 승전보는 전쟁을 키우자는 말처럼 들리기 마련이다.

북한이 서울에 핵폭탄을 투척하면 우리는 평양에 100개 이상의 핵폭탄을 퍼붓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위협으로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70대 민초는 국가방위의 책임을 진 자들의 그런 호언, 호기가 두렵다.

미국이 무기생산국이라는 사실 잊지 말아야

한국전쟁 60년을 기념하는 평화기도회가 열린 22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앞에서 '전쟁없는세상'과 '아임쏘리' 등 평화운동단체 회원들과 누리꾼들이 부시 미국 전 대통령 간증에 항의하며 피스몹을 벌이고 있다.
 한국전쟁 60년을 기념하는 평화기도회가 열린 22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앞에서 '전쟁없는세상'과 '아임쏘리' 등 평화운동단체 회원들과 누리꾼들이 부시 미국 전 대통령 간증에 항의하며 피스몹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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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더 두려운 변수가 있다. 미국이 우리의 강력한 우방임에는 틀림 없지만 그리고 정의와 양식이 살아있는 사회라고는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무기생산국이라는 사실도 함께 인정해야 한다. 나는 항상 미국의 네오콘과 그들을 조종하는 미국의 군수산업을 염려한다.

무기공장은 평화 시에는 생필품을 만들다 전쟁 때만 무기를 만드는 그런 체제가 아니다. 군수공장이란 새로운 무기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생산해 내는 무기전문 공장이고 그들의 생산품, 즉 무기는 파일로 보관이 가능한 무형물이 아니다. 무한정 쌓아둘 수도 없고 덤핑으로도 팔 수 없는 것이 무기다.

그렇다면 소비처를 개발하는 것이 기업의 생존전략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의 네오콘이나 무기회사의 막강한 로비력을 간과해서는 안 되고 부시 같은 소인배 영웅주의자들은 특히 경계해야 한다.

나는 부시 전 대통령이 북한과 이라크를 악의 축이라고 규정했을 때 소름이 끼쳤다.  명분이야 어떻게 둘러대도 전쟁을 일으켜야 할 그들 내부 압력(무기회사의 압력)이 크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악의 축 우선 순위에서 한반도가 부시의 조준에서 벗어난 것은 천만 다행이었다. 한국이 그래도 미국 무기를 가장 많이 사주고 미군의 주둔비까지 성실히 감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순서를 미뤘다고 보았다. 그리고 역대 정권이 6자회담을 열렬히 지지하고 설득했던 것도 작용했을 것이다.

천안함 사건 이후 여당 국방위원이 우리 국방비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그것은 미국의 무기를 더 사주자는 뜻으로 이해되었다. 만일 당시 부시가 두 악의 축 중에서 북한을 우선 순위로 꼽았다면 한반도는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의 이라크 참상을 훨씬 능가했을 것이다.

우리가 전쟁을 두려워하는 것은 전쟁 무기의 파괴력과 살상력만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다. 인간으로서는 감히 행할 수 없는 온갖 잔혹한 만행이 전쟁이라는 이름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살인도 폭력도 파괴도 전과란 이름으로 포장되면 영웅적 행위가 되는 것이 전쟁이다.

부득이 싸워야 한다면 이겨야 하지만 승리를 위해서 전쟁을 선호할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더구나 우리 삶의 터전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그것이 비록 승리라 하더라도 영광과는 거리가 멀다. 전쟁이 휩쓸고 간 현장에 남겨진 참상과 후유증은 엄청난 국가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일.

지금 우리 국민이 지불하고 있는 국방비를 생각해 보자. 그 구체적인 액수는 알 길이 없지만 그 돈을 복지비로 쓸 경우 우리 국가는 보다 번창하고 안락한 나라가 되리라는 생각은 누구나 하고 있다. 국가 경제력에 비해 이렇게 큰 국방비를 지불하고 있는 나라가 지구상에 우리 국가 말고 더 있는가.

우리가 흔히 이스라엘과 비교하지만 그들은 엄청난 해외동포의 지원이 있고 또 그들은 선진국의 중요포스트를 움직일 수 있는 외교적 백그라운드가 있기 때문에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세계의 모든 나라가 전쟁을 잘해서 국토를 보전하고 독립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오늘날의 국제정세를 살펴보면 차라리 외교력이 국력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전쟁 잘하는 군대가 정권을 잡은 나라가 선진국 가운데 하나라도 있는가. 군사정권은 정권이 얼마나 큰 이권인가를 과시하고 그것을 정치유산으로 남겼을 뿐 언제나 패악으로 종말을 맞았다. 지구상의 군사독재정권을 하나 하나 상고해 보면 알 수 있다.

전쟁 억지하는 군대가 더 가치 있는 군대

감사원이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징계대상으로 지목한 25명 가운데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뒤 감사 결과에 반발하고 전역지원서를 제출한 이상의 합참의장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회의실에서 열린 '국군 모범용사 신고식'에 참석하고 있다.
 감사원이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징계대상으로 지목한 25명 가운데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뒤 감사 결과에 반발하고 전역지원서를 제출한 이상의 합참의장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회의실에서 열린 '국군 모범용사 신고식'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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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말하였다. 지금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대로 국위를 선양하고 국가발전을 이룩하지 않느냐고. 그러므로 막강한 군사력이 국가의 위상을 결정하는 요소라는 말이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의 군사력 행사는 우리와 다르다.

우리 땅이 아닌 남의 나라에서 벌어진 전쟁에 참전하는 경우라면 그 피해는 전투의 피해에 그칠 수 있다. 지금 미국은 세계 도처의 전쟁에 관여하고 있지만 그들이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은 이유는 막강한 무기회사가 있고 그 전쟁터가 자기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만일 전쟁터가 미국 국내라면 미국이 그렇게 쉽사리 전쟁을 결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전쟁이 휩쓸고 간 전쟁터의 참혹함은 승자나 패자나 똑같이 겪어야 하는 재앙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에서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협박하는 것은 최고의 죄악이다.

그리고 우리 국군은 전투를 잘한다고 국가가 튼튼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자각이 필요하다. 전쟁억지력으로서의 군대가 더 가치 있는 군대다. 총을 쏘고 싶어 안달이 난 군대는 위험한 군대다. 전투능력배양도 방어개념 위에서 이뤄져야지 공격을 위한 전투능력을 지향하는 군대는 국가의 화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군이 자각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국민들에게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국방의 지상임무이기 때문이다.

전쟁 이야기와 함께 천안함 이야기도 해야겠다. 천안함 사건은 원인이야 어떻든 국방관계자로서는 치욕적인 허물이었다. 그러나 우리 국방 관계자들은 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너무 불경스러웠다. 국가의 직책은 국민을 향한 책임인데 왜 군은 책임을 지지 않고 변명만 일삼는가. 그것이 한국군의 전통인가.

석연치 않은 해명도 문제지만 적반하장으로 감사원의 감사에까지 해명을 요구하는 당사자들의 오만에 더욱 마음이 무거워진 6월이었다.

한국전 발발 60주년 6월 25일에


태그:#한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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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70에 세상 돌아가는 것을 느끼는 것이 각별해 졌다. 뭔가 세상에 대고 할 말이 많아졌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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