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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우르과이의 16강 전 경기가 열리게 될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 현지 흑인이 대부분인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 앳된 동양인 자원봉사자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포트엘리자베스의 월드컵 자원봉사자들 중 유일한 한국인인 김보경(23, 고려대 영문과)씨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4월 국제축구연맹으로부터 합격 소식을 들은 뒤 부랴부랴 휴학계를 내고 남아공으로 입국한 그는 이곳 포트엘리자베스로 오기 전, 케이프타운의 빈민가 탁아소에서 1주일간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 캠프에도 참석했다.

 

자원봉사자들에게 주어지는 대가는 하루 120란드(한화 약 1만8천원)어치의 슈퍼마켓 쿠폰 뿐. 항공권과 숙박요금을 비롯한 한 달간의 생활비를 위해 김씨는 지난 3년 동안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아 둔 적금을 모조리 쏟아 부었다.

 

그 흔한 해외 어학연수 경험 한 번 없지만, 한국을 찾은 외국인 교환학생들의 적응을 도와주며 영어회화를 익혔다는 김씨는 "한국에서 만난 교환학생 친구들과 대화를 계속 이어나갈 소재를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오직 축구에 관해서는 끊임없는 이야기가 가능하더라. 세계를 하나로 이어준다는 월드컵의 힘을 제대로 한 번 느끼고 싶었다"라며 이번 자원봉사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실제로 그는 숙소에서 아르헨티나, 프랑스, 캐나다, 카메룬, 브라질, 나이지리아 등 월드컵 참가국만큼이나 다양한 나라에서 온 자원봉사자들과 부대끼며 언어와 문화를 몸소 배우고 있다. "언어나 음식은 물론, 예절이나 생활습관 등 책을 통해 배울 수 없는 문화적 차이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라는 김씨의 설명이다.

 

김보경씨의 임무는 한국어 통역과 경기장을 찾은 VIP 인솔. 한국어를 할 수 있는 단 한 명 뿐인 자원봉사자이다보니 지난 13일 이곳에서 한국과 그리스의 경기가 열렸을 때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빴었다고. 이번 우르과이와의 16강 경기 또한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그의 어깨가 무겁다.

 

지난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가장 좋아하는 박지성 선수를 가까이서 본 것이 자랑이라는 김보경씨는 "한국 대표팀을 16강 전에서 다시 보게 된 것도 좋지만 잉글랜드와 슬로베니아의 경기(한국시간 23일 밤 11시)에서 코치인 데이비드 베컴을 눈 앞에서 볼 생각에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태그:#남아공, #자원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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