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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전국위원회가 19일 유시민 국민참여당 전 경기도지사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하며 후보를 중도 사퇴한 심상정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요구 결의안을 부결시켰다.

 

앞서 전국위원 15명은 심 전 대표를 비롯해, 김석준 전 부산시장 후보와 이용길 전 충남도지사 후보 등 3명이 "당론을 위배하고 보수야당과 전면적 연대, 독단적 사퇴 등의 행위를 통해 당내 민주주의와 당의 정치적 기반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이들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절차를 진행할 것을 요구하는 '지방선거에서의 해당행위에 관한 특별결의문'을 상정했다.

 

부산·경기 고양 등의 야권단일화 방침에 반발하며 후보직과 부대표를 사퇴한 이용길 전 후보의 경우만 빼고는 모두 후보 단일화·중도 사퇴 등을 통해 '연합노선'을 지지했던 이들이었다. 이 때문에 해당 결의문이 채택된다면 6.2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이 택했던 '독자노선'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성격도 일부 포함됐다.

 

그러나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진보신당 제1기 전국위원회 6차회의에 참석한 59명의 전국위원 중 23명만이 찬성,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해 이 결의안 채택은 부결됐다.

 

심 전 대표의 사퇴를 "당론을 위배한 당기 문란 및 해당행위"로 규정한 결의문 채택이 불발되면서 심 전 대표의 징계 여부를 결론지을 경기도당 당무위원회의 선택은 '경징계'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전국위원들이 안을 부결시킨 이유가 각각 다르겠지만 이번 결정으로 당기위원회가 심 전 대표 결정의 절차적 문제점으로 논의를 국한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결국 징계를 하더라도 경징계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찬성] "당론과 지침 우선돼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응분의 책임 물어야"

 

결의안은 부결됐지만 이를 바라보는 전국위원들의 속사정은 복잡했다.

 

결의안 채택을 묻는 표결에 앞서, 참관하고 있던 평당원까지 포함한 8명의 당원들이 격렬한 찬반토론을 벌였다. '당론(독자노선) 위배' 취지를 빼고, '절차적 하자성'에 결의안 취지를 맞추는 수정 결의안까지 제시됐지만 부결됐다. 안건 자체를 반려해 차기 전국위로 넘기자는 제안도 부결됐다.

 

결의안 채택을 주장한 전국위원들은 "정당으로서 이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 있는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86번 전국위원은 "언제부턴가 당 조직이 최소한의 조직적 질서와 규율을 방만하게 보고 있다"며 "일련의 후보 사퇴에 대해 조직이 책임을 묻거나 문제를 제기하려는 시도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또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면밀히 조사하고 응분의 책임을 묻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조직적으로 당 기율을 환기하고 슬기롭게 현 사태를 헤쳐 나가자"고 주장했다.

 

74번 전국위원은 "중앙당과 당 대표가 해당 후보들에게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라며 만류했다는 것은 당론을 위배했다는 뜻"이라며 "지금 후보들의 행동을 두고 논란이 있지만 결의문을 통해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론과 지침이 우선돼야 전쟁과 같은 선거에서 당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라며 "자기 지역의 조건이 어렵다며 당의 방침을 위배한 것이 지금 우리가 선거결과를 떠나 후유증을 겪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반대] "연합 전술에 대한 당 지침 일관되지 않아... 일부 사실관계도 맞지 않다"

 

그러나 결의안 채택에 반대표를 던진 전국위원들은 "연대·연합 전술에 대한 당의 지침이 일관되지 않았고 해당 결의문의 내용은 사실에 기초하지 않아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지역의 전국위원은 "해당 결의문에 김석준 후보 등이 '회유와 사퇴 협박'을 통해 선거연합 협상안 가결을 강요했다고 돼 있는데 명백하게 사실과 다르다"고 반발했다.

 

이 전국위원은 또 "중앙에서 먼저 5+4 협상에 참여한 상태에서 부산시당이 참여를 결정했고 중앙이 빠졌다고 해서 지역에서 빠질 수 없는 환경이 있었다"며 "비판도 있을 수 있고 비난도 있을 수 있지만 정확한 사실관계 속에서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62번 전국위원은 "심 전 대표 등의 행동은 찬반이 팽팽한 사안이고 당의 공식적인 평가가 진행돼야 할 사안"이라며 "오히려 결의안 채택이 당원들의 창발적이고 신속적인 논의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의문 채택으로 이들의 행동이 '해당행위'라고 적시하는 순간, 지방선거 평가 등은 사실상 종결된다고 본다"며 "앞으로 연합 정치에 대해서도 적절한 판단을 내려야 할 많은 순간이 닥칠 수 있고 논의가 필요한데 전국위원회가 갑자기 그 논의를 재단할 수 있겠나"고 주장했다.

 

'사퇴 후보' 징계, 당기위원회 절차대로 진행될 듯... 지방선거 평가는 계속

 

'연합 노선 대(對) 독자 노선'이라는 근본적인 쟁점과 함께 이번 결의문의 성격에 대한 논쟁도 벌어졌다.

 

안건 반려를 주장한 윤난실 부대표는 "전국위원회의 결의는 무겁고 흠결이 없어야 하는데 가부를 논하게 되면서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국위원회가 이 결의안을 가결시킨다면 징계를 논의할 당기위원회의 권한과 권위를 제한하고 동시에 지방선거 평가를 해나갈 당원들의 발언권도 일정하게 제한한다"며 "거론된 당원들의 최소한의 소명권도 지키지 못하는 결의를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부결될 경우에도 절차적으로 명백하게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 면죄부를 주게 된다"고 말했다.

 

이덕우 전 대표도 "재판을 청구할 때도 '청구취지'를 명확하게 하는데 결의문은 '결론'이 명확치 않다"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이 전 대표는 "해당행위가 있는지 여부도 도당 당기위원회에서 철저히 조사하고 그에 맞는 결론을 내리고 불복이 있으면 중앙당기위에서 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결의문 채택으로 당 안팎에서 불거진 문제 자체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전국위원회의 이날 부결 결정은 향후 진보신당의 지방선거 평가 과정에서 제기될 '노선 논쟁'에 더욱 치열함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위원회는 이날 세 시간이 넘도록 지방선거에 대한 평가 토론을 거쳤지만 통일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전국위원회는 이날 '선거평가 및 당 발전 전략 수립을 위한 특위'를 구성해 임시 당대회가 열리는 9월 5일까지 평가 과정을 거치기로 결의했다.

 

심상정 "절차적 정당성 갖추지 못했지만 당의 진로·전략에 대해 공감대 넓혀야"

 

한편, 심상정 전 대표는 이날 전국위원회 개최에 앞서 전국위원과 당원들에게 고개를 깊이 숙였다.

 

심 전 대표는 "저의 개인적인 사퇴로 당과 저를 믿고 헌신했던 동지들이 혼란과 충격을 겪은 데 대해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이 없다"며 "저의 사퇴는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부 전국위원과 당원들이 제기한 '당내 민주주의 훼손' 문제에 대해 직접 책임을 인정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그는 "절차적 문제를 넘어 저의 정치적 책임은 더 크고 무겁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면서 "외람되지만 완주냐, 사퇴냐 등의 마무리 전략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심 전 대표는 "제가 개인적 결단으로 사퇴하게 된 것이나 당원들의 혼란과 충격이 클 수밖에 없는 것도 당의 진로와 전략에 대한 공감대가 매우 약했기 때문"이라며 "당의 대표를 지냈고 당의 '얼굴'로 있던 저의 무능과 무책임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자성했다.

 

그는 또 "지금부터라도 선거 평가와 당의 진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당원 동지들과 전면적으로 소통하겠다"며 "허락해주신다면 전국을 돌며 당원들의 비판도 듣고 저의 소신을 말하는 만남을 이어갈 것"이라고 향후 행보를 예고했다.

 

 

태그:#진보신당, #징계, #심상정, #지방선거, #연합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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